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소원
사글셋방에서 신혼살림을 꾸렸던 우리 부부는 달동네 방 한 칸으로도 행복했지요. 그런데 앞을 보지 못하시는 시어머니께서는 단칸방인 신혼집에 와 함께 살길 바라셨습니다. 막내아들 곁에 계시고 싶으셨던 거지요. 하지만 한 방에서 지내기 불편한 탓에 어머님은 오래 머무르지 못하셨습니다.
얼마 뒤 형편이 나아져 우리 식구는 빌라로 이사했고 다시 어머님을 모시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어머님은 답답하다며 한옥으로 이사하자고 조르셨지요. 결국 남편과 상의한 끝에 허름한 한옥으로 옮겼습니다. 조그만 마당과 장독대도 있어 어머님께서 좋아하지만, 화장실이 재래식일 만큼 낡은 집이었지요. 겨울이면 얼마나 추운지 이불을 꼭꼭 덮고 아랫목에 누워야 겨우 잠들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아들아이가 걱정이었습니다. 속옷에 변을 묻히도록 변을 참다가 유치원에서 화장실을 가곤 했지요.
어느 날인가부터 지갑에서 돈이 1, 2만 원씩 없어졌습니다. 이상하다 싶었는데 집안 청소를 하다가 방구석에 숨겨진 돈 7만 원을 발견했습니다. 범인은 바로 어린 아들이었지요. 가슴이 쿵 내려앉았습니다. 아들을 혼내려고 단단히 마음을 먹고 왜 그랬냐고 물어 보았습니다. 그런데 뜻밖에 울먹이며 털어놓은 아들의 말에 우리는 차마 화를 낼 수가 없었습니다.
“아파트로 이사 갈 돈 모으려고 그랬어요.”
시어머니께서는 자그마한 한옥에서 저희와 함께 일 년을 더 지내다가 어느 날 평화롭게 눈을 감으셨습니다. 지금은 조그만 아파트를 장만해 아들의 소원을 풀었지요. 찬바람이 불 때마다 어머님이 그리워집니다. 어머님, 잘 살게요. 지켜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