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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살 내 사랑에 대한 고찰-3

KNY |2013.10.05 00:49
조회 8,789 |추천 12

3학년이 된 우리는 아주 멀리 떨어지게 되었다.

그 애는 1층, 나는 5층. 우린 거의 만날 일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내 기억 속 중3은 너무나도 우중충하다.

 

3학년 때 그 애의 기억 중 가장 큰 것은 바로 고등학교 지원을 할 때이다.

나는 내신이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신설학교를 지원하기로 하였다. 중2 때부터

결심한 것이어서 매일 같이 말하고 다닌 기억이 난다. 3학년 교무실에 가면 큰

화이트보드에 각 반 아이들이 진학할 고등학교가 깨알같이 쓰여 있었다.

처음에 그 애의 지망 학교는 나와 다른 곳이었다. 그것을 보고

‘아, 이제 내 짝사랑이 끝나는 구나’하는 생각에 많이 아쉬워했다.

 

그런데 지원 마감일이 거의 다가왔을 때

그 애의 지망학교는 나와 같은 곳으로 바뀌어있었다.

내 짝사랑이 3년 더 연장되는 순간이었다.

 

 

 

고등학생 때의 기억은 많지 않다.

나는 고등학교 입학생 대표로 선서를 하였다.

만약 우리가 서로 더 가까워지지 못했던 이유가 ‘성적의 차이’였다면

고등학교 입학은 우리를 전보다도 못한 사이로 만들었다.

 

반에서 1,2등 했던 나의 성적은 고등학생이 되어서 전교 1,2등이 되었고

중학생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학교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학년 때는 남녀분반이어서 일부러 만나지 않는 이상

절대 마주 칠 일이 없었다. 하지만 안내문을 전해준다는 핑계로

몇 번씩 그 애의 반에 찾아간 기억이 난다.

 

한번은 그 애가 친구와 함께 우리 반에 놀러왔다.

잠깐 와서 분필로 장난을 치고 돌아갔다. 그러고 보니 미술 수행평가로 만들었던

부채를 가져간 일도 있었다. 처음 모의고사를 보았을 때 매점 앞에서 만나서 

점수 내기를 했던 것도 기억이 난다. 터무니없이 높은 점수로 내기를 해서

다시는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지만.

 

 

 

하지만 1학년이 끝나갈 때 즈음 그 애는 여자 친구가 생겼다.

우리 반 친구였는데 정말 예쁘고 착한 아이였다.

미술시간에 자신이 좋아하는 사진을 연필로 그리는 수업이 있었는데

그 친구는 내가 좋아하던 남자애와 함께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을 가져왔었다.

그림을 어느 정도 그리던 나는 도와준다는 명목으로 그 사진을 하염없이 보았던 것이 기억난다.

 

 

 

우리학교는 2학년이 될 때 문이과 선택과 함께 예체능 과목 선택을 했다.

나는 체육보다 음악과 미술을 더 좋아했지만 체육을 선택하면 그 애와 같은 반이 될 확률이

더 높아진다는 생각에 친한 친구를 얼토당토않은 말로 꼬드겨 체육 반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 애는 음악을 좋아한다는 것을 간과한 내 실수였다.

그 애는 음악반에 들어가 1년 동안 자기 여자 친구와 알콩달콩 지냈다.

 

우리는 정말 만날 일이 없었다.

가끔 급식실 앞에 줄을 서 있을 때 주변에 그 애가 있으면 의식을 하면서

친구와 더 재밌게 이야기하고, 환하게 웃었다. 그러면 그 애는 뒤에서 나를 툭 치며

내 이름을 부르곤 했다. 앞에서 말했듯이 나는 수줍음이 많다. 그 애를 6년 넘게 좋아하면서

내가 먼저 인사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복도를 걸어가다 마주치더라도 그 애가 먼저

 인사를 하지 않으면 그냥 조용히 지나갔다. 한 번은 그 애가 왜 먼저 인사하지 않느냐고

불만을 토로한 적도 있었다. 그 때에 나는 “네가 먼저 하면 되지.”라고 말했던 듯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철벽녀도 이런 철벽녀가 따로 없다. 좋아하는 사람한테도 철벽을 치다니.

 

 

 

그 애는 노래를 잘 불렀다.

학교 축제나 수학여행을 갔을 때 항상 무대 위에 올라가서 노래를 불렀다.

조명 아래에서 노래를 부르는 그 애의 모습은 정말 영화 속 한 장면 같았지만

그 노래는 나를 향한 것이 아니었다. 매번 자신의 여자 친구를 바라보며 노래하는

그 모습을 보면 질투와 분노 그리고 슬픔이 한꺼번에 몰려와서 양손을 깍지 끼고

표정을 한껏 구겼다. 내 친구는 아직도 내가 무대에서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는 것이

오글거려서 그러는 줄 알고 있다. 실수하는 그 애를 보면 통쾌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덕분에 장기자랑 시간은 이래저래 나에게 가장 스펙터클하고 기대되는 시간이었다.

 

 

 

결국 나는 고등학교 내내 아무런 핑크빛 연애 없이 졸업을 하게 되었다.

중학생 때에 비하면 정말 아무런 썸도 없었지만 그 애의 짧은 인사 한마디면

그 날 하루가 생기 넘쳤다. 나는 대학교에 갔고, 그 애는 대학교에 가지 않았다.

그 애는 아직도 여자 친구와 잘 사귀고 있다. 나는 매일 그 애의 페이스 북을 찾아본다.

 

이젠 정말로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내 첫사랑, 짝사랑.

많이 외로워 질 때면, 어김없이 그 애가 생각난다. 그 애도 날 좋아했겠지?

나는 누군가에게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겠지?

 

결국은 이어지지 못했지만 나에게 사랑한다는 감정인 무엇인지 알려주고,

나의 10대를 설렘으로 채워준 그 애를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추천수12
반대수23
베플흐규|2013.10.08 11:46
1탄부터 쭉 봤어요 1탄엔 정말 걱정반 격려반 진심을담아 댓글을 썼구요. 근데 2탄보면서 멘붕이 살짝 왔지만 뭐, 다소 오그라드는 말투들과 소설을 따라한거같은 멘트에 쌀쌀맞게 댓글 달았습니다만. 이런나에게도 사랑이란감정은 있었다. 라거나 저런일을 계기로 마음의문을 쉽게 못열겠다 등 1탄에 이어 뭔가를 설명하고자 쓴글일거라고 나름 생각은햇는데 3탄은뭐에요? 그남자얘기로 걍 끝이네. 글쓴이가 자기자신이 글을 잘쓴다고 생각할거같아서 말해주는건데요 1,2,3탄을 초반 중반 후반으로 놓고 읽어봐요 전혀 안맞음.
베플ㅇㅇ|2013.10.08 21:49
그 애도 날 좋아했겠지에서 좀 소름끼쳤음..
베플ㅇㄴ논|2013.10.08 12:50
글쓴이의 대학이 궁금하다...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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