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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마술사 이야기

해석왕 |2013.09.22 00:22
조회 97 |추천 1

 

 

꿈에 그리던 마술계에 입문한 지 1년이 될 무렵, 나는 한 선배의 공연에 보조로 참여했다. 화약류로 이루어진 특수 효과 도구를 세팅하던 순간 기계가 오작동 해 화약통을 든 오른손에 불이 옮겨붙고 말았다. 급히 병원으로 실려 와 수술을 마치고 깼을 때, 오른손 엄지와 검지는 한 마디씩 없고 그 외의 손가락은 다 사라진 상태였다. 마술사에게는 치명적인 장애였다.

 

  더 이상 마술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이제 내인생은 끝이라는 생각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스스로 무너졌다. 그러다가 병상에서 무의미하게 텔레비전을 보는데 한 팔 없는 무에타이 선수가 멋지게 경기하는 모습이 나왔다. 순간 누군가 망치로 내 머리를 강하게 내려치는 듯 했다.

 

 나는 그 선수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으로 인터넷을 뒤져 겨우겨우 연락처를 찾아냈다. 그가 바로 나와 의형제를 맺은 한 손 파이터 최재식 선수다. 감격스러운 첫 만남에서 그는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내 모습에 어둠이 있지만 자신을 믿으면 어떤 일도 해낼 수 있어요."

 그 한마디가 가슴에 머물러 나는 다시 도전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다시 마술을 시작했지만, 장애를 입기 전에는 너무나 당연하게 해 왔던 기술이 이제는 손대는 족족 다 어려웠다. 카드는 섞는 것부터 카드를 바꾸는 사소한 기술까지 실패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별다른 손동작 없이도 가능한 마술 도구를 하나씩 찾았고, 성공할 때마다 나만이 할 수 있는 기술을 접목시켰다. 그렇게 나온 작품이 부산국제매직페스티벌에서 선보인 카드 마술이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스스로 채찍질하며 이 악물고 만든 기술로 부산국제매직 페스티벌에서 4위를 차지했다. 그 일을 계기로 <놀라운 대회 스타킹>이란 콘테스트 프로그램에도 출연해 2연승을 거두었다. 

 

 힘든 과정을 거치고 나서 나는 좌우명을 지었다.

 "불가능이란 스스로 그은 선을 넘지 않는 것이다."

 삶이란 그런 것 같다. 안된다고 여기는 불가능의 선을 넘으면 무한한 가능성이 펼쳐지는 것을 이제 안다.

 

                                            -<좋은 생각> 2011년 12월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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