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암리교회. (3)
새벽닭이 울자마자 지태아버지는 우리집으로 오셨다. 어머니는 기다렸다는 듯이 우리를 지태아버지 손에 맡기셨고, 그러시면서 언제 쌌는지 모를 보따리를 지태어머니께 건네셨다.
“이거 아이들 옷가지하고 우리가 그간 벌어모았던 것들이랑 내 패물이야.”
“형님...”
어머니는 언제나 그랬듯, 너무나도 아름다운 미소를 보여주시며 지태어머니의 어깨를 토닥여주셨다. 나와 누이도 꼭 안아주셨다. 아버지는 말없이 다가오셔서는 나와 누이를 안고있는 어머니의 등을 안으셨다.
가족 모두가 그렇게 포옹을 한 것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곧장 우린, 집을 나서 허씨아저씨댁으로 향했다. 어제와는 달리 허씨아저씨댁이 이리도 가까웠나 싶을 정도로 빠르게 가까워졌다.
우리가 허씨아저씨댁에 들어가는 순간까지 어머니와 아버지는 우리를 먼 발치에서 쫒아오시면서 손을 흔드셨다.
허씨아저씨 댁에 도착하자마자, 허씨아저씨는 우리에게 옷가지들을 던지든 내주셨다.
“친일회인척이라도 해야하는데, 그옷은 아니지 않나. 갈아입게나.”
허씨아저씨가 주신 옷가지는 서양식 옷가지들이었다. 지태어머니와 누이는 허씨아주머니가 일러주시는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고, 남자들은 창피한것도 모르고 마당에서 그냥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 느리게 갈아입는게 아닌데도, 허씨아저씨는 계속 재촉하셨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다. 우리가 아무리 빠르게 갈아입으려 했다고 한들, 분명 늦을 수 밖에 없었다. 매일 옷소매를 동여매던 우리가 처음 단추라는 것을 매고 있자니, 그게 크기도 작아서 손에 잘 들어오지도 않아 여간 헤맸었을까.
이렇든 저렇든, 결국 옷을 다 갈아입은 우리는 허씨아저씨의 지시대로 옷 매무새까지도 단정하게 하고, 대문 밖으로 나갔다.
“제암리 교회 앞으로 모이라더군.”
허씨아저씨의 말에 지태아버지가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뜨고 쳐다보셨다.
“협박하려는 걸세. 자신들의 말을 듣지 않으면 이런꼴을 당할거라고 그냥 협박하려고 모이라는거야.”
허씨아저씨는 그렇게 말씀하시곤 양모자를 고쳐쓰셨다.
우린 허씨아저씨를 따라서 교회 앞으로 모두 모여 순사들의 지시대로 일렬로 섰다.
눈앞에는 정말 많은 수의 순사들이 교회쪽으로 총을 겨누고 있었고 교회 안에 있는 사람들은 창문 밖으로 우리와 순사들을 두려움에 가득 찬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 안에는 우리 부모님도 계셨다. 난 부모님의 얼굴을 확인하려 까치발도 서보고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보기도 했지만, 결국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분명 그곳엔 부모님이 계셨다.
이내, 경부로 보이는 일본사람이 무어라 소리를 치자, 교회에 불이 붙었고 건물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옆에서 누군가가 계속해서 우릴 향해 소리를 지르며 협박하는 것 같았지만, 일본말이라서 사실 알아듣지는 못했다.
누이는 소리내어 울었다. 지태는 지태어머니의 품에 안겨 울었고, 지태 부모님은 소리 없이 눈물을 참으려 애쓰셨다.
나는 눈물을 닦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우리 옆에서 호통을 치던 순사와 눈이 마주쳤는데, 그 순사는 웃고있었다. 마치 우리를 조롱하듯 말이다.
허씨아저씨는 고개를 숙인채 정면을 쳐다보질 못했다. 두려움에 떨고있는 듯 했다.
그때였다. 타오르는 불꽃 안에서 손 하나가 뻗어나왔다. 손에 들린 건 갓난아기였다.
“애만은 살려주세요!! 제발... 제발 애만은 살려주세요!!”
애절하게 울부짖는 여인의 목소리가 온 제암리를 울렸지만, 잔혹하게도 일본순사는 그 아기의 몸에 칼을 내리꽂았다.
아이의 엄마는 자신의 아이가 죽은것도 모른 채 계속해서 울부짖었다. 아이만은 살려달라고.
몇몇은 창문 밖으로 탈출하기도 했다, 다른 사람 또한 탈출시키기 위해 도망가지 않고 다른 사람의 손을 이끌다가 총에 맞아 죽었다. 안에 있어도, 밖으로 나와도 죽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개중엔 당시 내 또래의 어린아이들도 있었다. 부모의 품에 꼭 안겨 엉엉 울며 그렇게 숨이 꺼져가던 아이들도 있었다.
어떤 부모는 자신의 아이의 목을 졸라 숨통을 끊었다.
어떤 부모는 아이를 최대한 위로 올렸다.
어떤 부모는 밖으로 아이를 던지기도 했다.
모두가, 다치더라도, 아프더라도, 몸에 흉이 나더라도, 아이를 살리고 싶어했다.
불속에서 꺼져가는 그 목숨들은 독립투사이면서 부모였고, 동시에 미래를 이끌어갈 청년들이었다.
우리 부모님 또한 독립투사면서 부모님이셨다.
우린 그렇게 제암리 사람들의 희생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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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올리는 것보다 그냥 링크거는게 나을 것 같아요.
제가 가져다 보여주는 것 보다, 검색하시는게 나을 것 같고요.
(네이버 지식백과. 제암리교회 학살사건.)
http://terms.naver.com/entry.nhn?cid=1593&docId=794929&imageNo=1&categoryId=15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