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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인데 제 기분, 상태는 왜이럴까요.

|2015.04.05 04:13
조회 29,079 |추천 36
그냥 이래저래 잠이 안와서...
익명의 힘을 빌어 답답함을 털어놔봅니다.
글재주가 없어도 이해해주세요.
글은 꽤 길어질 것 같습니다..

결혼 할 나이의 여자이구요,
몇년간의 연애 후 한 달 전에 결혼을 했습니다.
부부사이는 연애 할 때랑 똑같이 좋아요.
근데 저는 왜이렇게 매사가 재미없고 아무런 감흥이 들지않을까요.
친구들이 결혼해서 좋냐고들 물어보곤하는데
저는 왜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 걸까요..
(좀 다른 얘기지만)이상하게 뭘 먹어도 맛있는지 맛없는지도 전보다도 잘 모르겠고,
뭔가가 재밌는지 재미없는지도 모르겠고,
전체적으로 좀 감정이 없어진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아..무 생각이 안드는 것 같아요.

저는 결혼준비가 많이 힘들었어요.
친정부모님들은 저를 도와줄 처지가 아니어서
결혼준비의 대부분을 저 혼자 했습니다.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의지가 되어주는 분들이
아니기때문에 애초부터 각오를 하고 시작했지만,
막상 직장을 다니면서 저 혼자 준비하려니 힘들긴 하더라구요..
결혼식을 간소하게 하고 싶었지만
준비해보니 결혼식에서 제 의사는 별로 중요하지 않더군요.
덕분에 남들 다 하는 것 거의 대부분을 준비하게되었지요.
전 직장도 다니고 준비하는 기간도 그다지 여유롭지 않았고..
또 부모님이 도와주시는 것도 없는데 말이죠..

스트레스는 여기서부터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전 시간에 쫓겨서 무언가를 하는거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편인데 혼자하는 결혼준비를 그렇게 했으니까요.
물론 대부분을 지금의 신랑이랑 같이 준비하긴 했어요.
그치만 직장이 저보다는 많이 바쁜 편이고
모든 이야기를 신랑에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보통의 친정엄마라면 얻을 수 있는 의견이나 결혼의 팁을
저는 얻을 수 없었고..
애초에 간소화하려면 뭐든 생략해야 하는데
그러지도 못해서 스트레스가 심했어요.
전 결혼예산대비 많은 예단비를 드렸어요.
(수중에 있던 제 전재산의 반을 드리고 35%정도? 돌려받았습니다. 3종은 안했습니다.)
전 정말 보석세트 이런거 필요없다는 생각으로 결혼준비를 시작했는데
예단비를 몇백씩드리니 나도 받아야 하나 하며
애초에 생각도 안하던 계산을 하는 저를 보면서 속도 많이 상했어요..
(결국 이것저것 다해서 150정도 되는 것들을 받긴 했네요..)

결혼준비를 조금 타이트하게 하게 된 이유가 있어요.

저는 집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딸이에요.
많이 배우지 못하고 일만 한 아빠와 집안일만 한 엄마가
제 속을 많이 답답하고 힘들게 했거든요.
어릴적부터 제 의지가 되어주지 못했고
어린나이에 힘든 일을 오랜시간 겪어도 부모님은 해결해주지 못했어요.
아빠는 아에 그 사실조차 모를 정도로..
이제는 부모님에게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은 하지만
아주 어릴적부터 가졌던 서운함이 맘속에 깊이 멍들어있어서
매사에 저를 많이 힘들게 했어요.
또 순박한 분들이지만 분이 차오르면 물불가리지않고..
저랑 다투게되면 아주 많이 심한 말이 오가기도 하구요.
그래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편이었는데
그래서인지 병이 좀 있어요. 수술병력도 좀 있고..
하지만 부모님은 몇 번을 얘기해줘도 무슨 병인지 몰라요.
스트레스 받으면 안된다고, 날 죽이려고 하냐고 좀 도와달라고 해도 당신 하고 싶은 말만해요.
매번 무슨 병원 가냐그러고....
그런 분들이에요.
저를 제 몸깎아 힘들게 키워주시고 사랑해주시긴 하지만
방법을 잘 모르시는 것 같아요.

