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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뱀,巳)의단편] 페르세우스의 약속

나요 |2013.11.12 14:24
조회 3,865 |추천 7

           [출처] 웃대 - 히피히피 님 

 

여러부우운~안녕?

나요에요윙크

무지 무지 ..... 지루한 시간이에요ㅜ_ㅜ!!

 

 

 

 

방학을 맞아 시골집에 갔다 온 이후로 여동생이 많이 아프다.


“괜찮아?”
“샤악- 샤악-!”


특히 머리가.


***


우리 가족은 여름방학과 맞물려 아버지의 휴가를 빌미로 시골에 놀러갔다.
나중을 생각하면 이 일은 필히 빌미가 될 터.


“저기 가서 물장구치고 놀다 오니라.”
“네, 할머니.”


나와 한 살 어린 내 여동생, 그리고 사촌동생들과 함께 마을 계곡으로 물장구를 치러 갔다.
그곳은 수심이 매우 낮고 시냇물이 졸졸 흐르듯 잔잔한 계곡이었기에 굳이 어른과 동반입장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히 안전한곳이었다.
단 하나, 뱀이 많다는 것을 빼고는.


“오빠.”
“응?”
“이상하게 코가 아파.”
“코에 물이 들어가서 그런 거야.”
“그런가.”
“조금 있으면 괜찮아져.”


동생은 열여섯 살. 즉 중 삼이었는데 이상하리만치 내 앞에서는 아기처럼 말하고 행동한다.
그만큼 나를 의지하고 믿고 있다는 탓도 있지만, 부모님 앞에서는 그런 행동을 보이질 않으니 약간은 이상하다고 생각도 했다.
하지만 내 동생의 입술은 시퍼렇게 질려있었고 그만큼 우리가 오랫동안 놀기도 했기 때문에 동생들에게 이만 돌아가자고 말을 했다.


“어⋯?”


돌아가는 산길에 뭔가 발에 짓밟히는 느낌이 들어서 살며시 발을 들어 보았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새끼 뱀이었다.


“뱀이 죽었어. 살짝 밟았을 뿐인데,”
“살짝 밟다니! 천벌을 받을 게야!”


우리는 나무 밑에서 자그마한 화로 앞에 쪼그려 앉아 큰 뱀을 태우고 있는 노망난 할머니를 보았다.
이토록 더운 날씨에 물이 아닌 불 옆에서 뱀을 못살게 굴고 있다니 노망이 난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모르고 뱀을 죽였다고 다짜고짜 저주를 퍼붓다니.
나는 대뜸 대들었다.


“근데 왜 할머니는 뱀을 태우세요. 벌 받을 거예요.”
“예끼 이놈! 나는 태우는 게 아니야! 성불시키는 거지! 네가 밟아서 죽은 녀석을 어서 이리 다오!”
“싫어요! 메롱!”


우리는 노망난 할머니에게 천진난만한 얼굴을 보이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달아났다.
그 노망난 할머니 사건을 제외하고는 아주 뜻 깊은 휴가였다.
하지만 여동생은 하루, 이틀이 지나면서 계속 머리가 아프다며 자기 방 침대에 누워 일어나질 못했다.


“머리가 너무 아파⋯⋯. 오빠 나 죽는 거야?”
“그런 소리 하지 마! 네가 왜 죽어!”


사실 걱정이 됐다. 이대로 동생이 죽으면 어쩌나 하고.
아빠와 엄마는 아픈 동생을 데리고서 힘들게 병원에 다녔다.
하지만 큰 병원에서 조차 원인을 찾지 못했다.
그렇게 동생은 쓰디쓴 두통에 이유 없이 시달려야만 했다.


나는 똑똑히 들었다. 그날의 아빠와 엄마의 대화를.
아빠는 엄마를 따지고 들었다.
그깟 두통 때문에 CT나 MRI찍어 가며 쌩 돈을 날려야겠냐고.
엄마는 말했다.
그깟 두통이라니, 딸이 저렇게 아픈데 돈이 무슨 상관이냐고.
결국 다짐했다.
내가 저 병을 낫게 해보이겠다고, 동생에게 힘이 돼주겠노라고.


하필 다짐과 달리 동생은 더욱더 야위어가고 아파져만 갔다.
하루는 이상한 기척이 느껴져 문득 잠에서 깼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동생이 바로 옆에서 무릎을 딛고 일어선 채 나를 보며 이상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샤아- 샤아-’ 하면서 마치 코브라 같은 형상을 하고서 입으로는 뱀 같은 소리를.
그때부터 동생은 이상한 짓을 하기 시작했다.
내 다짐이 시작된 날로부터.


밥 상 앞에서는 혀를 날름날름 거리며 ‘샤아- 샤아-’ 하는 또 뱀 같은 소리를 내며 아빠와 엄마를 걱정시켰다.
아빠는 두 눈이 빠져버릴 만큼 커다랗게 변하시더니 엄마를 바라보고는,


“얘, 왜이래?”
“그러니까 병원가자고 했잖아!”
“이, 일단 조금만 더 지켜보자.”


