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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강간 - 국가가 가정을 파괴한다. ?

85 |2013.11.04 21:45
조회 4,999 |추천 3

◆ 과도한 형량은 가정 해체 양산할 것이다

대법원의 부부 강간죄 인정으로 배우자 간의 성관계도 형사 처벌이 가능해졌다. 그에 따른 사회적 파장과 부작용은 예상보다 클 것이라는 게 나의 판단이다.

 우선 이번 판결이 법 제도 변화와 맞물려 어떤 결과를 낳을지 들여다보자. 법 개정으로 6월 19일부터 친고죄가 사라지고, 부부 강간죄는 징역 7년 이상(일반 강간죄는 징역 3년 이상)으로 가중 처벌된다. 징역 7년 이상이면 감경을 하더라도 3년6월의 형을 선고받게 되므로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다. 이제는 수사기관이 배우자의 고소·고발 없이도 적극적으로 부부 강간을 찾아내 처벌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부부라는 이유로 가중 처벌한다는 것은 처벌의 불균형은 물론 해석의 혼란을 일으키고 법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이웃 주민이 폭력으로 의심되는 비명을 듣고 경찰에 신고하면 부부가 경찰 조사를 받게 된다. 그 과정에서 아내가 “과거 가정폭력과 함께 강제적 성관계가 있었다”고 진술할 경우 그 순간 수사 방향은 가정폭력에서 부부 강간으로 바뀌게 된다. 나중에 부부가 아무리 애원해도 형사 처벌을 피할 수 없다. 가정폭력을 막기 위한 이웃의 신고가 엉뚱하게도 부부 강간 수사의 단서로 돼버리는 것이다. 어찌 보면 살벌하고 무서운 세상이다. 물론 가정폭력은 사라져야 하지만 부부 강간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성폭력특례법은 성폭력 범죄 피해자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고 건강한 사회 질서의 확립에 이바지하기 위해 제정된 것으로 일반 형법보다 가중 처벌하기 위한 법이다. 이 법은 성적 자기결정권 보호와 가정의 안정, 혼인의 존중이란 이념, 즉 혼인과 가정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가정을 회복시키는 역할이 아닌 가중 처벌의 목적으로 국가형벌권이 개입할 경우 자녀의 미래를 위한 기반인 가정이 해체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장기간의 수감생활과 신상정보 공개 및 전자발찌 부착 등으로 정신적·문화적·경제적 어려움과 충격을 가족 모두가 함께 안고 가면서 혼인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결국 그 가정은 파탄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

 우리 사회의 결혼관 또한 큰 변화가 예상된다. 혼인을 기피할 것이며, 이혼이 증가할 것이다. 이번 판결은 형법적 판단이지만 가사·민사 분야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위자료 액수를 높이고 재산 분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이혼사건이 결국 부부 강간사건으로 변질되고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

 대법원이 부부 강간죄를 인정한 논거는 ‘법률상 처(妻)의 성적 자기결정권 보호’다. 성적 자기결정권은 혼인 유무와 관계없이 보호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형법은 법률상 배우자가 있는 자에 대해 배우자 아닌 사람과의 성관계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간통죄로 처벌한다. 대법원도 “성적 자기결정권이 혼인으로 인해 제한된다”면서 그 이유를 혼인에서의 동거 의무에서 찾고 있다. 대법원이 부부 강간죄와 간통죄에서 모순된 입장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여러 측면에서 부작용을 염두에 두지 않은 채 나온 대법원 판결은 너무 성급한 것이었다.

 실질적 혼인관계 여부를 판단해 실질적 혼인관계가 깨어진 경우 부부 강간을 인정하고, 실질적 혼인관계가 지속 중인 때에는 부부 강간을 가정폭력 범죄의 일종으로 취급하는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 그것이 가정의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고 건강한 가정을 만드는 길이다.

오 경 식 국립 강릉원주대 교수 한국비교형사법학회 회장

추천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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