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에 고삼 아이들이 많이 힘들어하고 가군 떨어졌다고 낙담하고 힘들어하길래 내 경험담을 얘기해줄게.
난 3월 모의고사 6등급이였어 ㅎㅎ게다가 가군 나군 다 예비 50번으로 떨어졌고 근데도 지금 대학 잘 다니면서 대학생활 잘하고있어. 너무 힘들어하지말고 좀 길지만 내 경험담 들으면 도움이 될지도 위로가 될수도 있을거야.
어렸을 때부터 위로는 언니둘 그리고 큰오빠 한명이 있어서 부모님 관심을 못받고 자랐어
부모님은 우리 남매 남들보다 좋은환경에서 좋은 옷입고 좋은 음식 먹이실려고 엄청 노력하셨고. 그래서 금전적으로 힘든적은 없었어.
하지만 나한텐 관심 자체가 없어서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어. 게다가 내가 초등학교때는 조기유학이 유행해서 초등학교 3학년 올라갈때 난 엄마 아는분이 계신 미국으로 가서 엄마 지인분 집에서 홈스테이를 했어.
그렇게 타국에서 부모와 떨어져서 고등학교때까지 쭉 공부를 했어. 물론 일년에 한번씩 여름방학때 한달동안 한국에 와서 가족들이랑 지냈지만 어린 나이부터 떨어져있었으니 너무 힘들었어.
미국 처음 갔을땐 영어 한마디도 못해서 학교 생활이 너무 힘들었어. 너무 외로웠고 다가와주는 미국애들이랑도 말이 안통하니 죽을 지경이더라고. 그래서 어린나이에 오기가 생겨서 닥치는데로 영어를 읽고 듣고 봤어.
그렇게 미련하게 부딛혀 보니까 6개월 후에는 거의 모든 영어를 알아 들었고 1년후에는 영어가 한국어처럼 쉬워졌어.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넘어갈때 쯤에 집에가는 길이였는데 나랑 제일 친한 친구가 엄마 차를 타고 집가는걸 봤어. 평소에는 별생각 안했을텐데 너무 슬퍼지는거야. 나는 왜 가족이랑 이렇게 떨어져서 남의 집에서 눈치를 보면서 살아야하지?
그런생각들이 물밀려오듯이 쏟아지고 몇날 몇일을 울면서 지내니까 엄마 지인분도 딱하셨는지 부모님한테 전화해서 내가 너무 힘들어한다고 말하셨더라. 부모님은 그제서야 나보고 한국에 나오고싶니라고 처음으로 물어보셨어.
그전에는 항상 우리가 너를 위해 쓰는돈이 일년에 몇천만원이다. 대학까지 꼭 미국에서 명문대를 나와서 한국에 와라. 이런 얘기 뿐이였어. 단 한번도 나한테 한국에 오고싶냐고 한마디 꺼내신적 없었고. 난 부모님 걱정 끼쳐드리기 싫어서 힘들다는 투정 한마디 못했었거든.
너무 힘들어지고 우울증이 와서 결국 고등학교 1학년때 한국으로 돌아왔어. 한국 학교랑 미국학교는 교육과정이 너무 달라서 나는 그냥 학교 안다니고 검정고시 보기로 했어.
부모님은 내가 없던거에 익숙해져서 나에 대한 관심은 없으셨고. 같은 가족인데 겉도는 느낌이 들더라.
그래서 방황을 했어. 집에 있으면 너무 외로워서 나처럼 검정고시 준비하는 자퇴생애들이랑 몰려 다니면서 항상 놀기만 했어. 그러다가 17살에서 18넘어갈 무렵 친구가 미술하는거 보고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부모님한테 미술 배우고 싶다니까 난리가 났어. 별볼일없는 그림따위 그리라고 유학 보냈던거 아니다. 밖에 쏘다니면서 놀아나던 애가 뭔 미술따위 한다고 그러느냐. 공부나 해서 아무 4년재 대학이라도 가라 이러면서 욕하시더라고...
우리 가족중에 제대로된 대학 나온사람이 없어. 오빠는 지방 전문대. 언니들은 아무도 모르는 대학 나오고 그나마 우리집에서 공부 좀 하는 사람이 나였으니 부모님은 내가 번듯한 대학 나오길 기대하셨나봐.
