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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요, 안녕하세요요"에 나가야 할 주제 같지만 한번 써 봅니다.
아내가 힘들어 합니다. 그것도 상당히 많이. 아내가 뭐 괴롭다 힘들다 이런 거 호소하는 스타일이 아닙니다. 불평불만 이런 거 한번도 안들어 봤습니다. 작년 6월에 합방시작했고 작년 7월에 결혼식 올렸지만 아내는 뭔가에 대해서 힘들다고 토로하는 경우가 없습니다. 물론 아내는 결혼 후에 행복도가 100배 넘게, 비교도 할 수 없이 늘었다고 합니다. 오빠 없으면 자기도 죽는다고 하는데 밥을 아예 못 먹을 것 같다네요. 아무튼 아내는 결혼 생활에 만족하며 전반적으로 매우 매우 행복해 합니다.
아내는 초등학교 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어찌 볼때는 거의 양육하고 있는 느낌도 듭니다. 불우한 환경에 있는 학생들이 많은 특성이 있어서 학생들이 제 아내를 엄마처럼 잘 따르거든요. 아내가 집에 도착하면 5시 반. 집 근처 마트에서 장 보고 들어가면 6시. 저는 집에 빨리 들어가면 7시 10분, 보통 7시 반, 늦어도 7시 40분 이렇게 거의 칼퇴근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가끔 있는 회식 외에는 주중에 절대 다른 곳 가지 않고 무조건 집으로.
서론이 길었는데, 아내가 힘들어하는 주제는 남편이 보고 싶다는 겁니다. 네, 날마다 봅니다. 저녁 내내 붙어 있고요, 저녁밥 먹을 때도 아내는 제 옆에 딱 붙어 있습니다. 아내는 다이어트 한다고 결혼 이후에 저녁을 한번도 먹지 않았습니다, 아니 결혼 전부터 저녁은 안먹고 살았다고 합니다. 아무튼 제 음식은 잘 차려주지만 자신은 먹지 않습니다.
퇴근하면 저는 찐~한 키스부터 합니다. 딱 포옹해서 말이죠. 아내는 "왔어요?"라는 말 한마디도 없이 현관으로 후다닥 달려나와 주둥이 박치기부터 합니다. 뭐 나 왔어~ 한마디 할 겨를이 없어요. 그리고 10분 정도 떨어지질 않죠. 아내 말에 의하면 제 입에서 후광이 비친답니다. 후광은 보통 뒷통수에 비치는 거 아닌가요? 그런데 제 입에 후광이. 입 밖에 안보인다고. -_-;;
그 후에는 아내가 잠깐 설거지 할 때 빼고는 계속 살갗 대면서 붙어 있다고 보면 됩니다. 아내는 초저녁 잠이 많은데 9시 반이면 벌써 졸려 합니다. 하지만 오빠 얼굴 보고 싶다면서 어린애 땡깡부리며 안자듯이 안자고 버텨서 11시쯤까지 깨어 있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이틀 연속 그러는 건 아내한테도 힘든 듯 하루는 좀 빨리 자고 하루는 좀 늦게 자고 반복하는 듯.
매일 거실에서 저랑 딱 붙어 포옹한채로 저랑 뽀뽀를 적어도 30분, 많게는 3~4시간도 하는데, 그 이후에는 좀 저를 놔주지만(?) 그래도 제가 티비를 보는 중에도 아내는 저를 딱 끌어안고 잡니다. 아내가 깊이 잠든 이후에 제가 살살 몸을 빼내서 돌아다닐 수 있습니다. 그땐 뭐 자유지만 딱히 할 건 없고 마음대로 화장실 갈 수 있다 정도 -_-;; 그러다 12시쯤 되면 아내 깨워서 큰방 들어가서 같이 잡니다. 아내 혼자는 절대 큰방 안들어갑니다.
물론 주말에도 집에 거의 붙어 있는 편이고 주말에 어딜 가도 거의 항상 같이 가는 편입니다. 모임에도 친구 약속에도. 심지어 제 일 관련해서 세미나 같은 걸 다녀도, 스노우 타이어 교체를 하러 다녀도 같이 다닙니다. 잘 때도 물론 딱 붙어서 제 왼팔로 목을 감싸주며 껴안고 잡니다. 아내는 잘 때도 항상 자기 살에 제 살이 붙어 있어야 맘 편하게 잘 수 있습니다. 아내가 찰쌀 달라붙는 건 정말 세계 최고인 것 같아요. 그렇게 찰지게 딱 붙을 수가 없어요.
아내는 분리불안증 비슷한 걸 겪는 것 같은데 결혼 후 일년이 지난 지금은 더 심해졌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입니다. "오빠는 제가 얼마나 힘든 지 아마 상상도 못할 거에요"라고 말하는데, 불평이라곤 모르는 제 아내가 가끔 그런 말 하는 걸 보면 안쓰럽습니다. 그런 날이 유독 심한 날이 있는데 그런 날은 학교에서 몰래 제 동영상, 사진, 음성파일 그리고 그동안 주고 받았던 카톡 같은 것을 보면서 마음을 달랜답니다. 전담시간 (체육, 미술 같은)에 양호실 가서 몰래 보는 거죠. 수업에 집중하기가 힘들 때도 있답니다. 그나마 행정관련 업무가 많으면 덜하다고 하네요.
