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잘 보내셨나요?
엽호판이 아주 시끌벅적 시장통이네요
얼른 잠잠해지고 읽을거리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네용![]()
이번주도 우리 힘내요♡
출처 : 웃대 - 무조건해라 님
“우민씨. 우리 이만 헤어져.”
오늘만큼은 꼭 고백하리라.
그런 마음으로 3달치 월급을 악착같이 모았다.
끝끝내 12월의 마지막날.
어여쁜 사파이어 목걸이를 들고 있는 내 손이 부끄러웠다.
그녀의 차가운 한마디에 모든 것이 얼어붙었다.
“으응...? 신희야? 뭐라고? 응?”
눈물을 흘려보는것이 얼마만이던가.
눈물은 하찮은 것이라고 치부하던 내게는 낯선 이물질과도 같았다.
“헤어지자고 말했어. 못들었나본데, 다시 한번 말해줄게. 우리 헤어져.”
너무나도 차갑게 말한다.
미안함이라고는 조금도 보이지 않는 모습에 더욱 더 마음이 아파왔다.
무엇 때문에...어째서...왜...
온통 물음표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지난 6개월 동안 연락이 뜸했던 것 알지? 괜히 연락을 안했던게 아니야. 난 우민씨 정리하려고...”
“하핫. 신희야. 너 그건 잠시 연수 교육가서 그랬던거자나.
응? 네가 그랬잖아. 연수 때문에 당분간 연락 못한다고.”
“내말 들어 우민씨. 그건 연수때문이 아니었어. 나 사실은 다른 남자 생겼어.
대학병원 의사인데 우연히 세미나에서 만나게 된 사이야. 지금은 그 남자를 사랑해.
약혼식도 내년 봄쯤에 할 생각이야.”
말이 안된다.
우리가 사귄지도 벌써 1년하고도 25일 10시간 15분째.
근데 그런 사랑이 한순간에 변한다고?
이건 분명히 몰래카메라일거야.
하긴 요즘은 일반인 몰래카메라가 유행이니까.
“진심이야. 못믿겠다는 듯이 그런 표정 짓지마. 역겨우니까.
나중에 청첩장은 보내줄게. 그동안 즐거웠어.”
자리에서 일어서는 그녀.
정말로 이대로 끝인건가?
주위를 둘러봤지만 카메라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저 단순한 까페일 뿐이었다.
“자...잠깐 신희야!!!”
자리에서 나가려는 신희의 어깨를 간신히 잡았다.
이제 내 눈물은 볼을 타고 흘러내릴 정도로 양을 주체하지 못했다.
“너...아니잖아. 이건 정말 말도 안돼. 그래.
한동안 연락이 뜸했다고 해도 전화도 많이하고 그때마다 우리 좋았잖아. 응?
그전부터 우리 지금까지 계속 좋았잖아. 근데 왜 갑자기 그래? 너 지금 장난치는거지? 응?”
갑자기 변한다고 해도 이럴수는 없어.
장난아니면 꿈인게 틀림없을거야.
안그랬으면 최소 미안한 표정이라도 지어야하는데 전혀 아니잖아.
나를 경멸하는 듯한 표정.
이건 도저히 말이 안되잖아.
“우민이 오빠.”
“으...응?”
“집은 있어? 아니면 들어놓은 저금은? 그것도 아니면 부모님이 돈이 많으셔?”
말문이 꽉 막혔다.
아무런 반박도 할수없는 질문이었지만 왜 하필 지금 그런것을 물어보는거지?
“난 이제 현실을 보기로 했어. 인간은 다 그래. 좀 더 편하고 즐겁게 살고 싶어해.
나도 그런 인간들 중 하나야. 오빠도 잘 생각해봐.
나보다 더 예쁘고 부자인 여자가 유혹하면 안넘어갈 수 있겠어?
그러니 부디 오빠도 좋은 애인 찾아. 그럼 나 갈게. 다신 연락하지마.
어차피 받지도 않을테니까.”
내 손을 뿌리치고는 나가버렸다.
그렇게 그녀는 가버리고 말았다.
난 멍하니 자리에 주저앉았다.
보석함을 탁자위에 놓고는 의미없이 만지작거렸다.
