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12일...
너랑 헤어진 지 정확히 1년이 되는 날이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오빠지만 그냥 편하게 너라고 말할게.
얼마전 페이스북을 보다가 우연히 옛날에 네이트판에 올라왔던 '똥차 가면 벤츠 온다'는
글을 다시 보게 됐어. 이별을 겪은 여자가 쓴 글이었는데... 그 글을 다시 읽어보니 너무나 공감이 가서 나도 문득 너한테 글을 하나쯤은 남기고 싶더라.....ㅋㅋㅋ
니가 이 판을 볼 지 모르겠지만! 그냥... 내 솔직한 심정을 한번 쭉 써보고 싶었어.
엄청 긴 편지이자, 일기가 되겠지만 우리가 만난 시간이 자그마치 5년인데 몇 줄의 글로
끝낼 수는 없을 것 같아..ㅎㅎㅎㅎ
정확히 1년 전이구나.
잠깐의 다툼 후 내 화를 풀어주기 위해 미안하다고, 보고싶다고
달려와서 약 1시간의 대화 후 나에게 이별을 고하던 너를 보며 내 가슴은 무너져 내렸지만
애써 담담한 척 했다. 아니, 그때는 생각보다 담담했어.
그 자리에 주저앉아 엉엉 울어버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담담하더라.
물론 눈물은 계속 흘렀지만 그래도 너한테 마지막 모습을 추하게 보이고 싶진 않더라.
내가 너를 많이 안 좋아해서, 이미 마음이 떠나서가 아니라 이미 너에게
갑작스런 2번의 이별 통보를 받은 후라 단련이 됐던 걸까.
나에겐 너무나 큰 충격이라 아직도 날짜까지 생생히 기억이 난다.
2012년 9월 3일, 멀쩡히 데이트 잘하고 잘 놀고 헤어진 다음날, 너에게 갑작스런 이별 통보를 받고난 후 내 생활은 엉망이 되었다. 눈물로 밤을 지새운다는 말의 의미를 알게 되었고, 숨이 막히고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아 41kg로 살이 빠져 누가 봐도 반쯤 정신 나간 해골 같았을 거다.
나는 그 누구보다 내가 나름 당당하고 멋진 여자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일과 사랑 중에 무엇을 택하겠냐고 누가 묻는다면 나는 망설임없이 일을 택할 거라고
자신만만해했는데 나는... 나는 사랑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여자라는 걸 아프지만 깨달았다.
그렇게 힘들게 약 열흘 후에 겨우 통화가 되었고 나는 자존심이고 뭐고 없이 너에게 매달리고 매달려서 다시 사랑을 이어가게 되었지. 그리고 무슨 연례행사인양 너는 또 1년쯤 지나니 다시 나에게 이별을 통보했고....
이미 1년 전에 너무나 혹독하게 겪은 터라, 우리가 다시 만나면서도 만약 니가 또 나에게
이런 상처를 준다면, 나는 다시는 너를 만나지 못하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어.
그리고 거짓말같게도 그 상황이 1년이 지나니 다시 와버렸고...
내가 더이상 여자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너의 말을 들으며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함께 했던 4년 9개월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그런데 정말 이상했던 건, 니가 죽도록 밉고 원망스러운 것보다 오히려 고마웠다.
하기 힘든 말 우물쭈물 하던 니가 나한테 그렇게 말하기까지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겠지.
사람 마음 변하는 게 죄는 아니니까.
지금 생각해도 나는 바보였다. 아니, 지금도 바보인 것 같고...ㅋㅋㅋ
어디서 본 건 있어서 멋있게 끝내려고 악수를 청하는 너를 보며 굳은 표정이었던 나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내가 표정이 풀리니 너의 표정에서도 미안함이 조금은 사라지고
안도감으로 살짝 멋쩍은 미소를 짓는 너를 보며, 이제는 진짜 너를 보내줘야 하는 구나 생각했다.
