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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신랑 반품 결정.. 좀 깁니다

혼자살아넌 |2013.11.08 13:33
조회 180,274 |추천 569

결혼 8개월, 맞벌이, 혼인신고 안했음, 자녀 없음.

 

저희에겐 다른 부부들처럼 수많은 문제가 있지만 거두절미 하고,

가장 중요한 문제만 말해볼까 합니다.

 

남편에겐 희귀병이 있습니다. 요점만 얘기하자면,

 

척추가 조금씩 굳어가는 병, 유전적 요인 있으나 발병 확률은 낮음.

현재 완치약은 없음, 약물과 운동으로 진행상태를 늦출 수 있음.

평생 약물과 운동 필요

 

남편의 병을 알게된 것은 결혼식 전날이었습니다.

신혼집 청소하던 중에 전화통화를 들었고 그날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나 어떡하냐고, 결혼하기 싫다고 대성통곡하는 딸에게,

엄마는 "이미 선택했으니, 책임은 제몫"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제야 돌아보니 가장 행복해야 할 신부가

엉엉 우는 모습을 보고 엄마 마음은 얼마나 찢어졌을까요.

정말 저는 불효자식입니다.

 

사실 상견례 당시 친정엄마는 본격적으로 남편을 병원에 데려가보라고 독촉하셨습니다.

육안으로 보기에도 상당히 허리가 상당히 구부정하거든요.

연애기간 저는 단순히 운동부족 때문이라 생각해왔고,

저도 허리 디스크를 앓아 한때 자세가 상당히 구부정했던 때가 있어서 심각하게 생각 안했습니다.

그래서 남편감을 처음 본 날부터 친정엄마는 병원에 데려가보라 했지만,

저 역시 얘기하기 조심스러워 말을 꺼내지 않았습니다. 정말 바보같은 짓이었네요.

하지만 저 모습으로 식장에 들어가면 남들 입에 오르내릴 것 같아

남편에게 조심스레 얘기를 꺼내보았지만

남편은 자존심이 상한다며 완강히 거부했고,

"우리 엄마가 병원에 가라고 해도 난 안갔다. 그런데 장모님이 가라고 해서 간다면

우리집 입장이 뭐가 되냐"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며 우겨댔습니다.

혼자 힘으로 어떻게 해보겠다는 말로 버텼습니다.

그말을 믿고 기다렸지만, 시간이 흘러도 나아지는 기미는 없고 결혼날짜는 다가오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병원에 가자고 얘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싫다고 버티는 남편과 싸우기를 여러번, 말 그대로 피를 말린 끝에

병원 검사를 받고, 결혼 전날 검사 결과를 듣게 된 것입니다.

 

남편의 반응이야 담담했습니다. (뭐 속까지 정말로 담담했겠습니까 당사자인데)

하지만 "오래전부터 이병이 아닐까 짐작은 하고 있었다"는 말은 저를 더 절망스럽게 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시어머니가 병원에 가자고 할때 가지 않았을까,

아니면 스스로 검사를 받아보지 않았을까 따져보았지만

가끔 통증이 있어 동네 병원에 갔을때도 별말 없어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제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대답을 내놓았습니다.

이때문에 사기결혼 운운하며 결혼 직후에도 많이 싸웠습니다.

 

뭐 다 지나간 일이니 좋다 이겁니다. 문제는 결혼한 후부터입니다.

앞으로 알아서 운동하겠다는 남편의 말만 믿고 한달은 그냥 지켜보았습니다.

집에와 누워서 게임은 할지언정 운동은 하지 않길래

헬스든 뭐든 끊어서 다니는게 어떻냐는 저의 말에

집에서 하면 된다, 알아서 하겠다고 남편은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결혼 첫달 병원 진료에 같이 가보니

의사는 운동을 그 무엇보다 강조했고,

병원에서 나오자마자 싸웠습니다.

"운동을 왜 하지 않느냐, 결혼했으면 가정을 위해서라도 운동해야 하는거 아니냐,

그렇게 게을러서 어떻게 병이 좋아지겠냐"고 화를 내는 제게

남편은 "니가 나 운동하는거 본적 있냐. 본적도 없으면서"라는 애같은 소리를 했고

자기를 게으르다고 했다며 화를 내면서

그제서야 선심쓰듯 "그럼 헬스 다니면 되잖아" 하더군요.

