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웃대(인생사프리님)
제가읽었던 이야기들중 재미나게 본 이야기입니다.
스크롤 압박이 있어요..^^
비가온 뒤의 밖은 세상 모든 근심을 쓸어가 버린 듯 맑고 고요했다.
하지만 나에게 비는 온갖 시름과 걱정을 남겨놓고 도망가 버렸다.
지금은 알바를 가는 길이지만 집에 있는 년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도망칠까봐 수갑을 채워놓긴 했지만, 이미 한번 도망치다 잡힌 데다가 후드한테 호되게 당해서 그런지, 도망칠 상상도 못하고 있는 표정이었다.
“이게 무슨 일이래.......”
“무서워서 어디 돌아다니겠어요?”
“참 세상 말세구만 말세.”
평소에는 개미새끼 한 마리 찾아내기도 힘든 골목에 들어서자 웬일로 사람들이 바글바글 했다.
난 아직 시간도 좀 남았고 궁금하기도 해서 무슨 일인가 가봤다.
가까이 가서 보자 접근불가 테이프가 둘러져 있었고 경찰이 수심 가득한 표정으로 수첩을 들고 뭔가를 열심히 적고 있었고, 퍼런색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테이프 안에서 뭔가를 열심히 찾고 있었다.
“자,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떨어지세요.”
문득, 이 순경의 목소리가 들리자 반가워 사람들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 말을 걸었다
“무슨 일이죠?”
“어, 편의점 청년이구만, 글쎄 골치라니깐....... 세상에 이런 미친 새끼가 있는지.......”
“자세히 좀 들어봐도 될까요?”
“음... 여기선 좀 곤란해. 조사 끝나고 철수하면 편의점이나 들려서 말해주지. 담배도 피고.”
“아, 예...”
이 순경은 할 게 많은지 여기저기 불려 다니며 잡일을 하고 있었다.
왠지 후드새끼가 연관되어 있을 것 같아서 마음 한 편이 찝찝했다.
하지만 좀 있다가 일하며 담배를 필 수 있다니 기분이 꽤 좋아졌다.
아무래도 오늘 알바는 시간이 쑥쑥 가버릴 것 같았다.
편의점에 다다른 나는 들어가기 전에 담배를 꺼내 들었다.
2개 남은 것 중에 한 개를 폈으니, 마지막은 이 순경이랑 필 것이다.
-칙, 화륵
기분 좋게 한방에 불이 붙었다.
담배를 한 모금 깊이 빨아들이자, 후드고 지혜년이고 다 잊어버릴 것 같았다.
속에 응어리진 걱정이 그나마 조금은 풀리는 것 같았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필터 바로 앞까지 펴버린 뒤, 아쉽게 꽁초를 버렸다.
-딸랑딸랑
“왔습니다.”
평소에 하는 것처럼 무미건조하게 카운터로 갔다.
카운터에도 평소처럼 알바생이 있었다. 그런데 여느 때와 상태가 좀 이상했다.
“이봐요.”
“.......”
“저기요!”
“아...! 네 오셨어요?”
“.... 인수인계 하시죠.”
“네, 네...”
그제야 알바년은 정신없이 금고의 돈을 세기 시작했다.
왜 미리 하지 않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게다가 이상하게도 돈을 세는 손도 계속 떨고 있었다.
나는 무슨 일 있냐고 물어보려 했지만, 괜한 참견이다 싶어 그만두기로 했다. 지금은 내 코가 석자다.
“아...”
“왜요?”
“돈이 안 맞아요.......”
“예? 얼마나?”
“그러니까... 만 칠천 육백 원이...”
“무슨 그렇게나 많이? 다시 세봐요!”
“...네...”
돈을 다시 세도 결과는 똑같았다. 답답해진 내가 직접 세어 봤지만 어김없이 만 칠천 육백 원이 빈다.
갑자기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물론 내 잘못도 아니고 내가 물어줘야 할 것도 아니지만, 이런 귀찮은 일이 생기면 상당히 짜증이 났다.
