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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여행기>>非常시기飛上#09-두쟝옌.칭쳥샨편

황재호 |2003.12.31 18:31
조회 383 |추천 1

 간밤에 위통 때문에 깊게 잠을 자지 못했는데 홍메이가 아침 7시부터 설쳐대서 그 상태로 일어나는 수밖에 없었다. 굳이 일찍 일어날 필요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도 제촉을 해대서 눈을 비비적거리면서 일어나 후딱 옷을 입고 준비를 했다. 아마 후롱의 수업 때문에 그러나보다 했다.
 일어난지 얼마되지도 않아서, 우리는 벌써 버스정류장이였다, 젠장...오늘 어디갈지도 안정했는데!!-_-
후롱과 양우림을 버스에 태워 보내자마자 홍메이는 한숨을 쉬듯이 내뱉는다..
"후우~양우림...내가 젤 여기 왜 불렀나 몰라...."
말하는 투로 봐서 분명 어제 내가 밀고 당김의 대혈투를 벌이는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다. 뭘까.
남녀사이일이니 뭐 뻔하긴 하면서도 그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해진다...그렇지만 "왜?"라고 물어봐도
별거 아니라고 하는 홍메이를 보아하니 절대로 안가르쳐줄 것 같다. 뭐 그건 됐다. 니네 일이니 니네 꼴리는데로 하고, 내가 또 알고 싶은것은....오늘 대체 어디가야 할까?-_-
 우리는 일단 '샤오츠디엔(한국의 분식집같은 곳)'에 들어가 아침을 먹으며 생각해보기로 했다. 토스트도 팔고, 만두도 팔았는데 홍메이는 죽이 먹고 싶다며 죽을 시켰다. 나도 복통이 있는지라 그게 낫겠다 싶었고.
 죽은 예상과는 달리 굉장히 달았다. 포스트 하니책스보다도 단 그 죽은 분명 매운음식을 먹고난 뒤에 먹는 것이리라. 그럴지만 아침에 그걸 스트레이트로 먹은 우리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았다.
 반쯤 남긴 죽을 앞에 놓고 오늘의 목적지를 토론하기 시작했다. 책을 꺼내고, 지도를 보며 여기저기 후보지를 올려보았는데, 결국은 청두에서 그리멀지 않은 교외에 있는 두쟝옌(都江堰)이라는 고대의 수리시설을 보러가기로 결정했다.
 자, 그럼 이제 버스터미널로 가서 버스를 타야되는데, 어느쪽으로 가면 좋을 것인가. 홍메이는 후롱에게 들었다면서 자신있게 나를 이끌고 나아갔다.그러나 난 2-30분후, 홍메이가 사막에서 오아시스 주변에서 빙빙돌다 목이 타서 죽을 정도의 길치라는걸 깨달았다. 젠장...-_-
 방향감각을 완벽하게 상실한 우리는 하는 수 없이 다시 해결사 택시의 신세를 질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우여곡절 버스터미널에 도착해서 보니, 두쟝옌은 거리도 가까운지라 가는 버스가 빈번히 있었다.
그 중 하나를 집어타고 아아예아....청두에서의 첫 여행을 시작하는 것이였다..우리는.
 교외로 나가는 기분은 아주 상쾌했다. 옆으로 펼쳐진 논밭하며 맑게 개인 하늘하며. 웰컴 투 쓰촨한 느낌이였다. 홍메이는 어제 양우림에게 시달렸던 피로가 덜 가셨는지 도착할때까지 1시간 내내 자고 있었다.
 도착해서 내리자마자 왠 그지가 달려드는데, 신기한건 돈을 달라는게 아니라 지금 끊었던 버스티켓을 달라는 것이였다. 이딴 똥도 못닦을 종이쪼가리가 무슨 필요가 있을까 싶었는데, 아마도 어딘가에서 돈이나 뭐로 교환할 수 있는 모양이였다. 주니까 굉장히 고마워하면서 폴짝폴짝 사라졌다.
 그지가 가고 난 다음은 산넘어 산이였다. 나가자마자 택시기사들이 거머리처럼 들러붙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됐어요!"라고 뿌리쳤으나 잠시 생각해보니 어짜피 그쪽으로 택시를 타고 가야하긴 했다. 그래서 그중 그나마 좀 괜찮아 보이는 놈을 따라갔는데..허허.....

