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결시친을 재미있게 보고있는 31살 흔녀입니다.
아직 결혼 안하신 혹은 준비중인 미혼남녀분들도 결시친 많이 보실텐데요.
물론 결혼은 리얼 라이프이다 보니 연애때처럼 늘 알콩달콩 로맨틱 영화같지만은 않아요
이런 저런 다양한 사건사고(?) 와 적응과정들을 함께 헤쳐나가며 전우애를 다지다보면 또 결혼생활이 그렇게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걸 알려드리고 싶어 글쓰기를 시작해 보려합니다.
저희는 31살의 동갑이고 4년간의 연애 후
결혼한지 1년 된 부부입니다.
26살 처음만난 남편은 그야말로 로맨틱 가이였어요. 말한마디를 해도 참 아,다르고 어, 다른데 말을 배려있게, 그러면서도 유머러스하게 한달까요
이상하게도 그전 연애와는 다르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줘도 어색하지도 부끄럽지도 않은 사람이었어요.
쿵짝이 잘 맞는 느낌이랄까요? 제가 파울료 코엘료 책을 참 좋아하는데 책읽는 취향도 비슷했구요. 그리고 늘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열정적이고 긍정적인 모습에 반했답니다.
하지만 저에게 넘칠 만큼 멋진 이 남자에게 도 단하나의 단점이 있었으니 바로 경제관념이 없는 것.
데이트할땐 분위기좋고 맛좋은 곳 미리 검색해 데려가주고 여행갈때도 척척, 계산없이 쓰는 모습이 처음엔 좋았어요. 내가 계산하려하면 돈 못쓰게하고 (그래도 더치는 아니더라도 6:4 정도는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김치녀니 이런 욕은 삼가해주세요ㅠㅠ)
나를 정말 사랑하나보다 하구요 하지만 이게 소비패턴이라는 것을 깨달은 뒤부터 슬슬 걱정되더라구요.
휴학없이 졸업과 동시에 취직했고 저보다 더많은 월급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저를 만난 당시 모은 돈이 거의 없었어요.
반면에 어릴때부터 넉넉지 않았던 저희 집은 초딩때부터 각자 통장에 용돈을 저금하도록 교육하는 등
- 성인이후 지원은 없다.
- 내가 미래에 하고 싶은 것을 하기위해선 지금 언제나 준비해야한다.
- 20대에 모은 종잣돈이 중요하다.
- 일확천금 노리지 마라.
- 저금, 적금이 가장 정직하고 확실한 방법이다.
- 건강을 지키는 것이 돈버는 것이다.
늘 어릴때부터 같은 소리를 반복해 듣다보니 저절로 아.. 내 앞 길은 내가 헤쳐 나가는거구나... 하는 생각이 일찍 박혔어요 그래서 저도 언니도 돈 참 잘 모아요..
(저희집은 아버지 외벌이에 몸이 약하셨던 어머니께서 제가 중딩때 큰수술을 하셨어요. 지금은 친정도 부동산덕에 잘풀렸지만~ 어릴땐 넉넉지 않았죠 )
덕분에 자의반 타의반 스무살 이후론 집에 손벌려 본적없이 언니도 저도 늘 과외나 주말알바하며 용돈벌고 적금도 넣었고 대학졸업후 취직후에는 220-250 작은 월급이지만 한달에 120-180만원씩 꼬박꼬박 모았어요. 보너스같은게 생기면 쓰고싶지만 또 저금하고
저는 월급을 받으면 월급의 60-70%는 강제 적금 후
부모님 용돈 10,
통신비,전화비 8,
고정 생활비 식비, 각종 요금 등 50,
점심, 기숙사제공되는곳이라 주택 관리비 5
나머진 데이트비용, 친구만나거나 쇼핑 하고 책사고 남으면 또 저금하고 그랬는데
(완전 자린고비처럼 사는것도 아닙니다. 얻어먹으면 빚진 것 같아 불편하고, 쓸 땐 씁니다.)
남편은 저보다 훨씬 많은 월급을 받고 회사에서 주택비, 아침, 점심 제공되고 술 담배도 하지 않아요. 돈모으기 매우 좋은 환경인데도 월급받으면 일단 이리저리 쓸만큼 쓰고 남는 돈은 월급통장에 그대로 두는 스타일,
어디에 얼만큼 썼는지 대중도 없고 남는 돈도 따로 관리하질 않으니 늘 돈이 많다고 생각하고 어디로 새는지도 모르고 돈이 모이질 않는거죠
쇼핑, 여행, 취미생활, 다른사람 퍼주기에 돈을 계획없이 쓰는게 걱정되었어요.