뚜껑을 여니 파란색의 아름다운 사파이어가 빛을 발하고 있었다.
사파이어...
3개월치의 월급으로 겨우 산 이 사파이어 목걸이.
그것도 보석방 판매원이 추천한 다이아몬드는 돈이 턱도 없이 모자랐기에
결정한 꿩 대신 닭이었다.
사파이어면 될거라 생각했는데...
우리의 사랑은...사파이어라고 생각했는데...
그녀는 다이아몬드를 원했었나 보다.
다음날 출근시간이 되어서도 난 침대안에서 꼼짝도 안했다.
그녀를 처음 만난건 2년전 어느 의학포럼에서였다.
난 로컬(개인)병원 방사선사로서 자격은 없었지만 지인의 도움으로 참관할 수가 있었다.
그렇게 별 생각없이 간 그곳에는 천사가 있었다.
그녀는 전문의 교수 도우미로 나왔다.
그 모습에 반한 나는 포럼이 끝난 후 갖은 노력을 다해 전화번호를 알아내었고
운좋게도 그녀와 사귈 수 있었다.
그렇게도 예쁘던 그녀는 로컬병원에서 썪고만 있는 나를 좋아해주며 사귀어 주었다.
만약 천사가 존재한다면 그녀일 것이고,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녀가 첫 번째 천사가 될거라고 생각했다.
“이런 젠장!!!”
얼마나 벽을 쎄게 쳤는지 손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역시나 그 날은 방안에 쑤셔박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거의 1년간을 그렇게 우울해하며 살았다.
다들 잊으라면서 위로해졌지만 그럴수록 그녀에 대한 그리움이 커져만 갔다.
그리움이 커질수록 그에 따른 분노도 날이 갈수록 커졌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그녀를 다시 보게 되었다.
친구를 만나러 간 병원 로비에 그녀가 있었다.
그녀는 어떤 젊은 의사랑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그것을 보자 속이 뒤틀림을 느꼈다.
저 새끼인건가?
딱 봐도 빵빵한 집에서 돈으로 면허를 준 딱쟁이의사였다.
그녀의 손에 반짝이는 반지가 보였다.
분명히 다이아몬드일거라고 확신했다.
“어머...?”
그 의사놈이랑 대화를 끝내고 나가려는 그녀가 나를 보자 놀랬다.
이런곳에서 마주칠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겠지.
나 또한 이런 악연이 신기하기만 했다.
“당신이 여긴 어떻게...?”
“그냥 친구만나러 왔을 뿐이야. 신경쓰지마.”
“으응? 뭐 신경은 안쓰지만...근데 왜 그렇게 말랐어? 꼭 죽을 사람처럼...”
“손 치워!!!”
사귀었던 때처럼 내 앞머리를 쓸어올리려는 그녀의 손을 제지했다.
또 다시 이별의 악몽이 떠올랐다.
“아아 미안. 오랜만에 봤으니 어디가서 차나 한잔 마실래?”
당장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지만,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어쩌면 약간의 미련이 남아있었을지도.
그녀가 데리고 간곳은 역시나 럭셔리한 까페였다.
그날과는 비교도 되지않는 까페.
가슴이 쑤셔왔다.
“어떻게 잘 지냈어? 사실 조금 궁금하긴 하더라고. 그때는 내가 좀 너무했다는 생각도 들고.”
그녀의 이러한 태도가 나를 더욱 분노하게 만들었다.
자신이 약자가 되어 동정을 받으려는 듯 한 이 작태.
간신히 화를 가라앉혔다.
“잘 지내고 있어. 그러는 너는? 아까 로비에서 본 의사가 그 놈인가?”
“응? 아아. 응. 맞아. 아직 사정이 있어서 결혼은 못하고 있지만, 내년엔 확실히 할거야.
그러는 오빠는? 결혼은 했어?”
“아니. 저번에 맞선으로 만난 여자랑 잘되어가고 있지만 아직 결혼까진 모르겠다.”
없는 여자를 만들어 거짓말을 했다.
그래야만 조금이라도 분노를 삭힐수 있을 것 같았다.
“다행이네. 행복해야해. 난 지금 매우매우 행복하거든. 오빠도 행복해져야지. 호홋.”
