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웃대 - 쟈도르
" 어.. 26번? 일어나서 3번째줄 한번 읽어볼래? " 지루한 국어 시간의 시작이다. 언제나 그렇듯
선생님은 발표를 시킬때마다 엎드려 있거나, 집중을 하지 않는 학생을 시킨다. " ...어디냐..? "
역시나 집중하지 않고있던 사람은 나밖에 안보이신건지, 선생님께선 나를 지목하셨고. 나는
어느 부분을 읽어야 하는지 몰라서 여느날 처럼 짝궁한테 물었다. 하지만 내 옆에 앉은 이녀석도 이젠 내가 귀찮아 진 모양일까.. 쯧쯧 거리며 혀를 차기 일쑤였다. 그러다가 이내 선생님은 내게
말했다. " 영호야 집중좀 하자 수업 시간엔 좀.. 응? " 귀따가운 말씀이 끝나기 무섭게 마지막
4교시를 마치는 종소리가 교실에 울려퍼졌다.
내일이면 방학이다. 지긋지긋 한 학교에 그나마 한달동안 이라도 나오지 않을수가 있어 너무나도 행복하다. 이번 방학은 어디서 무엇을 할까... 고민에 고민을 하던중, 누군가 내 어깨를 툭툭 치는 느낌을 받고 나는 곧장 생각을 멈추고선 옆을 돌아봤다. 내 옆에 서 있던 사람은 다름아닌 담임이었다. 죄라도 지은걸까 나도 모르게 놀란 나머지.. 몸을 움찔 거리며 살짝 비스듬히 앉아 아래에서 위로 담임의 얼굴을 보았다. " 야이자식아.. 넌 맨날.. 어휴.. " 뭐지..? 왜저러는거지?...
난 담임이 내게 잔소리 하는 이유를 알수가 없었다. 무엇때문에 저러는거지?... " 자자.. 조용 " 그런
나와는 다르게 담임은 아무렇지 않은듯. 교탁에 서서 종례를 시작하고 있었다. " 내일부터 방학이다. 공부 열심히하고. 놀지만 말고 알았냐~ " 방학을 알리는 담임의 말씀에 친구들은 여느때보다 더 신나있었고. 목소리 또한 우렁찼다. 그리고 집에 돌아가도 좋다는 선생님의 말씀과 함께 친구들은 모두 누가 쫓아오기라도 하듯 바쁘게 교실밖으로 나갔고. 나 또한 교실을 벗어나 복도로 향하고 있었다.
창밖에선 학생들 여럿이 장난을 치며 교문 밖을 나서고 있었고.. 나는 그런 풍경을 보며 또 생각
했다. " 어디 재밌는곳 없을까... " 고민을 하며 학교를 벗어나 교문 밖으로 나올때였다. 내 옆을
지나가며 신나게 수다를 떠는 여자아이들의 대화를 잠시 듣게 되었는데. 꽤나 흥미진진할것만
같았다. 한 여자아이가 말하길, 자신의 할머니댁에 가면 폐가도 있고. 볼거리가 많다고 했다. 난
그 대화에서 소스를 얻었다. " 할머니댁... " 현재 나에겐 할머니가 이미 돌아가시고 안계시지만,
아직 시골에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께서 생전 사시던 집이 그대로 남아있다..
나 홀로 여행..! 평소에 무서운것을 좋아하던 나로썬 최상의 계획이었다. 워낙 외진곳에 자리한
곳이라 밤이 되면 굉장히 음산한 기운이 도는 곳이였다. 한참 생각을 하던 나는 어느새 집앞에
다다르게 되었고. 곧장 집으로 들어가 엄마한테 내 계획을 설명해드렸다. " 어차피 집에만 있을건데.. 그냥 3일 정도만 갔다올게..안돼? " 아무도 없는 빈집에 가서 뭘 하겠다는 거냐며 극구 말리는 엄마였지만. 난 굴복하지 않고 계속해서 엄마를 설득했다. " 아 진짜 혼자 갔다올거야.. 나쁜짓
안한다구... " 그러자 잠시 머뭇거리는가 싶더니 이내 허락을 해주셨다. 단, 절대 나쁜짓은 하지
말라고 엄마는 신신당부를 하셨다.
