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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말상초, 살아남은 커플들의 현명한 대처법.

여병장 |2013.05.13 23:29
조회 7,903 |추천 12

 

 

     참나! 이등병 때는 보고 싶다고 난리법석을 떨던 철수 네가, 어쩜 그래? 전화기를 붙들고 살면서 선임이 부르면 전화 끊어야 되서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게 하더니. 일 년 만에 어떻게 이렇게 변하나 싶다. 상병 진급 하더니 참 편해졌나 보지? 보통 전화 오는 시간에 전화가 없는 날이면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는 알까? 아무 말 없이 전화 없는 것도 한두 번이지.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 야. 내 남자는 안 그럴 거라고 생각한 내가 미쳤지. 뻔뻔한 놈. 다음 날 아무렇지도 않게 철면피 딱 깔고 “어제 걱정했지?”가 아닌 “뭐해?”라니. 그러고는 너 힘든 것만 주구장창 얘기하고 끊어버리는 것도 휴. 군대의 커플들이 제일 많이 헤어진다는 전설의 일말상초, 난 그 까짓 거 믿지도 않았어. 근데 너무 무심하잖아. 이것저것 다 신경써주던 예전 네 모습이 그립고 속상했는데, 군대에 있는 너 힘들어 할까봐 말도 못했어. 그래도 내 마음을 언젠가는 헤아려줄 거라 생각했지. 근데 상병 달고 더 돌변한 너. 처음에는 서운하다가도 자꾸 반복되다보니 이제는 너무 익숙해져서 화조차 나질 않아. 아무래도 지친 거지 내가…….

       휴. 뭐라고? 당황스럽네. 우리 얼마 전 휴가 때는 재밌게 잘 보냈었잖아. 어째 이렇게 갑자기 지쳤다는 거야? 혼자 연애하는 거 같네. 너무 이기적이지 않냐? 너만 그런 줄 아나본데 큰 착각이야. 나도 밖에서 학교 다니느라 일하느라 바쁜 너 생각해서 내 마음 다 털어놓지 못한 거는 알고 있기나 해? 밖에서 바쁘고 힘든 거처럼 군대도 힘들어. 오랫동안 만났으면 말 안 해도 알 거 아냐. 미쳤다 진짜. 선임들이 다 일말상초, 일말상초 하던 이유가 있었네!


 

에이 설마, 우리 커플은 아니겠지……하다가도

소리 소문 없이 문을 두드리는 일말상초.

 

일말상초, 그게 뭐야? 그런 거 개나 물어다 주세요라며

끝까지 현명하게 이겨낸 염장 커플들의 비법,

부디 가르쳐 주소서!

 



기대하고 추측했더니 오메, 다 틀렸어...

      인간관계의 수많은 갈등은 어긋난 기대와 추측으로부터 시작됩니다. 다른 사람은 아니더라도 그녀의 마음만은 내가 읽을 수 있다고 장담할 때. 다른 사람은 아니더라도 그만은 내 마음을 읽어주길 기대하고 있을 때. 어이쿠, 착각도 이런 착각이 없습니다. 상황은 점점 꼬이고 꼬여서 돌이킬 수 없는 꽈배기가 되어버릴 건 뻔해요 뻔해! 아이러니하게도 친밀하고 오래만난 관계일수록 서로 오해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린 몇 년이나 만났는데” 라든지 “우린 이렇고 저런 사이인데”라는 등의 생각은 위험합니다. 벌써 그 말들 안에 ‘내가 상대방을 잘 아니까 상대방 역시 나를 잘 알거다’라는 기대심리가 드글드글 거리잖아요!


        물론 오랫동안 교제를 해왔다면 서로의 마음과 행동을 꽤나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을 겁니다. 과거에 같이 지내왔던 상황이나 일들을 근거로 미래의 행동을 추측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당신이 항상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있다고 믿는 당신은 너무 순진합니다. 잘 아는 것과 완벽하게 아는 것은 명백히 다르죠. 말하건대 우리는 소크라테스의 명언처럼 자기 자신을 아는 것도 버거운 사람들입니다.