순간 눈을 찡그릴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반지에서 나오는 강렬한 반사광.
다이아몬드의 빛은 내 눈을 도려내버렸다.
“그래. 나도 행복해져야지. 빨리 결혼이나 하려고, 하핫.”
“으응...그래야지. 나 용서하는거지?”
“용서는 무슨. 당연한거자나. 애초부터 넌 내게 너무 아까웠다고. 친구들도 맨날 그랬는걸.”
“에이참. 호호호호홋.”
내 이성을 씹고 또 씹었다.
분노로 인해 이성이 잠들지 않도록 간신히 버텨야했다.
그러나 그 이성은 그녀의 한마디에 잠들어버렸다.
“나 이제야 행복을 느끼며 살고 있어. 지금 난 너무나도 행복해. 전과 비교할 수 없을정도로.”
빠드득.
그녀만을 생각하며 모든 것을 해주려고 노력했던 시간들.
그리고 그녀의 이별통보 후에도 행복했던 추억들을 잊지 못하고, 괴로워하던 나날들.
그 모든 것들이 한순간의 재가 되어버렸다.
아무런 의미조차 없는 한낱 쓰레기의 시간이 되어버렸다.
내 심장은 땅바닥까지 덜컥 내려앉았다.
“내가 전에 약속했던것 기억나?”
“뭐? 무슨 약속?”
“우리 100일때 내가 약속했잖아.
비록 로컬병원이지만 나중에 좀 입지가 높아지면 너 전신 MRI(자기공명영상)
찍어주기로 했던 것.”
“아아 그거. 근데 그게 왜?”
“이렇게 만난김에 찍어주고 싶다. 나 조금은 입지가 높아졌거든.
그 약속하나만은 꼭 지키고 싶어. 너에 대한 마지막 선물이라고 생각해줘.”
잠시 고민하는 그녀.
이윽고 입을 열었다.
“좋아...마지막 선물...그래. 언제?”
“이번주 일요일 저녁 7시. 어때? 그 때 MRI실이 비거든.”
“알았어. 그럴게...”
난 웃음이 번지는 것을 억지로 꼬집어가면서 참았다.
지금 웃으면 모든 것이 다 황이 된다.
나의 철저하고도 음밀한 계획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일요일 오후 5시.
나는 조종실에서 세팅을 하며 그녀를 기다렸다.
그녀는 또 그 의사놈이 사준 악세서리로 치장을 한 체 이곳에 오겠지.
얼굴에는 가득 행복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 모습을 상상하니 더욱 격한 감정이 솟구쳐 올랐다.
죽이고 싶다...죽이고 싶다...죽이고 싶다...
나로인해 행복하지 않은 그녀라면, 그녀의 행복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라면...
죽여야 한다.
다른 사람에 의해 웃는 그녀를 쳐다보기엔 너무나도 괴로울테니까.
나의 행복했던 추억들을 그녀가 죽였듯이 나도 그녀를 죽일것이다.
바로 이곳에서.
나는 기계 화면을 보며 간단한 조정을 하였다.
kvp 140...1600ma...time은 무한대.
준비는 간단했다.
우선 팻말을 바꿨다.
CT에서 MRI실로.
MRI와는 달리 CT는 방사선을 이용하는 것이기에 몸의 세포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그런 CT의 선량을 최대로 한다음 그녀에게 쏘인다.
그 방사선양이 70000mr을 넘는 순간.
방사선 치사량이 되어 그녀는 죽겠지.
눈에 보이지도 급격히 몸이 변하지도 않기에 가장 손쉬우면서도 무서운게 방사선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양의 조사선량인 CT로 그녀를 오게 한 나의 재치는 나도 놀랄 정도였다.
어찌보면 그녀에 대한 분노가 그토록 컸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잠시 후.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다.
마중을 나갔는데 그녀는 의외로 수수한 복장으로 찾아왔다.
그 모습을 보니 예전 연애하던때가 생각나 더욱 미칠지경이었다.
“들어와. 여기야.”
정신을 추스르며 그녀를 CT실로 데리고 왔다.
CT와 MRI는 일반인이 표면상으로 구별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녀 또한 구분하지 못했다.