이새끼가 내 여행에 큰 오점을 남기게 될 놈일 줄이야-_-
 이새끼..택시에 타자마자 다짜고짜 지도를 꺼내서 보여주며 "칭쳥샨(靑城山)은 안가냐"고 물어본다. 칭쳥샨은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산으로, 괜찮긴 했는데 하루만에 두군데를 볼 수 없을 것같아서 보류해두었던 곳이다.
 "뭐...시간되면 보려구요"
그러자 이새끼..기다렸다는 듯이 거래를 하잔다. 자기에게 160위엔을 주면 두쟝옌을 구경시켜주고 칭쳥샨까지 태워다 주겠단다. 조또 말이 안되는 거래다...이건. 왜냐. 두쟝옌은 입장료만 80위엔이다. 그럼 두명이면 이미 160위엔 아닌가. 근데 그걸로 택시비까지 다 해주겠다고? 좆까네. 자원봉사도우미냐?
 그러나 그놈의 설명인 즉슨, 결국 우리가 보고 싶은건 수리시설아니냐는 거다. 그앞에 수리시설을 만든 이씨부자를 기리는 사당같은거...볼 필요없고, 이곳의 핵심인 수리시설 자체를 자신의 현지인혜택을 이용해서 공짜로 보여주겠다는 거다. 그리고 칭쳥샨까지 모든 코스를 택시로 이동!!! 아아아!! 완전 절대 창고대방출 파격신년똥값처분!!!!........이 이놈의 요지다.
 사실 보면 좀 혹하지 않는가..그래도. 안그래도 입장료비싸다고 생각하던 차에 (학생할인이 되긴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와~짱이당~아저씨 최고!!렛츠 고오!'할 순 없다. 무조건 일단 깎고 보는 아주 훌륭한 습관이 몸에 배여있는 우리로선 말이지.
"아저씨 그래도 너무 비싸요. 깎아줘요"
....예상대로 대반격이 시작된다.
"학생들!! 말이 안되지!! 택시비만 해도 이건 100위엔이 넘어!!! 나도 남는게 없다구!!"
......지랄!!!
결국 옥신각신 실랑이 끝에 우리가 이겼다. 100위엔. 이래도 이새끼는 남는게 있다는 말이다. 그놈은 할 수 없지라는 표정을 짓고는 우리를 어디 이상한 밭쪽으로 끌고 갔다. 거기에선 한 농민아가씨가 기다리고 있다가 기사놈과 눈짓을 주고 받고는 고개를 끄덕이고 우리보고 따라오라고 한다....따라갔다.
 아가씨는 수수밭같은 걸 텀벙텀벙 지나가는 미스테리한 곳으로 우리를 끌고 갔다.


'흠..수리 시설이라는 것은...다른 명승지와 달리 실제로 사용되던것...그러므로 일반 농가와의 완전 봉쇄는 무리할터. 그렇군!!! 이렇게 뒷길을 통해 내부로 들어가는 것이군!! 수수께끼는 풀렸다!! 범인은 이안에 있다!(다음편에 계속.....뭔소랴!!!!)'


........그러나 나의 예상은 베리 본즈의 헛스윙처럼 크게 빗나갔다. 우리의 눈앞에 펼쳐질 것이라 예상했던 멋지고 웅장한 수리 시설대신 우리앞에는 물이 반쯤 마른 똥두천이 흐르고 있었다. 강의 규모나 미관을 둘째치고 수리 시설이 도대체 어디에 있는건지 며느리도 모를 지경이였다. 오는길에 살짝 보였던 웅장한 건축물들은 저어어어기 앞에서 메롱하고 혀를 내밀고 있었다.
 휘잉~.......잠시 정적과 싸늘함이 흘렀다. 농민아가씨는 어색함을 무마하려는 듯 갑자기 따발총같이 외워두었던 그곳의 역사를 줄줄 읊었다. 그러나 나의 귀에는 '속았지롱~병신~여긴 우리 뒷동네 개천이지롱~'이라고 들릴 뿐이였다...씹할..                               (이걸 보러갔었답니다 야호 ↓)
 그런데 사실 그 씨발택시기사놈의 말이 틀렸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놈은 분명히 "수리시설만 보여주겠다"고 했고, 그 수리시설은 이 어이없는 강물을 태극모양으로 가르는 강물속의 작은 둑같은 것이였던 것이다. 정말 이렇게 볼게 없을 수가 있을까? 하여 진지하게 뚫어져라 쳐다봤건만 정말