그래도 미술이 너무 좋은거야. 혼자일때 너무 미칠듯이 외로웠는데 그림을 그리면 내 감정을 담아 낼수있고 그러면 덜 외롭고 그나마 행복한거야. 그래서 부모님한테 몇날 몇일 울고 불고 빌면서 얘기했어.
부모님이 딱 일년만 시간을 주신데. 18살인데... 일년안에 검정고시따고 수능도 본다면 미술도 시켜주신다고 하셨어. 그래서 그렇게라도 미술이 하고싶어서 알겠다고 하겠다고했어.
미대는 아는 애들은 알겠지만 은근 성적이 중요해.. 서울권 미대는 2등급 미만은 거의 가기 힘들고 수도권중에서 높은 곳들은 2~3등급 게다가 실기를 잘하지 않는이상 4등급부터는 다 지방대로 가게돼있어..
부모님은 수도권 대학 합격 못하면 미술이고 뭐고 넌 대학도 안보내 주신다고 하시더라고..
독하게해서 인정받고 싶어서 낮에는 재수 종합학원 다니면서 공부를 했고 밤에는 미술학원가서 입시 그림 배웠어.
한국 교육과정은 초등학교 3학년때 이후로 들어본적도 공부한적도 없는 나라서 정말 힘들더라. 특히 국어랑 사탐이. 미대라서 수학이 필수가 아닌게 정말 다행이였어.
기본이 없으니 수능공부를 해도 소용이 없는거야. 3월 모의고사 성적 보고 부모님이 욕하셨어 니년이 갈수있겠냐고. 그때 6등급이였을꺼야...
그래도 포기하기엔 아직 11월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죽을 듯이 공부하고 4월에는 검정고시 봐서 국어 100 영어 100 나머지 과목들 90점 후반대로 합격했어. 6월 모의고사를 봤을땐 5등급이더라.
영어는 수능식 영어가 익숙해져서 1등급이였지만 국어가 6등급.... 사탐이 7..ㅎㅎㅎ
나름 공부한다고했는데.. 반년동안 친구들 연락 다끊고 재수학원에서 공부했는데도 저정도니까 허무하더라고...
그때 부모님이랑 엄청 싸우다가 부모님께서 너같은 대가리 빈년 미술한다고 나대봤자 이정도다 라고 하시고 나도 울컥해서 엄마 아빠가 여태까지 나한테 얼마나 관심을 준적있다고 이제와서 이러냐고 싸우다가 결국 내가 집을 나와서 고시원에 들어가기로 했어.
고시원에서 아침 6시에 일어나면 씻고 그냥 쌩얼에 안경끼고 맨날 비슷한 무지 티나 후드티에 추리닝 바지 입고 6시 반에 고시원에서 나와서.
재수학원가는 길에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하나 음료수 하나사들고 학원 도착해서 그거 먹으면서 수업 시작전에 나혼자 강의실에서 자습하다가 수업들었어.
점심시간때 다들 밖에 나가서 밥먹을때 나는 빵집에서 빵하나 음료수하나 사와서 먹으면서 국어 비문학 지문 읽고 사탐 필기한거 쭉 훑어봤어. 그러다가 오후에는 자습하고 5시에는 저녁시간이였어
저녁시간때 학원에서 나와서 미술학원가는길에 편의점에서 과자한봉지 두유하나 사서 미술학원가서 먹고 혼자스캐치 연습하고 채색연습하다가 6시에 수업시작해서 10시에 끝나면 고시원으로 돌아와서 씻고 사탐 필기한거 훓어보다가 잤어.
그렇게 세달지내니까 몸이 엉망이 되더라. 뭐만하면 코피가 나와서 선생님들이 기겁하면서 ㅇㅇ아 병원가라고 너 이러다가 쓰러진다 하셨어. 상태가 너무 안좋아져서 일주일에 한번씩 병원에서 링겔 맞을 정도가 되더라..
