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관계를 설명드리려면 얘기가 좀 긴데요
저는 25살때부터 6년을 대림에서 원룸을 얻어 자취 했습니다.
자취 첫 해에는 경제적 여유도 없고 마음의 여유도 없어서
그냥 회사 집 회사 집 하면서 단순하게 보냈고
2년차인 26살때부터는 시장에서 사먹던 반찬을 직접 만들어 보기도 하고
친구들을 불러서 가끔 조촐하게 파티도 했습니다.
파티라고 해봤자 그냥 모여서 술마시고 그런정도지만요
그렇게 3년차가 되니까 슬슬 여유가 생겼고 여친을 사귀고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무렵 같은 건물에 살던 긴생머리를 한 여자가 살고 있었는데
지나가다 몇번 마주쳤고 인사도 안하는 사이인데 유독 눈에 자꾸 밟혔고
회사에서도 출퇴근 할때도 집에서 혼자 천장을 보면서도 자꾸 그녀만 떠오르던 날이 있었습니다.
용기내서 연락처라도 물어보자 다짐하고 막상 마주치면 또 눈만 마주치고 지나가곤 했어요.
그러다가 스토킹 비슷하게 된 적이 있는데 노리고 한건 아니구요
우연히 우편함에서 뭘 꺼내는걸 보고 401호 인걸 알게 됐고 이름이 은하 인걸 알았어요
그렇게 호수를 알고 401호 은하에게 흑심을 품고 있던 와중에
장마철이였는데 비 구경할겸 1층 내려와서 담배피고 있었거든요
12시는 넘은 시간인것 같았는데 늦게 귀가하던 은하가 현관쪽으로 오더라구요
무슨 용기였는지 갑자기 말을 걸어버렸습니다.
나는 302호에 사는데 친하게 지내고 싶다고요
좀 당황했는지 "예?" 하면서 말을 안하다가 뭐 어찌어찌 대화가 이어졌고
401호 302호 와의 합숙이 시작됐습니다.
방은 부모님이 가끔 오셔서 서로 그대로 유지하구요
방만 2개지 실상 거의 동거였습니다.
그렇게 2년 반을 알콩 달콩 집에서 밥도 해먹고 영화도 보고 여행도 가고
지금 이렇게 설명하는 이유는 저에겐 정말 좋은 추억이였다는걸 말하고 싶어서 입니다.
동시에 아픈 기억이기도 하구요
은하가 29살 되던 해에 선이 들어왔는데 전 그만큼 능력이 되지 않아 잡을 수 없었습니다.
마음은 너무 아팠지만 중소기업에 다니는 저에게 현실적으로 결혼은 먼 나라 이야기였죠
그렇게 은하는 벤츠를 타던 그 남자에게 시집을 갔고 우리는 그렇게 끝났습니다.
끝난줄 알았는데 2년이 지난 어제 문자가 오더라구요
처음엔 또 무슨 스팸 문자인가 하면서 봤다가 가슴이 철렁 했습니다.
"아직도 번호 안바꿨다면 잘 살고 있나 궁금해서 남긴다"
딱 저렇게 왔어요
바보같이 답장하면 안됐는데 바보같이 답장을 보내버렸습니다
"그냥 그래"
그 후에 내용은 발렌타인데이인데 초콜렛 줄 사람은 있냐
아직도 혼자냐
자기 결혼한거 돈만보고 왔는데 처음 1년만 좋더라
보고 싶다
이런 내용이였습니다.
그러면 안됐는데 철없는 제 가슴은 또 설레이더라구요
갑자기 임창정의 오랜만이야라는 노래가 생각났습니다.
붙잡을 걸 그랬나봐
내가 더 사랑한다 말할걸
가진게 너무 없어 줄게 너무 없어 안되는줄 알았어
기다릴 걸 그랬나봐
니가 돌아올줄 알았다면
혼자가 아닌 나라 널 잡을 수 없어
다시 한번 부탁해 나보다 더 행복해
오늘 작품은 합격인가요?
-작가지망생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