그 날밤이 어떻게 지나갔는 지 모르겠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생각보다 담담했다.
보고싶다고 찾아와놓곤 내가 묻는 질문에 아무 대답도 못하고 내게 그 어떤 확신도 주지 못하던
니가, 그 자리에서 뜬금없이 헤어지는 게 좋겠다고 말하던 니가, 원망스럽지 않았다.
그냥 덤덤하고 얼떨떨했다.
그렇게 대학교에 입학한 후로 처음으로 솔로가 된 나는 나름대로 솔로생활을 즐겼다.
니 눈치 안보고 친구들을 만나 술을 마시기도 했고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함께 힙합콘서트에 가서 밤새 놀기도 했다. 연락 문제 때문에 술을 마시면서도 니 걱정 안해도 됐고 나 좋다고 대시하는 남자들도 많이 생겼다.
오랜만에 지하철에서 번호를 따이기도 했고 알고 지내던 동생과 아는 오빠한테 고백도 받았다.
그런데 거절했다. 그냥 딱 거기까지였다. 나도 니가 아닌 다른 남자에게도 예쁘고 사랑스러운 여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 딱 거기까지였다. 그들은 나에게 너 같은 존재가 될 수 없었다.
그냥 너 아니여도 나 좋다는 남자 많다는 약간의 우쭐함과 자신감이 생긴다는 게 좋았다. 내가 왜 너에게 더 이상 여자로 보이지
않는 걸까 자책하고 괴로워하기보다 내가 나 자신을 더 사랑하고 토닥여주고 싶었다. 나도 너 아닌 다른사람에게는 얼마든지 매력적인 여자라는 걸 절실히 느끼고 싶었다. 그래야 살 것 같았다.
하지만 매일 니 페이스북 몰래 훔쳐보며 니가 친구들과 술도 자주 마시고 라오스 여행도 다녀온 걸 보고 행복해보이는 니 모습에 살짝 화도 났다. 좋아보이더라.
그래, 너도 자유가 필요했겠지. 자유를 만끽하니 좋겠지 생각했다. 그런데 12월 31일, 2014년 새해를 3시간 앞두고 또 다시 보고싶다고
술먹고 전화온 너와 통화하며 내 가슴은 다시 한번 무너졌다. 니가 원망스러웠다. 해도해도 너무한다고 생각했다.
겨우 짧은 통화를 마치고 다음날 1월 1일, 나는 원망섞인 장문의 문자를 보냈고 우습게도 답장은 없었다.
이틀 후, 너는 페이스북에서 나를 지웠고 다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살아가더라.
아마 술김에 전화 한 니 자신을 스스로 자책하며 후회했겠지. 그게 더 마음이 아팠다.
헤어질 때보다 그때가 100배 더 힘들었다. 왜 전화한거냐? 나름대로 잘 지내고 있었는데...
새로운 삶을 살겠다고 다짐했던 2014년 첫 날부터 나는 또 다시 망가졌다. 니가 젤 친했던 친구이자, 나도 참 좋아했던 오빠의 여자친구한테 전화해서 펑펑 울었다.
언니가 진심으로 마음 아파 해주었다. 날 위해서라도 지금 힘들어도 꾹 참고 다시 만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나 역시 동감했다. 근데 왜 그렇게 마음이 아프던지...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았다. 보고싶어 미칠 것 같았다. 아무도 없는 집, 내 방에서 지금 아니면 시간이 없을 것 같아 미친듯이 울었다.
내 24년 평생 가장 서럽고 가슴 찢어지는 듯이 울었다. 그렇게 다 쏟아내고 엄마, 아빠, 오빠가 집에 왔을 땐 또 아무렇지 않은 척 웃어야했다.
그 이후로 회복하는 데 시간이 참 많이 걸렸다. 정신차리고 휴학 목표였던 배낭여행을 하고자 알바를 하며 조금씩 돈을 모았다.