       예를 들어봅시다. 음식점에 가면 매일 치킨 샐러드를 시켜먹는 그녀. 전화를 받으러 그녀가 잠시 자리를 비운 동안 당신은 그녀를 위해 샐러드를 주문해 놓습니다. 와 이정도면 정말 센스 있는 남자다는 소리 듣겠지? 어깨를 으쓱거리고 입을 씰룩거리며 그녀가 돌아와 ‘우리 자기가 최고’라는 말로 녹여 주기만을 기다립니다. 그런데 웬걸? 자리에 돌아와 샐러드를 마주한 그녀의 안색이 앞에 놓여 있는 콜라보다 어둡습니다. 망했다. “나 오늘은 샌드위치가 먹고 싶었는데……. 특히 여기가 그게 맛있거든…….” 이처럼 사람들의 행동은 언제나 바뀔 수 있고 누구나 자신만의 조그마한 비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림 1을 완성시키면 어떤 모양일까요? 맞아요, 많은 사람들이 이등변삼각형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은 그림 4와 같은 별모양 그림인 걸 알면 ‘저걸 어떻게 알아’라고 말합니다. 그림 3처럼 단서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더 정확하게 추측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상대방의 마음과 행동을 추측할 때는 많은 단서가 필요합니다. 몇 년 동안 뜨겁게 열애했던 애인이 결혼하고 보니까 트랜스젠더였다는 웃지 못 할 상황. 말도 안 돼! 라지만 실제로 일어나는 일들입니다. 상대방을 잘 안다는 착각에 빠져 수많은 단서들을 놓친 당신 탓을 해야죠.

 



마술사도 아닌데, 말을 해야 알지 말입니다!

        일말상초의 함정 역시 바로 이런 기대와 추측에 있습니다. 일말상초 쯤 되면 이제 군대 생활에 대해 알만큼 알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 커플 서로도 군대 생활에 매우 익숙해졌음을 의미합니다. 남자친구는 군대라는 사회에 적응하고. 여자 친구는 군 입대한 애인에게 적응을 하고. 서로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꿰고 있게 됩니다. 여자 친구가 몇 시 몇 분에 일자리에서 나오는 길이며 또 남자친구가 몇 시에 청소를 하러 가야하는지도. 이제는 너무나 익숙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말하지 않아도 서로 이해해 줄 거라 기대하고 또 자신의 추측이 맞는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청소 때문이 아니라 다른 급한 일이 있어서 가야 하는 군인 남자 친구에게 “아직 청소시간이 아니잖아”라고 말하며 ‘내게 마음이 식은 게 분명해’라며 우울해 하는 그녀. 또 분명히 일자리에서 나와서 집으로 가고 있는 길인데 전화를 받지 않고 있는 여자 친구가 서운한 그 남자. 모두 의사소통의 부재입니다. "나 후임이 새로 들어와서 PX에 음식 사주러 일찍 가봐야 할 것 같아" 라든지 "오늘 일자리에서 밀린 일이 있어서 처리하고 나오느라 늦게 끝났어. 많이 기다렸지?"라고 솔직히 말해 보시길! 또 기분이 나빴다면 상대방이 자신의 기분을 헤아려 주기 전에 ‘이렇고 이래서 기분이 나빴어.’라고 입을 열어 말해보세요. 아 물론, 화를 버럭버럭 내면서 말하라는 게 절대 아닙니다!


         서로의 마음을 알아주길 기대하고 또 내 자신이 상대방의 마음을 알고 있다고 철썩 같이 믿는 것은 헤어짐으로 가는 고속도로입니다. 물론 드러내지 않아도 서로 이해한다면 얼마나 로맨틱하겠습니까? 마술사가 아닌 우리. 사람의 마음을 읽으려고 하는 독심술에 중점을 두지 말고 서로의 마음을 드러내고 표현하며 의사소통하세요! 추측을 했을 때 원하는 것을 얻을 확률은 ‘맞거나 틀리거나’ 50대 50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드러내어 표현을 했을 때 원하는 것을 얻을 확률은 그 이상입니다. 숨기지 않고 솔직히 대화하는 것. 이것이 군대에서 살아남은 커플들이 하나같이 추천하는 일말상초를 현명하게 이겨내는 확증된 비법입니다.

 

나라 지키느라 사랑 지키느라

고생하는 모든 연인들이여 파이팅입니다!

여병장 올림.


베스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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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판에 일말상초 2탄! <- 이게 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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