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P는 평소 헛것을 잘보는 편이다.
학창시절에는 멀쩡히 지나가다가도 「뜨악!!!!」하며 뜬금없이 놀래며
「방금..방금 봤어, 봤어?」라며 호들갑을 떤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냥 엉뚱한 말뿐이다.
방금 지나간 새가 자길보며 웃었다. 인간의 얼굴을 했다.
처음에는 애가 이상해보여서 무서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저 웃겼다.
어른이 되서도 그런 P의 행동은 여전했다.
나는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자 한달정도 배낭여행을 다녀오느라 P를 만나지 못했다.
여행을 다녀온 후 만난 P에게서 몇일 간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P가 티비를 보다가 거실에서 잠이 들었다.
무슨 꿈을 꾼것도 아닌데 눈 딱!하고 그냥 말 자연스럽게 떠졌다.
방 천장을 멍하게 보고있다가 베란다 쪽에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고개를 천천히 돌려보았다.
「흡!」터져나올것 같은 비명을 두손으로 꽉하고 눌렀다.
베란다에 빨간손이 둥둥 떠 있었다.
'도둑인가? 아니면 귀신?'
아무런 미동없이 허공에 둥하고 떠있는게 도둑같진 않았다.
너무 무서워서 그냥 이불을 덥고 잠을 잤다고 한다.
다음날 눈을 떳을땐 빨간손은 사라지고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후에도 밤마다 나타나는 빨간손 때문에 너무 힘들었다고 한다.
매일 거실에서 자다가 하루는 가족들 모임으로 자기 방에서 자게 되었다고 한다.
그날은 빨간손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아, 혹시 내방에서는 나타나지 않는건가?」라고
혼자 중얼거렸다. 몇일간 자기 방에서 잠을 잤다고한다.
예상대로 빨간손은 나타나지 않았고
그렇게 P의 기억속에서 빨간손은 잊혀지고 있을때쯤이 였다.
그날도 티비를 보다가 거실에서 잠이 들었다고 한다.
누군가 P의 이름을 부르면서 일어나라는 소리에 벌떡 일어났다고 한다.
눈을 떠보니 주변은 그냥 깜깜했고 사람의 형태는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괜히 오싹한 기분에 방으로 가려는 찰라.
전과 같은 이상한 기분에 베란다를 보았더니 또 다시 빨간손이 나타났다. 이번엔 두개........
매번 사람의 한사람의 양손처럼 보였으나 오늘은 혼자가 아닌듯 했다.
「당장 꺼져버려!!」라고 크게 소리를 치니
안방에서 어머님이 뛰쳐나오셨다.
「무슨 일이야?」
P는 벌벌 떨며 「베..베란다에 빨간손이 둥둥 떠있어!」라고 소리를 질렀다.
「하하하하하하 P야 잠이 덜깬거야? 그래서 엄마가 방으로 가서 자라고 소리쳤잖아」
순간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깨났던건 안방에서 거실를 향해 소리치던 어머니의 목소리였다는걸 알았다.
「하하하하핰하하하하학 푸하하하하하하하」
무서울 정도로 심하게 웃고 있는 엄마를 보니 P는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불을 켜 보았다.
아뿔사.
베란다에 있던것은 빨간 고.무.장.갑
어머니가 자기 전 말려두신다고 베란다 철장에 걸쳐두었다고 하셨다.
말려두시는데 좀 뒤집어서 말리시지...
왜 모양 그대로 두셔서 사람을 이렇게 놀라게 하는가.
P는 순간 얼굴이 뻘개졌고 그 동안 저 고무장갑 따위에 벌벌 떨었던
자기 자신이 너무 창피했다고 한다.
계속해서 웃어대는 어머니 때문에 아무런 말도 못하고
방으로 들어가 이불속에서 작은 소리로 「악!」하고 비명을 질렀다고 한다.
그렇게 밤새 창피함에 몸부림 치다가 잠이 든 P였다.
다음 날 저녁.
「오늘 저녁에는 고무장갑 같은거 널고 그러지 마세요. 제가 어제 얼마나 창피했는지 아세요?」
「고무장갑? 엄마가 널어둔 장갑말이니? 그게 어쨌는데? 어제는 왜?」
「몇일간 어머니가 널어 놓으셨다던 고무장갑을어제 잠결에 보고 놀래서 소리 지르니 어머니께서 나오셔서 놀리셨잖아요! 무서울 정도로 웃으셔서 제가 얼마나 창피했는데요!」
「무슨 말이야. 어제 엄마랑 아빠는 부부동반 모임때문에 별장에서 자고왔잖니.」
그날 밤 P의 집에는 P혼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