남편이 비싼 명품을 막입고 차고 신고 그런건 아니구요 Zarx 옷을 굉장히 좋아해요 회사 사람들이 자x맨 이라고 부를 정도로 뉴어라이벌 나오면 가서 사고 좋아하는 디자인 있으면 색깔별로 사고 그러는거예요
돈쓰는거 싫어하는 사람있나요 ?
저도 쇼핑 좋아합니다. 하지만 기다렸다 할인할때 잽싸게 사옵니다..(궁상인가요...)
그리고 남편은 운동하는걸 좋아해요 휘트니스 다니고 축구를 아주 사랑해요 축구팀만 2개 가입되어있고 유니폼과 축구화가 넘치게 있는것 같은데 늘 나이x매장 들려 새로운 모델 확인하고 사야하고 그런 사람이었어요.
옷장에 색깔별로 유니폼이 있어야하는....
그리고 취미로 운동을 하는 건 정말 좋은데 경기끝나고 이겨서 기분좋으면 또 한턱내기...져서 기분 안좋으면 위로 차원에서 또 밥사주고...돌아가면서 사면 안되냐고 물어보면 다른 친구들은 수입이 적다고 합니다.
남편이 친구나 동기들, 축구팀과 식사자리 각종모임에서도 기분 좋을때마다 쉽게 계산해버리는것도 한두번이야 그럴수 있지만 계속 반복되고 친구들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고 제가 보기엔 아깝더라구요.
한번은 외국여행가서 지갑 잃어버린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80만원을 줬답니다. 같은 나라 사람이란 이유하나로 ...
돌아가면 돌려준다고 계좌번호 알려달라고 했다는데 괜찮다고 했대요 ..자기보다 어려보이고 학생같았대요...하.. 어떤스타일인지 아시겠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밥사면 기분좋고 주변사람, 어려운사람 베푸는것 좋죠. 하지만 정도것 해야죠.
물론 돈이 너무너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서 베푸는거면 몰라도 이제 결혼해야하는데 모아둔 것도 없이 쉽게 쓰니까....
이 사람이 저랑도 잘 맞고 참 따뜻하고 사람들에게 베푸는 그 마음도 전 너무 좋은데 어느 순간, 결혼상대자로 보니 이대론 안되겠다 싶더라구요. 연애 2년후? 28살때 였나봅니다. 남편에게 경제 개념을 심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했냐구요?
미래에 관한 대화를 이끄며
제 계좌를 처음 오픈했습니다.
놀라더군요.
제가 2년 먼저 일하긴 했지만,
자기보다 훨씬 수입이 작으니 쓸 돈도 없고 자기처럼 모은 돈도 없을거라 생각했나봅니다.
나는 이렇게 매달 얼마씩 적금을 넣고
결혼준비하려고 따로 이렇게 모으고
또다른 통장은 서른살까지 모아서 지방에
20평규모 작은 아파트사는게 꿈이고 그래서 월세를 받으면 제2의 월급이되고
이 적금으로는 여기여기 여행가고 외국어도 배우고 할거라고
그리고 월급외의 수입 (보너스 상여금 같은돈 )이나 생활비에서 남는돈으로 1년짜리 통장을 여러 개 계속 만들다보면 이자가 중요한게 아니라 돈모으기가 쉽고 만기일도 자주오고 재밌다고
저의 한달동안 돈쓰는 규모와 돈모으는 방법, 모은 돈을 어떻게 활용할 건지에 대한 계획 등등, 자세하게 이야기 해줬어요
그리고 나는 너와 함께한 2년동안 가치관이 잘 맞다고 느꼈고 너랑 함께 있는 시간이 그누구보다 행복하다. 이렇게 우리가 같은 미래를 함께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이정도면 제가 프로포즈한건가요?...ㅎㅎ)그래서 너는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했더니 벙져있더라구요.
자기는 절 만나기전엔 결혼생각이 없었데요 결혼은 35살 이후의 먼 미래의 일이라 생각했고 아직 20대이고 그래서 따로 돈 모아야겠다고 생각해보질 않았다고, 하지만 저 만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고 결혼하고싶다는 생각도 종종 했다고 근데 니가 이렇게 구체적으로 돈을 관리하고 있는것을 보고 놀랐고 (너빼고 다이렇게 살아....)
2년만 기다려달라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그다음 날부터 정말, 완전히!
우리 남편이 달라졌어요.
첫번째로 친구들에게 밥사기를 그만두었습니다.
아직도 자기가 좋아하고 꼭 밥사고 싶은 지인에게는 개인적으로 한번씩 삽니다만 단체로 있는 자리에서 의미없는 쏘기는 안합니다. 친구들은 절 욕할지도 모릅니다만...ㅋㅋㅋ고마운줄도 모르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는건 의미없다고 생각합니다
두번째, 적금을 넣기 시작했습니다.
은행 앱을 다운받고 돈관리하는 것에 재미를 붙이더라구요. 목적에 따라 통장을만들고 이게 이자가 붙고 매달 돈이 계좌에 쌓이는 재미를 남편이 느끼기 시작한거예요.
