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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스물 여섯에 가방 절도범에게 맞았습니다.

달사람 |2008.09.21 21:59
조회 691 |추천 0

스물 여섯에 학교에서 공부중인 남자입니다.

 

그저깨 (휴학중이라)향방작계 1차 보충을 다녀온 후 친구놈이 안동소주를 구했다고해서

 

학교 벤취에서 기분 좋게 마시고 오랫만에 노땅들끼리 게임도 하고 놀았죠.

 

열명 가량이 달라붙어서 안동소주 한병에 좋은데이 몇병을 갈라먹은지라

 

술도 얼마 못마시고, 또 제가 의식적으로 술을 잘 안먹으려 하는지라 취기가 하나도 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오랫만의 술자리 게임에 흥이 오른 나머지

 

학교 앞 thursday party에 가서 맥주 마시며 다트를 던지기로 하고

 

남자 세명이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생맥 세잔 시키고 다트 던지고 두세시간쯤 그렇게 놀다가

 

마지막으로 오락실에 있는 드럼이나 치러 가자고 해서 갔죠.

 

두시가 넘은 시간이었기에 오락실엔 사람이 얼마 없었고

 

드럼 몇판 치다가 노래가 부르고 싶어서 바로 옆 오락실 노래방에 들어갔습니다.

 

근데 문제는 드럼기계 옆에 뒀던 가방을 깜빡한거였죠.

 

노래를 두곡 부르고나니 가방을 깜빡한게 생각이나서 문을 열어 바로 앞 기계를 봤습니다.

 

가방이 없더군요.

 

오락실 아저씨에게 물어봐도 맡긴 사람이 없다고 하고. 잠시 오락실안을 둘러보다가

 

같이 있는 두명이 더 난감해 하길래 기분 좋은 분위기 깨지는거 같아서

 

"이렇게 되면 못찾으니깐 예약한 노래나 부르자."라고 말하곤 그냥 노래를 계속 불렀습니다.

 

그때 오락실 아저씨가 오시더니 카운터 안으로 절 데려가셔선 cctv를 보여주셨죠.

 

거기서 가방을 들고 나가는 사람을 확인하게 되었고 그 길로 일행에겐 말하지 않은채

 

그 사람들을 찾아 밖으로 나갔습니다.

 

오락실을 기준으로 반 시계방향으로 그 블럭을 돌면서 벌써 멀리 갔겠구나라고 생각하며

 

체념하는 순간, 건널목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두명의 남자를 봤습니다.

 

cctv에 찍힌 옷과 같았고 제 가방을 매고 있더군요.

 

"실례하지만 가방좀 잠시 볼 수 있을까요?"라고 말을 하니 순순히 가방을 내어줍니다.

 

가방을 받아드는 순간, 안에 제가 보던 책이랑 예비군 가서도 놓치 않고 있던 크로키 연습장,

 

어머니께서 밖에서 배곪고 공부하는 아들이 마음아파서 굳이 괜찮다고 해도 넣어주신

 

튀김 몇개와 빵, 아껴놓은 필름 한 통 등.. 다 버렸더군요.

 

앞뒤 생각할것도 없이 화가 났습니다.

 

전 욕을 하면서 경찰서로 가자고 했고 도망을 칠까봐 그 놈을 잡았습니다.

 

그러자 찻길 바로 옆에서 절 때리기 시작했습니다.

 

참고로 전 키가 173(이라고 우깁니다)에 60kg 후반이고 그 놈은 180(이라고 우긴답니다)에

 

95kg 입니다.

 

길거리에서 싸우게 되면 먼저 치는 놈이 법적으로 문제되는거고 받아치면 쌍방 폭행이 된다는걸

 

어디서 들은 기억이 나서 그냥 맞았습니다.

 

억울한건, 그 놈 친구라는 남자가 말리는데, 저를 말리는겁니다.

 

그 놈은 저를 계속 때리고 있구요. 아시는분 아시겠지만 그럼 저만 실컷 맞습니다.

 

때릴 의사도 없었고, 덩치 한명은 제 팔을 못쓰게 하고 뒤에서 더 덩치큰 한놈은 저를

 

때리니 찻길쪽으로 점점 밀려나서 위험할 뻔도 했습니다.

 

마침 제 일행에게서 연락이 와서 '나 맞고있다고, 어서 미샤 앞으로 오라고' 말을 한 후

 

경찰에 전화를 했습니다.

 

일행이 오고 경찰이 올 때까지 폭행 당하고 오만 욕을 다 들었습니다.

 

경찰차를 타고 바로 옆 경찰서로 갈때까지도 차 안에서 그 놈은 어깨동무 하는척 하며

 

머리를 때리고 얼굴을 때렸습니다. 그러곤 아닌척 시치미 때는 꼴이 정말 역겹더군요.

 

경찰서로 가는 동안 경찰에게 'cctv'확인해야 하지 않냐고, 사건 정황을 말해도

 

일단 가자고 합니다.

 

딱 보니 대충 알아서 합의 시키고 훈방 할거 같더군요.

