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어느날갑자기(유일한님)
제가읽었던 이야기들중 재미나게 본 이야기입니다.
독서실 이야기 마지막입니다..
그동안 재밌게 봐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마지막화는 이야기가 좀 짧을것같네요..^^
독서실 1화 ; http://pann.nate.com/b318278798
독서실 2화 ; http://pann.nate.com/b318295512
독서실 3화 ; http://pann.nate.com/b318295668
독서실 4화 ; http://pann.nate.com/b318297045
독서실 5화 ; http://pann.nate.com/b318297090
독서실 6화 ; http://pann.nate.com/b318300900
독서실 7화 ; http://pann.nate.com/b318300935
독서실 8화 ; http://pann.nate.com/b318300989
독서실 9화 ; http://pann.nate.com/b318302476
독서실 10화 ; http://pann.nate.com/b318302542
독서실 11화 ; http://pann.nate.com/b318302581
독서실 12화 ; http://pann.nate.com/b318308012
독서실 13화 ; http://pann.nate.com/b318308051
독서실 14화 ; http://pann.nate.com/b318308128
독서실 15화 ; http://pann.nate.com/b318308213
독서실 16화 ; http://pann.nate.com/b318308283
독서실 17화 ; http://pann.nate.com/b318312721
독서실 18화 ; http://pann.nate.com/b318313693
독서실 19화 ; http://pann.nate.com/b318313731
독서실 20화 ; http://pann.nate.com/b318313750
그날 집에 들어오자마자 나는 잠에 들었다.
잠을 자면서 수 많은 악몽에 시달렸지만, 아침에 일어나 보니, 나의 몰골은 악몽보다 더 심했다.
얼굴은 터지고 붇고, 온 몸은 화상과 타박상 투성 이었다.
부모님의 추궁과 잔소리를 들었지만, 나는 오히려 그런 것이 내가 현실로 돌아와 삵고 있다는 증거 같아서 듣기 좋았다.
박 형사 말대로 이상할 정도로 그 독서실에 대한 기사는 한 줄도 나오지 않았다.
하다못해 화재 뉴스라도 날만 한데 신문을 뒤져봐도 한군데 그것에 관한 기사가 없었다.
호기심은 생겼지만, 더 이상 알아볼 의욕도 없어서 그냥 그러려니 하고 관두었다.
그런데, 내 운이 그랬는지, 아니면 누구의 힘이 작용했는지 2달에서 4달 뒤로 연기되었던 군대 입대가 갑자기 앞당겨져서 그 사건이 있은 날 닷새 만에 입대해야 된다고 영장이 나왔다.
부모님은 갑작스런 입영에 서운해하시기도 했지만, 내 스스로는 지옥 같은 기억을 지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입대했다.
많은 부작용이 있는 군대 훈련이지만, 잡념을 가질 시간을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나에게는 참 유익한 시간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명령만 따르고, 밤이 되면 피곤한 몸을 이끌고 그냥 쓰러져 자는...
훈련을 마치고, 자대 배치 받고 고참들의 갈굼을 받으며 하루하루 군대 생활을 하던 어느 날, 갑자기 내 앞으로 면회가 왔다고 했다.
자대 배치 받은 지 며칠이 되지 않아 외부 면회가 되지 않을 텐데 좀 이상했다.
내무반 고참들이 한마디씩 듣기 싫은 소리를 했지만, 부대장이 걱정 말라며 면회소로 데려갔다.
면회소에서 웃으면서 들고 온 치킨을 꺼내놓는 사람은 바로 박 형사였다.
얼굴 몇 군데 흉터가 남아 있긴 하지만, 그때와는 완전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자기 친한 친구가 여기 중대장이라 면회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며 시작한 면회는 결국 그 사건 얘기가 나왔다.
“신문에 안 나 이상했죠? 그 사건...”
“예, 하지만, 그때는 신경쓰기도 싫어서 일부러 모른 척 했어요.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이죠? 그렇게 큰 사건이...”
