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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사랑은 곰돌이였다.(1)

밀키스 |2004.01.09 22:25
조회 502 |추천 0

[ 아무도 날 찾지 않을 때 나조차 나를 버렸었는데
마치 넌 사막 한 가운데서 갑자기 펼쳐진 오아시스처럼....
 
  -가수 '김경호'의 <오아시스>-]

 


<1장> 발견

 

 세상이 재미없다고 제일 처음 느낀 건 고등학교 2학년 때 였다.
 
 '개인 사정'으로 1년을 늦게 들어온 학교.

 예전과는 다른 환경에 적응을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힘든 일 이었다.
 
 친구가 없어서가 아니다. 한 살이나 많은 나를 골탕 먹이는 '친구'들이 주위에 널려 있었다.
 
 공부가 어려워서도 아니었다. 내가 다닌 학교는 실업계 였다. 공부를 아주 잘 하진 않았지만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었던 나였다.

 그런 것과는 다른... 매일 같은 패턴의 연속이라서.... 모든 일에 흥미가 없어진 -마치 늘어난 고무줄 같은..- 상태였다.


 - '인생의 활력소'가 필요해...


 이런 생각은 가지고 있었지만, 그 '활력소'가 무엇인지는 별로 궁금해 하지 않았다.
 
 어차피 모든 물건은 나 자신이 필요로 할 때에는 눈에 띄기 때문에, 언젠간 내 앞에 나타날 것이라 생각했다. '내 인생의 활력소'....(감히 말하길.. 생각하는것조차 귀찮아했다는...)

 월요일 아침... 
  


 " 야 반장! 담임한테 자리 바꿔달라고 해라." - 난 반장 이었다.

 " 내가 왜. 난 이 자리가 좋은데. 제일 뒷자리가 얼마나 좋다고... 다른 선생들은 내가 자는지도 모른다니까....크흐흐"  

 " 나도 그 자리 앉고 싶다. 그러니까 오늘 HR시간에 자리 바꿔달라고 해봐라."

 " 맨날 내한테만 그런거 시키는데....제길..."


 아침부터 일명 자이언트라 불리우는 부반장(여자)이 나보고 뭐라고 했다. 딱히 뭐라고 한건 아니지만 감히 '부반장'따위가 '반장님께' 심부름을 시킨다는 생각에 기분이 상했다. 월요일 아침부터 기분 나쁘면 일주일 내내 재수 없다는데....

 결국 6교시에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그것도 1분단 제일 앞자리로...


 -아 씨... 진짜 짜증나네... 잠도 못 자잖아...어라??


 속으로 푸념을 늘어놓으며 주위를 둘러본 나는 2분단을 보고는 가슴이 멎는 걸 느꼈다. 쪽팔리지만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참고로 나의 이상형은 긴 생머리에 약간 통통하고 조용한... 그리고 눈 큰 여자다.
 
 그런데! 웃기지도 않게 2분단 첫째 줄에 그런 여자.. 아니 여학생이 보이는 것이었다.
 
 

 -아니 내가 이때까지 저 앨 왜 몰라봤지?!?!!!  벌써 2학년인데 이제서야 발견하다니!!!!!
 (참고로 우리 과는 두반 밖에 없어서 모두 아는 애들이었다.)


 
 심장이 두근 거렸다.

 계속 시선이 간다...

 제길...
 
 드디어 발견한 것이다.

 나의 이상형을.... '내 인생의 활력소'를.....

 

<2장> 작업

 

 "선생님 저 자리 좀 다시 바꿔주십시오."


 우리 담임앞에서 부탁한다는 것은 상당한 용기를 가져야 가능한 것이었다.
 
 ROTC? 무슨 출신이라고 하는데, 말투가 군대 말투다. (뒤에 "요"자를 붙이면 죽음이었다.)


 " 왜."

 " 반장이 1분단에 앉으면 안될것 같습니다. 애들 통솔도 하려고 그러는데 수업시간에 제 힘이 미치는 범위가 너무 좁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2분단으로 옯겨 주십시오. 아.. 그리고 제 시력이 나쁘니까 앞자리로 배치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크~ 내가 생각해도 너무 멋진 대답이다.

 내 마음을 숨긴채 타탕한 말로서 자리 배치를 유도하는... 역시 잔머리....

 결국 자리는 옯길 수 있었다.

 내가 원한 자리보다 한칸 뒤로..... (너무 앞자리에 앉으면 뒷 자리에 있는 학생들을 통솔 하기 힘들기 때문이라는 담임 선생님의 '배려'였다.)

 뭐 어쨌든 가까이 갈 수 있어서 좋긴 하지만...

 작전대로 되긴 됐는데... 좀처럼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공부시간에 잠만 퍼질러 자니, 말이고 뭐고 할 시간도 없고, 쉬는 시간엔 눈치 보이니까...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방법과 '친구'를 통해 가까워 지는 방법이었다.

 몇일 후 우연찮게 교실에서 음악을 듣고 있는 모습을 봤다.
 
 요즘 세상에 음악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음악이야 말로 인간관계를 돈독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취미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내 생각)

 작업개시...


 " 듣고 있는 노래... 뭔데???"


 " 솔아솔아 푸른 솔아라고....."


 옆에 있는 친구가 먼저 대답을 줬다. 이럴땐 항상 옆에 있는 친구들이 대답을 하더라...
 
 언더그란운드 랩퍼 노래라고 하는 설명까지 곁들여서... 별로 좋아하는 장르는 아니었지만 더욱더 친밀감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노래도 추천해 달라면서 전화번호까지 알아냈다. (그 친구의...)

  이것으로 그 '친구'를 내 편으로 끌어들일수가 있다. 후에는 '그 애'의 전화번호까지 알게 될지도...

 질문을 하면서 여자애 얼굴을 자세히 봤다.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었다.


 - 분명히 어디서 봤는데....


 실례되는 말이었지만 용기를 내어 물어봤다.


 " 이름이 뭔데? 어디서 많이 봤는데...."


 그랬더니 옆에있던 친구랑 웃는다.

 크... 웃지말라고... 쪽팔리게....

 근데 웃는 얼굴이 더 귀여웠다. 헐헐....


 "옛날에 같은 서클 했었는데.... 미술부."


 그랬다. 미술부 였던 것이다.

 중간에 복학생이라는 '신분'때문에 선배들과 사이가 껄끄러워 그만뒀지만...
 까맣게 잊고 있던 그 미술부 동기 였던 것이었다.


 " 아... 미안 몰라봐서."


 또 웃는다. 제길.. 너무 바보같이 보였나 보다.

 

 학교 마치고 집에 가는데 평소와 다르게 마음이 들떠있었다.  

 오늘은 참 수확이 좋았다는 생각을 하며....

 내 이상형을 만났을 뿐 아니라, 이름도 알아냈다.

 거기다 음악을 엄청 좋아하는것도 알았고, 가장 친한듯한 친구와도 대면을 했으니 모든게 쉽게 풀리는듯 했다.

 집에 오자 마자 서랍을 열었다.


 -분명 여기 어딘가에 소풍 사진이 있을텐데....


 1학년때 친구반 사진이었다. 그 애가 있던 반....

 앞줄 제일 끝에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이 웃고 있었다.

 역시... 머리 스타일이 달라져서 못 알아 본 것이었다.
 ....
 

 " 많이 용 됐네......"


 

 

 

 

 

 

** 이글을 누가 과연 클릭하기나 할까 노파심이 드네요.

 평소에 많이 생각한 글인데 관심가져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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