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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살 내 사랑에 대한 고찰-1

KNY |2013.10.05 00:34
조회 69,009 |추천 17

처음 대학생이 되고 한동안은 고등학생 때와 그다지 달라진 것 없이 다녔다.

20년 동안 화장 한번 해보지 않은 범생이가 대학을 간다고 해서 바뀌는 것은 없다.

내 눈은 소중하다는 이유로 늘 그렇듯 안경을 쓰고 다녔고,

아침에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얼굴에 썬크림 하나 바른 것으로 만족하였다.

중고등학교 합 6년 내내 교복만 입고 휴일에 교회에 가는 것 외에 특별한 외출이 없던 나에게

사복이 많았을리도 없으니 특별한 패션센스를 바라는 것은 과한 욕심이었다.

 

 대학생이 되면 당연히 미팅을 하고 남자친구가 생길 거라는 막연한 기대도

한 학기가 끝나가자 비에 젖은 불꽃처럼 팍 사그라졌다.

 

 

 

핑크빛으로 물들 줄 알았던 대학교 1학년 1학기가 흐지부지 지나가고 맞이한 방학.

고등학교 친구 둘과 함께 가까운 계곡으로 물놀이를 갔다. 서로 먼 곳으로 대학을 간지라

한 학기 동안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며 수다를 떨었다. 단순한 수다가 아닌 ‘나는 어떻게 옷을

입었다’ 또는 “나는 선배들에게 어떻게 행동했다”와 같이 아주 자세한 대학생활보고 같은

것이었다. ‘대학생이 되었는데도 왜 나는 연애를 하지 못 하는가’에 대한 내 인생 최고의 고민에

대한 답을 이 수다를 통해 얻게 되었다.

 

모든 것은 나의 문제였던 것이다.

다른 여자애들은 새내기가 되었다고 알록달록 화장을 하며 두 뺨을 발그레 물들이고

살랑거리는 옷을 입으며 “선배님~ 선배님~”하고 다니는데, 화장은커녕 날카로운 안경을

쓴 채로 청바지에 티 한 장만 걸치고 다니는 내가 눈에 들어오기나 할까.

아닌게 아니라 말주변까지 없어서 친하지 않은 사람이 말을 걸면 잔뜩 긴장하며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딱딱 대답만 한다. 이렇게 정말 통나무 같은 나에게 누가 매력을 느낄까.

 

 

 

그 날 나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충격은 나에게 새로운 자극을 주었고 나의 모습을 조금씩 바꾸어 놓았다.

2학기 개강을 하고선 매일같이 렌즈를 끼고 학교에 갔고, 얼굴에 썬크림은 기본으로 비비와

콧대를 세우기 위한 약간의 쉐딩 그리고 발그레한 볼터치까지 했으니 이건 정말 장족의

발전이라 할만하다. 방학동안 야금야금한 연습 덕분에 한 듯 안 한 듯한 나만의 화장법을

조금씩 터득해가고 있었다. 이게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는지 오랜만에 찾아간 고등학교에서

만난 선생님과 친구들 그리고 후배들 모두 (입에 발린 말일수도 있지만) “너무 예뻐졌다”고

칭찬을 했고, 개강 후에 동기에게도 “어딘지 모르게 예뻐졌다”는 말도 여러 번 들었다.

 

패션은 갑자기 바뀔 수 없는 것이지만 틈틈이 인터넷 쇼핑몰을 보며 내 스타일을 찾고,

시간이 남으면 집에서 코디를 해보고 엄마에게 검사를 받았다. 그렇게 2학기를 보낸 지 한 달.

꾸미고 다닌지 얼마나 됐다고 이제는 렌즈를 끼는 것이 피곤하고 아침에 무엇을 입어야하나

고민하는 것이 귀찮다. 한 달을 그리 꾸미고 다녔는데 나에게 관심을 가지는 남자가 없으니

이젠 지치기도 한다.

 

 

내가 많이 외롭긴 하나보다.

처음 만나는 남자를 보면 제일 먼저 그 사람과 사귀는 내 모습을 생각해 본다.

자연스러운 스킨쉽을 하는 상상에 마음이 설레이면 호감! 으으... 도저히 저 사람과

스킨쉽하는 상상은 할 수 없다 하면 비호감! 어쩌다 사람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일을 연애와

연결짓게 되었는지... 밤에는 친구와 카톡을 하면서 내 연애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고등학교 때는 3년 내내 붙어있으면서 티격태격 했던 것이 일상이었는데,

대학생이 되어 떨어지고 나니 서로 애틋한 마음이 생겼는지 사소한 일에도 맞장구 쳐주며

어야 둥둥 해주는 사이가 되었다.

 

어찌됐든 수많은 대화 끝에 찾아낸 내 연애관은 이렇다.

우선 나는 수줍음이 많은 타입이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도 다가가지 못하고 뒤에서 조용히,

스토커처럼 바라보기만 한다. 남에게 내 마음을 잘 이야기하지 않고 나 혼자 속으로 삭히는

스타일 이다. 또 막상 누군가가 나를 좋아한다고 하면 무척 부담스러워하면서 피하려고만 한다.

오글거리는 것 또한 싫어한다. 내 생각에 누군가가 나에게 사귀자고 이야기한다면

나는 부끄러운 마음에 좋아도 대답하지 못하고 “꺼져!”라고 소리치고 도망갈 것이다. 그

리고 나중에 뒷수습을 하느라 진땀을 빼겠지. 내가 연애를 하려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내가 좋아하는 것보다 더 많이 나를 좋아해서 계속해서 좋다고 티를 내면서 따라다녀야 한다.

그러면 나는 속으로는 좋아죽으면서 어쩔 수 없는 척 받아주겠지.

 

사랑스러운 여자 친구가 될 준비는 다 되어있다.

이미 이론공부만 십 몇 년을 하였고, 시뮬레이션도 지겨울 정도로 하였으니깐.

전화를 자주하지 않는다고 화를 내지 않을 것이고, 친구와 놀러간다고 하여도 간섭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평화주의자이기 때문에 싸울 상황이 와도 애교로 살살 넘어갈 자신도 있다.

 

아아 사랑하는 사람의 품에 안겨서 세상을 바라본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사랑하는 사람의 품에 안겨 웃음 짓는 내 모습은 또 얼마나 사랑스러울까.

 

 

이어지는 판에서 계속...

추천수17
반대수62
베플zz|2013.10.08 09:27
전화를 자주하지 않는다고 화를 내지 않을 것이고, 친구와 놀러간다고 하여도 간섭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평화주의자이기 때문에 싸울 상황이 와도 애교로 살살 넘어갈 자신도 있다. 이말은 진짜 연애 못해본 사람이 하는말이다.. 사귀기 전엔 누구나 다 저렇게 생각해요 ㅋㅋ 막상 사겨보면 나한테도 이런면이있었나? 라고 생각하게 됩니당ㅋㅋ
베플55|2013.10.08 11:09
허세가 작렬이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목부터 오글오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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