 

경찰서 들어가자마자 그 놈은 가방 찾아주려고 했다. 내가 부*대 upc 장인데, 우리학교 게시판에

 

분실물 찾아주는 곳이 있어서 거기 글을 올리려 했다며 이야기를 합니다.

 

웃음밖에 안나고 경찰 안볼때마다 제 얼굴, 머리를 툭툭 치는놈이 점점 더 많이 미워졌습니다.

 

전 항상 목에 헤드폰을 끼고 다니는데 맞는동안 부숴진것도 정말 화가 나더군요.

 

마침 경찰서까지 따라온 그놈과 제 일행들은 어떻게든 중재를 시키려고 하고

 

경찰도 잘잘못을 가리기보단 사건 마무리 하고 훈방하려고만 합니다. 그게 맞긴 하죠.

 

저도 나름 존심있는 남자이고 학교에 아는 사람이 적지 않은 편이라 학교 앞 길거리에서 맞은걸 누가

 

봤을까봐 상당히 걱정되더군요. 술을 의식적으로 먹지 않는것도 실수 할까봐, 그런 이유입니다.

 

경찰서에서 잃어버린 내 물건 찾아 줄 일도 없고 실컷 두드려 맞은거 땡값도 못받겠다 싶어서

 

(때린놈이 그럽디다. 진단서 끊어서 2주 안나오면 죄 없는거니깐 저를 무고죄로 고발할꺼라고 ㅋㅋ)

 

그놈한테 제안을 했습니다. 조용히 남자끼리 남자답게 따로 싸우자고.

 

초등학교 2학년때 축구 하다가 싸운것 이후로는 그 어떠한 경우에서 사람에게 상해를 가한적 없고(그럴 능력도 없고 ㅋㅋ)

 

폭력은 어떠한 경우에도 해결책이 될 수 없다라는 생각으로 살아왔었는데,

 

가방을 훔쳐놓고 떳떳하게 사람 때리고 저보다 더 당당하게 '너같은건 그냥 발라버리면 끝이다.'라는

 

태도로 절 대하는 녀석을 보니 내가 맞든 니가 맞든 해보자 싶었습니다.

 

일행들에게 둘이서 술한잔 하면서 이야기 할꺼라고 보내곤 둘이서 부*대 운동장으로 갔습니다.

 

가는동안 **기계공고 출신인데 많이 맞아봤다고, 선배들 때리고 다니다가 맞고 사람 많이 패봤다고

 

태권도를 3년 했다고 뭐라뭐라 말합니다. 가는 동안 격양되었던 감정이 가라앉아서

 

너 뭐하는 애니, 그래, 니 과에서는 어떤걸 하니, 남자답게 한판 하고, 넘어지면 얼굴 차지 말고

 

무기 들지 말고 깔끔하게 한판 한 담에 나중에 술이나 한잔하자. 책은 어디다 버렸니.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며 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담배 한대 피고 시작을 하려는데 일행들이 뒤를 밟아서 왔더군요.

 

룰을 정했고 이렇게 저렇게 해서 잘 해결할꺼라고 안심을 시킨 후 어두운 운동장 가운데로 갔습니다.

 

그녀석이 조리를 신고 와서 신발도 벗고 그 놈 제안으로 벗기 싫은 웃통까지 벗고 시작을 했습니다.

 

시작부터 '니 좀 어설프다' 뭐라 뭐라 말하던 놈이 몇대 맞고 쓰러지길래 '마운틴 올라간다.'고

 

말했습니다.

 

'마운틴? 마운틴 왜.'라고 합디다. 그래서 올라타지 않고 몇대 때렸습니다.

 

잠깐 잠깐 하고 말을 하길래 왜 그러는지 물어보고 다시 하고. 나름 메너를 지켰다고 생각합니다.

 

자세가 잡히고 이제 시작이다 싶으니 일행들이 와서 말리더군요. 억울했지만 덩치만 믿는 바보 같아서

 

그쯤해서 털고 일어났습니다.

 

제 일행 한명은 바빠서 갔고 남은 일행인 한살 많은 형이 부숴진 헤드셋 값만 받으라고 해서

 

3만원 받기로 하고 다음에 술 한잔 하기로 한 다음 학교로 올라왔습니다.

 

다음날 생각해보니 보던 책이랑 크로키북이 무척 아까웠고 해드셋값만 받기로 한게 내심

 

맘에 걸렸지만. 아침부터 입금해준게 고마워서 그냥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나이먹고 싸움질한것도 부끄럽고 가방 잘 못챙긴것도 부끄러웠지만

 

잃어버렸던 가방이라도 찾은것에 위안을 갖습니다.

 

그리고

 

상근아, 겸이햄. 괜히 험한꼴 보여서 미안하고 다음에 안동소주 제대로 한번 마시자.

 

길거리에서 사람 때리는거 진짜 나쁜 짓이야. 우린 지각 있는 디자이너니깐 그러지 말자. ㅋㅋ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구요. 다음번엔 좋은 이야기로 글 한번 더 쓸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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