씨발 조또 볼꺼없었다.
모든 볼거리...이 곳을 유명하게 한 볼거리는 저쪽에 있는 이 수리시설프로젝트를 추진한 두 부자의 업적을 기린 공원안에 있고, 그쪽에서 봐야 이 곳의 태극모양도 선명히 보이면서 진가를 발휘하는 것이였다. 이곳에서는 태극모양이라니까 그런가보다 하지, 실은 하트모양이예엽~했어도 그러려니 했을 것이다.
 젠장 씨발...이 농민아가씨에게 화풀이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으나, 이 볼따구 빨간 아가씨가 잘못한건 하나도 없지 않은가. 그리고 택시기사놈도...거짓말한건 아니지않은가...-_-쌰앙.
 결국 우리는 그 어이없는 곳도 기념이랍시고 사진을 찍고 올라와 택시기사를 만났을 때도 별로 따지지 못했다. '저게 뭐예요 볼꺼 조또 없어요 돈줘요'라고 해봐야 그놈이 반박할 말이 더 많다. 그래서 작전을 바꿔서...
"저기는 별로 볼게 없네요....다른 곳 한군데 더 데려다주세요 그럼. 점심도 먹어야되니까."
.....뽕뽑기작전으로 바꿨다. 그놈은 우리 표정을 읽었는지 별 군소리 안하고 '난챠오(南橋)'라는 위치도 알 수 없는 곳에 우릴 데려가서 한참을 설명을 했으나, 귀에들어오지도 않았다. 그래서 걍 사진이나 한방 찍고 오늘의 두번째 목적지 '칭쳥산(靑城山)'으로 출발.
 칭쳥산은 의외로 멀어서 사실 오늘의 택시비만 해도 70위엔 가량은 나온 것 같다. 그러나 씨발 이건 돈문제가 아니잖아. 저랬다고 해서 두쟝옌을 다시 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본 것같지도 않게 보고 온 것이 마치 영화 반전을 알아버려서 보기도 그렇고 안보기도 그런 느낌이다.
 어쨌든 우리는 칭쳥샨에 도착했고 그놈은 좆같은 패키지로 100위엔을 챙겨서 사라졌다. 아 씨발..맘에 담지말고 이 곳을 즐기자. 아자.                            (칭쳥샨 입구에서 한방 ↓)
 칭쳥샨의 푸르른 모습을 마주하니 속이 좀 풀리는 듯 했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또하나의 조까튼 문제를 마주하게 되었다.

복귀시간.
 쳥두행 마지막 버스는 6시반에 있단다. 지금 시각 12시 반. 6시간 동안 오르는데 5km 정도 되는 산을 올라갔다 내려올 수 있을 것인가

