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매일 결시친에 올라온 글들 열심히 보다가
아무래도 시월드에 관한 고충들이 가장 많은 것같아...저의 이야기도 한 번 털어볼까 합니다.
시월드 관련 에피소드가 워낙 많아 다 적지는 못하겠지만, 간략하게 음슴체 사용하여 적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워낙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던지라 글이 좀 길 거에요. 긴 거 싫으신 분들은 패스해 주시고, 괜찮으신 분들은 그냥 재미 삼아 읽어 주세요. :)
1. 시월드 첫 대면에서 결혼까지
지금도 생각하면 짜증나는 일인데, 시어머니가 결혼 반대했었음. 이유인즉슨 내가 키가 작고 연상이라는 거임. 자랑은 아니지만 너무 힘들다 보니 주변 친한 친구들한테 털어놨는데 친구들 다 빵 터짐. 신랑보다 기껏해야 2살 연상이고, 신랑이 180이다 보니 내가 옆에 서 있으면 작아 보이긴 하지만 나도 160임. 처음 인사드리던 날 무슨 못 볼 거 본 것처럼 날 보더니, 그게 다 내가 ‘너무 작아서’였음...첨엔 시어머니가 반대하는 것도 반대하는 이유도 내가 상처받을까봐 우리 신랑은 말 안 해줬지만, 내가 심문하다시피 물어보니 이유가 저따위여서 어이없었음. 외동아들이라 쉽지 않을 거라고는 예상했으나, 첫대면부터 상상초월이었음.
여튼 그런 이유로 ‘맘에 안 든다’가 아니라 만나지도 말고 결혼하지도 말라고 해서 연애가 참 순탄치 않았음. (첨부터 헬게이트 예상됐을 텐데 왜 결혼했나 싶으신 분은, 나중에 그 이유를 쓸테니 봐주세요.) 나도 남편이랑 몇 번이나 헤어지려 시도했으나, 남편이 나한테 매달리고 자기네 집에 난리치고 여튼 이러저러한 과정을 거쳐 결혼함.
상견례 때도 아주 대단한 아들 준다는 듯이 온갖 응 씹은 표정 하고 앉아있고, 예식장 정하고 예식 날짜 정하고 할 때도 어찌나 아들 가진 유세 부리던지 울 아버지 말씀에 의하면 상을 엎어 버리고 싶었으나 꾹 참으셨다 함. 울 아버지가 워낙 말발이 좋으신데, 허허허 웃으면서 할 말 다하는 스타일...어디 가서 큰 소리 한 번 안내고 이기는 그런 스타일이라, 예식 날짜랑 예식장도 원래 시어머니가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려고 하다가 울 아부지 의견에 맞추게 됨. 그게 분했는지 결혼 준비하는 과정에도 온갖 유세 다 부렸으나...나도 울 아버지 딸인지라 조곤조곤 설득해서 시어머니 의견 반 내 의견 반 절충해서 무사히(?) 결혼식은 치름. 남편도 나도 성인이면 결혼은 우리 힘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어서, 양가 도움 안받고 우리 돈+대출 받아서 시작함. 상견례 때 예단 노래를 부르길래, 받은 건 없지만 ‘그냥 줘버리고 끝내자’라는 생각으로 예단 넉넉하게 드림. 지금 생각하니 예단 아까움...
