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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뚱/통통한 사람들을 위한 변

StopJudging |2014.02.03 06:57
조회 3,380 |추천 9
뚱뚱한 사람들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자기관리 못해서 둔해보여서 싫다는 것이다.나도 한 때 그렇게 느꼈던 적이 있기 때문에 무슨 마음인지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이런 기준이 뭐 자신의 배우자나 애인을 선택하기 위한 기준이 된다면그것까지야 별로 상관이 없다.그런데 일반적으로 주위 사람들을 바라볼 때도 그들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는 것은 좀 곤란하다는 생각이 든다.
기본적으로 뚱뚱한 사람들은 자기관리 부족, 운동부족, 식탐조절 못함 등등의 문제를 가지고 있을까?확률적으로 마른 사람들에 비해 섭취하는 양이 많고, 소비하는 양이 적은 것은 사실일 것이다.어쩌면 그들 중 일부는 정말로 자기관리가 부족한 사람일 수도 있다.하지만 반드시 그렇다고 할 수 있나? 그렇다면 한국의 마른 여성들과 비교했을 때는?한국 여성들은 서양과 비교했을 때 평균적으로 운동을 별로 많이 하는 편이 아니다.특히나 마른 여성이라면 오히려 운동량 부족인데, 그만큼 잘 먹지도 않아서 살이 찌지 않는 경우가 많다.그렇다면 이런 여자들이 꼭 통통/뚱뚱한 사람들보다 자기관리를 잘 하는 것인가?
자연상태에서 어떤 특성의 분포가 정규분포를 따른다고 한다면똑같이 먹고 똑같이 운동했을 때 어떤 사람들은 원래 말랐고, 어떤 사람들은 원래 뚱뚱한 것이다.피나는 노력으로 조각같은 몸매를 만드는 사람도 있겠지만별 노력을 안해도 모델같은 몸매를 유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별 노력을 안하면 뚱뚱한 사람이 있는 것이다.그런데도 우리는 겉모습만을 보고 전자는 마르고 자기관리를 잘 해, 후자는 운동도 안하고 밥만 많이 먹고 게으르겠지, 라고 은연 중에 결론을 내린다.그리고 이런 판단이 심지어는 후자에 대한 근거 없는 미움, 경멸, 멸시 등으로 이어지기까지 한다.
사람들은 흔히 이렇게들 말한다."뚱뚱한 사람들은 결국 다 이유가 있더라. 자기네들은 별로 많이 안 먹는다고 하는데, 사실은 많이 먹고 운동하는 것도 싫어하던데?"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당신이 그렇게 보고 싶어서 그렇게 보는 게 아니냐고.나는 소위 말하는 뚱뚱한 여자 친구가 한 명 있다. 누가봐도 조금 풍만하다 싶은 사이즈.하지만 그 친구가 많이 먹냐고?아니요, 매일 브로콜리만 먹으면서 살진 않지만, 그렇다고 매끼 기름과 설탕으로 과식을 하는 건 아니다.솔직히 내가 보기엔 그 친구보다 훨씬 마른 친구들이 밤마다 치킨이네 술이네, 더 바쁘게 먹는다.그 친구가 운동 부족이냐고?운동을 많이하거나 즐겨하는 것 같진 않다. 하지만 나름 살 뺀다고 여기저기 걸어다니고 요가도 다닌다.이건 확실한데, 내가 아는 마른 친구들 중에 이정도 운동도 하지 않는 친구가 훨씬 많다.이 친구가 먹는 양은 그냥 평균이다. 그런데도 이 친구를 보며 "역시 먹을 거 다 먹더라. 그러니 살이 찌지"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걔보다 많이 먹는 마른 친구들이 훨씬 많다. 왜 이 친구한테만 먹는 양을 지적하나? 뚱뚱하면 브로콜리에 오이당근만 먹어야 하나? 왜 남들만큼 먹을 뿐인데 먹을 것 다 먹는다고 욕을 먹어야 하나?"대체 그놈의 자기관리의 기준이 뭔데?
일단 자기관리라는 것을 왜 굳이 살을 기준으로 평가하려고 하는 것인가?물론 신체에 대한 자기관리는 매우 멋있는 자기관리의 한 종류인 것은 분명하다.그렇지만 외모가 아닌 다른 방면의 자기관리를 잘 하는 것은? 그것도 또한 자기관리 아닌가?뚱뚱하지만 자신의 일을 잘 하는 사람, 자신의 일에서는 두각을 못 드러내지만 운동을 열심히 해서 몸이 멋있는 사람.후자는 자기관리를 잘 한 것이고 전자는 자기관리를 못한 것인가?그냥 자기관리를 한 영역이 다른 것일 뿐, 전자가 자기관리를 못했기 때문에 뚱뚱하고, 그렇기 때문에 비호감이다, 게으른 사람이다, 별로이다 라고 판단할 근거는 아무것도 없다.