어차피 시골이고, 빈집인데.. 나쁜짓을 할게 뭐가 있겠는가. 난 엄마한테 허락을 받아내고 곧장
내방으로 들어가서 캐리어에 옷을 주섬 주섬 챙기기 시작했다. " 일단 전기가 안들어오니까... "
혼잣말을 하면서 침낭도 챙기고..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비상연락처가 적힌 다이어리도 챙겼다. " 하아 " 고작 3일 여행이지만. 가방은 터질듯 한 모습을 보며 내가 생각해도 난 참 별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침대에 털썩 누워서 이런 저런 공상을 하고 있었는데.. 문득 어릴적 기억이 떠올랐다.. 할머니께서 살아계실적 일이었는데.. 상당히 오래된듯한 나무로 된 벼루함에 무언가를 넣으셨던것을 본적이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진 나는 할머니께 벼루함 속에 들어있는 그것의 용도를 물었고. 할머니는 그런 내게 약간 걱정스런 눈빛으로 절대 손도 대지 말고, 보려고 하지도 말라고 하셨던것 같다.
항상 그것이 궁금했지만 할머니는 절대 그 벼루함을 내게 보여주지 않으셨다. 시골에 가면 아직도 그 물건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것도 잠시.. 어느새 나는 잠에 빠져버렸고. 해가 중천에 떠서야 잠에서 깰수 있었다.. 시간을 보니 오후 12시쯤 되있었다. 그때까진 아직 비몽사몽 이었지만. 시골에 갈 생각을 하니 절로 기운이 났다. 나는 누운채로 한껏 기지개를 켜고 슬슬 침대에서 일어나 하품을 하며 방문을 나가 보았다. 엄마,아빠 두분다 출근을 하시고 집엔 나 혼자만 남겨져 있었다.
식탁엔 쪽지가 놓여져 있었는데. " 아들 밥챙겨먹고, 조심히 다녀와라. 나쁜짓 하면 알쥐? " 피식. 엄마의 센스에 웃음이 나왔다. "쨔하... " 다시한번 기지개를 켜고, 바로 화장실로 직행해 샤워를
했다. 그리고 샤워를 하는 도중 생각했다. " 시골까지 버스로 4시간이니까.. 도착하면 대충 5시
정도 되겠다. " 긴장 반.. 설레임 반.. 뒤섞인 감정으로 샤워를 마치곤, 다시 내방으로 들어와 스킨,로션으로 피부를 정돈하고 부랴부랴 옷을 갈아입고선 짐을 챙겨 집을 나섰다. 아직까진 날씨가
선선한듯 하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고.. 아주 적절한 타이밍 이었다. 불과 100미터 앞에서 버스가 오는것이 보였고 나는 뛰기 시작했다.
여러 사람들이 줄을 서서 버스에 올라타고 있었고. 나는 놓칠세라 얼른 뛰어 사람들 뒤에 서서
바지 뒷주머니에 넣어뒀던 지갑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앞사람들이 모두 버스에 타고, 나도 버스에 올라타서 지갑을 교통카드 기계에 대고. 버스 안쪽으로 이동을 했다. 역시나 앉을 자리는 없었다. 하는수 없이 탑승구 쪽에 봉을 잡고 이동을 했는데. 무언가 날 돕기라도 하는걸까, 길도 안막히고 평소같으면 30분정도 걸리는 거리를 20분 만에 도착을 했다. 365일 언제나 항상 번잡스러운
터미널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티켓을 구매하기 위해 매표소로 향했고.. 돈을 지불하면서 티켓을 구매했다. 그리곤 매표원에게 물었다. " 몇시 차죠? " 그러자 " 지금 가시면 타실수 있으시겠네요. " 대답을 듣고
바로 승차 홈으로 뛰었다. " 1번.. 2번.. 어 3번 저깄다. " 오늘따라 모든일이 빠르게 진행되는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곧장 승차홈에 대기하고 있는 버스에 올라탔고. 기사분께 티켓을 보여
드리곤 티켓에 적혀있는 좌석으로 찾아가 앉았다. 시원한 에어컨이 날 맞아주었고.. 나는 자리에 앉아 빨리 출발했으면... 혼자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왠 할머니 한분이 내 옆자리에 앉으시는가 싶더니. 이내 내게 말씀을 건네 오셨다. " 아가 니 영호 아니냐..? " 날 어떻게 아시는거지? 생각하며 고개를 돌려 할머니쪽을 바라보자, 시골 마을에서 날 굉장히 이뻐해주시던 할머니 이셨다.