박 형사는 담배를 하나 집어물고 잊지 못할 얘기를 시작했다.
“그전에도 얘기한적 있죠. 은혜양 아버지가 청와대 거물이라고...
사실은 비서실장이고, 가장 강력한 차기 대권 주자예요.
명목상으로는 2인자라고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실질적 대통령은 그 사람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여하튼 그 사람 입장에서 자기 아들이 아이들을 납치해 엽기적으로 죽이는 살인마라는 것이 소문나기만 해봐요.
차기 대권은커녕 현 정권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큰 스캔들이 되겠죠.
그러니 당연히 은폐에 들어간 것이죠.
수사 담당자는 나 하나 밖에 없었고, 목격자도 표면적으로는 아무도 없었으니까...
그 은폐를 암묵하는 댓가로 나는 2단계 특진을 받아 현재 강력반 반장이예요. 세상이라는 게 참 쉽죠?“
“그런 일이 있었군요... 그런데 은혜는 어떻게 되었죠? 이제 정상으로 돌아왔나요?”
“나도 잘 몰라요. 내가 아는 것은 은혜의 정신적 붕괴가 생각보다 심각해 스위스에 있는 요양소로 보냈다고 하더군요.
아마 은혜 역시 나중에 정치적 부담이 될까봐 보낸 것 같아요... 보통 부모라면 그렇게 하지 않죠.
아픈 자식이 있으면 어떻게든 주변에 두고 치료하려고 들지...”
“은폐 되었다고 하는데, 그럼 전혀 수사도 안 하고 은폐되었나요?”
“아니, 그런 것은 아니고, 내가 수사팀장이 되어 안기부의 지원을 받아 일한씨 훈련소에서 뺑이 치던 한 달간 샅샅이 조사했죠. 물론 아직도 의문투성이지만...”
그러면서 주머니에서 비닐봉지에 담긴 은철이 목에 걸고 있던 붉은 덩어리를 꺼내며 얘기를 했다.
“기억나죠? 일한씨가 이걸 보고 이번 사건의 유일하게 훼손되지 않은 증거라고...
이게 뭔지 알아요? 돼지? 물론 아니죠.
조직 검사 결과 나왔을 때 놀란 것 생각하면... 사람의 심장이라는 거예요.
사람의 심장 근육을 말린 거라는 거죠.
이게 누구의 심장인가 조사해봤죠. 부적으로 쓰이는 것으로...
답은 쉽게 나왔어요.
은철이가 외국 잡지 어디선가 보고, 아버지 이름을 팔고 에콰도루 대사관을 통해 구입했더군요.
황당하죠? 은철이 방에서 발견된 그 심령 잡지에 따르면, 아이들 원귀들이 가장 무서워 하는 부적은 아이들을 수십명 죽인 살인마의 심장이라는 거예요.
그걸 보고 은철이와 독서실 주인은 희생자들의 원귀에 대항하는 부적을 구한 것이죠.“
“그럼 이 살덩어리의 주인공도 살인마란 말씀이에요?”
“그것도 사상 최악의 희대의 살인마예요. 안데스의 괴물'이란 별명을 지니고 있으며 지난 80년 57명의 어린이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어요.
실제로는 300명 이상을 살해했을 것으로 의심받는 희대의 살인마입니다.
이 자가 사형 당했을 때 한 의대에서 살인 유전자를 규명해본다고 연구과제로 이 사람의 시체를 기증받았는데,
거기서 누군가가 심장을 도려내 갔다네요. 아마 이것도 거기서 나온 한 조각이고...”
박 형사의 놀라운 얘기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사실 내가 오늘 여기 온 것은 더 중요한 일때문이예요. 일한씨는 알아두고 있어야 할 것 같아서요...
화제가 진화된 후 수사반이 투입되 그곳에 남아 있던 모든 시체를 수거 부검했어요.
은철을 포함한 모든 시체는 다 발견되었는데, 바로 그 독서실 주인의 시체를 발견할 수 없었어요.”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불타는 방에서 마지막으로 본 그 독서실 주인의 기분나쁠 정도의 광기어른 표정이 생각났다.