게다가 더 짜증나는 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알바년이 정신을 못 차리고 멍때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봐요!! 뭐해요?!”
보다 못한 내가 소리를 질렀다.
알바년은 조금 놀랬는지 안 그래도 큰 편인 눈이 번쩍 커지며 나를 바라봤다.
좀 심했나? 나는 마음을 가라앉히려 심호흡을 하고 차분하게 말했다.
“오늘 이상하네요, 무슨 일 있어요?”
“동네에 살인자가 있어요...”
“네?”
갑자기 무슨 소린가 싶었지만 알바년은 정신 나간 사람처럼 말을 계속했다.
“어제 비 오던 날 집에 가는데... 시체가.......”
갑자기 알바년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뭐지?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어떻게 대처를 해야 될지 몰랐다.
혼자 이야기하다가 혼자 울다니, 이번 인수인계는 험난하기만 했다.
어쨌든 일단은 그녀를 달래주기로 했다.
“잠, 잠깐만요. 울지 말고 이야기해 봐요. 무슨 일 있었어요?”
“어제 알바 끝나고 집에 가는데... 훌쩍... 골목에 누가 쓰러져 있었어요... 훌쩍.”
훌쩍훌쩍 거릴 때마다 알바년의 콧등을 강하게 후려쳐 버리고 싶었지만, 생각만으로 그치기로 했다.
이 알바년의 얼굴은 반반한 편이라, 함부로 손대기도 뭐했다.
하지만 역시 질질 짜는건 짜증나는 일이었다.
“그래서요?”
“가까이 가봤는데 시체가... 어떤 여자가... 죽어있어... 머리가 없어...”
“머리가...?”
“아냐... 머리는 있는데... 훌쩍... 이상하게 됐어...”
그녀의 눈물은 어느새 너무 많이 흘린 나머지 편의점 조끼까지 젖어버릴 기세였다.
난 그런일이 발생하기 전에 신속하게 조끼를 벗겨버렸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는 계속 울기만 했다.
일단 나는 카운터에 있는 휴지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횡설수설은 멈추질 않았다.
이런 식으론 한도 끝도 없을 것 같아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예 사장님. 지금 여기 알바 분 상태가 이상한데요? 좀 와주시면 안 될까요?”
-무슨 일인데?
“모르겠어요. 우는데요. 지금.”
-울어? 왜 그래? 그냥 잘 달래서 보내
“만 칠천 육백 원이 빵꾸나 버렸는데요.”
-뭐?! 기다려!
돈 이야기가 나오자 사장님이 즉각 반응했다.
편의점에서 사장님의 집은 꽤 가까워서 몇 분이 지나지 않아 씩씩거리며 사장님이 들어왔다.
“무슨 소리야, 돈이 비어?”
“네, 게다가 지금은 이 상태.”
내가 그녀를 가리키자, 사장님은 슥 보더니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평소에 싹싹하고 일도 잘하더니... 갑자기 왜 이러지? 언제부터 이래?”
“제가 오기 전부터요.”
“집엔 갈 수 있으려나? 너 얘 집 아냐?”
“아뇨 이름도 모르는데요.”
“뭐? 교대한지 반년 가까이 되지 않았냐?”
“반년 넘었죠. 그리고 괜히 엮이는 걸 안 좋아 해서요.”
“그니까 니가 애인이 없는 거야....... 흠, 어쩌지?”
사장은 골치 아픈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그러곤 한숨을 푹푹 쉬며 창고로 들어가 곧 종이 한 장을 들고 나왔다.
“자 이거.”
“뭐예요?....... 이력서?”
“주희꺼다. 아, 이름도 모른다고? 얘 이름이 서주희야. 거기에 주소 적혀있지? 데려다 주고 와. 그동안 편의점은 내가 보고 있을 테니.”
“아니 사장님이 안 데려다 주시고 왜 제가.......”
“왜 이렇게 말이 많냐? 자, 받아라.”
