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평소 지하철을 싫어했다.
그 시작이 언제인지는 기억할 수 없는데
짐작해보자면 서울에 놀러갔다가
출근시간에 한번 지하철을 탄 이후였던것 같기도 하다. ㅎㅎ
그리고 지하철을 탈때면
내 자신이 갑갑함과 삭막함이란 재료로 만든 치즈속을
꾸역꾸역 비집고 들어가서 한건 해보려는 생쥐같은 기분이랄까.
뭐, 여튼 그런 비슷한 느낌이 들어서 싫다.
그래서 지하철보다는 버스가 좋았다.
하지만 오늘 그런 내 사고를 바꿔놓은 장면을 보았다.
그러니까 그때. 내가 뭘하고 있었냐면.
오랫만에 보는 학교동생들과 통닭 한 끼하고,
11시를 넘겨 느지막하게 지하철을 타고 귀가중이었다.
평소처럼 좌석 구석에 앉아 철봉에 살짝 기대고는
이어폰에서 때마침 흘러나오는
준셉이형(준셉아=준세바=세바준=누자베스. ㅎ;;)의 luv pt.3를 듣고 있었다.
찬란한 피아노소리를 느끼며 내 영혼은
지하철 맨앞칸 천정을 뚫고 날아가려는 헬륨풍선처럼
황홀하게 붕~ 떠있었다.
그러고 있던 순간 내 맞은편을 보고말았다.
그래, 보고 말았지.
그곳엔 한 아주머니가 앉아계셨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순간에도 생생히 기억이 나는데
아주머니는 모자깊이가 얕아서 머리위에 살짝 걸치는 흰색 캡에
흰색 카라티에, 청바지에, 흰색 운동화를 신고 계셨다.
나이는 짐작해보자면 마흔 다섯 정도? 되시는 모습이었는데
손에 든 조그마한 물건을 내려보며
내 표현력으로는 뭐라고 형용할 수 없는 표정을 짓고 계셨다.
그래서 난 저게 뭐지? 하는 맘으로
손에 들린 물건을 확인하는 순간
코끝이 찡해졌다.
그건 조그마한 플라스틱 명찰이었다.
그리고 새겨져있던 짧은 몇 글자.
'ㅈㅁㄹ 샤브샤브 ㅇㅇㅇ'
내 짐작일수도 있지만
아주머니는 오늘 명찰을 받으신것 같았다.
그 조그마한 명찰을 앞뒤로 이리저리 돌려보며
티셔츠로 슥삭슥삭 닦아보기도 하시며
자기 이름이 적힌 명찰을
애정어린 깊은 눈빛으로 보고 계셨다.
나는 거기서 단순히 지하철에서 지나치는 아주머니가 아닌
우리 대한민국의 어머니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 반짝이는 명찰속에는 단순한 이름만이 아닌
그 아주머니의 꿈과, 아주머니 가족들의 행복한 얼굴이 보였다..
그리고 그 아름다운 장면은
내게 가끔은 지하철도 사람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탈것이라는 생각의 전환을 가져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