박 형사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는지 모르는지 얘기를 계속했다.
“더 기괴한 것은 은철의 시체예요. 온 몸이 이빨 자국이 나 있고 살점이 뜯겨나갔어요.
그런데 그 이빨 자국이 거기서 발견된 아이들 시체의 치아와 일치했어요.
수사반 모두 황당해 했죠. 가장 충격이었던 것은 은철의 심장이 누군가에 의해 도려내진 거예요.
그 상처는 날카로운 칼로 만들어진 상처였고...
여기서 머리 나쁜 내가 할 수 있는 추리는 하나밖에 없어요.
주인은 아이들의 살인마였던 은철의 심장을 도려내서 자기의 부적으로 쓴 거예요.
그 부적을 이용해 원귀들을 피해 거기서 탈출했고...
사실 말이 안 돼요. 그 불길 속에서 살아남을 정상적인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다시 생각해도 말도 안 돼죠...
휴... 이런 얘기를 주변에 해봤자 정신병자 취급받는 거 압니다.
원귀며 부적이며... 그 현장에 없었던 사람은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얘기죠...
그래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일한씨를 찾아온 거예요...“
나는 박 형사, 아니 박 반장의 얘기를 듣고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꼈다.
그 살인마인 독서실 주인이 살아있다니...
얼이 빠져 있는 나에게 박 반장은 마지막으로 일어나면서 한 마디 더 했다.
“오늘 자로 저 1년 휴직 했습니다. 휴직한다고 하니 모두들 좋아하더군요.
위에서는 더 이상 이 사건 가지고 시끄러워질 걱정 없다며, 밑에서는 갑자기 올라간 놈 부담스러웠는데 휴직한다고 잘 되었다며...
이 사건 은폐하는 댓가로 팔자 고칠만할 돈도 받았습니다.
그래서 이 사건을 통해 얻은 시간과 돈을 가지고 그 주인 놈을 끝까지 추적할까 합니다.
어짜피 경찰에서는 공식적으로 없는 사건이니까요.
하지만, 제게는 1류 안기부 팀들과 국과수 팀들이 1달 동안 조사하고 분석한 자료도 있어요.
공식적으로는 파기된 자료지만요...
혼자 하는 싸움이지만, 가끔 말상대가 필요할 것 같아서 일한씨 찾아왔습니다.
나중에 시간나면 또 들리죠...“
너무 충격적인 얘기였다. 모든 것을 버리고 그 놈 뒤를 쫓겠다니...
지금 생각해 보니 박 반장을 이걸 노리고, 은폐를 묵인한 것이지도 모른다.
박 반장이 진상을 폭로해 봤자 믿을 사람 아무도 없고 수사도 못하게 될 테니까.
그래서 협력하는 척 하고, 필요한 것 얻어내고 자기가 원하던 수사를 시작한 셈이었다.
위병소에서 멀어지는 박 반장의 뒷모습을 보니 서늘한 기분이 들었다.
박 반장에게서 두 번째 연락이 온 것은 그 때 헤어지고 나서 거의 1년 후의 일이었다.
그 때는 직접 찾아오지 않고, 편지로 왔다. 내무반에 앉아서 TV를 보면서 졸고 있던 어느 봄날이었다.
이게 편지의 끝이었다.
나는 은혜의 소식을 받고 큰 충격을 느꼈다.
그럴 애가 절대 아닌데...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은혜가 저지른 살인의 원인인 단 한가지뿐이었다.
그 연쇄 살인범의 심장 조각을 삼키는 바람에 뭔가가 일어났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나만의 허황된 추측이고 가슴만 아파왔다.
한참을 즐겁게 살 아이가 이런 끔찍한 일에 휘말려 또 하나의 괴물이 된 것이...
그리고 자기 인생을 포기하고, 그 놈 뒤를 쫓는 박 반장이 안쓰러워졌다.