사장이 지갑을 꺼내어 만 원짜리 2장을 내밀었다.
“갔다 오겠습니다.”
“3시간 안에 와라, 더 늦으면 2만원 뱉어내라.”
“옙!”
나는 말이 바뀔세라 얼른 그녀를 데리고 편의점을 나섰다.
그녀는 여전히 멍한 표정으로 내가 잡아끄는 대로 걷기만 했다.
“어디, 주소가...”
주소를 보자 짜증이 치솟았다. 여기서 꽤 먼 거리에 있는 아파트였다.
집값이 쎄기로 유명한 아파트라 어딘지는 알고 있었지만 택시를 타도 만 원 가까이는 나올 것 같았다.
그럼 왕복 2만 원인데 그렇게 되면 난 쌩으로 개 고생한 게 되어버렸다.
어쩔 수 없이 근처에 있는 버스 정류장으로 버스를 타기로 했다.
다행히 한번에 가는 노선이 있었다. 나는 힘겹게 그녀의 손을 잡아끌며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시계를 보자 아슬아슬하게 막차정도는 탈 수 있을 것 같았다.
“괜찮아요?”
마음에도 없는 말 이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뻘쭘할 것 같아서 안부를 물었다.
하지만 그녀는 겨우 눈물만 그쳤을 뿐, 아직도 동공에 초점이 없었다.
무안해진 나는 속으로만 씨불씨불 거리고 있는데, 버스가 왔다.
요금 투입구에 2명분의 요금을 내자, 버스가 미끄러지듯 출발 하였다.
시간이 너무 늦어서 그런지 버스 안엔 아무도 없었고 둔탁한 엔진 음만 고요함을 깨고 있었다.
가는 중 조금 생각을 해보니, 이 여자는 내가 해결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아마도 이 서주희란 여자는 어제 알바가 끝나고 집에 가는 중 후드새끼가 죽인 빌어먹을 년 중 한명의 시체를 본 것일 것이다.
이젠 공범자이기도 하고, 쓸데없이 경찰에게 뭔가 나불거리면 나의 신변에 이상이 생길지도 모른다.
확실히 안심시켜야 했다.
“주희라고 했나?”
“.......”
“나이는 내가 많으니 말 놓을게. 그래 니가 왜 이런지는 대충 알 것 같아. 아까 오는 중에 살인사건이 터졌다고 하는 걸 들었거든. 아마 그 시체를 본거겠지... 아냐?”
-끄덕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미세하게 그녀의 고개가 끄덕거렸다.
나는 이정도도 장족의 발전이라 생각하고 더욱 힘이 났다.
“일단 지금 생각하고 있는 걸 멈추고 내말 들어봐. 생각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으니까. 넌 정말 운이 좋은 거야. 넌 시체를 봤다고 했지? 근데 그거 알아? 니가 시체가 될 수도 있었어.”
그녀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그래, 아마 속이 철렁 내려앉을 거다. 왜냐면 넌 진짜 위험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내 옆에 앉아 있잖아? 숨도 쉬고... 넌 좀 감사하는 법을 배워야겠다. 물론 죽은 사람은 참 안된 일이긴 해. 하지만 넌 그렇지 않았으니까. 분명 그때 죽은 사람과 같은 시간과 같은 공간에 있었는데도.”
말하다 보니 내가 완전 싸이코패스가 된 기분이었다.
그녀의 얼굴을 흘끗 보니 무슨 생전 처음 보는 털 달린 벌레를 보는 눈이었다.
좋지 않다. 이대로 가다간 우울증 유발자로 잡혀가게 생겼다.
“내 말은 그러니까... 기운 내라고! 이렇게 숨쉬며 살아있는 걸 감사하게 여기고 힘내며 살아야지! 혹시 알아? 범인 잡는데도 도움이 될 수도 있ㄱ.......하하하하하핫”
한참 열변을 토하다가 말이 헛나온걸 깨달았다.
후드는 절대 잡혀선 안 된다. 게다가 이 여자는 어쩌면 그 사건의 중요한 목격자가 될 수도 있었다.