솔직히 내가 어디가 모자란 것도 아니고 잘못한 것도 없지만 여튼 시어머니 입장에선 귀한 외아들 마음에 안 차는 결혼 억지로 시킨 것일 테니, 노력해서 예쁨 받아 보자 라고 생각하고 초반에 참 많이 노력했음. 시엄니는 이것저것 요구하는 게 많았고, 나는 다 맞춰 드리지는 못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 기분 좋게 해드리려 함. 뭐 받는 거 엄청 좋아하니 시댁 갈 때마다 남편한테 시어머니 좋아하는 게 뭔지 꼭 물어봐서 사갔고, 김치나 밑반찬 싸주시면 그 담날 꼭 전화해서 “어머니~너~~무 맛있어요~~~” 하고 울 엄마 아빠한테도 오그라들어서 못 떠는 애교 떨고, 나 원래 되게 무뚝뚝하고 챙기는 거 잘 못해서 친정에도 일주일에 한 번 전화하는데 3일에 한 번 전화해서 하이톤으로 애교 부림. 리마인드 웨딩 하고 싶다고 해서 그것도 내 돈으로 진행해 드리고 많은 액수는 아니어도 다달이 용돈도 드림. 내가 그렇게 하니까 시엄니도 슬슬 마음 열기 시작하고 친구분들에게 며느리 자랑도 하고 다니고 해서 이제 됐다 싶었으나 되긴 개뿔....!!!!
2. 본격 시월드 가동
우리 시부모님들은 자기들만의 ‘며느리 매뉴얼’이 있는 분들 같음. 그 분들의 매뉴얼에 의하면, 신정엔 함께 떡국 먹어야 하고, (시부모님 생신과 어버이날과 구정 추석은 뭐 말할 것도 없고) 정월 대보름엔 잡곡밥이랑 부럼 함께 먹어야 하고, 할아버님 제사 챙겨야 하고, 남편과 내 생일에도 시댁 가서 축하 받아야 하고, 초복 중복 말복 함께 보양식 먹어야 하고, 김장 때도 수육 거리 사들고 가야 하고...여튼 절기란 절기는 다 함께 보내야 하며, 발렌타인 데이 때는 시아버님 초콜릿 화이트 데이 때는 시어머님 사탕 챙겨 드려야 함. 그 외에도 ‘보고 싶으니’ 자주 가야 하고 소소한 일이라도 생기면 (두 분 중 누가 편찮으시다던지...) 또 가야 함. 이 매뉴얼대로 하려면 모시고 살거나, 우리 일 다 제쳐 두고 시댁 어른들만 쫓아 다녀야 함. 나는 결혼하면 부모에게서 독립해서 우리의 가정을 이룬 거니 명절이나 어버이날 어른들 생신은 당연히 챙긴다 하더라도, 그 밖에는 부모님 가정은 부모님 가정대로 우리 가정은 우리 가정대로 행복하게 잘 살면 된다고 생각함. 위엣거 다는 못 지켜도 한 달에 한 번은 꼭 찾아뵈려 노력했는데, 달력에 뭐 적혀 있는 날만 다가오면 무조건 오라고 하고 못 간다고 하면 (맞벌이인데다가 남편은 주말도 없이 일하고 툭하면 밤늦게 퇴근함...그렇다고 나 혼자 가는 건 아니라 생각함) 서운해 하고, 그거 잠깐 못 들르냐 하는데 같은 서울이나 시댁과 우리집은 끝과 끝이라 왕복 3시간이고, 아이 낳으면 차 사기로 해서 우리는 아직 차 없음. 그리고 나 때문에 못가는 것도 아니고 자기 아들 일 때문에 못가는 건데도 무조건 내 탓임. 발렌타인 데이에 시아버님 초콜릿 안 사다 드렸다고 전화해서 야단야단 하길래 “아버님은 어머님 있으시잖아요~저는 **씨 챙길 테니 어머님이 아버님 챙겨주세요~” 하고 애교 있게 말해 보았으나 욕만 한바가지 먹음.