착하고 좋은 사람도 만났다. 처음엔 마냥 좋았다. 사랑은 사랑으로 잊어야 한다는 말의 뜻을 알 것 같다고 생각했다. 거짓말같게도
니 생각이 전혀 나지 않았다. 행복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아니었다. 그 사람과 헤어지고 나면 너를 떠올렸다.
그 사람과 맛있는 걸 먹으면서 너를 생각했다. 너와 함께 했던 그 추억들을 떠올렸다. 고민했다. 이건 무슨 감정일까.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그건 사랑이 아니었다. 나는 바보스럽게도 여전히 너를 사랑했다. 어쩌면 지금도 너를 기다리고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너와 마주치는 상상을 한다. 그리고 실제로 너와 우연히 몇 번 마주쳤을 때, 나는 우습게도 모른 척 할 수 밖에 없었다.
상상속에서는 너에게 달려가 안겼었지만, 실제로는 그럴 수 없었다.
그냥 심장이 쿵 내려앉고 온 몸이 얼음이 되어 너에게 도저히 다가가지 못했다. 그렇게 몇 번의 우연한 마주침과 술먹고 걸려온
너의 전화 2통, 쓸데없는 문자 몇 통을 끝으로 벌써 1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여전히 나는 너를 생각한다.
니가 왜 그렇게도 좋았던 걸까.
근사한 곳에서 맛있는 걸 먹지 않아도 좋았다. 집앞 벤치에 앉아 모기 물리는 다리를 탁탁 쳐가며 아이스크림을 먹고 수다를 떨 수 있다는 게 좋았다.
생일날, 기념일날 내 곁에 있어주지 않아도 좋았다. 군대에서 새벽근무 중 전화로 진심을 다해 노래를 불러주던 너 하나면 충분했다.
내 생각하며 매일 편지, 일기를 써주는 너 하나면 충분했다. 예쁘게 보이려고 내숭떨고 신경쓰지 않아도 되서 좋았다.
내 행동 하나하나에도 귀엽고 예쁘다며 활짝 웃는 니 미소 하나면 충분했다. 같이 장난치고 마음껏 웃을 수 있는 니가 있어서 좋았다.
같이 티비를 보며 내가 깜빡 잠이 들었을 때 눈물나게 따뜻하고 포근했던 니 품이 좋았다.
자다가 나도 모르게 침흘려서ㅋㅋㅋ 깜짝 놀라 민망해서 너를 쳐다보던 나를 킥킥 웃으며 더 꽉 안아주는 니가 좋았다.
내 몸매가 좋아서 나에게 맞는 멋진 남자가 되기 위해 운동하는 거라고 너스레 떠는 니가 좋았다.
좋은 노래 알게 되면 무조건 오락실 노래방에서 목에 핏대 세워가며 음이탈도 개의치 않고ㅋㅋㅋ열심히 노래 부르는 니가 좋았다.
매주 일요일 저녁마다 석쇠구이 3인분과 소주 1병, 우리만의 코스가 있어서 좋았고 누구 눈치 볼 것없이 니 앞에서 소주 벌컥벌컥 마실 수 있어서 좋았다.
나의 어떤 모습이 좋은지, 어떤 모습이 실망스러웠는지, 내게 불만은 없는지 소주 한잔하며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니가 있어 좋았다.
어머니가 해주시는 밥이 먹고 싶다며 불쑥 우리 집에 찾아와 넉살 좋게 엄마와 대화하며 밥 두그릇 해치우고 가는 니가 좋았다.
100일 휴가나와서 다시 복귀하는 버스안에서 날 보며 손 흔들고 눈물짓던 니 순수한 모습이 좋았다.
니가 군대에 있을때, 잠깐 우리가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게 됐을 때, 다시 사귀자는 말과 함께 무릎꿇고 장미꽃 한송이 건네는 니가 좋았다. 씨엔블루의 사랑빛 노래를 부르며 그동안 연습했던 기타를 연주해주는 니가 미치도록 좋았다.