나는 말하는 걸 관두고 괜히 허허 웃었다.
“...감사해요.......”
“응...? 아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고, 그녀의 집까지 걷기 시작했다.
정상적인 시나리오라면, 그녀가 이제 괜찮다고, 바래다주는 건 고맙지만 이제 혼자 갈 수 있다고 말해주는 거였지만, 이년은 오히려 나한테 의지하듯 딱 붙어 걸었다.
“어젯밤... 알바가 끝나고 비가 오고 있었어요.......”
그녀의 입이 열렸다. 나는 아직 사건에 대해 자세한건 듣지 못해서, 무심한 척 하며 그녀의 말에 집중했다.
“불빛 하나 없는 골목이었죠. 그날따라 알바가 힘이 들어서 끝나자마자 빨리 집에 가려고 지름길로 온 거였어요. 비명소리 같은 건 못 들었어요. 갑자기 내린 소나기라 빗소리가 커서 그런 걸지도 모르죠.”
이 정도는 예상했던 스토리였다. 듣고 싶은 건 니가 살인자, 그 후드새끼의 얼굴을 봤나 못 봤나 이다.
“코너를 도는 데, 누군가가 큰 벽돌로 뭔가를 하고 있었어요. 우산도 없이... 아니, 죽은 여자의 우산이 한쪽에 널브러져 있었죠.”
나는 이야기에 집중하느라 지금 어딜 걷고 있는지도 몰랐다.
옆의 여자가 아무 말도 안하는 걸 보니 맞는 방향이겠거니 하며, 온 신경을 청각에 집중했다.
“자세히 보니 쓰러진 여자의 다리가 보였어요....... 검은 옷을 입은 남자는 이미 죽었는데도, 머리를 벽돌로 계속 찍고 있었어요......”
여자는 다시 생각하니 끔찍한지 온몸이 벌벌 떨렸다.
그 떨림이 나에게까지 전해졌다. 하지만 나도 그에 못지않게 떨고 있었다.
죽이는 장면을 본거란 말인가? 그럼 그 후드새끼의 모습도 보지 않았을까? 만약 얼굴이라도 본거라면 중요한 증인이었다.
만약 본거라면.... 그냥 집에 보내줄 수 없었다. 나는 마음을 독하게 먹기 시작했다.
“그자가 떠나고 시체가 보였어요....... 다른 곳은 멀쩡한데, 머리만 완전히 으스러져서....... 눈알도....... 마치 자동차에 깔린 것처럼 납작한 게 머리가 달려 있어야 할 부분에 달려 있었어요.......”
내용이 절정에 치닫고, 난 주변을 살폈다.
인적이 드문 골목에 아까부터 CCTV는 보이지 않았다. 가로등도 없다.
해보진 않았지만 한다면, 이곳이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곤 문득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무서워졌다.
하지만 살아야겠다는 본능이 끊임없이 날 자극했다.
나는 여자가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조금씩 뒤로 쳐졌다.
“아 잠깐만, 신발 끈이 풀려서......”
“.......”
내가 자세를 숙이며 신발 끈을 만졌지만, 여자는 아직도 조금 멍한지 앞의 길만 보고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옆에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큰 돌을 들었다.
그리고 등 뒤로 숨기고 다시 같이 걷기 시작했다.
“근데 물어볼게 있어.”
“네.......”
“살인자 모습은... 봤어...?”
침이 꿀꺽 넘어갔다. 심장이 가슴을 마구 쿵쿵 때렸다.
내 몸에서 작용하는 모든 생리현상을 그녀에게 들킬 것 같았다.
해야 한다, 그래야만 지금 생활을 유지할 수 있고, 경찰도 될 수 있다.
“네.......”
그 말을 신호로 난 걸음을 멈추었다. 그에 따라, 서주희는 나보다 몇 걸음 앞에 위치하게 되었다.
하려면 지금이다.
나는 등 뒤에 숨겨두었던 돌을 치켜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