음......상당히 고민을 했으나 여기까지 와서 그냥 가는 것도 꼴사납기 때문에 존나 빨리 갔다오기로 둘이 결론을 내리고 칭쳥샨에 첫발을 내딛었다.
 산에는 나무가 빽빽하여 공기가 싱그러웠다. 우리는 그 아까 두쟝옌에서의 엿같은 기분은 이미 다 잊고 마치 야생원숭이처럼 마구마구 뛰어댔다.
 한참을 신나게 올라가다보니 길이 막혀있고, 배를 타는 곳이 있었다. 배로 반대편 호수까지 건너가는 건데, 우리는 '훗 이건 노친네나 타는거지 걷자!!'하면서 보도를 찾았다. 그러나.....보도따위는 없었다. 물어보니 배말고는 건널 수 없단다. 좆같은!!!! 배삯이 비싸지는 않았으나 이런 염병할 상술을 마주할때 마다 기분을 잡친다.                                             (배타고 지나간 호수..좋긴했다만..↓)
 우리는 마지 못해 배에 올라탔으나, 사실 배에서의 기분은 상쾌했다. 산속 호수에서의 뱃놀이....상상해보시라. 그것도 날씨 아주 화창한 날에 말이다. 왕.....정도는 아니라도 성주정도는 된 기분이였다.
 도착해서 다시 걷기 시작했는데, 오르는 길에는 우리빼고는 아무도 없었다. 가끔 위에서 노인 몇명이 내려올 뿐. 신기한 것이 전세계 어느 산에 가도 노인은 꼭 있다. 어쩌면 산관리센터에서 길 잘못든 게 아니라는 증표로 일부러 고용해서 군데군데 뿌려놓았을지도 모르겠다.
 산에 온 사람들은 적지 않았는데, 모두 로프웨이를 타고 산 정상으로 향한 관계로 이렇게 사람이 없는 것이다. 난 걷는게 좋지만 로프웨이 타는 사람을 반대하지는 않는다. 싫은건 그래놓고 마치 그 산을 다 보고온 양 아는 체 하는 사람들이다. 사실 오르는 길에는 볼게 별로 없다. 우리가 오른길도 계에속 끊임없이 이어지는 숲길이였을 뿐이다. 굳이 산을 오르는 재미를 추구하는게 아니라면 로프웨이를 타고 오르는 것도 방법이지만 그만큼 못느끼고 온다는건 알고 있었으면 좋겠다.
 로프웨이가 도착하는 곳까지 가니 그위는 줄줄이 도교사원이 있었다. 칭쳥산은 도교사원의 메카라서 산에 꽤 많은 사원이 있으며, 그곳에서는 아직도 도사들이 수련을 하고 있다고 한다. 장풍은....안나간다고 한다.                                                                           (이야 존나 멋지잖아↓)
 사원들은 대단히 고전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어서 고층빌딩보면서 자라온 내게는 아주 색다른 구경거리를 제공했다. 푸른 산속에 있는 붉그스름한 사원의 정취는 정말 직접 보지 않고는 느끼기 힘들 것이다. 이런데서 살고 싶다는 생각조차 들 지경이였다. 물론 한달내로 탈출할 것 같긴 하지만.
 오..그리고 여담이지만 기뻤던 일 하나. 가장 꼭대기에 있는 사원에서 절정미녀를 하나 발견했다. S.E.X의 유진을 닮은 그 여인은 나이스 바디, 나이스 훼이스에 옷입는 센스까지 갖춘 걸작이였는데, 그런 그녀가....불상앞에 다소곳이 무릎을 꿇고 절을 하는 모습이 그렇게 이뻐 보일 수가 없었다. 특히 절할때 살짝 말려올라간 티셔츠 사이로 보이는 속살은 외경스러운 짓을 상상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그래서..자! 도촬을 하려고 했는데 아쉽게도 머리를 넘기는 바람에 반타작만...쩝.                       (송년기념.이게바로그도촬사진↓)
 그건 그렇고 지금 시각 2시. 헉!! 이렇게 빨리올 수가 있나. 겨우 1시간반만에 산을 올라버렸다. 진짜 시간에도 쫓기고 기분도 좋아서 파파팍 뛰어올라 왔더니만 이런 놀라운 신기록을 냈다. 우리는 갑자기 마음속에 시간여유가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당연하지 않은가. 오르는 것보다 내려가는게 더 편할테고...가면서 천처언히 사원이나 구경하면 되겠구나 싶었다. 아이 참~시간이 남으면 뭘하지? 라는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초대형 메머드급 오산이였다. 디 오산 오브 2003.
 산에 오를때는 산의 구조를 파악해야 한다.....라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 이 망할 놈의 칭쳥샨...오르는 길이에 비해 내려오는 길이가 거의 3배 가량 길었던 것이다. 그걸 알게 된건 상당히 나중이였다.


"헉...헉....야 이제 거의 다 온거 같지 않냐."
"그러겠지? 지금 벌써 올라간거 보다 더 많이 걸은거 같은데."
"뭐 어짜피 시간 남으니까 좀 돌아가도 되지 뭐."


......그런 대화를 나누고 또 한참을 걸어내려 왔다.


"헉...헉..헉..헉...야....이제....저 사원이 거의 끝이겠지?..헉...헉.."
"..헉..헉.헉...그럼 좋겠다. 한번 물어보자."


