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말년 되면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하라는데. 징크스가 되어버린 말. 병장들 사이에서는 우스갯소리로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하라”라는 말을 듣기 전까지는 절대 말년이 아니라며 ‘누가 말년인가’ 대결을 펼치는 기준이 되기도 하지만. 이거, 웃어넘기다 작.살.납니다! 제가 떨어지는 낙엽에 맞아 거의 사망하신 말년님들을 한두 번 본 게 아니라서요. 마치 이건, 말년들을 깡그리 다 모아놓고 복숭아나무 앞에서 ‘에헤이 말년, 오기와 패기로 미친 듯이 막장으로 가보자’라며 의형제 결의라도 한 듯한 초자연적인 현상. 박수칠 때 떠나라는데. 그렇게 조용하던 사람도 말년만 되면 입과 몸이 근질근질하답니다. 하루는 말년병장 한 명이 떨어지는 낙엽을 보고 ‘엇 낙엽이다. 나는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하는 말년이라네. 말년파워~’ 라면서 뛰었다가 낙엽에 가려져 있던 배수로에 빠져서 전역하는 날 다리를 절며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몰래 가져온 휴대폰 때문에 영창도 가고 외박 나가서 군기문란으로 휴가제한도 걸리는 말년병장들. 그리고 더 무서운 건. 떨어지는 낙엽을 피한답시고 간부님들 눈을 피해 요리조리 숨어 지내며 투명인간으로 빙의하다가 걸려서 징계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는 것. 이놈의 떨어지는 낙엽은 이제 유도 기능까지 겸비한 게 분명합니다! 오기부리다 하나 둘씩 꼬꾸라지는 말년들의 뇌구조, 궁금해죽겠어요!
A: 편안할 때가 가장 위험한 법. 말년들을 이해불가라며 웃겠지만, 당신도 예외는 아닐 겁니다!
자만하다가는 한방에 K.O.
미국 코넬 대학에서 진행된 재밌지만 잔인한 “개구리 끓이기” 실험. 개구리를 뜨겁게 끓고 있는 물에 넣으면 바로 밖으로 뛰쳐나옵니다. 그래서 실험자들은 차가운 물에 개구리를 넣어놓고 서서히 물의 온도를 높여보기로 했습니다. 웬걸? 뭔가 이상하다. 물이 펄펄 끓어 목숨을 잃을 때 까지도 밖으로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 개구리. 천천히 바뀌는 온도를 인식하지 못하다가 냄비 안에서 꿈도 못 펼친 채 허망하게 죽게 된 것이죠. 개구리가 멍청해서 그렇지! 라고 말한다면. 천만에 말씀! 당신은 우물 안 개구리보다 못한 큰 착각 속에 빠져있는 겁니다.
사람들 역시 천천히 바뀌어가는 자신이나 상황에 대해 매우 둔감합니다. 그래서 갑자기 찾아오는 피해에 대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 이것을 실험에 빗대 끓는 개구리 법칙 Boiling Frog Syndrome이라고 합니다. 조금이라도 편안해 지면 바로 초심을 잃고는 위기의식을 꼬깃꼬깃 구겨서 던져버리는 사람들. 그러다가 큰 코 다칩니다. ‘아 큰일 났다’라며 위기를 감지했을 때는 이미 마지막 열차는 역을 떠나고 없을 겁니다.
말년들의 뇌구조가 궁금하다고요? 그들이 바로 끓는 개구리 법칙의 희생양들입니다. 이등병들은 매사에 조심해야 한다는 경각심과 뭐든지 열심히 해서 A급 병사로 인정받기 위해 항상 긴장하고 있습니다. 모든 게 낯설지만 하루빨리 적응해서 살아남아야 하잖아요. 위기의식 속에서 전진해온 그들. 하지만 점점 계급이 올라가고 군 생활 경험도 많아지다 보면 처음에 있던 그 긴장감은 자연스레 줄어듭니다. 군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익숙해져서 척하면 척 눈에 훤히 보이기 때문이죠. 웬만한 훈련들은 이미 다 두 번씩 뛰어봤고 엔간한 작업도 이제는 너무 지겹습니다.
‘군대 돌아가는 거 알지 내가. 할 만큼 했잖아. 이쯤 되면 열심히 한 거지 뭐.’
곧 전역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차기 시작하면 군대에 미련도 없어지고 모든 일에 안일해집니다. 환절기 감기에 가장 잘 걸리듯, 이 ‘민간인화’되어 가는 기간이 사실 제일 취약합니다. 위기의식이 바닥을 치기 시작합니다. 철저한 계급사회에선 권위가 도전받을 일도 드물고 선임도 적은 상황에 더 이상 눈치 보며 행동할 일들도 없기 때문입니다. 또 자신감은 하늘을 찌릅니다. 일종의 보상심리로 ‘나는 예전에 고생을 많이 했으니 지금 이 시기는 좀 편해야지. 내 선임들도 다 그랬으니 다들 이해해줄거야’라는 생각도 할 겁니다.
많은 병사들이 말년을 ‘사회로 나가는 것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착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말년에는 군인의 모습과 민간인의 모습이 아슬아슬하게 공존하게 됩니다. 그러고서는 서서히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을 망각해버리죠. 하지만 군인에게 이런 환절기는 없다는 것! 전역을 기점으로 군인 아니면 민간인. 뚜렷한 흑백의 기준선이 있습니다. 군인이면서 민간인처럼 행동하는 것은 개구리가 물이 끓고 있다는 것을 망각하는 것과 다를 게 없습니다. 당신은 방심과 오만이라는 그림자 뒤에 숨어있는 일격의 펀치를 막아낼 재간이 없죠. 그래서 말년에 자칫하다가 한방에 훅 가는 겁니다.
위기의식으로 풀칠, 본드질하라
시간이 지나면 전역일은 자연스레 찾아옵니다. 하지만 마무리가 어렵고 마지막이 항상 위험한 법. 몸이 근질거린다고 애써 오기부리면사서 고생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전역마크를 개구리마크라고 부릅니다. 말장난 같지만, 이 개구리 마크를 무사히 달기 위해선, 끓는 개구리 법칙을 마음속에 새겨두셔야지 말입니다. ‘말년’이라는 타이틀은 그 어떤 창도 막아내는 무적의 방패가 아니라는 것. 전역하고 위병소를 통과하는 그 순간까지 ‘떨어지는 낙엽’들은 당신을 추락시킬 준비가 돼 있다는 것. 결국 낙엽과 같이 사소한 것에도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말라는 겁니다. 그게 후임에게 던지는 욕 한마디가 될 수도 있고 불필요한 오기일 수도 있습니다. 떨어지는 낙엽이 발사되면 당신은 무조건 맞아요. 애초에 ‘복권에 당첨되려면 복권을 사라’라는 말이 있듯, 떨어지는 낙엽에 맞지 않으려면 낙엽이 떨어지지 않도록 풀칠을 해버리면 됩니다. 가장 좋은 순간접착제가 있으니 그것이 바로 긴장감과 위기의식입니다. 장담하건데, 당신도 예외가 아닐 겁니다.
나라 지키느라 사랑 지키느라
고생하는 모든 연인들이여 파이팅입니다!
여병장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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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년에 꼬이지 않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