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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무서운 이야기 17

그라시아스 |2013.04.11 23:05
조회 1,287 |추천 3

출처 - 웃대 (못된야옹)님 -

 

 

 

 

 

 

 

 

 

 

 

 

 

8부. 愛 와 哀




















잠들어있는 사람들을 깨우려는듯 따뜻한 햇빛이 창문틈새로 녹아들며 어두운 공간을 환하게 비춰갈때쯤, 익숙한 소리에 신경질적으로 이불을 뒤집어쓰는 이가 있었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지이이잉'




정확한 간격을 두고 울리는 그 소리는 약이라도 올리려는듯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었고, 짜증이 머리끝까지 올라왔는지 덮고있던 이불을 내팽게치며 자리에서 일어난 이는
소리의 근원지라고 추정되는 책상앞으로 걸어갔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책상위에서 마치 자신의 주어진 일이라 멈출수 없다는듯한 강한 사명감을 내비치는 핸드폰을 잡은 그는 있는힘껏 바닥에 던져버렸고, 잠시후 바닥과 부딪히며 내는 요란한 소음이
방안을 울려퍼졌다.
그러나 그렇게 호되게 당하고도 녀석은 아직 포기하지 않았는지 연이어 자신의 몸을 부르르 떨며 비명을 질러데고 있었다.



'지이이이익'



'지이이이익'




그렇게 세게 던졌는데 박살나서 제기능을 못하기는 커녕 자신의 본분을 잊지않는 그 모습에 과연 '삼선' 제품이구나 하며 탄성을 자아내기는 개뿔.. 애써 그 소리를 외면하고 방을 나와
화장실로 향하는 그였다.
그모습을 누가 보고있었다면, '새끼 배터리를 빼던지 꺼버리면 될것을 참 무식한 새끼네.. 뇌가없나?' 라고 말했을 법한 그 당사자는 다름아닌 이기준이었다.



차가운 물을 콸콸 틀어 세안을 마친 난 거울에 비친 물기가 뚝뚝 떨어지는 내모습을 한참동안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일이 있은지 벌써 10일이란 시간이 지났다. 나때문에 또 다른 한사람이 희생된 일이..
준석에게 별달리 특별한 감정은 있지않았다. 아니 오히려 있다면 지독하게 괴롭혀왔던 지난날의 기억들로인해 분노라는 감정뿐이겠지.. 그래 그래야 맞았다.
그런데 그 미친자식은 마지막에 어울리지않게 사과를 하지않나 자신의 아픈과거를 들려주질않나 심지어 나대신 죽어버렸다. 차라리 끝까지 괴롭히든가.. 왜 날 이렇게 만드는건데 왜!!


그날밤 싸움의 흔적은 나이트메어에 의해서 처리했지만 녀석의 시신만은 어찌할 도리가 없어 그냥 두고올수밖에 없었다.
세간에서는 준석의 죽음이 단순한 묻지마 범죄라고 단정지었고 그렇게 녀석의 장례는 찾는이하나없이 초라하게 치뤄졌다.
반아이들은 쌤통이다 잘됐다는듯한 얼굴이 지민이의 죽음때와 마찬가지로하나의 화제거리로밖엔 생각하지 않는다는것을 반증해주었고, 그나마 같이 어울리던 김민기 김동혁마저 준석의 죽음에 별다른 감흥이 없어보였다.


그렇게 하루 이틀 시간이 흐르자 세상은 그 어느때와 같이 돌아갔고 준석의 죽음은 순식간에 아이들의 기억속에서 사라져버렸다.
학교를 도저히 가지 못하겠었다. 내가 마치 살인범이 된것같았으니까, 아니 어쩌면 내가 죽인거나 다름없기에 살인범이 맞을수도 있었다.
방안에 틀어박혀 억지로라도 오지않는 잠만 청하며 시간을 죽이는게 내가 지금 할수있는 전부인것 같았다. 학교에 가지않은지도 어언 일주일째 아무연락도 없이 무단결석을 함에따라 담임선생님의 전화가
이제 아침 알람을 대신하고 있었다.










'이제 슬슬 마음을 다잡을때도 되지않았나? 어차피 그 인간이랑 각별한 사이도 아니었잖아'


나이트메어의 말에 현실로 돌아온것도 잠시 난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차갑게 대꾸했다.