우리는 입구에서 나눠준 지도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곳의 명칭과 실제 문패가 좀 달라서 정확한 위치를 알 수가 없어 그곳 사람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음....여기는..이쯤 돼요."
뻑!!!!헉. 젠장-_- 우리가 거의 다왔다 싶어 물어본 곳은 겨우 반 밖에 안된 곳이였다. 심지어 혹시나 해서 다른 사람에게 한번더 물어볼 정도였으니...                  (그건그렇고..정말 멋지다 이런거↓)
 4:30. 좆되게 생겼다. 며칠째 제대로 잠을 못잔 홍메이는 거의 좀비가 되어 있었고, 나 역시 계속되는 산길로 인해서 피로도가 맥시멈게이지에 다다랐다. 그렇다고 해서 여기 산중턱에서 쉴 순 없지 않은가?!ㅜㅜ
우리는 정말 죽을 맛으로 한발짝 한발짝을 내딛었다. 쉬지도 않았다. 뛰었다가 숨을 골랐다가 다시 뛰었다가....홍메이는 거의 중간보스급의 좀비로 변해 있었고 우리는 더이상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내려가는 길은 약이라도 올리는 듯 대단히 가파르고, 특히 중간중간의 계단은 자빠지면 백퍼센트 머리속 내용물 쏟아낼 정도로 가파랐다. 난 뭐 그렇다쳐도 홍메이는 거의 비몽사몽이라 그녀의 뇌를 감상할 위기가 몇번 찾아오기도 했었다.
 그러나....우리는 정말 죽을 힘을 다해 겨우 시간에 맞춰서 밑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입구랑 이어진 길을 봤을때의 그 기쁨이란....이산가족 상봉급 레벨이였다.
 우리는 거의 쏟아지듯이 버스에 몸을 던지고 그 자리에서 멍하니 20분쯤 말없이 쉬었다. 홍메이는 마라톤을 끝낸 이봉주같은 표정으로 기뻐하다가 어느새 잠이 들어 있었다. 놀랍고 짜증나게도 이 망할 놈의 버스는 손님이 모자라서 1시간 가까이를 출발안하고 그자리에서 기다려서 우리의 개고생이 빛이 바래게 했다.
 드디어 버스가 출발해서 난 한숨 자려고 눈을 감았는데, 갑자기 앞에서 경박의 극치를 달리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눈을 뜨니 이것은 심지어 씨디도 아닌 VCD였다. 굳이 그 음악의 장르를 이름 붙이자면 '티베탄 테크노'랄까-_- 정확히는 기억안나지만 '바스라'쯤 되는 이름의 티베트족 테크노댄스그룹이였는데, 그들의 전통민요에 초특급 경박한 테크노박자를 입힌 음악으로.....존나 좋게 말해 크로스오버뮤직이였다.
 티비에서는 그들의 뮤직비디오식 영상이 흘러나왔는데, 티베트 아가씨가 삼척동자가 봐도 합성임을 알 수 있는 초원을 무대로 인공바람을 맞으며 45도각도로 하늘을 보며 축복의 노래를 부르는 60년대에도 찾기 힘든 영상이였다. 물론 반주는 테크노. 심지어 그들의 클럽에서의 라이브 클립도 들어있었는데, 얼굴가득 미소를 지은채 사람들에게 '옴마니 밤메흠'을 같이 할 것을 유도하는 영상은 거의 등급보류감이였다.
 졸려죽겠는데 이걸 보고 있자니 미쳐버릴 것 같았다. 슬레이어 라이브를 틀어도 이거보다 잠을 방해하진 못할 것이다. 홍메이도 자는 걸 포기했다. 사람들이 항의하지 않을까 했는데, 모두 빠순이 뮤직캠프보듯 열심히 보고 몇몇은 흥얼거리기 까지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빨리라도 도착해주면 좋은데, 이 씨발버스는 오던 길이 아닌 희한한 길로 가면서 원래의 1시간을 비웃기라도 하듯 3시간만에 청두에 도착했다. 저 괴음악과 함께 말이다.
 벌써 우리 집같아진 호텔로 돌아와 샤워하고 침대에 누우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한 30분을 그렇게 티비틀어놓고 빈둥빈둥 몸을 쉬게 하니 이제는 몸이 밥을 넣어달라고 아우성이였다. 난 홍메이보고 나가서 밥먹자고 했으나 그녀는 한발짝도 움직일 수가 없다면서 그냥 혼자 먹고 오라고 한다. 하긴..내가 그녀입장이라도 움직일 상황이 아니긴 했을 것 같다.
 난 모처럼 혼자 거리로 나서서 미녀들을 감상하며 먹을 곳을 찾았다. 먹을 곳이 넘처나긴 했는데, 사실 아직도 배가 쓰라려서 지금 매운 걸 먹었다가는 고추모양 빨간 똥이 나올 것 같았다. 그래서 이번 여행동안 절대 가지말자고 맘 먹었던 맥도날드에서 그 속을 좀 달래기로 했다.
 워낙 훼스트후드 매니아인 나는 마치 고향의 맛이라도 찾아온 듯한 기분이였다. 한국에서 밥처럼 먹어대던 빅맥을 시키려는 찰나....신제품이 눈에 띄었다.


