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부재중으로 뜬 발신번호제한전화를 보며 떠오른 너에게..

글쓴이 |2014.12.16 01:52
조회 373 |추천 0
나는 이렇게 살아있음을 인증하는데
너는 잘 지내고 있냐?
전역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넌
지금쯤 해방감과 자유를 만끽하고 있겠지.
네가 벌써 전역이라니..
시간도 가긴 가나보다 싶기도 하고
네가 전역할 때, 네가 꽃신 신겨줄 거라고
한 치의 의심도 하지 않았던
그 때의 내가 생각나서 씁쓸하기도 해.
그리고... 화도 나지, 당연히.스킨십을 어려워 했던
내 앞에서다른 남자와 경험 있어서
자기랑은 못 하냐고 물었던 너....
나 빼고 모든 친구들이 알고 있었던
그 사실을 꽁꽁 숨겼던 너.
결국 모든 사람들 앞에서 날 바보 만들었던 너..
마지막에도 결국에는 또 다른 사실을 숨겼던
네 태도로 헤어졌잖아, 우리.
심지어 내 지인까지 너 때문에 멘붕오게 만들고 말야.
와, 이렇게 곱씹어 보니 너 정말 가관이었구나.

어차피 전하지도 못할 넋두리이기에
이 자리에서 말하려 해.
만난지 반 년도 되지 않아서 군대로 가버린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 좋다는 사람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 당시에 나는 전혀 눈치 못 챘고
너와 헤어진 후에 나에게 마음을 내비쳤던 그 사람은
내가 널 기다릴 때, 네가 내 곁에 있어서
좋아한다는 말을 못 했다고 했어.
뭐, 그 후에 그 사람이랑 만났지.
지금은 그 사람과도 헤어졌지만
(혹시나 너 때문에 헤어졌다고 으쓱해할까봐
말하는 건데 그 사람과 헤어진 건 전적으로 내 탓이고
내 책임이야. 내 갑작스러운 상황과 여러 사정들 때문에 헤어지게 된 거야.)
생각해보면 그 사람은 여러모로 너와는 달랐어.
다정하고, 사랑한다 해주고, 정말 사랑받는구나 느낄
정도로 애정표현은 확실히 해줬어.
아마 복잡했던 상황들이 아니었다면
오래 만날 수 있는 사람이었다고 생각해.
그래서 너와 그 사람을 내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나는 너보단 그 사람과의 헤어짐을
더 아쉬워 해야하는 게 맞아.
순전히 내 의지가 아니었지만
내가 헤어짐을 먼저 고할 수 밖에 없었고
무엇보다 나에게 그렇게 사랑을 퍼주던 사람을
나는 아직 못 만났거든.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그 사람보단 네가 더 생각난다.
아직도 네가 좋다거나 미련이 남은 건 아니야.
너도 알잖아, 내가 얼마나 모 아니면 도같은 사람인지.
그리고.. 헤어지잔 말을 한 번 하면
절대 번복하지 않는다는 걸.
그래서 너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하고도
흔들린 적은 없어.
네가 전화로 나를 붙잡았을 때도,
헤어진 후에 어쩔 수 없이 널 만났을 때 쏘아댔던(?)
무언의 눈빛을 느끼고도
나는 하늘에 맹세코 너에게 흔들린 적은 없었어.
다시 내가 너한테 갈 일은 죽을 때까지 없겠지.

그럼에도 네가 자꾸 생각나는 이유는, 너 때문이 아냐.
나 때문이지.
왜, 이런 말이 있잖아.
너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너를 사랑했던 나를 사랑하는 거라고.
이십 대의 문턱을 밟았을 때 만났던 너는
내가 누군가를 이렇게까지 좋아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해준 사람이었어.
그래서일까?
그 당시엔 너한테 티 안내려고 무진 애를 썼지만
그 때는 네가 내 인생의 전부일 거라 믿었다.
내 까칠하고 더러운 성격이나 막말도 다 받아주고
너보단 내 일이 먼저라며, 뭐든 제멋대로였던 나를
다 이해해주고 심지어 네 휴가 때도
네가 내 일정에 맞춰야 했던 데이트까지...
너는 군말 없이 나를 따라주었어.
(물론 네가 좀 짜증은 냈던 것 같아ㅋㅋㅋ)
지금 생각해보면 내 사소한 것들을 다 알아서 챙겨주고
나한테 말은 밉게만 해도 속으로는 나를 많이 생각했던
사람은 너였어.