"킥킥.. 역시 신이라는 것들한테는 하찮은 창조물일뿐인 인간따위의 목숨은 별것도 아닌것이군 킥킥.. 누구때문에 여기까지 온건데.. 애초부터 지민이 죽음에 대한 미안함따윈 안중에도 없었겠지.
단순히 나를 끌어들이려는 역겨운 가식이었을뿐.. 안그래 악마양반?"




'말돌리지마라, 지금의 넌 단순히 도망치고만 있을뿐이다'





"킥킥킥.. 그래 도망치고있지 어디사는 누구때문에.. 각별한 사이? 어떤 인간이었든 간에 나때문에 사람이 죽었다고!! 근데 그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인가? 하긴 댁들눈에 어디 그까짓게 가당키나 하겠냐만은!!"





'.........'





"인간인 난 절대 아니라고!! 매일 밤마다 준석이의 고통스러운 비명소리가 들려!! 그날밤 그순간이 내눈앞에 펼쳐진다고!! 난... 난 말이지... 흐흐흑..."





어느샌가 볼을타고 흐르는 물줄기로 내 목소리는 크게 떨리고 있었고, 그런 나를 조금은 이해하는듯 나이트메어는 침묵으로만 일관한채 아무 말이 없었다.






"흐흐흑... 무서워...정말 너무 무서워서 견딜수가 없어...흐흑.. 내가 조금만더 빨리 진실을 알아차렸더라도.. 조금만더 강했더라도.. 이런일은 없었을거아냐... 흐으으.."



'네 잘못이 아냐.. 넌 정말 최선을 다했고 나로써도 어쩔수 없는 일이었다.. 다시한번 사과하마..
...미안하다. "







"나이..트메어.. 흐흐흑... 날.. 제발..날.. 잡아줘.. 도망치고 싶어.. 미칠것만 같아.. 흐흑..."












화장실에 쪼그리고 앉아 서글프게 흐느끼는 기준에게서.. 나이트메어는 인간들의 슬픔이란 감정을 절실하게 느낄수있었다.





그리고 어느샌가 떨리는 기준의 주위로 검은빛의 아지랑이가 마치 그를 토닥거려주는듯..



부드럽게 그의 몸을 감싸고 있었다...































사방이 빼곡한 나무들로 가득한, 마치 숲속을 거닐고 있다고 생각해도 무방할정도의 울창함을 자아내는 이곳은 서울 외곽지역에 존재하고있는 사찰이다.
서울에 이란곳이 있다는게 믿기지 않을정도의 규모와 주변 건축믈들과의 언밸런스한 조합이 이상하게 보일법도 한데 신기하게도 한번 와본 사람들은 그 부자연스러움의 매력에 매료된듯
발길을 끊을수 없다고 한다.


작은 돌들을 쌓아만든 아기자기한 느낌의 돌담길은 미약한 달빛을 받아 반짝거리고 있었고, 그곳에 한 사내의 그림자가 돌연 나타났다.
이 사찰은 낮동안에만 개방되어있고 밤이되면 일반인의 출입이 불가능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익숙한 사내의 발걸음은 이렇게 들어오는게 처음이 아니라는걸 반증해주는 셈이었다.


어느덧 돌담길을 지나 전각앞에 서있던 그는 뭔가 상심에 빠진듯 고개를 푹 숙인채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않았고, 그의 머리칼이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에 나부끼는것 외엔 시간이 멈춘듯 적막만이 감돌았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그의 발잎에 물방울이 하나둘씩 떨어지기 시작했고, 다른곳은 멀쩡한데 그곳만이 젖어 들어감에 따라 그건 빗방울이 아닌 사내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인걸 알수있었다.


이윽고 사내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았고, 눈물로 범벅이되어 볼썽사납긴 했지만 그 얼굴은 분명 박선우였다.


박선우는 눈앞에서 자신의 후배 이상호의 처참한 죽음으로 인해 비통한마음이 사무쳐 참기 힘들었는듯 쏟아지는 눈물은 멈출줄 몰랐고, 그렇게 얼마간의 적막속에서 소리없는 흐느낌으로
어느정도 털어낼수 있었는지 약간은 후련한듯 편안한 그의 얼굴을 볼수있었다.


"애초에 널 다시부르지 않았다면... 이런 결과는 생기지 않았겠지... 미안하다 '지연'아.. 정말 미안하다.."


나지막히 작게 읊조린 그는 한치의 미동도 없이 주변과 동화되어갔다.



마치 오래전 일을 회상하는듯...



















9부 과거편에서 계속..

추천수3
반대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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