크리스피 치킨 버거.


신제품은 무조건 시키는 주의인 나는 이것도 그냥 넘어갈 수 없어, 먹어보기로 했다.
"맛있게 드십시오~"
....아아아.....맛은 있었지만 아직 위가 받아들이지 못하던 이곳의 음식에 걸레허벌창이 된 내 속을 달래줄 내 친구 햄버거. 잘먹겠습니다!! 덥썩!!
.....썅!!-_-.

..........이것도 맵다-_-;
써있지는 않았지만 속의 닭이 붉은 걸로 봐서 매콤한 맛이였던 모양인데, 그걸 감안해도 이건 훼스트푸드점에서 나와서는 안되는 정도의 매움이였다. 나중에 KFC도 한번 들어간 적이 있었는데, 거기에서는 오리지널 치킨을 시키면 '스촨식 고추 소스'를 따로 준다...-_-
 이곳 쓰촨에서 담백한 맛을 찾기란, 일본에서 25세 처녀찾기처럼 힘들다는 걸 깨닫고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내일 위장약을 사서 먹으면서 익숙해질 때까지 이놈의 매운 음식과의 적응전쟁을 계속할 생각이다.
 다먹고 청두의 밤거리를 그냥 혼자 배회했다. 우리가 있던 곳은 최고의 번화가였는데, 좀 더 외곽쪽으로 가보니 이곳은 중심부와는 완전히 분위기가 달랐다. 언더테이커와 스티브 오스틴이 동시에 드롭킥을 날리면 백프로 무너질것같은 허름하기 짝이 없는 아파트에서는 말소리와 티비소리가 이곳 길거리까지 새어나오고 있었으며, 심지어 작은 콘테이너에 10명이 넘는 사람이 옹기종기 붙어서 잠을 자고 있었다. 앞만 보며 달려가는 중국의 그늘에 있는 사람들이다. 화려한 샹하이, 베이징 혹은 그밖의 화려한 도시안에도 이런 그 경제발전의 햇빛과는 상관없는 사람들이 잔뜩 있다. 아직 중국도 가야할 길이 태산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그때 내 뱃속에서 이종격투기시합이 열렸다. 꺄아아악....지금이라도 누가 배를 누르면 마요네즈처럼 뒤로 쭈욱 나와버릴 듯이 배가 아파왔다. 크헑.
 설상가상으로 난 이곳이 어딘지 모른다. 천천히 길을 찾아보려고 했으나 그러다가는 중국의 거리위생을 더럽히는 사건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제,제젠장....할 수 없이 가까운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택시를 타고 겨우겨우 다리를 후들거리며 방까지 걸어왔다.
 방문을 염과 동시에 화장실 문을 열고, 변기뚜껑을 열고 쏟아내.....아아아아아 또 안나온다..-_-
완전히 위벽에 고추기름덩어리가 엉겨붙어있는 듯, 속은 죽을꺼같은데 나오지가 않는다....눈물이 날꺼같다.ㅠㅠ 
 젠장...홍메이는 계속 자고 있었다. 난 온몸을 엄습한 피곤함과 블록버스터급 복통으로 인해 여자를 옆에 뉘어놓고도 그냥 자는 수밖에 없었다...내일...내일..ㅠㅠ

(제9일 끝)

 

pS:여러분 새해복많이받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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