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스물여섯살 먹은 남자입니다.
저에게는 큰 고민이 있습니다. 일단 제 상황을 말씀 드릴게요~ 저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25살에 늦깎이 입대를 하여 현재 군복무중입니다. 내년 6월에 전역예정입니다.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입대를 하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었어요. 저는 현재 초등학교 교사입니다. 교대를 졸업해서 1년정도 아이들 가르치다가 군휴직을 신청하고 입대를 했어요. 보통 사대나 교대 졸업생 남자들은 발령 받아 자리를 잡고 이렇게 입대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저도 '남들 사는대로' 살다보니 입대를 하게 됐구요. 고교졸업 후 교대에 입학했는데 어찌보면 교대입학 순간부터 목표는 정해져있던 거나 마찬가지였어요. 초등교사. 평소에 아이들 좋아하고 퇴근하고 나면 충분한 여가시간에, 방학에, 안정된 직장. 뭐, 지금 생각해보면 단순하게 그런 이유들이었던 것 같기도 해요. 평소 좌우명이' 인생 즐기면서 여유롭게 살자'이기도 했구요. 초등교사란 직업은 저의 이러한 인생관이나 가치관에 더할 나위없이 좋은 직업이기도 합니다. 근데 입학하고 나서부터 개인적으로 '다양하게 경험해보자' ( 이 생각은 제가 나중에 아이들 가르칠 때 다양하게 경험을 하는게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결심한 스무살 무렵 저의 다짐과도 같습니다) 라는 모토 아래 이것저것 경험을 쌓다보니 ( 남대문에서 물건 떼다가 팔아보기도 하고, 학교 축제 때 사회보기도 하고, 공연 동아리에서 공연도 하고, 개그맨 시험도 보고, 방송 엑스트라도 해보고, 지하철에서 복조리도 팔아보고 등등등 전형적인 교대생들과는 다른 캠퍼스 라이프이긴 했어요. 학과수업이나 강의엔 흥미가 그닥 없었어요 ) 이상하게 남들 앞에 서서 말할 때 흥분되고 짜릿하고, 무대에서 내려올 때 사람들이 보내주는 함성과 갈채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는 거예요. 개그맨 지망생 분들 대부분이 그러시겠지만 학창시절 때 다들 반에서 웃기다는 소리 한번씩 들어보셨을테죠. 그리고 웃긴 사람들 특징이, 사람들이 웃어주면 막 기분좋고, 더 웃기고 싶고 그렇잖아요. 나 아닌 다른 누군가가 나보다 더 웃긴 멘트, 웃긴 표정 지으면 이상하게 질투나고 시기도 하게 되고, 어떻게 하면 더 웃길까 고민하고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남몰래 연구도 하구요.
저도 그랬거든요. 그런 경험이전의 학창시절 때는 그냥 단순히 '아, 내가 유머러스한 성격이어서 그렇구나' 하고만 생각했는데, 스무살 넘어 이것저것 경험하다보니 무대에 서서 남들한테 웃음을 줄수록 ' 더 큰 무대에서 더 많은 사람들 앞에서 웃음 주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예를들어, 제가 대학교 시절 댄스 동아리였는데 공연 사회를 보잖아요~? 우연히 사회를 보게 됐는데 제가 하는 말에 객석이 웃고 진행하는게 참 재밌다 생각했어요.(제가 망가지거나 몸이나 표정으로 웃기는 편보다는 멘트나 진행을 재밌게 하고 싶어 했어요.) 그게 입소문을 타서 결국 학교 차원 축제 사회도 보고, 학교 게시판에 칭찬글도 올라오면 혼자 막 찾아보고 숨죽여서 좋아하고 그랬죠. '그 사람 진짜 웃기더라. 정말 재치있더라' 이런 얘기가 올라오는데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어요. 개그맨 지망생 분들이야 워낙 끼가 넘치시니까 그런 경험도 많이 해보시고 익숙하셨을 것 같은데 전 소위 말해서 학창시절 때 친한친구들 사이에서 웃기는 범생이였다가 스무살 넘어 그런 경험을 처음 해본 거였거든요. 그러다가 스물 한살 때쯤 재미삼아 KBS개그맨 공채에 원서를 썼었는데 아무런 준비도 못한채 쓴 원서가 덜컥 1차 합격, 부랴부랴 준비했지만 PD들 앞에서 2차 실연까지는 했지만 연기를 체계적으로 배운 것도 아니고 콘티를 짜는 것도 몰랐기 떄문에 떨어진게 당연했죠. 좀 더 최선을 다해서 준비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 아직도 있어요. 하지만 한가지 교훈은 '아, 나에게도 재능이 조금은 있구나'하는 점.