 

하지만 헬스를 끊고도 일주일에 한두번,

회식은 그렇다쳐도 일주일에 두번이상 직원들하고 저녁먹고 술먹고 당구치고

게다가 술을 많이 먹은 다음날은 일찍 들어와도 피곤해서 대부분 운동 생략입니다.

헬스를 6개월간 끊었는데 주 3회 간 걸 본적이 딱 3번 있습니다.

항상 주 1회 혹은 2회.

어떤때는 남편도 힘들겠지, 스트레스 풀 시간도 있어야지 하며

피가 바싹바싹 마르는데도 아무말 안한적도 있고,

어떤때는 카톡으로 "이따 운동 열심히해"라고 무언의 압박을 주기도 하고,

어떤때는 대놓고 협박하고 싸우기를 6개월.

얘기좀 하자고 부르면 피하는 남편. 그러면 화가 나서 싸우게 되고

싸우면 남편은 말한마디 안합니다.

저도 같이 침묵하다가 답답해서 먼저 얘기해서 풀고 하기도 여러번.

정말 지옥같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한번 이혼하자고 한적도 있고, 어찌어찌 열심히 하겠다는 말을 믿고

나도 마음을 고쳐먹어야겠다고 생각해서

"나랑 같이 운동 다니자"고 했더니 또 싫답니다.

협박하고 어르고 달래서 같이 운동 나갔는데,

다른 사람들이 운동하는걸 보니  본인 몸이 이상하다는걸 그제서야 깨닫더군요.

그렇게 제 개인시간도 포기하고 운동 같이다니고

매월 병원 따라다녔습니다.

 

"병원 바꾸자"고 했더니 "병원은 다 똑같다. 멀어서 싫다" 하길래

시댁까지 동원해 병원 바꾸었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예전 병원보다 훨씬 더 운동을 강조해서,

"매일 여러번 운동하라"고 합니다.

 

남편은 주1~2회에서 이제 주4~5회 운동합니다.

매일 운동하지 못합니다.

여전히 친구들과 약속, 직원들과 당구.

예전엔 늦게 들어오는 날엔 운동하지 않았는데 이젠 하고 자는 날도 있습니다.

 

조금 더 체계적으로 운동하면 어떨까 해서

"운동 처방을 받아보면 어떨까" 얘길 꺼내보았더니

또 싫답니다. 지금 운동하고 있는데 뭐가 문제냐 이겁니다.

"넌 왜 자꾸 내 성격을 바꾸려고 하냐"고 악을 씁니다.

 

제가 너무 서두르는 것 같나요. 모르는 사람들은 그렇게 볼겁니다.

저 나이 매우 많습니다. 내년엔 아기 가져야합니다.

제가 어렸더라면, 일이년 천천히 남편 운동습관 잡아놓고, 병이 조금 호전되면 더 좋고요.

그리고나서 희망적인 마음으로 아기를 가졌을 겁니다.

 

지금도 조금씩 남편의 뼈는 망가져가고 있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

병원에서 단한번이라도 희망적인 얘기 듣고 싶습니다.

제가 잔소리하지 않아도 남편이 알아서 운동하는 모습 보고 싶습니다.

남편이 이를 악물고 열심히 해서 제게 믿음을 주면 좋겠습니다.

확률이 매우 희귀하긴 하지만

내 아기가 남편과 같은 병을 가지고 태어나더라도

절망보다는 "아버지처럼 이겨낼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물려줄 재산은 없을지라도 바람직한 정신적 유산을 물려주고 싶습니다.

노산 걱정에 남편 걱정까지 더해서 아기 가지고 싶지 않습니다.

만에 하나 나중에 남편이 쓰러져서 남편노릇 못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가진것이 많지 않습니다. 남편도 아이도, 저 혼자 모든걸 감당해야 합니다.

그때 "당신이 최선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야"라고 원망하고 싶지 않습니다.

 

병이야 본인이 원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니까 할수 없습니다. 받아들여야 합니다.

둘다 성격도 다릅니다. 싸울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병이 호전되는 것, 더 나은 가정을 이루기 위해서

같은 목표를 가지고 머리 맞대고 더 나은 방법을 찾아 함께 노력하고 싶습니다.

 

이젠 제가 싫습니다.

내속도 모르고 곤히 잠자는 남편 모습 보면서 속끓이는, 눈물짓는 제 모습이 싫습니다.

그렇지않으면  잔소리하는 악처 되기 싫습니다.

남편 손 붙들고 질질 끌고가는 제 모습이 싫습니다.

본인에게 도움이 될지 모르는 모든 방법에

"한번 생각해보자"라는 긍정적인 대답보다는 "싫다"는 말을 먼저 하는 남편이 싫습니다.