그리고 시어머니가 말을 너무 함부로 함. 우리 친정 이야기할 땐 “너희 친정 어른들은” “사돈댁은” 이렇게 이야기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님? “너거 아빠, 너거 엄마”라고 해서 내가 빡친 게 한 두 번이 아님. 참다 못해서 “너희 친정 아니면 사돈댁이라고 해주세요. 그게 예의인 것 같아요.” 라고 했다가 가족간에 예의가 어딨냐며(?) 되려 내가 혼남. 하도 손주손주 하길래 내 발로 한의원 가서 약 지었더니(심지어 집도 아니고 테이블 다닥다닥 붙어있는 식당이었는데) “한의원에서 뭐라든? 네 아랫도리가 차다든?”이라고 해서 나 완전 벙찜. 나중에 그것도 “어머님 그 때 솔직히 저 좀 그랬어요. 저도 여잔데 그렇게 다 들리는데서 ‘아랫도리’라고 하시면 저 너무 창피해요.” 라고 했더니 딸 같아서 편하게 대한다고 함. 신행 다녀올 때, 생신에, 명절에...아무리 어른들이 돈 좋아하신다지만 돈 봉투 슥 내밀면 성의 없어 보일까 이리 고르고 저리 골라서 선물 내밀었더니 그 때마다 첫마디가 “이거 못바꾸니?” 아니면 “이거 돈으로 바꿔와라.”였음. (신행 선물 설*수 full set, 명절선물 1등급 한우set, 생신선물 닥스 가방이었음...) 맘에 안들 수는 있지만 꼭 그따위로 말해야 하나 싶어서 어이 없었고, 신행 선물은 면세품이라 그냥 쓰시라 했고 나머지 두 번 그렇게 환불하고 나선 짜증나서 그냥 돈봉투 줌.
사실 위에 쓴 건 다 아주 작은 에피소드들 뿐이고 더 어이없고 큰 에피소드들이 많은데, 글이 길어진데다 글 쓰느라 그동안 있었던 일 다시 떠올리니 복장 터져서 그냥 이 정도만 씀.
이 정도여도 우리 시어른들캐릭터는 충분히 파악됐을 거라 생각함
.
3. 현재 시댁과의 관계
위와 같은 상태로 몇 년이 지나다 보니 시부모님은 시부모님대로 자기 매뉴얼대로 안 움직여 주는 내가 맘에 안들고(사실 우리 남편도 함께 안 움직인 것이나...우리 시부모님은 남편 잘못도 내 탓 내 잘못도 내 탓이라 함) 나도 불만이 쌓이고...그러다가 결국 남편 입회 하에 시어머니와 한 판 함. (시아버님은 나름 평화주의자시라...우리 둘이 싸우라고 나감 ㅋㅋ) 여튼 나는 그동안의 힘든 점을 다 이야기 했고, 시어머니는 그 때마다 “네가 친 딸 같아서, 너무 편해서 그랬다.” 라고 멍멍 수작함. 그러면서 우리 남편이 자기한테는 너무 귀한 아들이라며 막 우는데 진짜 어이 없어서 “어머님이 지금 우시면 제가 뭐가 되요.” 라고 함. 그 이후로 다시 잘 지내 보려 했으나 솔직히 친 딸 같아서 그랬다는 말에 만정이 다 떨어진데다, 그 뒤에도 뭐 조금만 맘에 안 들면 내 탓을 하니 못 견디겠어서 현재는 시부모님과 연락 안하고 지냄. 연락 안하는 게 능사는 아닌 줄 알겠으나, 할 만큼 했고 참을 만큼 참았고 말도 해볼 만큼 해 보았으나 나만 홧병 나서 죽을 지경인지라 시부모님과 연락 안함. 흠 잡히기 싫어서 구정이랑 추석에는 가서 아주 어색한 상태에서 일하고, 명절 당일 아침에 제사랑 설거지 끝나면 바로 나와서 친정에 감. 연락 안하니 일단 살 것 같음. 남편이 나름 중간 역할 해보려고 하는 거 내가 막음. 양심 있으면 나랑 시부모님이랑 화해 시킬 생각하지 말라고 하니 찍 소리 안함.
