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경기도에 사는 24살 여자대학생입니다.
이 일은 어제 4월 6일 토요일 오전 10시쯤 있었던 일입니다.
어제 오전 10시쯤 저는 이수역에서 사당행 4호선 열차를 탔습니다.
고시생 신분이라 평소에 잘 꾸미지 않고 맨날 바지만 입고 다녔는데
어제는 오랜만에 중학교 친구들을 만난다고 좀 짧은 치마를 입었어요 흰색 레이스로 된..
10시 5분쯤이었을거에요 열차가 사당에 도착해서 제가 내리려고 뒤를 딱 도는 순간
제 시야에 비정상적인 위치에 있는 핸드폰이 보였습니다.
그림의 도움을 잠깐 빌리자면 저는 내리는 문 반대편 문 앞에 서있었고
그놈은(몰카를 찍은 나쁜 놈이므로 놈이라고 칭하겠습니다..) 언제부터인진 모르겠지만 노약자석에 앉아있었습니다.
제가 내리는 문이 반대쪽인 걸 알고 내리려고 몸을 딱 도는 순간
노약자석 끄트머리에 앉은 그놈이 핸드폰을 노약자석 끝에 있는 그 철봉 같은거? 의자 끝에 달린
철봉 같은거 있잖아요 거기 밖으로 손을 빼고 핸드폰을 거의 바닥에 두고 있는 걸 보았습니다.
제가 설명이 잘 안되는 것 같아 그림을 그렸는데.. 그림도 그닥이네요 죄송합니다
여튼 그래서 아 저건 몰카다 하고 직감이 딱 왔습니다.
문은 이제 열리고 사람들은 내리려고 하는데 그 3초도 안 되는 순간 많은 생각이 들더군요
'어떻게 해야 하나, 찍었냐고 물어볼까, 그냥 모르는 척 내릴까 어떡하지..' 등등
요새 많이 본 지하철 변태남 판들도 생각이 나구요..
평소에도 겁이 많아 밤에 화장실도 혼자 잘 못가는 저였는데 그때는 왜였을까.. 잘 모르겠습니다.
그놈을 딱 잡고
"저기요 지금 사진 찍으신 거 맞죠?" 라고 물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아마도 그놈보다는 그놈이 찍은 제 사진이 유포되는 게 더 무섭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 안에 있던 용기가 솟아난 것 같아요.
그놈은 좀 어리버리하게 "아니에요.." 라고 말을 얼버무리면서 하더군요.
근데 그러면서 핸드폰을 딱 만지는데 순간 그 카메라 촬영하다가 끄는 장면 있잖아요 그게 보였습니다.
확실하다는 생각과 함께 그놈이 좀 어리버리한 걸 느끼는 순간 또한번 용기가 솟아났나봐요
심장이 요동을 치며 덜컹덜컹 떨리는데 그사람의 팔을 딱 붙들고 내리면서 다시 한번 물어봤습니다.
"사진 찍으신 것 같은데.. 찍으신 것 맞죠?" 라고..
그러니까 그사람이 아니라고 하면서 핸드폰을 만지더라구요 파일을 지우려고 하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핸드폰을 딱 낚아챘습니다.
그리고 살짝 봤더니 사진이 아니라 동영상을 찍고 있었더군요.
혹시 다른 동영상인가 싶어(그순간에 혹시 제가 오해한 걸수도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어서..)
재생을 눌렀더니 바로 제 다리가 나왔습니다..
그래서 핸드폰 한손에 쥐고 한손은 그사람 팔 붙들고 사당역에 내려서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예전에 판에서 도움을 요청할 때는 한 사람을 정해서 요청해야 도와주신다고 했던 글을 본게 생각이
나서 사당역에 줄서있는 분들 중에 어떤 인상 좋은 아저씨 앞에 가서 도와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근데 그분이 너무 당황하셨는지 제 말에 아무런 미동이.. 없으시더라구요ㅠㅠㅠㅠ
그냥 멀뚱멀뚱 저를 바라보기만..
그때부터는 주위에 사람들도 많고 내 옆에는 변태남이 있고.. 뭔가 몸이 덜덜 떨리고 손도 떨리고
말도 떨렸습니다. 근데 그 옆에 서 계시던 어떤 젊은 남자분이 와서 정확히는 지금 기억이 안나는데
아마 무슨일이냐고 물어보셨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사진을 찍혔다고, 신고하고 올 테니 좀만 잡아달라고 말을 했던 것 같아요 아마도
그리고 어떻게 신고를 해야하나 주위를 둘러보니 생전 처음 보는 빨간색 SOS 기계가 보였습니다.