그냥 한 시절의 경험, 해프닝으로 넘기고 그 후론 학과생활도 충실히 하고 운좋게 임용고시도 붙어서 순조롭게 교사까지 됐는데 이상하게 자꾸 개그맨을 동경하게 되더라고요. 정확히 얘기하면 쇼프로 MC 역할을요. TV보면 나라면 이렇게 할텐데, 저렇게 할텐데. 저 멘트는 좀 아니야. 혼자 이렇게 분석하게 되고. 가끔은 제가 너무 심각하게 예능을 봐서 제 스스로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예요. 보통 사람들은 그냥 웃기고 즐길텐데 저는 이상하게 분석하고, 나라면 어떻게 할까. 저렇게 해보면 좀 더 재치있을텐데. 이런 생각을 해요. 그러다가 문득 깨닫는 거예요. '난 초등교사인데, 이게 무슨 쓸데없는(?) 고민일까-(제가 하는 일과는 직업적인 관련이 없으니까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진지하게 개그맨이란 직업에 대해서 고민하게 됐습니다. 부모님한테 이런 말씀 드리니 하고 싶은 거 하라시네요. 저희 부모님이 자유분방하시긴 한데 그래도 걱정은 되시는 것 같았어요. 쉽지 않으니까. 친구들은 또 이런 얘기 들으면 초등교사 하다가 교육분야에서 명성을 좀 쌓아서 아침마당 이런 곳 패널이나 재밌는 일반인 이런식으로 나가는게 어떻겠냐(고승덕 변호사나, 요리연구가 이혜정 이런 분들처럼 말이예요 가끔 쇼프로 나오는) 아니면 주중엔 애들 가르치고 주말엔 레크리에이션 강사같은 것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하는데 솔직히 이건 두 마리 토끼 다 잡겠다는 거잖아요. 그러면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될 수 없을 것 같고, 초등교사라는 직업에 매몰돼서 그냥 꿈 포다는 안정적인 현실에 파묻힐 것 같고.,,,,,
그렇다고 초등교사란 직업이 싫은 건 아니예요. 오히려 제 적성에도 안맞고 하기 싫었으면 좋겠어요. 그럼 결정하기가 수월해질테니까요.그런데 결코 그런거 아니예요. 좋은 직업이고 꿈꿔왔던 직업이긴한데 하고 싶은게 생겨버린 느낌. 하지만 잘할 수 있는 일이 하고 싶은 일이랑 일치하진 않잖아요. 이 직업이 그래요. 잘할 수 있는 일인건 분명한데, '내가 하고 싶고 행복한 일이냐?' 이건 잘 모르겠거든요. 안정적으로 먹고 살 순 있겠지만 하면서 정말 행복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반면에 개그맨이란 직업은 잘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하고 싶은 일은 맞아요.
이 고민을 군생활하면서 하려니 정말 생각이 복잡하네요. 제가 만약 지금껏 나이 먹어서 마땅히 해야할 일이 없다면 당연히 개그맨에 한번 도전해봤을 것만 같은데, 초등교사라는 직업이 어찌하다보니 생겼고(제가 당시엔 용기가 없었기에) 개그맨에 도전하기 위해선 이 직업을 포기해야하니(공무원은 겸직이 원칙적으로 불가합니다.) 망설여지는게 사실입니다. 한편으로는 이런 고민을 하는 건, 내가 개그맨이 되겠다는 절박함이 모자라기 때문은 아닌가 싶기도하고,,,,,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답답함에 글 적다보니 글이 엄청나게 길어졌네요. 휴, 또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이런 글을 올리는 것 자체가 제 또다른 꿈이 절박하지 않다는 반증인걸까요? 제가 제 꿈에 대한 확신을 가질만큼 강하고 단단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는데 하루에도 몇번씩 흔들리고 연약해집니다. 호된 질책도, 서슬퍼런 비난도 달게 받겠습니다. 아낌없는 조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