4. 남편
시댁에서 저러는 동안 남편 뭐했냐, 저런 거 알면서 왜 결혼했냐 라는 반응이 가장 많을 듯한데, 일단 남편이 날 엄청 좋아했음...헤어지고 싶단 말 내가 수십번 했는데 그 때마다 엄청 매달리고, 시어머니 성격에 미친놈 무슨놈 하면서 별의별 소리 다 했을 텐데 그거 다 감내하고 쉴드 치고 그러다 안되니까 나이 서른 다 돼서 가출함...워낙 천성이 온순하고 착한지라 부모 속 생전 썩혀 본 적이 없다는데 나와 꼭 결혼하겠다고 본인 집에 선전포고 후 가출함.
독립한 것도 아니고 부모님 집에 살면서 2년 동안 나랑 헤어지라는 말 맨날 들었을 텐데 흔들리지 않고 그러면 그럴수록 더 나에게 잘했고 우리 부모님께 잘함. 솔직히 상대편 집안에서 말도 안되는 이유로 내 딸을 반대한다고 하니 우리 부모님 마음도 아프고 괘씸했을텐데, 남편의 한결같고 진실한 태도에 감동해서 우리 결혼하라고 도와주겠다고 하셨음.
결혼 후에도 쉴드 쳐주려고 정말 노력 많이 했으나 우리 시어머니도 참 교묘한 분이라...남편이 자리에 없거나 뭐 다른 거에 정신 팔려 있을 때만 목소리 낮춰서 뭐라 하거나 따로 전화해서 뭐라 하니, 남편 입장에선 현장(?)을 잡질 못하는 거임. 아랫도리 어쩌고 발언도 남편 뷔페 갖다 먹느라 정신없을 때 한 거였음.
그러다 한 번은 시어머니가 왠일로 직접, 남편에게 나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했는데
남편이 “엄마 나는 이제 엄마 아들이기 전에 @@이 남편이야.” 라고 하자 울고 불고 집안이 발칵 뒤집혀지고 난리도 아녔음. 결혼 전부터 워낙 내 쉴드 쳐주니, 시어머니가 자기 아들 몰래 나 잡으려 엄청 노력하고, 그럼 나는 당할 거 다 당하고 나중에서야 남편한테 이야기하고, 시어머니는 아들이 뭐 한소리 할라 치면 서운하다,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하며 징징징. 연애할 때부터 내 바람막이 되주느라 고생 많고, 자기네 집 이상한 것도 알고 있으니 어쩔 땐 나보다 남편이 더 불쌍하게 느껴지기도 함...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해요.
제가 시월드를 현명하게 극복한 이야기였으면 더 좋았을 텐데, 이게 현실이네요.
제가 처한 환경에서 며느리로서 도리 해보려 했고, 어린 사람이 노력하면 어른이 받아주시고 알아 주시리라 생각했지만 개뿔...
남편과 결혼한 거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저희 친정에서 “어떻게 그런 집에서 저런 아들이 나왔나 모르겠다.” 할 정도로 좋은 사람이에요. 그렇지만, 누군가 상견례 혹은 예비 시부모님께 인사드리는 자리에서 쌔-한 느낌을 받았다거나, 시댁에서 말도 안되는 이유로 반대하셨다고 하면 그 결혼 한 번 더 생각해 보라고 하고 싶네요, ㅎㅎㅎ
남편이 정말 열심히 쉴드 쳐 줘도 서럽거든요. 나도 귀한 딸인데, 왜 이런 대접받나 싶고. 또,저는 원래 할 말은 하는 타입이라 (첫 1년 정도는 참았지만요.) 나름 반항도 했으나, 대부분의 며느리들에게 시부모님께 내 감정 내 생각 솔직하게 말씀 드리는 게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아직까지는...
이미 결혼하셨고 저와 비슷한 상황이신 분들-우리 그저 할 도리 하고, 때로는 할 말도 하면서 그렇게 살아요.
많은 시어머니들이 내가 애지중지하며 귀하게 키운 아들 며느리한테 뺏겼다고 생각하시는데, 우리 부모님들한테 우리도 귀한 자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