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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일지) * 모든 경험은 삶의 재산이 된다 *

irish15 |2013.07.30 19:05
조회 111 |추천 0

 

 

 

 

사람을 이해하는 마음은 존중에서 온다.

존중하지 않으면 상대를 절대 이해할 수 없다.

 

- 박찬호 -

 

 

 

 

 

 

 

 

 #1. 첫 날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을 때 재빨리 신문을 접어 독자집 현관문 앞에다 던져 놓았다. 곧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려 하자 “저기 잠깐만!” 하는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황급히 다시 문을 열자 현관문을 열고 나오시는 어르신의 모습이 보였다.

 

 “저기 있잖아, 신문 말이야. 그만 넣으라고 그저께 전화를 했었는데 어제도 들어왔더라고.”

 “예?..”

 “얘기 못 들었어? 그 부장인가 뭔가 하는 사람한테 말이야. 매달 수금도 해가는..”

 “아.. H부장이요.”

 “어제도 전화해서 왜 계속 넣느냐고 했더니, 깜박 잊고 메신저에게 전달을 못했다고 하던데.”

 “예. 얘기 못 들었는데요. 들었다면 제가 넣지 않았겠죠. 이제 안 넣으면 되죠?”

 “응. 내가 10년 독자인데 사정이 있어서 그만 보려고. 그 H부장이라는 사람하고도 얘기 다 끝났고, 신문대금도 완납했으니까 이제 넣지마. 알았지? 꼭이야! 정말로!! 절대 넣으면 안돼?!!”

 “예. 잘 알겠습니다!”

 

 흰 운동복 차림의 그 어르신께서는 못 미더우신 듯 재차 당부, 확인, 다짐을 거듭하셨다. 마치 자신의 분명하고도 단호한 의지를 확실하게 각인이라도 시킬 기세였다. (흐미..) -.-

 

 

 #2. 둘째 날

 

 연일 비 오는 날이 지루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아파트에 배달할 신문을 챙기기 위해 현관 출입문 앞 도착지에 갔다. 그런데 가지런히 놓여있는 신문들 위로 웬 글씨가 적힌 신문지가 붙어있는 것이 아닌가.

 ‘ooo호 신문 넣지 말 것!’

 그 어르신의 집이라는 걸 금새 알 수 있었다.

 (어제 그렇게 당부하시고 혹시라도 내가 또 넣을까봐 그러신건가?..)

 한편 별스럽기도 하고 어이가 없어 씁쓸한 헛웃음이 나왔다. 무슨 강박이라도 있으신 건가?..

 

 

 #3. 셋째 날

 

 신문을 챙겨 아파트 현관문을 들어서려는데 엘리베이터에서 막 나오는 사람과 마주쳤다. 흰 운동복 차림의 그 어르신이었다. 내가 인사를 드리자 대뜸 물어오셨다.

 

 “오늘은 우리집에 안 넣을 거지?”

 “예. 어제 써 놓으신 거 잘 봤습니다. 그리고 어제도 넣지 않았는데요.” (..이제 그만 하셔도 될 텐데..) -.-;;

 “그래.. 흠.흠.. 일전에 말이야. 모 신문을 함께 구독하다가 그만 보려고 중지요구를 했는데도 자꾸 넣는 거야. 사정이 어려우니 조금 더 봐달라고 하면서 말이야. 아니 그건 그쪽 사정이고, 독자인 내가 사정이 생겨 그만 보겠다고 하면 내 의사를 존중해줘야 하는 거 아냐? 그쪽 사정만 사정이고 내 사정은 사정도 아닌가?.. 어찌나 끈덕지게 물고 늘어지던지 나중에는 아주 불쾌해지더라니까. 그래서 한바탕 싸우고 겨우 끊었어. 그 다음부터는 그 신문은 꼴도 보기 싫더라고. 이번 경우엔 배달을 하는 자네가 중지전달을 못 받아서 그런건데 내가 좀 지나치긴 했지만 이해해 주길 바래. 그때 생각이 떠올라서 그런거니까.”

 “아.. 예.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아.. 끄덕끄덕..)

 어르신의 말씀을 듣고서야 왜 그렇게 강박적인 태도를 보이셨는지 나는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한숨 돌린 어르신께서는 이내 내가 들고 있던 신문을 넌지시 쳐다보시고는 “그건 어디에 넣을 거야?” 하시길래 “예, 이건 3층, 4층에 넣을 건데요.” 라고 말씀 드렸다. 그러자 대뜸 “이리 줘봐! 내가 넣어줄게.” 하시는 것이 아닌가.

 “아뇨, 괜찮습니다. 제가 넣겠습니다.”

 “그냥 달래도! 운동 삼아 하면 돼. 자, 자, 이리 줘! 나도 옛날에 학생 때 신문배달 많이 해봤다고!”

 어르신은 빼앗듯이 내가 들고 있던 신문을 낚아채 옆구리에 끼고는 서둘러 계단을 뛰어 오르셨다. ‘후하! 후하!..’ 힘찬 심호흡 소리를 거칠게 내뱉으며.. (흐미.. 참 특이하고도 재미있는 어르신이시네.. ^^;;)

 “그런데 어르신! 집 호수는 알고 가셔야죠!!” +o+/

 

 

 

 

 * 후기

 

 어르신께서 넣으시겠다던 독자집에서 다음날 불배전화가 왔다. 아마 호수를 착각하신 모양이다.(헐..) 그 뒤로 아파트 단지 내에서 운동복 차림의 어르신과 다시 마주쳤을 때, 나에게 손을 흔들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열심히 해! 모든 경험은 다 삶의 재산이 되니까! 그리고, 우리집에 신문 절대 넣지마! ㅎㅎㅎ”

 (헉! 또!!.. 이제 그만. 제발...)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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