이쯤에서 내 얘기를 해볼까 한다.나는 고등학교 때는 말랐었다. 삐쩍 마른 것까진 아니었지만 몸매 좋다, 부럽다는 얘기꽤나 많이 듣고 사는 정도. 그때는 입이 짧고 편식을 많이 해서 급식이 나와도맛있는 반찬만 골라먹고 밥을 잘 먹지 않았다. 하지만 그만큼 운동은 정말 죽어도 싫어했다.체육시간마다 친구들이랑 구석에서 수다를 떨었고 아버지가 밤에 산책가자고 말씀하시는 게 제일 싫었다.지금은 그때보다는 조금 살이 붙었다. 사람들 만나면서 이것저것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돌아다니다보니 자연스럽게 살이 붙었다.처음엔 나도 살이 찌는구나 하며 충격을 먹어 억지로 운동을 시작했다.그렇게 몇 년이 흘러서 지금은 운동은 나에게 습관이 됐다.헬스장은 일주일에 아무리 적어도 네 번 이상 가고, 헬스장에 안 가는 날에는 꼭 수영을 가서, 결론적으로 매일매일 운동을 한다.하지만 기본적으로 먹는 양이 고등학교 때보다 늘었기 때문인지, 식성이 바뀌어서인지,고등학교 때 수준으로 마르지는 않았다. 그냥 보통인 것 같다.고등학교 때는 몸매 좋다는 칭찬 정말 많이 들었는데, 요즘엔 딱히 글쎄.하지만 고등학교 때는 그냥 타고나길 그렇게 타고난 것이었다.오히려 신체관리의 측면에서 보면 지금보다 관리지수 0점이었다.군것질 거리와 분식만 좋아하고 운동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전혀 절대 하지 않았던 그 때와,야채와 과일 등도 많이 챙겨먹고 매일매일 운동을 하는 지금.겉으로 보이는 건 고등학교 때가 더 예뻤을 지언정 관리는 지금이 훨씬 더 많이 하고 있다.
단순히 뚱뚱한 사람을 '자기관리 못하는 게으른 사람'이라고 낙인찍는 것의 문제점은실제로 그 사람이 어떤 생활방식을 가지고 있는지보다는단순히 겉모습만 보고 그사람의 생활습관을 마음대로 결론내고 평가하는 데 있다.조금 통통해보여도 건강하게 먹고 운동도 열심히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는가 하면예쁘게 말랐지만 사실 알고보면 식습관도 불규칙하고 운동이라고는 전혀 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설사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식습관을 가지고 똑같은 양의 운동을 한다고 해도,아까 말했듯 유전적, 확률적인 이유로 어떤 사람은 더 통통하고 어떤 사람은 더 마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백 번 양보해서,뚱뚱한 사람이 정말로 너무 많이 먹고 운동을 너무 많이 안 해서 살이 찐 것이라고 하자.대체 그것이 어째서 그 사람을 '게으르고 자기 관리 못하는 사람'이라고 낙인 찍을 근거가 되는가?다른 사람들보다 맛있는 것을 먹기 좋아하고, 더 많이 먹는 것이 죄인가? 그렇게 손가락질 받을 일인가?드롭 데드 디바라는 드라마가 있다.거기에는 뚱뚱하지만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은 여변호사 있는가 하면,공부라고는 해본적이 없지만 몸매가 아름다운 모델도 있다.전자와 후자 중 누가 더 자기관리가 훌륭한 사람인가?정답은 없다. 그저 둘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개발하고 스스로를 가꾼 것이다.전자가 후자보다 뚱뚱하다고 해서 그녀가 절대로 더 게으른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이 예시가 너무 극단적이라는 것 나도 안다. 솔직히 저런 특성들이 서로 배타적인 것도 아니고모두 다 잘 해내는 멋진 분들도 너무나도 많다.다른 모든 조건이 비슷한 상황이라면, 뚱뚱한 사람보다는 날씬한 사람이 조금 더 자기관리가뛰어난 사람이 맞을 수도 있다.하지만 우리는 유독 '살'이라는 문제에 대해서 조금 더 가혹하지 않은가 싶다.자기 스스로를 개발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은 수천 수만가지가 있는데, 어떤 분야에서 좀 떨어진다고 해서 그것을 자기관리 부족이라고 낙인찍지 않는다.나는 요리를 지지리도 못한다.여자로서, 결혼하면 한 사람의 아내이고 엄마가 될 사람으로서, 이제 스스로 생활 정도는꾸려나갈 수 있어야 할 어른이 된 입장으로서, 제대로 된 밥 한 끼 못 지어먹는 내가 한심해 보일 수도 있다.요리도 어찌보면 굉장히 중요한 일인데, 그렇다고 나보고 그것 때문에 자기관리 못한다는 사람은 단 한 번도 보질 못했다.그런데 살이 조금 붙은 날 보고는 자기관리 운운하는 사람을 몇몇 보았다.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고등학교 때 보다 더 열심히 신체적 자기관리를 하고있다.왜 겉모습만 보고 나를 판단하려 드는가?
애초에 당신이 뚱뚱하다고 무시하는 그 사람의 식습관과 생활습관은 당신의 그것과 그리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그 사람은 당신과 같은 몸매를 유지하려면 당신보다 일주일에 하루 더 운동하고, 일주일에 한끼만큼의 양을 덜 먹어야 하는 체질의 사람일 수도 있다.하지만, 왜 그 사람이 굳이 그래야 하는가?왜 굳이 자신의 타고난 체질을 바꿔가며 사회의 기준에, 당신의 기준에 맞춰야 하는가?,어떤 사람들에게는 마른 몸으로 사는 것이 인생의 그리 중요한 부분이 아닐 수도 있고먹는 것이 너무 즐거운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그냥 남들과 다를 바 없이 평범하게 사는 건데 좀 통통한 체형인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마음껏 먹고 운동과 담 쌓고 살아도 몸매가 좋은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그저 이 세상엔 너무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왜 이 많은 사람들의 단 하나의 잣대에 끼워넣으려 하는 걸까.
추천수9
반대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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