그녀를 처음 만난건 2008년 12월의 추운 어느 날.
당시 여친과 헤어진지 3달이 된 나는 새로운 사랑을 만나기를 기다리고 있었고
친한 형으로 부터 전화 한통을 받았다.
"너 소개팅 할래? 근데 2살 연상이야"
당시 26살 이던 나는 28살이라는 그녀의 나이에 조금 놀라긴 했으나...
당연히 소개팅을 하기로 했다... "참 괜찮다"는 형의 말에 ㅋ
며칠 후 설레던 첫 통화...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던 그녀의 목소리는 2살 연상이란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너무나
귀여웠고 나의 호감지수는 막 상승했다. 목소리 예쁘면 얼굴이 별로라는 속설이
있기에 조금 걱정(?)도 됐으나 그런 상상이 무색할 정도로 그녀의
목소리는 너무나 귀여웠다.
드디어 대망의 첫 만남...
범계역 킴스클럽 앞 벤치에 앉아 초조하게 기다리던 나...
약속시간 30분이나 늦게 도착한 그녀. 난 화가 날 법도 했으나
왠일인지 그날은 화가 나지 않았던거 같다.
파란색 모닝을 끌고 와서는 "주차 할 곳이 마땅치 않아 해맸어요"
라며 쿨하게 반응하는 당당한 모습에 30분 간의 짜증은 사라졌다.
이뻤다...아니 정말 이상형이었다. 큰 눈에 긴 생머리. 그리고 당당해 보이는
미소 뒤의 귀여움 까지. 그리고 불현듯 괴리감이 느껴졌다.
당당한 커리어 우먼의 모습...과연 나와 어울릴까?
첫 식사는 놀부 부대찌개 집이었다. 사실 근사한 곳에서 밥을 먹고 싶긴 했으나
"아무거나 상관없어요" 라는 그녀의 말에 당황하며 자신감을 잃었고
"부대찌개나 먹죠" 라는 말에 순순히 응했다.
"83이에요? 82인줄 알았는데...그럼 2살 연하네요"
그녀는 내가 2살 연하인줄 모르고 나왔나 보다. 낭패였다. 식사 내내
분위기를 맞추려 나름대로 애쓰며 대화를 이끌어 냈으나 그녀의 반응은
밍숭맹숭 이었다.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어차피 안될거 열심히 라도 하자"
정말 작정하고 속사포 처럼 말을 쏴댔다. 얼굴이 시뻘게지며 토크쇼를 진행했다.
근데...ㅋ
30분쯤 지났을까? 그녀가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 호호호가 아닌 하하하... 의외로 호탕한 웃음의 소유자 였다.
"사실 연하 싫어 하는데 대화해보니 그쪽은 연하 같지 않네요. 애늙은이? 같아요"
사실 그랬다. 어릴적 부터 산전수전을 다 겪어서 친구들도 너무 진지하다며
놀려댔는데...오히려 그녀에겐 호감으로 작용했나 보다. 자신감이 생겼다.
식사를 마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맥주 한잔 어떠세요? 대리 불러 드릴게요"라고 하자
"집이 요 앞이니 한잔 정도는 괜찮아요. 술 깨고 가죠 뭐" 라는 반응...
그녀는 쿨했다. 정말. 안따라올줄 알았는데...
이어진 2차 맥주집에서는 그녀도 내 대화에 동참했다.
"하하하" 그녀의 호탕한 웃음은 몇번이나 나왔고,
애쓰는 내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그렇게 열심히 안하셔도 돼요. 좀 쉬면서 말하세요" 라고 했다.
그렇게 한 시간쯤 흘렀을까? 어느 덧 우리는 헤어질 시간이 됐고.
계산을 하고 엘리베이터에 탄 순간. 그녀는 갑자기 머리핀을 꽂았다.
거울을 보며...
"저 어때요? 어울려요?"
"네 너무 잘 어울리시네요"
나한테 호감이 있어서 였을까 아님 원래 애교가 많은 걸까?
잠깐 생각했지만 생각을 무색하게 만드는 그녀의 미소에
난 또 녹아내렸다.
'잡아야겠다. 아니 무조건 한번은 더 만나고 싶다...'
헤어지는 길에 다음 약속을 청했고 그녀는 흔쾌히 수락했다.
그러나 소개팅을 해 본 결과 이렇게 말하고 차이는 경우가 허다해서
계속해서 다짐을 받아냈다.
"꼭 다음에 보는거에요. 저 싫으셔도 한번만 더 만나죠. 연락 꼭 받으세요"
싫을법도 한데 그녀는 미소로 답했고. 난 그녀가 먼발치에 보일때까지
외쳐댔다. "다음에 꼭 만나는 거에요~"
두근두근두근...심장이 쿵쾅대서 정신이 없었고 주선자 형에서 전화해
연신 고맙다고 했다. 참 실감이 안났다.
과연 내가 저 여자랑 사귈수 있을까? 설레는 맘을 주체못하며 다음 만남을
계획했다.
"크리스마스에 만나자고 할까?"
이후의 일이지만 크리스마스는 특별한 사람과 보내는 날이라며 거절했다. 참...쿨했다.
그래서 생각한 2번째 만남의 주제는 '과속 스캔들'
과속 스캔들 영화표를 예매 한 후 연락했다.
"저기..영화 안 보실래요? 과속 스캔들이라고 참 재밌다고 하던데...
저희도 과속 한번 하죠" ㅋㅋㅋ 지금 생각하면 참 유치했지만 그녀는 웃었다.
두번째 만남. 그녀를 만나러 가는 길. 내 주머니 속엔 포장된 머리핀이 있었고
이 머리핀은 우리의 사랑을 완성 시켜 주었다.
이후의 이야기는 생략할게요ㅋ
-저희 부부 첫만남의 이야기 였습니다.
지금은 예쁜 딸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결혼 4년차 유부남 입니다.
와이프에게 보여주려고 한번 써봤네요.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