늦게 귀한 자식 시집보내고 마음고생한다고 우시는 친정엄마 모습 보기 싫습니다.

"내 아들은 내말 안듣는다. 니가 살살 달래면서 잘 해봐라"하는

무책임하고 아무런 도움도 안되는 시댁도 싫습니다.

 

선택엔 책임이 따른다고 합니다.

남편은 제가 선택했고, 결혼한 이상  남편의 병도 제 책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남편이 혹시라도 잘못되면 누구나 "넌 옆에서 뭐했냐"라고 할테니까요.

그래서 제가 할수 있는건 이제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억대 돈을 벌어다줘도 싫습니다. 집을 사줘도 싫습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보기도 싫습니다.

8개월간 변하고 싶지 않다는 사람, 8년이 지난들 변할까요.

무책임하고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과 80년을 산다고 생각하니 끔찍하게 싫습니다.

이젠 그냥 혼자이고 싶습니다.

 

 

남편아

잔소리 쩌는 마누라랑 8개월간 사느라 고생 많았다.

넌 나한테 항상 "의사말 뭐들었냐. 왜 자꾸 이러냐"고 했지.

너야말로 의사말 뭐들었냐?

의사가 밥먹듯이 운동해라, 정말 열심히 해야한다고 하는 말은 너한텐 안들리든?

넌 항상 좋은 말만 듣고 싶어하지.

너같은 남편이랑 살아봐라. 좋은 말이 나오겠나.

딱 너같은년 만나서 한번 살아봐라.

지몸 망가진건 생각도 못하면서 살좀빼라고 하질않나, 니가 그런말 할 주제나 되냐?

너 만에하나 쓰러지면 가진것도 없는데 어떡하나 해서,

조금이라도 젊고 건강할때 더 모아보자고

주말에 시간 쪼개서 투잡도 했다.

내가 쉬는날 없을때 힘들다고 하면 넌 "하기 싫으면 하지 말아라"고 했지?

니가 간만에 집안일 하루 했다고 나한테 집안일 안하냐고 뭐라고 했지?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라.

니가 밥한횟수가 많나 내가 밥한횟수가 많나, 그것만 봐도 알지 않아?

그래 넌 앞으로 너 하고싶은거만 하고 살아라.

그렇게 살다 죽든지 말든지 이젠 내 알바 아니다.

난 하늘에 맹세코 할만큼 했다. 너랑 살아보려고 최선을 다했어.

그 누구도 나에게 돌을 던질수 없을거다.

 

기도하마.

니가 운동 안해도 아무 생각없이 좋다고 실실 쪼개는 년

병원 가서 그런 소리 들어도 어떡해 어떡해 하고 걱정만 하는 년

힘들어서 일하기 싫으니까 너보고 돈 많이 벌어오라고 하는 년

그렇게 이해력 쩌는 년 만나서 하고 싶은거만 하고 즐겁게 살길 바란다.

잘먹고 잘살아라. 다신 보지 말자.

 

 

남편 자존심 상할까봐 함부로 하지도 못했던 제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답답했던 속이 좀 시원해지네요...

추천수569
반대수16
베플저게|2013.11.08 14:23
저기서 더 악화되면 님탓하면서 지랄발광할 놈일세. 당장 떨궈내시고 새로운 인생 사시길.
베플타임슬립|2013.11.08 16:37
글쓴님이 신랑한테 질린 건 아픈 신랑이 아니라 노력하지 않은 신랑입니다.
베플꼬양|2013.11.08 14:40
저런사람은 절대 못고쳐요 아마 이혼하고나면 마누라가 자기버렸다고 떠들고다닐테죠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구요. 지금이라도 마음결정 잘 하셨어요 애가 없는게 천만다행이죠... 그간 고생하셨어요 토닥토닥
베플|2013.11.08 15:56
딸을 생각하셨더라면 이혼보다는 파혼이 더 나았을 건데... 여튼 부모님도 글쓴님도 많이 힘드시겠네요.. 게으름엔 장사없어요.. 자기 관리는 못할지언정 자기 병을 이겨낼 의지조차 없는 사람.. 보아하니 병이 악화될 수록 더 막장으로 갈듯... 저희 아버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나네요.. 남자는 가정을 부양해야하고 남자는 가정을 지켜야 한다는 말씀.. 자신의 아들보고 신신당부 하셨는데.. 남편분은 그런 의무는 커녕 삶의 의지 조차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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