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섹시해질 것
그녀는 언제부턴가 현관문을 들어서기가 무섭게 달려들어 내 허리를 껴안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를 의자에 앉히고는 내 한쪽 허벅지를 자신의 두 허벅지로 감싸들며 내 쪽으로 파고들어와 내 목을 끌어안아버린다. 그럼 나는 섹스외에 다른 생각은 못하는 바보가 되어 거의 그녀에게 녹아들기 직전이 되는 것이다. 그럼 그녀는 한쪽다리를 건들건들 흔들며 아이같은 얼굴로 아무렇지도 않게 오늘의 일과라던가 어떤 사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시작한다. 그런 그녀를 보고 있자면 그녀의 엉덩이를 붙들고 의자위의 거친 섹스를 상상하던 나는 괜히 유아를 범하는 범죄자가 된 듯한 죄의식이 치밀어 기분이 나빠지고 만다. 아무래도 그녀는 더욱 섹시해질 필요가 있다.
“찬아, 나왔어.”
그녀가 들이닥친 시간 나는 끈적한 팝뮤직을 틀고 의자에 앉았다.
“춤 춰봐.”
“응?”
“섹시하게 춤 한번 춰 보라구. 나를유혹해 봐.”
“큭, 뭐래는 거야.”
“오늘 수업은 섹시해지기.”
“그래서 춤만 섹시하게 추면 되는 거야?
나는 그녀를 가만히 올려다보았다.
“먼저 나 쳐다봐. 눈빛으로 유혹할 수 있어?”
“왜 그러니 너?”
애송이는 멋쩍은 듯 내 눈을 피하며 방안을 맴돌기 시작했다.
“너는 니가 섹시하다는 생각은 해 봤냐?”
“음.. 몰라...”
애송이의 얼굴이 살짝 물들었다.
“이것 봐. 섹시한 게 부끄러? 섹시함에 익숙해져야 해. 넌 충분히 섹시해질 수 있다구. 알겠어? 자신감을가져.”
그리고 나는 일어나 애송이의 작은 어깨를 붙들었다. 그녀의 떨리는 눈빛이 나를 올려다 보았다.
“여자는 말이야, 무조건 섹시해야 해. 무조건 말이야.”
간만에 클럽을 찾았다. 가슴을 진동시키는 음악소리와 끝도없이 부딪혀오는 인간들의 육체.. 여기 인간들의 목적은 단순하다. 욕망의 분출. 그 욕망이 무엇인지 서로가 너무도 잘 알기에 나는 이 곳을 좋아한다. 돌려돌려 생각할 필요가 없다. 유혹과 육체적 커넥션. 간단하다. 나는 심플한 것이 좋다. 이 세상은 너무나도 복잡하다.
한 여자의 허리를 잡았다. 여자는 몸을 돌려 나를 쳐다보더니 내 허리를 감싸 안았다. 여자는 내 심장이라도 파 먹을듯 내 가슴으로 끝도 없이 파고든다. 그녀와 거의 하나가 된 나는 끈적한 힙합의 리듬에 온통 몸을 맡겼다. 여자가 고개를 든다. 나는 그녀의 입술을 내려다 본다. 여자는 내 입술을 향해 한 층 더 고개를 치켜든다. 나는 그녀의 입술대신 그녀의 목에 입을 맞추다가 내 눈 앞에 한 여자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너…”
나는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애송이… 엉덩이에 남자하나를 붙이고 엉덩이를 부비부비.. 어쭈구리 치렁치렁 가발까지 쓰셨다. 나와 눈이 마주친 애송이도 꽤 놀랐는지 한 순간 부비부비 동작을 멈추고 만다. 그러자 애송이와 춤울 추던 남자가 뒤에서 애송이의 가슴을 꽉 껴안는다. 순간 나도 모르게 내 앞에 여자를 밀쳐내고 애송이의 손을 끌었다. 바 옆으로 애송이를 끌고 온 나는 맥주 두병을 주문했다.
“너 여기서 뭐하는데?”
“춤추지 뭘해?”