헤어지고 난 직후에는
네 마음 하나 헤아릴 여유가 없었어.
내가 너한테 해줬던 것만 생각나고
네가 나를 또 속였다는 배신감과
전에 속아놓고는 또 믿어줬다는 나에 대한 실망감에
네가 평소에 나에게 어떻게 했었는지
전혀 생각할 수 없었어.
그런데 이제와서 좀 평온해 진 후에 생각해보니
너는 나한테 그런 사람이었어.
지금도 나한테는 가장 미운 사람이고
가장 지저분하게 헤어졌던 사람이지만
내 순수했던 시절을 오롯이 함께해 준 사람.
이제와서 다시 생각해보면
나는 너에게 고마워해야 할지도 몰라.
하지만 나는 너에게 다시 돌아갈 일은 없을 거야.
전역하면 다시 만나줄 거냐는 네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고
너 전역하고 나서 걸려온 발신제한 부재중 전화를 보면
혹시 네가 아니었을까 하며 가슴이 쿵 내려앉는데
그래도 나는 너에게 가지 않을거야.
너와의 추억이 행복했다고 해서 너에게 다시 돌아간다오히려 그건 내 추억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해.
그렇기 때문에 내 다음 사람은
너보다 훨씬 좋은 사람이어야 할테고.

밖에서는 네 생각만 하면 욕부터 나오고
다신 보기 싫다고 진저리치는 나지만,
곰곰이 그 시절을 다시 곱씹어보면
단지 너라는 이유로 행복했던 시절을 선물했던 너에게
조금은 고맙다는 말을 정말로 하고싶었어.
진심으로 고마워.
이중인격 같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역시나 너도 알잖아.
나 지킬 앤 하이드 뺨치는 거ㅋㅋㅋㅋㅋ 뭐래니 나...
두서 없는 글이고 내가 뭐라고 썼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것만 알아줘.
너는 나한테 좋은 사람은 아니었지만
어떤 면에선 고마운 사람이야.

아, 하나 더 말해주는데얼마 전에 누가 나 좋다고 했었다.
위에서 말했던 그 남자 말고 다른 사람.
뻥친다고 생각하지 마라ㅋㅋ
나 되게 못생기고 뚱뚱하고 보잘 것 없는
껍데길 갖고 있지만 그래도 나 좋다는 사람은 있더라구.
나도 이유가 궁금하긴 한데 뭐... 그렇다고ㅋㅋㅋ
내 입으로 내 자랑하는 것 같아서 좀 쪽팔리네.
아무튼 그 사람이 나한테 마음이 있구나 눈치를 챘을
네 생각이 참 많이 났어.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어.
그냥.. 그 사람의 마음을 눈치 챘을 때
더이상 누군가에게 올인하며 사랑하기는 힘들 것 같다는
두려움이 스쳤고
내 두려움의 주인공이 너라는 걸 느꼈기 때문이겠지.
그래서 그 고마운 마음을 솔직하게 말하면서 거절했어.
내가 전 연애를 참 못했다고(물론 네 다음이자 내 바로 전 남자친구와의 연애도 마찬가지야.)
그래서 누군가를 만나는 게 아직은 좀 어렵고 두렵다고.
그 사람은 그래도 사람 좋게 웃으면서 그러더라고.
상상의 날개를 더 펼치기 전에 미리 말해줘서 고맙다고.
그렇게 그 사람과는 시작도 하기 전에 끝이 났어.

언제까지 이 두려움이 내 발목을 붙잡을 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구구절절 타자치고 나니까 되게 개운하다.
두려움이 사라진 기분이야.
사실 이런 내 마음을 누구에게도 내비친 적이 없거든..
그런데 이렇게 말하고 나니까 나 좀 풀린 것 같아.
이 글을 네가 보진 않겠지만...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너와 나, 둘 다 잘 되었으면 좋겠어.
솔직히 내가 너를 좋아했던 여러 이유 중 하나가
그거였거든. 훗날에 무엇을 하고 싶다,
어떤 계열에서 일하고 싶다는 비전.
그 비전, 꼭 이루었으면 좋겠다.
나도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염원하던
내 꿈을 이뤘으면 좋겠고.
그래서 나중에라도 소식이 닿게 되면
그때 서로가 조잘대던 그 꿈을 서로 이루었구나
각자의 위치에서, 당당한 사회인으로서 잘 지내고 있구나
생각하면서 자그마한 응원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너를 계속 미워하느니
고마워하고 응원하는 게 내 멘탈에도 이로울 듯 싶고.
항상 그랬던 것만큼 잘 지내라.
무척 횡설수설하지만 내 말은 다 진심이야.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