니 친구들 앞에서 나를 처음 소개시켜주던 날, 내가 가장 예쁘다며 뿌듯해하는 니가 좋았다. 누굴 만나든 내얘기하며 환한 미소 짓는 니가 좋았다.
대단한 이벤트가 아니더라도, 자주 애정표현을 하지 않아도 이 세상 단 하나뿐인 내 편이라는 강한 믿음이 있었고 너와 헤어졌을 때 사랑하는 사람과의 헤어짐보다는 이 세상에 둘도 없는 가장 소중한 친구이자, 동반자를 잃은 듯한 공허함과 슬픔이 더욱 컸다.
너는 나에게 그런 존재였다. 사랑하는 사람을 넘어 오롯이 내 삶의 전부였다.
그래, 나는 널 만났던 1725일 간의 시간 내내 한 순간도 너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지금도 널 잊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지금도 널 사랑하는 게 아니라 너를 너무나 순수하고 뜨겁게 사랑했던 그 때의 나를 잊지 못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어느쪽이든 상관없다. 너와 나는 이미 인연이 끝났고 그 인연을 다시 맺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니가 술먹고 내게 전화하고 일주일 후에 다른 여자 볼에 뽀뽀하며 행복하게 웃고 있는 니 모습을 지하철역에서 우연히 보고 나는 또 다시 가슴을 부여잡았다.
아마 그때였던 것 같다. 내 마음이 너를 아직 잊지 못했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던 적이.
그리고 아마 쉽게 잊을 수 없을 거란 걸 느꼈던 적이.
내가 다시 너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20살, 21살... 아무것도 모르는 너와 내가 만나 사랑을 했고 많은 추억을 만들었어.
그동안 니가 군대를 가고 나는 휴학을 하고 이것저것 서로 다른 환경에도 꿋꿋이 잘 만나왔던 것 같아.
솔직히 1년이 지난 아직도 진짜 너와 내가 헤어진 건지
잘 실감이 나지 않기도 해ㅋㅋㅋㅋ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나는 니가 날 더이상 좋아하지 않아서 원망스러웠던 적 단 한번도 없었다.
다만, 이별을 말하는 그 방식에 너무나 큰 상처를 많이 받았을 뿐이야. 서로 사랑하고 같이 좋아했는데 왜 마음 정리는 너 혼자 다 해버리고
내게 일방적인 통보만 했던 걸까....
나는 그게 너무 원망스럽고 미웠다. 아무튼 이젠 다 끝난 일이지만...ㅋㅋ
이래저래 스트레스 받는 상황에서도 지금 이렇게 긴 일기를 쓰는 걸 보니 아직도 내 기억 속에 너는 너무나 또렷하게 남아있나보다.
솔직히, 언제한번 마주앉아 허심탄회하게 그 때 이야기를 한번 해보고 싶기도 하다. 지금 당장 니 기억을 모두 다 지우고 싶진 않다.
천천히... 언젠간 서서히 다 잊어가겠지. 자연스럽게! 그냥 그렇게 천천히 잊고 싶다.
내 N드라이브 속 니 사진을 천천히 봐도 아무렇지 않을 그때를 기다리며...ㅋㅋㅋ
그냥, 잘 살아. 잘 살았으면 좋겠다. 너와 헤어졌다고 니가 불행해지길 원하진 않아.
근데 너도 나처럼 이 정도는 내 생각 좀 해줬으면 좋겠다. 나만 이렇게 니 생각 많이 하는 거면 좀 억울하잖아...ㅋㅋ
나한테 니가 나쁜 것보다 좋은 기억이 더 많듯이, 니 기억속에도 내가 좋은 여자였으면 좋겠다.
너는 어디가서도 인기 많고, 사랑 많이 받고 잘 살거라 생각한다. 나도 그럴 거니까.
이제 진짜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