" 어.. 안녕하세요! " 앉은채로 고개숙여 인사를 드리자, 할머니 께선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 이냐..
시골 내려가냐~ ? " 언제나 인자하신 모습 그대로 였다.. " 네 ^^ 할머니댁에 좀 가려구요.. " 대답을
해 드리자, 할머니댁 도 보고.. 산소도 가보고 하라며 챙겨주셨다. 그리고 잠시 뒤, 다른사람과
좌석이 중복되서 그 할머니 께선 앞 좌석으로 자리를 옮기셨고.. 버스는 출발했다. 폰에 저장해뒀던 노래를 틀어놓고 이어폰을 꽂은채 창밖을 바라보며 이동을 하던 나는... 잠이 부족했던 탓인지 조금씩 눈이 감기는것이 느껴져 창문에 기대어 이내 잠이들어 버렸다.
그리고 상당히 깊게 잠든것인지..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 살며시 눈을 뜨자. 버스 내에서 방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곧 목적지에 도착할 예정이니 두고가는 물건이 없는지 잘 살피라는 방송이었다. 앉은채로 잠이든 탓일까 온몸이 찌부둥한것이 상당히 피곤했다. 하지만 내려야
했기에. 나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짐을 챙겨 버스에서 내려와 오랜만에 오는 시골의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있었다.. 그리고 내 옆에서는 그 할머니 께서 웃는 얼굴로 볼일이 있어 들렸다 가야한다며 조심히 들어가보라는 말씀을 하시고 걸음을 옮기셨다. 그에 나도 인사를 드리고는 바로 택시에
올라탔고..
기사분께 마을 지명을 말씀드리곤 다시 이동을 했다. 버스를 타고 이동을 해도 되는 거리 이지만.
서울에 다니는 버스와는 다르게 불편한점이 이만저만이 아니라서 난 택시를 이용했다.. 그리고 택시를 타고30분 쯤 갔을까 드디어 마을이 보이기 시작했다. " 와.. 그대로네... " 혼잣말을 하며 감탄하고 있었다. 어릴적에 보았던 시골의 풍경과, 지금 시골의 풍경이 다를것 하나 없었다. 난 마을
입구에서 기사분께 말씀 드렸다. " 아 여기서 세워주세요. " 시골의 택시는 미터기로 계산하는게
아니라. 요금이 정해져 있다고 들었다. 그것을 잘 알고있던 나는 그만큼의 금액을 지불하고.