그렇게 고시원에서 지낼때 부모님은 단한번도 찾아오신적 없이 한달에 오십만원씩 생활비 따로 고시원비용 이십만원 그리고 학원비 보내주셨어. 오빠 언니들도 미친년이라면서 저 망나니년이 해봤자 거기서 거기라면서 나 무시했고.
그렇게 개고생하다가 빈혈까지 찾아온거. 밥을 제대로 챙겨 먹어야 한다고 하는데..
근데 그럴 돈이 없었어. 한달에 50만원에서 문제집사면 40만원이 남아. 내가 국어에 약해서 문학집 닥치는대로 사서 읽었거든 그래서 그것도 사면 30만원.
입시미술하면 붓을 은근 많이 갈아줘야해. 붓도 은근비싸고. 붓이랑 물감 지우개 미술도구들 부가적인거 사면 20만원정도남는데 난 밖에서 항상 밥을 해결해야하니까 식비로 하루에 칠천원 이상쓸수가 없는거..
한끼당 이천오백원정도 쓸수있는데 그걸로 무슨 밥을사... 고시원에는 밥이랑 김치는 기본적으로 제공되서 가끔씩 너무 배고프면 밥에 참치캔 하나사서 김치랑 비벼먹었어.
내가 열심히하는걸 학원 선생님들도 아셔서 다른 애들 보다 더 신경써주시고 간식 챙겨주고 떡볶이같은것도 가끔 사다주시더라. 지금까지도 그 선생님들 찾아가고있어 나 힘들때마다 응원해주시고 지원해주신 분둘이니까.
그렇게 9월 모의고사를 봤고 3등급이 나왔어.... 그렇게 악착같이 더 공부하고 10월엔 잠시 미술학원 쉬고 수능전까지 공부만 했어.
드디어 수능날.. 고시원에서 혼자 일어나서 가족들 응원이나 배웅도 없이 혼자 버스타고 수능보러갔어. 점심으로는 김밥천국에서 산 김밥 두줄. 시험을 보는데 너무 두렵더라.
난 진짜 아무것도 못하는 병신아닐까 라는 생각. 가족들조차 날 무시한다는 생각때문에 정신없이 수능을 보고 고시원에 돌아와서 기절하듯이 자버렸어.
다음날 일어나서 가체점해보니까 국어 2등급 영어 1 사탐 3이더라.. 평균 2등급.... 눈물이 펑펑났어 정말 혼자서 몇시간동안 수험표 뒤에 내가 써온 답들 다시 체점하고 다시 또 체점하면서 울고 불고했어.
11월부터 1월말까지 미술학원에서 아침 8시부터 저녁 10시까지 그림만 그렸어. 학원에서 하루에 4시간짜리 실기시험 두번씩 보고 나머지 시간에는 내가 그렸던 그림들 중에서 부족한부분 고치면서 보내고. 그렇게 고생하다가 실기시험 보고 발표만 기다렸어.
가군 인서울대학교 불합격
나군 인서울 대학교 불합격
불합격을 두번이나 겪으니까 죽고싶더라. 난 진짜 쓰레기구나 싶었어. 그러다가 다군 발표가 떴는데
다군 경기 상위권 대학교 합격
정말 눈물나더라... 그때 6월 이후 처음으로 부모님한테 연락해서 붙었다고 했어.
그제서야 집에 다시 들어오라 하시더라.. 현재 다군에 붙은 대학다니면서 잘지내고 있어. 내가 좋아하는 미술이라서 열심히 하니까 전공교수님들이 이뻐해주셔서 학교 생활이 너무 즐거워.
사람은 한번 노력해서 안되는게 없는거같아. 내가 1년 공부해서 대학 온것 처럼 사실 대학 별거 없어. 나는 인정받기 위해 온거지만 대학이란거 별 의미 없는거 같아. 중요한것은 너는 너가 원하는걸 위해 필사적으로 모든걸 다했다는거지. 지금 합격 발표를 기다리고 있을 예비 16학번들 그리고 예비 고삼 애기들아. 너희들이 노력하고 열심히하는걸 다들 잘 알아 그러니까 결과에 너무 치중하지말아.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래!
너무 두서없이 쓴 글이지만 끝까지 읽어줘서 고마워. 쓰다보니 신세한탄이 되버렸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