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웃고 주변 살뜰히 챙기는 20대 중반 여자입니다.
그래서 못생겼지만 인상 좋다는 소리 많이 듣고요, 특히 어른들께 예쁨 많이 받아요.
근데 저는 되게 답답하고 힘듭니다.
사람들 살피고 눈치 보는게 버릇이 되다 보니 할 말을 못해서요
자꾸 그러다 보니 이제는 화내는 법도 모르고, 이제는 화도 잘 안나요.
그냥 돌아선 뒤에 아..그 때 이런 말을 했어야 되는구나 라고 후회할 뿐
스스로가 되게 한심해요...
심각한 일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에피소드는 일상적인 일들입니다.
자꾸 본인을 오빠라고 칭하며 스킨십을 시도하는 직장 상사에게 따끔한 소리를 못한다던지.
다이어트 중인데 굳이 먹을 것을 권하면 마다하지 못한다던지.
거절 못해서 억지로 소개팅을 나가 상대방까지 불편하게 만든다던지..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맞고 다른 사람이 틀려도 지적을 못한다던지..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미용실때문입니다..
다음 주에 중요한 일이 있어서 오늘 머리를 자르러 갔어요.
저는 단발머리구 2,3달에 한 번 씩 머리를 자르는 편인데
평소 머리 잘라주시던 분이 오늘따라
'왜 이렇게 오랜만에 왔어요!! 머리 엄청 길었네!!'
이러시더라구요.
전 그냥
'아닌데; 제가 되게 보고싶으셨나봐요^-^'
이러고 말았어요. 그리고 평소처럼 잘라드리냐고 묻길래 그러라고 했죠.
근데 왠일인지 처음부터 바리깡이 등장하더라구요
뭐지..싶었는데 그냥 별 생각 안했어요.
머리는 뒷부분부터 잘렸고, 서서히 앞부분이 잘리는걸 보니 아... 좀 짧다.. 싶더라구요..
결과물은 역시..엄청 짧았죠..평소 자르던 스타일도 아니었고..
어벙벙한 상태로 있는데 마무리로 바리깡이 한번 더 등장하더라구요
제가 막 움찔움찔하면서
'저 이거 처음 해봐요;'
그러니까 머리 해주시는 분이
'응? 제가 맨날 해드리지 않았어요'
이러시더라구요.
그 때 깨달았습니다.
아.... 이 언니가 지금 나를 다른 손님이랑 착각했구나...머리 겁나 짧게 자르는 손님이랑..
하지만 아무 말 없이 저는 미용실을 나왔습니다.
머리는 대 참사가 났습니다.
제가 얼굴이 길면서 각진 편이라 머리 길이가 진짜 중요한데..
집에 와서 정말 엉엉 울었어요.
뭐 머리는 어차피 자랄거고, 중요한 일도 뭐 내 머리때문에 틀어질 일은 아니니까 괜찮아요
진짜 서러웠던건 그 상황에서 머리 마음에 안 든다는 내색 한마디를 못하고,
이거 내가 자르던 스타일 아니라고 누구랑 착각한거냐고
핀잔 한번 못 주고 웃으면서 '감사합니다'이러고 나온 제가 너무 한심하고 등scene 같았어요.
자꾸 이런 식이다 보니까 점점 친구도 못 사귀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랑 살다보면 서로 생각도 맞춰가고 그러다 싸우기도 해봐야되는데
좀 안맞는다 싶으면 피해버리니까.....
심지어 저는 쇼핑도 안 다녀요...
점원들이 따라다니면서 이게 좋다 저거 해봐라 훈수 놓는거 외면하기가 불편해서...
다른 사람들 기분 안 상하게 하면서 내 생각 또박또박 말하는 법이 궁금해요..
지금도 노력은 하고 있지만..진짜 바뀌고 싶습니다.
알려주세요..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