아내는 어린 시절부터 흔히 어른들이 "손탔다"라고 표현하는 그런 아기였어요. 땅 바닥에 자라고 내려 놓으면 바로 울어대는. 그래서 장모님께서 항상 손에 들고 살아야 했다고 하시네요. 청소년 시기에는 그 스킨십 욕구 ( 따듯하고 부드러운 것에 대한 열망? ) 가 애완견에게 갔고요. 그 다음에는 저에게 온 거죠.
그래서 아내는 퇴근하고 들어오는 저를 보면 너무나 기쁜 나머지 후광이 보인다고까지 말하는 것 같습니다. 아내는 결혼하고 나서 그런 점이 참 힘들다고 하소연합니다. 아마도 저를 사랑하니 그렇겠지요. 저를 미워하게 할 수도 없고 저도 어떻게 도와줄 방법이 없습니다. 자기도 방법이 없다고 합니다. 그럼 좀 떨어뜨려 놓는 훈련을 해야 하느냐... 저도 아내와의 스킨쉽을 좋아하고 마음의 위안과 평화를 얻기 때문에 굳이 그럴 필요는 못 느낍니다만, 힘들어 하는 아내를 보면 도저히 떨어뜨려 놓을 수가 없습니다.
일루와! 하고 안아주면 눈이 반짝반짝 빛나면서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어요. 스킨쉽이 좀 부족하다 싶은 날 다음날은 물 며칠 안준 화초처럼 생기 없이 시들시들... 활달한 아내가 기운 없어서 죽으려고 합니다. 일부러 떨어뜨려 놓을 수도 없고, 각자 직장 일은 해야 하고. 후~
에피소드 :
아내가 친구들 만나러 다른 도시에 한번 가서 밤 11시에 돌아온 적이 있습니다. 제가 기차역에 마중 나갔죠. 아내는 저를 보더니 뛰어와서 안겼습니다. 거기까진 좋은데 아내가 펑펑 울더라구요. 왜 울어? 하고 제가 물었는데 그냥 오빠 보고 싶었답니다. 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니고 친한 사람들 만나고 잘 놀았는데 그래도 오빠 생각나고 힘들었답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이 가는 2박3일 무슨 체험 있습니다. 거기에 당연히 담임교사로 인솔지도해서 가는데, 첫날은 어떻게 버티더니 두번째 날 오후에는 힘들어하는 기색이 역력. 제가 거기까지 운전해 가서 아내랑 한시간 뽀뽀해주다 왔습니다. ㅠㅠ 그리고 또 그런 행사 잡히면 그 전부터 질색팔색 하는데 올해는 세월호 여파로 그런 일정이 다 취소되었다고 합니다. ;;
p.s :
저도 게시판에서 이런 저런 수천건의 사연을 읽어봤고 주로 상담자의 역할을 많이 해왔고, 사랑과전쟁 전편을 다 봤고 `안녕하세요`도 간간히 보는 편이지만, 이런 아내가 또 있을까 싶습니다. 사실 저는 괴롭지 않습니다. 저는 그냥 낮에 일하다 게시판 보다 하다 보면 시간 금방 가고 아내가 보고 싶어서 오금이 저리진 않거든요. 근데 제 아내가 문제죠. 제 아내가 힘들어하니 저도 도와주고 싶은데 무슨 방법이 없어요. 그렇다고 해서 지금 하는 스킨쉽 양보다 늘릴 수도 없습니다. 이미 최대한이고, 이걸 줄이자니 아내는 더 힘들어할 것이고...
아참 아내는 저에게 먼저 문자 보내거나 전화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한달에 한번 문자 먼저 보낼까 말까? 합니다. "보고 싶으니까 오늘은 좀 일찍오세요" 뭐 이런 류의 문자. 물론 제가 문자 보내면 답장은 바로바로 옵니다. 이건 결혼 전부터, 처음부터 그랬습니다. 신혼 초에는 신혼 초라 좋아서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일년쯤 된 지금, 날이 갈수록 더 심해지니. -_-;;;;
1. 헤어져라 : 농담으로 들을께요.2. 한쪽 직장 그만둬라 : 둘다 그만 두지 않는 이상 붙어 있기 불가능합니다.3. 아이를 낳아라 : 아직은 신혼을 더 즐기고 싶습니다. 차차 자연스럽게 생기면~4. 싸워라 : 역시 농담으로 들을께요.
세줄 요약
1. 아내는 나를 매우 사랑하며 행복한 결혼 생활을 누리고 있음.
2. 결혼한지 1년이 지났는데도 각자 출근했을 시에 아내는 너무 나를 보고 싶어함.
3. 아내의 괴로움이 상상 외로 큰 것 같으나 해결책이 없음.
심각한 게시판에서 "안녕하세요" 주제를 들고 나와 죄송합니다만, 제 아내 입장에선 심각한 것 같네요. 진지한 답변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