하긴.. 애송이라고 클럽에 못 올 이유는 없다.
“근데, 너.. 평소랑 많이 다르다.”
몸에 꽉 붙는 까만 탑, 짙은 화장.. 평소 애송이의 이미지와 거리가 멀다.
“친구가 해 줬어. 저기, 내 친구..”
애송이가 가르킨 곳에 깡마른 여자하나가 남자와 함께 몸을 부비적 대고 있다.
“니가 그랬잖아. 섹시해 져야 한다고.. 춤도 섹시하게춰야 한다며.”
“그래서 춤은 섹시하게 추냐?”
“나.. 원래 춤은 좀 춰..’
“뭐?”
나는 기가 차서 피식 웃고 만다.
“왜 웃어?”
나는 대답대신 고개를 흔들며 맥주를 들이켰다. 그러자 애송이는 맥주병을 내려놓더니 내 손을 잡아끈다.
“어.. 어디 가는 거야?”
애송이는 내 손을 끌고 스테이지로 자리를 옮기더니 몸을 돌려 엉덩이를 흔들기 시작한다. 애송이.. 음악에 맞춘 그녀의 움직임은 애송이의 뒷모습이라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날렵하고 섹시하다. 애송이는 나의 그곳에 점점 몸을 밀착시키며 나를 자극하고 만다. 나는 나도 모르게 한팔로 그녀의 어깨를 감싸안으며 그녀를 더욱 더 끌어당겼다. 그리고 그녀와 점점 하나가 되어간다고 느끼는 순간 그녀를 돌려 안아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고 어느새 우리는 깊은 키스를 나누고 있었다.
‘Let’s get this party started..’
“찬아..”
“어?”
“히히.. 이거 써 볼래?”
애송이가 팬티바람으로 바닥에 널부러졌던 가발을 들고 내 눈앞에서 흔들고 있다.
“뭐냐, 치워. 무섭다, 야.”
내가 고개를 돌리자 애송이는 장난스레 웃으며 내 이마에 볼에 코에 입술에 쪽쪽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나는 느긋이 누워 그녀의 키스세례를 즐겼다.
“음.. 이거 괜찮은데? 이건 섹스가 끝난 후에 서비스로 해주는게 좋겠다. 꽤 귀여운 기술이야.”
나의 말에 애송이가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럼 남자는?”
“뭔 소리야?”
“섹스하고 나서 좀 안아줄 수 있잖아. 이렇게 부드럽게 어루만져 줄 수 도 있잖아.”
“남자는 섹스하고 나면 맥이 쭉 풀린다구. 하지만.. 정말 좋으면 뭐 해 주겠지?”
“응?”
“그러니까 니가 섹스를 잘해서 남자들이 너한테 깜빡넘어가게 만들어봐. 그럼 남자들이 그런 에프터케
어쯤 안해주겠어?”
“넌… 항상 뻗어버리잖아. 한번 안아주지도 않고..”
그녀가 우물쭈물말을 흐리는 동안 나는 그녀를 돌아보았다.
“야, 너 다시 한번 말하는데 우린 연애하는 거 아니다. 나는 널 가르치는 사람일 뿐이라구.”
갑자기 온몸이 나른해 진 나는 돌아누워 눈을 감았다. 어느 순간 잠이 들었던가?
훌쩍하는 소리에 깜빡 선잠에서 깨었던 것 같다. 옆을 돌아보니 이불을 목까지 덮은 애송이가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안 자?”
나의 물음을 기다렸다는 듯 그녀의 눈에서 한줄기의 눈물이 흘러 머리카락을 적시고 만다.
“왜 우는데?”
“몰라..”
애송인 옷자락으로 눈물을 쓱쓱 닦아냈다. 하지만 다시 흐르는 눈물을 어쩔 수 없는 지 몸을 돌려 베게에 얼굴을 묻어버린다. 여자는 늘 운다. 조금만 서운해도 운다. 그녀가 작게 콧물을 훌쩍인다. 젠장, 세탁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나는 다시 돌아누워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