내 계획은 한층 앞으로 전진하고 있었다.
그녀를 CT 테이블에 눕혀 고정기구로 몸을 고정하고는 조정실로 나왔다.
CT실과 조정실 사이에는 유리벽면이 있었기에 안을 볼 수 있었으며
마이크를 통해 서로의 대화가 가능했다.
난 그녀의 변화를 관찰하기 위해 마이크를 온으로 해놓았다.
“기뻐. 너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나의 말에 그녀가 싱긋 웃었다.
그 웃음조차 가식적이라고 느껴졌다.
“그럼 이제 시작할게.”
드디어 마지막 순간이 왔다.
그녀를 가질수 없다면 그녀의 마지막을 가질것이다.
분노는 어느새 쾌락이 되어갔다.
지이이이잉.
CT돌아가는 소리가 귀를 자극했다.
1000mr...2000mr...3000mr...
점차 올라가는 수치.
아직까진 아무런 변화도 없는지 그녀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어때? 괜찮지?”
“으응...? 응...괜찮아...”
약간은 힘이 없어보이는 그녀의 말투.
조금씩 효과가 오는것일까?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피부가 타들어갈까? 아니면 세포가 분열되며 썪어갈까? 그것도 아니면 괴사를 일으킬까?
그녀가 내 앞에서 죽어간다니.
너무나 짜릿했다.
10000mr...20000mr...30000mr...
“콜록 콜록”
약간의 기침을 하는 그녀.
드디어 방사선의 부작용이 오고 있나보다.
“오빠...”
“응?”
“미안해...”
방사선에 의해 뇌세포에 타격을 입은건가?
갑자기 이게 무슨 말인지...
응? 이게 뭐야?
“미안해 오빠...흐흐흐흐흑...”
CT모니터는 지금 대퇴부(허벅지)쪽 영상이 뜨고 있었는데
왼쪽 femur(대퇴골. 허벅지에 있는 뼈로서 인체의 뼈 중 가장 크다.)와
그 밑부분이 온통 새하얗게 보였다.
흡사 이건...
“연수간다고 거짓말했을때 나 병원에 있었어. 갑작스런 교통사고로...대퇴골이 절단되었거든.
그래서 의족으로 대체하는 큰 수술을 받았어...흐흑...”
의...의족?
아니야. 분명 거짓말일거야. 이건 CT상의 artifact(결함)임에 틀림없어.
“시간이 지나자 나름 의족은 적응이 되었지만...그로인해 난 많은것을 잃었어.
돈도 직업도 모두 잃은거야. 흐흑. 이런 나인데...
내가 정말 사랑하는 오빠한테 짐이 될수는 없잖아. 오빠같이 멋있는 사람은...
더 좋은 여자 만나야 하잖아...그래서...그래서...정말 미안하게도 그런 못된말만 했던거고...흐흑...”
스피커에서 흘려나오는 말들이 사실인걸까?
내 환상은 아닐까?
그 어떤것도 생각할수 없도록 나를 멍하게 만들어버렸다.
“지난번 그 의사도 내 전문의일 뿐이야. 난 정말 오빠밖에 없었고, 지금도 그렇지만...미안해.
끝까지 속였여야 했는데. 다른 여자랑 잘되어가고 있다는 말에 흔들렸었나봐.
정말정말 미안해. 이런 모습 보여주기 싫었는데...
게다가 오빠부탁이라서 거절하기도 너무나...흐흑...미안했고...흐흐흐흐흑...”
그럼 그 모든게 내 오해였단말야?
이런 젠장...
멍청한 여자.
그까짓 의족이 다 뭔데.
그딴것 가지고 헤어질생각을 하고...정말 멍청한...
“그냥 못본걸로 해줘. 나 이제 다시는 오빠앞에 나타나지...쿨럭...커커컥...”
그녀의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오...오빠. 갑자기 나 왜 이러는...거지...커커커커컥...쿨럭”
아...안돼!!!!!!!!!!!!!!!!!!!!!!!!!!!!!!
으아아아악!!!!!!!!!!!!!!!!!!!!!!!!!!!!
새빨간 피로 물들어가는 CT실.
CT모니터를 보자 총조사선량은 60000rm을 넘어서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