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른두살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네이트판은 가끔 눈팅만하다가 고민이 생겨 글도 써보는 날이 오네요.
좀 길어지겠지만 읽어주시고 조언부탁드립니다.
2년정도 만난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남자친구는 서른여덟 입니다.
지금 결혼을 준비해도 서로 늦었다면 늦은나이인데
저희 부모님(특히 아버지)의 반대가 완강하시네요.
저는 지금 만나는 남자친구와 꼭 결혼을 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부모님께 잘 말씀드려 설득시켜야 할지 고민입니다.
아버지는 보수적이고,가부장적이며,자기관리가 철저하고,부지런하신분입니다.
고집도 있으시고..옛날 어른들이라고 하죠. 반면 유쾌하신 면도 있고 굉장히 가정적이십니다.
어머니께 헌신하시고..다정다감한 정도는 아니지만 지금도 어머니를 사랑하시는게 보입니다.
반면 저한테는 어릴때부터 굉장히 엄하셨어요.
제가 형제가 없어서 당신들 돌아가시면 저만 남겨진다고 생각하셔서 그런건지..
어릴 때 참 많이 맞았습니다. 아버지께 어리광부린 기억은 거의 없네요.
중,고등학생 때는 학원에서 집에오면 10시~11시니까 아버지는 항상 주무시고 계셨습니다.
새벽에 출근하시는 직장이라 일찍 주무셔야 한다고요.
제가 대학교도 지방으로 가서 10대~20대초반까지 아버지와 대화한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제가 일하기 시작하면서 용돈도 드리고 주말에 가족끼리 외식도 하며 그나마 요 몇년 새 대화를 좀 하는 편이었어요.
20대 때 남자친구를 몇 번 사귀었었는데 집에 데리고 온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아버지 성격도 성격일 뿐더러..집안 분위기상 결혼을 결심한 남자만 집에 인사 시키겠다는
마음이 어릴 때 부터 저절로 생기더군요. 그리고 서른살에 지금 남자친구를 소개로 만났습니다.
남자친구는 참 성실한 사람입니다. 남자친구는 아버지가 하시는 가게일을 돕고 있습니다.
처음 만났을때 저랑 눈도 못마주치더군요. 그런 순수함이 좋았습니다.
2~3개월을 만났는데도 고백도 못하길래 제가 고백하고 사귀게 되었습니다.
손을 잡았는데 손바닥이 전부 굳은살이더군요. 거기에 마음이 더 갔습니다.
남자친구는 매일 5시에 일어나 출근합니다. 2년 만나는 동안 지각한걸 한 번도 본적이 없습니다.
의견충돌이 있으면 제 얘길 들어주고 해결책을 함께 찾습니다.
기분이 나쁘면 화부터 내는 아버지와는 다른성격에, 잠을 이겨내는 성실함에 이사람과 결혼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이 두가지가 제일 큰 부분이고 남자친구 칭찬이야 써도써도 끝도 없기때문에..^^
작년 여름쯤에 아버지께서 넌지시 물으시더군요. 만나는 남자친구 없냐고.
있다고 했습니다. 여섯살 많고 참 성실한 사람이라고요.
아버지가 웃으시면서 말씀하시길 나는 내 딸이 노처녀 될 줄 알았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남자친구와 상의하고 추석에 서로 양가에 찾아뵙기로 하고 인사를 다녀왔습니다.
남자친구 부모님께서는 좋아하시고 저희집에서도 분위기가 좋았어요.
남자친구가 가고난 뒤에 부모님께서 남자친구에 대해 물으시길래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1.남자친구가 초등학교 때 부모님이 이혼하셨다. (지금은 어머니랑만 함께 살고있습니다.)
2.두 살 터울 여동생이 한 명 있는데 여동생도 이혼했다.
3.모아둔 돈이 없다. (4천정도)
4.부모님께 지원받을 생각은 없다. (남자친구가 고등학교 졸업하고나서부터 집안의 가장이었기때문에 부모님께서 주실돈도, 받을 생각도 없습니다.)
매도 먼저맞는게 낫다는 생각에 솔직하게 말씀드린건데 저희 아버지는 충격이 크셨겠지요.
남자가 그렇게 없냐는 소리도 들었습니다.
아버지가 걱정하시는건 위에 1,2,3,4번 포함 그 친구는 왜 고졸이냐, 부모님이 이혼하셨다는데 왜 아버지 가게에서 일하냐, 언제 아기 낳아서 기를꺼냐 집은 당연히 대출일텐데 언제 어떻게 갚을거냐 입니다. 쓰고보니 그냥 다 맘에 안드시는것 같네요.
아버지의 입장도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저도 취직이 늦어 모아둔 돈이 없습니다.
2천정도 있고 부모님께서는 3천정도 주신다고 하는데 솔직히 안주셔도 상관없습니다.
저는 단지 제가 믿을 수 있는 사람과 죽을때까지 같이 가고 싶은것 뿐인데 말이죠.
제 흠이 사람을 굉장히 가립니다. 의심도 많고..일단 사람을 별로 안좋아합니다.
참 어렵게 만난 소중한 남자이고 거기에 결혼까지 결심한 남자인데..
그 사람의 배경과 돈을 중시하는 아버지의 말씀에 솔직히 실망했습니다.
사람 자체를, 그사람의 진심을 보려고 하시는것 같지 않아서요.
돈이 없으면 물론 아둥바둥 힘들게 살겠죠. 압니다.
그치만 제가 인생에서 중요시하는 건 돈보다는 사람의 인성입니다.
돈이야 우리 둘이 버는 한도 내에서 살면 그만입니다. 못벌면 못먹는대로 살면되지요.
상대적 박탈감? 후회? 그런거 안합니다. 제가 선택한 남자니까요.
다른사람 인생에 관심없고 비교질따위 시간낭비라고 생각합니다.
대체 부모님을 어떻게 설득해야할까요..
부모님의 이혼은 남자친구 탓이 아닙니다. 이혼가정에서 자랐으니까 이혼을 쉽게 생각할거다
라고 생각하는 것도 저희 부모님생각입니다. 여동생의 이혼도 남자친구탓이 아닙니다.
돈을 못 모은것도 남자친구 탓이 아닙니다..
이런 불가항력적인 남자친구의 배경을 두고 딸내미 고생하는거 아닌지 걱정만 많으신 부모님께
어떻게 현명하게 말씀드려야 할까요.
저는 밑도 끝도없이 저는 남자친구를 너무 사랑하니까 이사람이랑 결혼할거예요! 라고 주장하는것도 아니고.. 한두살 먹은 어린애도 아닌데..
어제는 남자친구가 그렇게 좋으면 집에 올생각 하지도말고 아예 나가서 살라고 하시고
그냥 결혼하지말고 너 혼자 살아도 된다고 하시고..
차라리 제가 능력이 됐으면 돈은 제가 벌꺼라고 말씀드리고 싶은 심정이네요. 참 답답합니다.
조언부탁드립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