나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숟가락을 내려놓고서 내 방으로 향했다.
아빠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식사를 계속했다.
엄마는 잠겨 진 내 방문을 열려고 노력하셨지만 나는 끝내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동생 걱정으로인해 잠이 오지 않아 새벽에 살며시 발을 떼어 동생의 방으로 향했다.


“여진아, 오빠야.”


동생은 침대위에서 곤히 잠에 빠져있었다.
몸을 이상하게 비비 꼬고서, 마치 똬리를 튼 듯 한 모습으로 말이다.
그날부터 이상하게 동생이 무서워졌다.


어느 날 갑자기 더 이상 밥상에서 동생은 그 이상한 ‘샤아- 샤아-’ 하는 소리를 내지 않더니,


“아빠, 나 이제 안 아파.”
“거봐! 내말이 맞지! 맞잖아!”


아빠가 한심하다고 느껴졌다. 저 확신에 찬 표정이 더욱더 얄밉고 한심하게 느껴졌다.
아무리 동생이 나은 게 다행이라도 굳이 자기의 불안한 믿음이 확실했다는 사실을 널리 알릴필요는 없지 않냐고 생각했다.


두통이 사라진 이후로 동생은 나날이 예뻐져만 갔다.
미용실을 가면 사장님들이 미스코리아 나갈 때 힘을 보태주겠다며 적극적으로 출전을 요구했다.
온 학교에 소문이 퍼져 러브레터가 끊이질 않았다.
모르는 녀석들이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거는 일이 잦아졌다.


그런 동생은 자기의 영향력이 거대해 짐을 느끼고서 오만하게 대했다.
아빠에겐 명령을, 엄마에게는 조롱을, 나에게는 무시를.
하지만 이상하게 우리는 동생의 말에 따르게 되는 것이었다.
심부름을 시키면 하기 싫으면서도 몸이 움직였다.
이대로 가다가는 죽으라고 하면 자살까지 하게 되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그 생각은 아빠와 엄마, 우리 모두 같이 하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동생이 우리 집안의 대장이 되고 만다.
허물이 벗겨지듯 동생이 왜 예뻐진 건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주워 왔냐고 묻기엔 처음에는 엄마를 닮은 모습 그대로였으니 그렇지는 않다.
아빠와 엄마는 솔직히 그리 출중한 얼굴을 하고 있지 않다. 나마저도.


나는 솔직히 그런 동생을 시기하고 질투했다.
한번은 언젠가 죽이고 말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용돈은 나의 두 배요, 성적도 나의 두 배요.
결국 집안의 화풀이 총알받이는 언제나 내 몫이었다.
노망난 할머니의 저주인가.
그 저주가 확실하다면 나는 이 저주를 반드시 깨 보이겠어.
그렇게 또 다시 다른 다짐을 했다.


다른 다짐을 기점으로 동생은 또 다시 아파져갔다.
외모도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기 시작 하더니, 결국 또 두통이 도져 침대로 직행했다.
이번에도 아빠는 며칠이 지나면 괜찮을 거라며 동생을 다독였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아픈 동생을 보며 이내 참아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동생은 다시 ‘샤아- 샤아-’ 하는 이상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동생의 머리는 나을 생각을 안 했다.
모든 음식을 뱀처럼 삼키며, 걷지도 않고 뱀처럼 몸을 에스자로 꼬으면서 이동했다.
정말 가관이었다. 사람이 저럴 수 있나 라고 생각이 될 만큼.
뼈가 아예 없다고 생각 될 만큼.


끝내 아빠는 동생을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나는 직감적으로 오늘이 고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생이 오늘 죽는다.
그런 생각이 뇌 속에서 끊이질 않았다.
학교도 가지 않고 부모님에게 화를 내며 동생 곁에 있겠다고 했다.
침대 옆에서 동생의 손을 꼬옥 붙잡고 힘이 돼주겠다고 계속해서 말했다.
동생은 웃으면서,


‘샤아-’ 하는 소리를 또 다시 냈다.
나는 기어코 울고 말았다.
끝내 참고 있던 눈물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 순간,
동생의 머리 쪽에서 계란껍질이 깨지는 것처럼 ‘와자작’ 하는 소리가 나더니 이내 두개골이 모두 부서져버렸다.
그리고는 수백 마리의 실타래 같은 뱀들이 튀어나와 동생의 머리카락처럼 행동했다.


“메, 메두사!”


죽은 동생을 보고 할 말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밖에 생각이 들지 않았다.
마주치기 싫어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이내 동생에게 못할 짓을 했다는 생각이 들어 뜨고 싶었지만 자신이 없었다.


‘동생을 볼 자격이 없어. 이대로 돌이 되고만 싶다.’


지금까지의 동생이 겪은 이야기는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날 코가 아프다고 한 이유는 잘 알 것 같다.
나는 끝내 동생을 지켜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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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페르세우스는
메두사의 목을 베어버린 자입니다.





추천수7
반대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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