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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자리에 고고하게 앉아 계신 박근혜 대통령께 올리는 글

kiher |2013.12.20 20:58
조회 45 |추천 0

 먼저 이 엄동설한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국민들이 광장에 나와 집회를 하게 만드신 근원이신 당신께 원망의 말을 적으며 시작하겠습니다. 개인주의가 팽배한 이 시대에 국민들이 생업, 학업을 제쳐두고 집에 있어도 추운 날씨에도 광장에 나오게 만든 당신은 정말 대단하신 분입니다. 집회가 이번 한번이 아니죠. 벌써 몇 달째입니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 사건을 지지부진하게 끌어오면서 벌써 서울에 수천, 수만이 모인 집회가 몇 번째인가요? 이 한파에도 이럴진대 따뜻한 봄이 오면 상황이 어떻게 될 것인지는 좀 생각해보셨는지요?

 

법무부장관도 내 사람이고 검찰에 있는 높은 지위의 검사분들도 내 편이니 어떻게든 국정원을 비롯한 군 사이버사령부 등의 대선 개입사건을 대통령인 당신의 위치에 흠집가지 않는 방향으로 잘 무마할 수 있다고 보시는 건지요? 한사코 특검을 거부해가며 검찰에만 맡겨두자는 당신의 생각이 이것이 아닙니까? 당신이 정녕 떳떳하고 새누리당이 떳떳하다면 특검을 받지 못하고 수개월 째 특검요구를 거부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제가 34년을 살아왔지만 그 어느 경우도 지금 이 사건보다 특검이 필요한 경우는 없었다고 생각되는데 당신은 어찌 생각하십니까?

제대로 수사를 해보겠다는 검찰총장을 찍어 내렸고 나에게 우호적인 인사를 앉혔으니 수사가 좀 입맛에 맞게 되리라 생각하십니까? 특검이 끝까지 이뤄지지 않고 국정원 대선 개입 수사가 최고윗선의 사람들까지 겨냥하지 않고 검찰 수사가 끝난다면 당신은 태평하게 남은 임기를 끝낼 수 있으리라 보십니까? 국민이 다 알고 있는데 그런 식으로 검찰의 수사가 마무리된다한들 국정원 사건이 덮어지리라 기대하는 겁니까?

 

짐이 되었습니다. 대통령 자리에 오른 당신에게 그 대통령 자리가 크나 큰 짐이 되었습니다. 단언컨대 지난 1년 간 이 나라에서 가장 마음이 편치 못하고 불안한 사람은 당신일 것입니다. 십알단에 보훈처에 군 사이버사령부에 국정원까지 한낱 선거운동원 노릇이나 해가며 얻은 당신의 대통령 자리가 이제는 엄청난 짐이 되었습니다. 제 말이 틀린가요?

 

노무현대통령의 참여정부 시절 당신과 한나라당이 똘똘 뭉쳐서 얼마나 노무현대통령의 발목을 잡고 늘어졌습니까? 2002년 12월 대선에서 당신처럼 국가기관을 동원해 관권 부정 선거를 치르지 않은 노무현대통령임에도 불구하고 그토록 5년 내내 시달렸는데 당신은 편하게 임기를 수행하길 원하십니까? 어제 KBS 9시 뉴스를 보니 대선 1주년이라면서 나온 기사에서 지난 1년 동안 여야가 국정원 사건을 둘러싸고 정쟁과 갈등만 하며 국민을 위한 일을 제대로 못했으니 이제는 이런 행태를 지양하고 여야가 상생의 정치를 통해 생산적인 활동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하더군요. 국정원 사건에 대해서 몸통인 자들이 꼭꼭 숨어있고 죄값을 치러야 할 자들이 안녕한 삶을 누리고 있는데 정쟁을 집어치우고 국회는 입법활동이나 제대로 하라니요. 입장 바꿔놓고 새누리당이 이런 일을 당했다고 한다면 당신들은 가만히 있겠습니까? 지난 세월 한나라당, 새누리당이 보여준 전투력을 떠올려본다면 가만히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관권 부정 선거를 치르지 않은 노무현대통령에게 탄핵소추를 했던 당신들인데 말입니다.