세번째, 쇼핑을 끊더이다.
신상 나이x, 자x맨이었던 저희 남편... 이제 세일기간에 할인상품 삽니다. 아울렛에서 반값상품 건지는 재미를 알아가더라구요.
아직도 한달에 한두번은 신상 보러갑니다.
하지만 눈도장만 찍어두고 예전처럼 생각없이 색깔별로 구매하진 않아요. 만족지연 능력의 출연! :)
네번째, 외식을 정말 많이 줄였어요. 회사밥 맛없다고 나가서 사먹던 남편이 회사밥을 챙겨먹기 시작했어요 데이트도 집에서 같이 만들어 먹고, 나가서 영화본다던가 도시락싸서 나들이간다던가, 습관처럼가던 스타벅x대신 텀블러에 좋아하는 음료 담고 과일 디저트 싸서 공원가서 먹기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은 특별한 날만 가고,
싸고 맛있는집 위주로 데이트.
데이트의 형태가 바꼈다고 해서 서운하다던가 슬프다거나 하지 않았어요. 같은 목표가 있으니까 오히려 재밌고 뿌듯하고 그렇더라구요. 그렇게 데이트비용이 줄어드니 덕분에 저도 더 많은 저금을 할 수 있었구요.
이게 아끼면 아낄수록 돈이 쌓이니까
재미 때문인지, 절약도 중독인지, 어느순간 이 사람 정말 많이 변했구나 느낀게....
어느날 바리깡을 사오더라구요. ㅋㅋㅋㅋㅋㅋ
매달 2번 미용실가는 돈도 아깝다며 ㅋㅋㅋ
정말 빵터졌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희남편 요즘도 화장실에서 바리깡으로 혼자 이발합니다 ㅋㅋㅋ근데 진짜 잘 해요 ㅋㅋ)
이쯤되니 남편부모님이 저를 궁금해하기 시작합니다.
펑펑쓰던 우리 아들, 씀씀이가 순식간에 바뀌니 도대체 이렇게 갑자기 철들게 만든게 누구냐고 데려와 보라고~
특히 아버님이 절 너무 예뻐해주셨어요
이렇게 갑자기 변한 절약커플이
단하나, 아끼지 않았던게 '여행'이었어요
저도 남편도 여행을 너무 좋아해서 이것만큼은 누리자 하는 마음으로 ~ ㅎㅎ
그동안 알뜰살뜰 아낀 우리를 위한 선물이라며 여행갈때는 뭔가 보상받는 느낌도 들고 예전보다 두배 세배 더 행복한 느낌이들었답니다 .
그렇게 2년 후 서른,
저는 제가 어릴때부터 그렇게 갖고 싶었던 제이름으로 된 집! 지방의 20평짜리 아파트를 제 명의로 구입했습니다. 작은 집이지만 행복했어요. 반전세 반월세로 월30의 수입을 얻고 있습니다.
올 월세로 전환해서 월세 수입을 늘리는게 목표예요.
그리고 작년 4월 정말 저희는 결혼했네요
바리깡으로 자기 머리깎던 남편은 2년만에 꽤 큰 돈을 모았고 양쪽집에 손벌리지 않고 저희 힘으로 결혼했습니다. 둘다 집에서 둘째, 개혼은 아닌지라 양쪽 부모님이 저희 방식에 동의해주셨고 예물, 예단 및 저희생각에 각종 허례허식이라 생각되는 것들 모두 생략, 간소하게 결혼식을 치르고 남편이 주재원으로 발령받아 같이 해외에서 살고 있어요
집 값 굳었다며 신나했지요 ㅎㅎ
해외있는 동안 더 열심히 모아 빨리 집을 사는게 남편의 목표예요.
엊그제 주말에 같이 TV에서 해주는 영화를 보다가 갑자기 남편이 언제 자기가 결혼 잘했다고 생각하는줄 아느냐고 묻더라구요
:응? 언젠데?
:결혼전에는 새 옷을 입고 특별한 곳에 가거나 좋은 것을 먹어야 기분좋은 느낌이 들었는데 너랑 있으면 별거 안하고 함께 있는 것 만으로 행복해. 이렇게 늘어진 티셔츠입고 같이 한 쇼파에서 안고 과일먹으며 영화보는것도 넘 좋고 그래서 결혼잘했단 생각이 들어.
작은 일로도 행복해하는 남편을 보며 저도 함께 행복함을 느낍니다.
아직 신혼이라 그렇다느니, 애생겨봐라 변한다라고 할지도 모릅니다.
네 변할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아직은 이런 사소한 일상이 너무 행복하고 좋아요.
아 어떻게 마무리해야할지,,
폭풍성장한 새댁요리로 마무리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