택시에서 내려.. 마을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소 와 돼지를 같이 키우는 길다란 축사도 있었는데 관리를 하지 않는것일까..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 축사를 지나 할머니댁이 보였다. 하지만 할머니댁 역시나 사람이 살지 않는다고 말해주듯 조용하기만 했고. 그 누구도 건드리지 않은것이 눈에 보였다. 나는 슬며시 집의
대문을 열고 들어섰다. 끼이익 거리면서 열린 대문은 여간 신경쓰이는 소리였다. 저벅. 저벅 소리를 내며 집 안 마당으로 들어가서 살펴보자 집 밖에서 볼때와는 다르게 집안은 꼭.. 누군가 살고
있는듯한 느낌이 많이 들었다. 나는 마당에 서서 집을 보느라 어깨에 들려있는 무거운 짐을 까먹고 있었다.. 아직도 마당에 심어져 있는 감나무에서 투두둑 하는 소리를 내며 무언가 떨어지는것을 보고 그제서야
집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신발도 벗지 않은채로 집안으로 들어섰는데. 기분이 참으로 묘했다. 역시 사람이 살지 않아서 그런것일까.. 어릴적 할머니댁만 오면 특유의 냄새가 있었는데. 그마저도
사라져 있었다.. 그때였을까... 문득 낮에 떠올랐던 벼루함이 생각이난 나는 바로 할머니가 주무시던 방으로 들어가 보았다. 하지만 서랍장도.. 책상도.. 모두 없어지고 텅빈 방 뿐이었다. 조금은
실망스러웠지만. 나는 알수있었다. 벼루함이 어디에 있는지...그리고 바로 걸음을 옮겨 제사지낼때만 쓰이던 방으로 들어가 찬찬히 살피기 시작했다. 그것이 대체 무엇인지 알수는 없지만 너무 궁금했기 때문에 나는 끝까지 찾으려고 노력을 했는데.. 혹시나 싶어 할머니께서 쓰시던 재봉틀을 들어올리자 역시나... 재봉틀 밑에 벼루함이 있었다.
무엇을 숨기고자 하신것일까.. 보자기로 꽁꽁 싸매두신것을 보니 궁금증은 더해져만 갔고... 나는 서둘러 보자기를 풀어 헤치려고 하는데. 어찌나 강하게 조여 매 두신것인지... 도무지 풀릴 생각을 않았다. 그에 난 있는 힘껏 묶여있는 보자기를 풀어헤치려 노력 아닌 노력을 했고.. 드디어 보자기가 풀렸다. 꼭 판도라의 상자를 열듯 난 조심 조심 벼루함을 열었는데.. 그 안에는 종이가 몇장
들어있는것이 보였다.나는 그 자리에 앉아서 종이를 한장 한장 살펴보았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일기였다.. 할머니가 직접 쓰신듯한 일기였는데.. 난 그것을 보지 말아야 했다. 아니 그곳에 가지도 말아야 했다...
그 이유인즉, 일기장엔 상당히 기이한 이야기가 쓰여져 있었다.. " 집 뒤편에 있는 고목나무 에서 비녀를 주웠는데. 너무나 이쁘다. " 첫번째 장엔 아주 짧게 써 놓으신걸 볼수 있었다. " 밤마다 고목나무 쪽에서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리는데 너무 무섭다. 돌아가신 할아버지 목소리도 들리고.
할머니 목소리도 간혹 들린다 " 난 두번째장에 써놓으신 글을 보고 알수가 있었다. 첫번째 장에
쓴 글과는 다르게 손이 떨린 것일까.. 글씨가 난잡하게 쓰여져 있었다.. 그리고 세번째 장에 쓰여진 글을 보고 나는 숨이 멎는 기분을 느꼈다....
" 아주 오래전 저 고목나무에서 한 환향녀가 목을 매달아 죽은 일이 있었다고 한다. 그 뒤로 항상 그 귀신이 우리 집에 찾아와 아버지와 어머니를 못살게 굴었다고 했다. 그래서 무당을 불러 굿을 했는데.. 그 무당이 환향녀를 위로하기 위해 비녀를 두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젯밤 어떤 여자가 내 꿈에 나타나 말을 걸어오길... 날 데려가진 않겠다고. 하지만 내가 쓰는 일기장을 내 손자가
보는 날엔 자신과 똑같이 목을 매달아 죽이겠다고 말이다.... "
난... 할머니의 이 일기장을 보고 바로 집을 뛰쳐나가려고 했지만.. 갑자기 목소리가 들려왔다....
" 아가야 이리온.... "
- 웃대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