지하철 역에 이런 게 있는지 몰랐는데 있더라구요
가서 내려와달라고 하고 도와주시는 분이랑 저랑 그놈이랑 같이 있는데 그놈이 갑자기 빌더군요..
파일 지울테니 한번만 용서해달라고
그러는 사이 사람들도 이쪽을 보고 웅성웅성거리고 아주머니들은 관심갖고 저한테 뭐라고 말씀해주신것
같은데 지금 기억이 잘 안나네요..
그사람이 제 팔을 붙들고 손을 붙들면서 용서해달라고 하는데 뭔가 몸이 닿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치면서 이제는 눈물이 났습니다ㅠㅠㅠㅠ
그 도와주시는 남자분이 옆에서 하지 말라고 여자분 놀라신것 안보이냐고 올라가서 얘기하라는 식으로
말씀하시는 것 같았어요. 근데 그놈이 위에 가면 안된다고 여기서 해결해야한다는 식으로 말하더라구요 아마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 같았어요..
잠시 후에 역무원 두분이 내려오셔서 그놈과 저는 같이 고객센터? 같은 곳으로 올라갔습니다.
(아 그때 그 도와주신 분은 함께 안가셨는데 그때 제가 너무 놀라고 경황이 없어서 인사를 제대로 못드렸어요 이 자리를 빌려 그때 정말 감사했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올라갔더니 역무원분들께서 이미 경찰에 신고를 하셨다고 오실때까지 잠시 기다려달라고 하셨습니다.
조금 이따가 경찰분이 오시고 어디로 같이 가자고 하셨어요.
이때 티비에서만 보던.. "당신을 성폭력특별법 몇조에 의거해서~~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고~~"
이 장면을 보았습니다. 경찰분이 그놈 어깨에 손을 탁 짚고 이 말씀을 하시는데.... 그 상황에서도 멋있고 신기했습니다ㅠㅠㅠㅠ
암튼 어디로 가는데(나중에 알고보니 지하철역 안에 있는 지하철경찰대로 가는 거였어요.)
제가 시간이 없어서 나중에 전화 주시면 안되냐고 했더니 그래도 된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제 연락처랑 주민번호 등등 남기고 그놈핸드폰 경찰분께 드리고 왔습니다.
경찰분 기다리는 동안 처벌 원하냐고 물어보시면 어떻게 하지 생각하고 있었는데(어디서 본것만 많아서^^;...)
몰카촬영 같은 건 피해자 의사와 상관없이 무조건 처벌된다고 말씀하시더라구요
다행이다 생각 들면서 한편으론 그냥 파일만 지우고 갈껄 그랬나 생각도 잠깐 들었습니다ㅠㅠ
(그놈 핸드폰 봤을때 잠금화면에 와이프 또는 여자친구로 보이는 여자분 사진이 있었거든요)
암튼 그렇게 그날 사건은 끝이 나고 나중에 전화 와서 조서 쓰러 직접 와야된다고 하셔서 월요일에 가기로 했습니다.
판에서 이런 일들 많이 봤지만 실제로 저에게 일어날 줄을 정말 꿈에도 생각 못했는데 일어나더군요..
(제 얘기를 듣고 제 동생이 누나 얼굴을 봤으면 안찍었을텐데 그놈 눈이 나빴나보다..라는 소리를 했더라는.. 콱!!)
저는 겁이 많아서 이런 일 당해도 잡을 수 있을 거라고는 저도 제 주위사람들도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는데 막상 당하니 저절로 그렇게 되었습니다.
부모님은 제가 잡았다고 하니 장하다고 하시면서도 다음부터는 다칠수도 있으니 잡지 말고 신고부터 하라고 하셨는데, 이번일 겪으면서 아 이런 사람들은 직접 할(?) 용기가 없으니 몰래 사진을 찍는 찌질한 사람들이구나 라고 느꼈습니다.
그러니 다른 여자분들도 저와 같은 일을 당했을 때 그냥 넘어가지 마시고 꼭 잡아서 처벌할 수 있도록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시한번 도와주신 남자분 정말정말 감사드리고 또 제가 신고하고 나서도 신고 못한 줄 알고 SOS기계에
가서 다시 신고해주시던 어떤 여자분, 관심 가져주시던 아주머니들 감사드립니다.
그럼 모두들 좋은 주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