아무튼 그런 제 모습을 보고 신랑이 제 걱정을 많이하며
얼른 결혼하자고 했고
모은돈이 별로 없었지만 간소화하면될거라고,
그렇게 시작했던 결혼준비였어요.
하지만 전혀 그렇게 되지 않았고
저는 모든걸 다 준비해야했고
체력과 정신력은 점점 바닥을 쳤어요..

원래도 체력, 정신력이 약한데 결혼준비를 하니
정말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것 같더군요..
결혼이 남지않은 얼마전, 시간아 빨리지나가라- 했던 생각이
다 안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바뀔정도로
많이 지치고 괴로웠어요.
남들 다하는 결혼식인데 말이죠..

결국 결혼전날까지 준비를 하고
정말 아주아주 피곤한 몸상태로 식을 올렸어요.
집에 돌아와서 친구들이 찍어준 사진들을 보니
참.... 구부정하고 .. 피곤해보이는 신부더라구요.
그리고 또 몸은 베일에 잔뜩 긁혀서
여기저기 상처가 나있고...
결혼식에서는 시댁식구들 뵙고 인사드리느라
제 지인은 보지도 못하고.. 식구들은 다끝나서 뵙고.
갑자기 서러움이 폭발해서 몇시간 내내 울었네요.
내가 누구 좋으라고 이렇게 고생을 했나 싶어서
너무너무 허무해서 ...
드레스나 웨딩홀에 로망있는 여자도 아닌데..
전 그냥 주연 옵션인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식끝나면 다들 홀가분하다던데
저는 허무하더라구요..
병만 더 심해지고..

결국 신행가서 신랑이랑 한 바탕하고 풀고,
지금은 체력도 많이 회복했지만..
그때의 여운이 남은건지, 왜이렇게 무미건조할까요.
재미가 없네요..
스트레스 받는 집에서만 나오면 마음 편할 줄 알았는데..
소화도 안되고... 잠도 매일 설치고.

신혼인데 제 상태는 왜이럴까요.
심한 시집살이를 하는 것도 아닌데..

뭘 해야 할까요,
무슨 생각을 해야 기분이 좀 나아질까요..
결혼을 해서 좋은게 뭐라고 생각하면 좋을까요.
아직까진 뭐가 좋은지 잘 모르겠어요..
신혼인데 저랑 비슷한 마음이셨던
결혼선배님들에게 조언구해봅니다..

쌩뚱맞지만 결혼하신 주부님들 힘내세요.
주저리 떠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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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지 않은 댓글이지만 다들 진심어린 위로, 조언해주셔서
큰 위안얻고 갑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지금 제가 아는 그 어떤 사람들 보다도
저에게 많은 힘 주신 것 같아요.

또.. 저랑 비슷하신 분들도 계신 것 같아
꼭 제 일 같고 마음이 아프기도 하네요..
앞으로는 꼭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해주신 말씀들 새겨듣고 조금 만 더 노력해볼께요.
댓글 달아주신 모든 분들 복 많이 받으시구 행복하세요.
그리고 감사합니다, 진심으로요..
추천수36
반대수4
베플|2015.04.05 11:25
혹시 본인도 모르게 우울증에 시달리고 계신건 아닌지 걱정스럽네요 꼭 병원에 가서 검사받으시고 마음의 병 더 키우지 마시고 얼른 치료받고 나으시길 바랄게요 안쓰럽네요...
베플토닥토닥|2015.04.05 15:30
정말 대단하시네요. 인생도 열심히 살았고 혼자 그 힘든 혼사 다 치뤄내고 내 딸 같으면 업어주고 싶네요. 본인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세요. 그 나이의 아가씨가 일생에 가장 큰 일이라는 결혼을 무난하게 혼자 힘으로 치룬건 칭찬받을 일입니다. 우울하거나 허무해하지 말고 본인에게 먼저 상을 주세요. 맛있는 것도 사먹고 예쁜 옷도 사주구요. 정말 수고했어요.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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