탄핵 이야기가 나와서 좀 찾아봤습니다. 당시 193명의 의원들이 찬성했고 그 중 한나라당이 129명, 자민련이 8명, 그리고 정몽준 등 무소속이 5명이었네요. 탄핵 찬성한 193명 중 거의 대부분이 한나라당이거나 보수진영 의원들이었습니다. 눈에 띄는 이름은 박근혜, 황우여, 권영세, 김무성, 서청원 등이네요. 당신 본인께서도 노무현 대통령 정도면 탄핵이 가능하겠다고 보셨었는데 오늘의 당신은 탄핵되기에 충분하다고 느끼시지는 않는지요?

 

대통령은 높디 높은 자리인 만큼 도덕성이 충분한 분이 되어야 함이 당연합니다. 그렇기에 대선 전 몇 개월, 아니 거의 1년 동안 후보들의 도덕성을 검증하는 여러 자리가 있지요. 당내 경선부터 시작해서 셀 수 없는 토론회와 그리고 지상파 tv토론 등에서 후보들의 도덕성을 검증합니다.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개입해 여론을 선동하고 상대후보에 원색적 비난을 남발하여 대통령 자리에 오르신 당신은 도덕적입니까? 대통령이 도덕적이지 않다면 국민들이 대통령의 말에 따를 수가 있습니까? 도덕에 관해 이야기하다보니 “도덕적으로 완벽”하다던 새누리당의 지난 정권이 떠오르는군요. 우리나라 헌정 사상 최고의 코미디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새누리당의 지난 정권은 도덕이 뭔지를 오해했거나 완벽이 뭔지를 오해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자신이 없었으면 국가의 최고 정보기관까지 동원해 선거운동을 시킬 생각을 하셨습니까?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 보훈처까지 동원하여 선거에 임했어야 할 정도로 그렇게 자신이 없었습니까? 당신은 몰랐다는 말을 하지 마십쇼. 동네 통장 선거도 아니고 초등학생 반장 선거도 아닌 일국의 대선에서 국정원과 군, 보훈처 등이 여당 대선후보 본인이 모르게 여당 대선후보 띄우는 댓글을 수백만개씩 생산하며 선거운동을 할 수 있습니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소리가 아니지 않습니까? 그리고 작년 12월 3차 tv토론에서 박근혜 후보 본인께서 마지막 tv토론이라는 그 중요한 자리에서 당시 국정원 여직원을 그토록 목청 높여 변호하고 방어했던 모습은 박근혜 대통령과 국정원 사이에 긴밀한 연결이 있었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까? 박근혜 당시 후보께서 모르는 일이었다면 당시 tv토론에서 “나는 모르는 일이다. 만약 국정원이 그런 일을 했다면 잘못된 일임이 분명하다.”라고 말했어야 당연한 게 아닌가요? 마치 자기 자식 감싸듯이 그토록 열정적으로 국정원 여직원을 보호하는 태도를 취해놓고는 이제 와서 나는 전혀 관계없는 일이라니요? 국민을 바보로 보십니까?

 

닉슨이 하야했던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보다 더 심각한 사건이 지난 대선의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입니다. 당신이 틀어막으면 막을수록 둑이 터질 때 엄청난 힘으로 당신을 덮칠 게 분명합니다. 이명박, 원세훈, 김무성, 권영세, 김용판 등 사건의 핵심 인물들을 단죄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국민과 싸워야만 할 겁니다. 겨울은 벌써 반절 가까이 지나왔고 봄이 오면 국민들의 저항이 어떨 것인지 두렵지 않습니까? 하루빨리 특검을 받아들이시고 사건의 최고윗선 인물들에 대한 엄정한 조사를 해야 합니다. 그것이 현재로서 당신이 선택가능한 최선의 선택지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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