박 반장의 집념은 비정상적으로 보일 정도였다.
뭔가에 홀린 사람처럼 그 놈을 쫓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박 반장에 대한 생각도 몇 주 가지 않았다.
시간이란 마약은 참 대단한 것임을 다시 느꼈다.
그 끔찍하고 괴로웠던 사건이 이제는 예전과는 달리 가끔씩 꾸는 악몽거리로 전락하였다.
망각이라는 인간이 갖은 최고의 간사함과 편리한 기능을 느끼며 감사했다.
박 반장에게 마지막으로 연락을 받은 것은 그로부터 6년이 지난 바로 며칠 전이었다.
나는 그 독서실 사건에 대해서는 거의 다 잊어버리고 살게 되었다.
솔직히 그 사건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 한 것은 그 이후 독서실을 들어가지 못한다는 것을 빼고 아무 것도 없었다.
그것도 나이가 들어 갈수록 독서실 갈 필요가 없으니까, 거의 불편한 것이 없다는 것이 맞는 말이었다.
박 반장에 대해서도 가끔씩 생각나는 사람정도지, 내 인생에 별로 중요한 사람같이 느껴지지 않았다.
가끔씩 그 사람이 생각나면 느껴지는 감정은 안쓰러움이었다.
지금쯤은 포기하고, 자기 생활 하고 있겠지... 라며 나의 무책임감을 애써 합리화 시키려 했다.
유학 준비를 끝내고, 출국준비를 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알지 못하는 주소로부터 메일이 왔다. 발신인을 보니 박 반장이었다.
처음에는 누군지 알 수 없었다. 박 반장이 보낸 것을 알아차리는 순간,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내가 어디에 있어도 연락하는 것을 보니, 역시 경찰이라는 것과 연락할 때 마다 항상 새로운 방식으로 하는 것이 우스웠다.
하지만 그 웃음은 단 두 줄인 메일 내용을 보자마자 사라졌다.
< 오늘 9시 뉴스를 보세요. 그 놈이 세상에 다시 나왔답니다...>
하루 종일 불안하고 초조했다. 그 미친 살인마가 다시 나왔다니...
시계가 9시를 가르치자 나는 피가 마르는 기분으로 TV를 켰다.
9시 뉴스의 탑 기사거리는 역시 몇 달 앞으로 다가온 대선이었다.
거기에는 예의 은혜의 아버지의 가증스러운 얼굴이 여러 번 나왔다.
그리고 여름 장마 뉴스에 휴가철 피서지 뉴스등 별로 쓸데없는 뉴스들이 주를 이루었다.
나는 박 반장이 틀렸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안도감을 느꼈다.
그때였다.
뉴스 앵커가 심각한 표정으로 “급증하는 어린이 유괴” 라는 타이틀로 기사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자마자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나는 화면을 보고 온 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그 아파트 자리가 바로 독서실이 있던 빌딩 자리였던 것이었다. 기사는 계속되었다.
그 CC-TV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초등학교 2학년 정도 되는 여자 아이에게 날씨에 맞지않게 코트와 모자를 걸친 사람이 접근하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그 남자가 여자 아이를 잡아서 입으로 뭔가 약품을 먹인 후 코트 안으로 안고 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짧은 순간이어서 뉴스는 나름대로 확대하고 슬로우 비디오로 보여주었다.
하지만, CC-TV의 한계로 그리 선명한 화면이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 코트를 입은 범인 역시 CC-TV를 의식했는지 모자와 얼굴에는 복면을 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보여준 확대 정지 화면에서는 그 남자가 아이를 코트 안에 안은 채 고개를 돌려 CC-TV를 바라보는 것이었다.
나는 그것을 보는 순간 온 몸이 얼어붙는 듯한 전율과 공포를 느꼈다.
뉴스에서 뭐라고 떠드는 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CC-TV에 비추어진 그 범인의 눈빛은 내가 평생을 잊을 수 없는 그 독서실 주인의 싸늘한 그 눈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