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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여덟번째 이야기

스푸트니크 |2016.07.01 22:25
조회 11,800 |추천 32

참 인생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저는 지금 W 집에 와 있습니다, 혼자.

 

퇴근 후 저녁을 간단히 먹고 W 집으로 왔죠. 그 때가 20시 조금 넘었을 때였죠.

주차를 해놓고, 편의점에 들러 술이랑 간단히 먹을 간식거리를 사서 W 집으로 향하는데, 건물 입구에 W의 전 여자친구가 있었습니다. 우산을 쓰고 있어서 전 누군지 바로 알아보지 못했는데, W는 바로 알아봤겠죠 아마.

 

W를 보며 대화를 하고 있는데, 앞을 향해 고정되어 있는 시선과 조금씩 굳어가는 W의 표정을 눈치채곤 고개를 돌려 앞을 보았고, 그제야 앞에 서있는 여성분.. 이쪽을 보고 있는 그 여성분이 W의 전 여자친구임을 인지하게 됐습니다.

 

 

몇 개월 전 제가, 그 여성분이 좀 전에 서있던 바로 그 자리에서 W를 기다리던 게 떠오르니, 참 씁쓸하더라고요. 무슨 심정으로 W를 기다리고 있을지, 말하지 않아도 제게 그대로 전해지는 것만 같아서.

 

W는 곤란했겠죠. 그리고 제가 다소 신경쓰였겠죠.

그 여성분과 맞닥뜨리니, W가 그 여성분께,

데려다줄테니 이리 와. 하면서 손을 내밀었고, 그 여성분은 W의 손을 잡았죠.

 

전 그 모습을 보고 있었고요. 화가 난다든지 질투가 난다든지 그런 감정은 전혀 없었습니다. 다만 곤란했을 W의 마음도 너무 잘 알겠고, 만나주지 않는 W를 몇번이고 찾아와 기다렸을 그 여성분의 참담하고 비참했을 심정도 너무 잘 느껴졌고.

 

몇 개월 전의 난, 저 여성분의 감정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었는데, 지금의 전 그 여성분이 있어야 할 자리를 뺏은 것만 같아서 미안하고 죄책감이 느껴지고..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그 여성분의 손을 잡고 몇 걸음 가다가 W가 다시 돌아오더라고요. 제가, 신경쓸 거 없으니까 가 봐. 라고 했죠.

W는 아무 말 없이 저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고, 자기 집 문을 열더라고요.

그리곤, 들어가있어, 가지말고. 라고 하더라고요.

 

전 W가 미안해한다든지 곤란해하는 걸 보는 게 굉장히 싫습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냥 그래요. W는 그냥 다소 싸가지없이, 자기 멋대로 행동하는 게 좋아요.

 

 

그리고 전 홀로 W 집에서 W를 기다리고 있는데..

참. 계속 기다리는 게 맞는 건지..

기다릴거지만 기다리는 게 맞나 싶기도 하네요.

 

W가 돌아오고나면 무슨 말을 건네야 할지도 모르겠고. 딱히 듣고 싶은 말도 하고 싶은 말도 없는데 뭔가 대화를 해야할 것만 같은 의무감도 들고, 그렇습니다.

 

빗소리는 참 듣기 좋네요.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지금엔 더더욱.  

 

 

 

 

추천수32
반대수2
베플사이다|2016.07.01 23:25
내사람은 집에 넣어두고 끝난 사람 정리하러 갔네요....그 여자분도 안타깝지만 전 당신을 응원합니다 W님을 믿고 이상황을 회피하지말아요....거쳐가야 할 과정입니다....아 내가 미치겠네요....다시 한번 힘내봐요~~
베플고구마|2016.07.01 22:35
스푸트니크님~ W님과의관계에서이제는좀더자신감을가지셨으면해요~
베플똑딱|2016.07.02 00:23
지금 그곳이 스푸트니크님의 자리입니다. W님은 전여친분과 대화를 하면서도 온통 님에게 정신이 쏠려 있을거에요. 급히 달려 왔는데 빈집이면 너무 허전할겁니다. 빗길에 서두르다 사고날까 염려되시죠? 톡으로 안가고 기다릴테니 조심히 오라고 보내 주세요. 돌아 오시면 꼬옥 한번 안아주세요. 힘들게 돌고돌아 맺은 인연이잖아요. 언제나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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