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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고도 내가 연락하지 않는 이유

편지 |2014.01.24 23:01
조회 3,110 |추천 17
헤어지고 3달 째.

얼마 전에 지인에게 연락해서 내 얘기를 물었다지?
그냥 미안한 마음 뿐이라고.
'제발 잘 됐으면 좋겠다'라고.
근데 이제 당신은 내 행복 빌어줄 자격조차 없는 걸.

화가 치밀어 올랐어.
내가 이렇게도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라는 걸 알면서,
그걸 알고도 날 버리고 3년이라는 시간을, 추억을, 애정을 무참히 짓밟고 떠났으면서.

이제와서, 그것도 제일 솔직하게 답변해 줄만한 순진한 지인에게 내 안부를 묻다니.

진심으로 잘 지내길 바래서였을까, 아님 예상대로 정신 나간 채 추억에 허우적댄다는 얘길 듣고 싶어서였을까.

있는 정도 떨어진다는 게 어떤 말인 지 알 것 같다.

처음에 헤어지자고 했을 때. 난 미친 여자처럼 그렇게나 사람 많은 카페에서도 울고 불고 매달렸지.

그렇게 다시 만나고, 당신의 껍데기만 가지고 지냈지만 어느 새 예전처럼 돌아온 것 같은 당신을 보며 똑같이, 또 철썩같이 믿었지.

그리고는 내 사정으로 인해 한 달만에 만나던 그 날, 그 때 알았어야 했는데. 그리도 오랜만에 보는 연인의 얼굴이라 하기엔 반가움은 커녕 너무나도 무미건조했던 표정을.

지금도 모든 순간 순간, 당신의 행동 하나 하나가 변한 당신의 마음이라도 대변해 주는 듯 조각 퍼즐처럼 착착 맞춰지고 있어.

오랜만에, 평일 저녁에 만나서는 신이 난 내가
대수롭지 않게 던진 질투 섞임 농담에도,
살벌하던 당신 표정.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나 지을 수 있는 그 런 표정을.

어느 새부터 만나기만 하면 피곤하다며 날 시들해하던 모습.

당시에는 사랑이 식었음을 알아채지 못하고,
한밤에 이불 뒤집어 쓰고 숨죽여 꺼이꺼이 울면서 더 이상 내가 당신의 기쁨이 될 수 없다는 사실에 찢어지는 마음을 진정시키려 가슴팍을 툭툭툭 두드려대던 밤이 지났다.

그래서 난 이렇게 지금 울면서도, 아물만 하면 또 다시 날카롭게 상처를 긁어대는 추억들에도 꿋꿋하게 버티면서 단 한 번도 연락하지 않을 수 있나보다.

한 때는 날 죽을 만큼 사랑했던 사람에게
이젠 더 이상 내가 그 어떤 의미도 되지 못한다는 사실이 얼마나 잔인한 일인가를 깨달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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