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참 후덥지근합니다. 정말 사람 축축 처지게 하는 날씨 같습니다.
저 역시도 이런 날씨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특히 W는 여름 정말 싫어합니다.
아. 너무 인사말도 없이 바로 본론인가요.
지난 글의 뒷이야기를 적으려고 왔다가 저번 글의 댓글을 봤는데, 동성판 분위기가 좋지 않았나 보죠? 저는 제가 글 쓸 때를 제외하곤 판을 잘 안 들어와서 잘 몰랐어요. 댓글 보고 대충 훑어봤더니, 동성글 연재에 대한 반대여론이 거셌던 것 같군요.
온라인 상이든 오프라인 상이든 동성연애에 대한 반대여론은 항상 있는 것이고, 전 솔직히 그다지 개의치 않습니다.
조금 우습게 들리겠지만, 전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동성임에도 불구하고.. 그러니까 저 역시 동성애자로서 살아감에도 불구하고, 동성애자 혹은 성소수자의 인권이라든지 대중들의 시선에 대해 그다지 관심이 없습니다. 물론 제가 W와의 관계를 생각할 때 사람들의 시선이라든지 순탄치 않을 미래 등을 생각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그건 단순히 저와 W 둘에게 직접적으로 연관되었기 때문입니다.
조금 냉정할지도 모르겠지만 딱히 동성애에 대해 이해해달라, 옹호해달라 혹은 우리도 평범한 사람들이다 라는 의견을 내세우고 싶지도 않고, 같은 동성애자의 편에 서서 동성애자의 인권신장을 위한 노력을 한다든지 성소수자의 목소리를 낸다든지 하는 것에도 그다지 관심이 없습니다.
몇 주 전에 퀴어축제가 있었죠. 저희도 뉴스나 기사보고 충분히 알고 있었지만, 전 퀴어축제에 대해서도 그다지 별 생각이 없습니다. 이성애자들도 다 생각이 다르고 성향이 다르듯이 동성애자도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 정도로만 생각해요.
퀴어축제에 관한 기사에 혹평을 쏟는 댓글이 상당수였는데, 그런 댓글을 보고도 전 상처받지도 않고 별로 관심이 없어요. 사람들 생각은 이렇구나, 이 정도. W도 마찬가지고요.
저나 W는 둘 다 동성애자로 살아가고 있지만 스스로 동성애자라는 굴레에 갇혀있지는 않아요. 그냥 사람들의 시선은 그렇구나, 그 정도로만 생각하고 말아요. 3인칭 시점이라고 하면 좀 이해하기 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서론이 너무 길었네요.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은, 전 그냥 제가 글을 적고 싶으면 적을 겁니다. 물론 읽어주는 분들이 없으면 무의미해지겠죠. 하지만 제 글을 기다려주시는 분들이 있고, 저 역시 적고 싶다면, 글쎄요 동성판 여론을 전 딱히 신경쓰지 않으려고요. 절 방약무인이라 여길지 모르겠지만.
제가 저번 글을 쓰고 노트북을 바로 꺼버려서 댓글은 바로 못 읽었어요. 폰으로는 판을 보지 않고요. 그 날 TV 보면서 W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한참 지나도 들어오지 않더라고요. 먼저 잘 수도 있었겠지만 잠이 올 리 만무하죠.
새벽 한 시가 넘어갈 무렵 W한테서 카톡이 왔어요. 갔어? 라고. 제가, 가긴 어딜 가. 하고 답장을 보냈는데 바로 읽지 않더라고요. 그 뒤로 저도 W가 제 답장을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확인 안 하고 계속 W가 오기를 기다리다가 새벽 4시가 될 때 쯤, 침대에 누웠죠.
잠이 와서라기보다는, 새벽 4시 넘어서 W가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그 때도 여전히 W를 기다리고 있는 저를 본다면 W 마음이 얼마나 불편하고 부담스러울까 싶더라고요. 그래서 침대에 누웠는데 오만 생각이 다 들더라고요.
마지막으로 핸드폰 시각을 확인한 게 새벽 4시 20분 쯤이었고 눈을 감은 채 몇 분 있으니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죠. 전 여전히 눈을 감은 채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고 곧바로 방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전 자는 척 하고 있었고요.
속으로는 조금 웃고 있었어요.
W는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면 곧장 씻으러 들어가요. 예외 없이. 보통은 바로 샤워를 하고, 불가피한 경우는 손만이라도 씻고 나오죠.
근데 그 날은 바로 방문을 열고 제가 있는지 확인하는 W가 귀여웠어요.
그러다 W가 침대에 걸터앉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전 계속 자는 척 할 셈이었죠. W가 제 머리카락을 조금 건드리더라고요. 그러다가 제 이름을 들릴듯이 말듯이 불렀죠. 내 이름을 부르기도 하네, 하고 속으로 흐뭇해했죠 전.
W는 제 이름도 안 부릅니다. 야. 이게 다예요. 호칭은 야, 절 지칭할 땐 너. 물론 다른 친구들 사이에서 절 지칭할 땐 제 이름을 부르지만 둘이 있을 땐 제 이름을 안 부릅니다. 어색해서라든지 낯간지러워서 뭐 이런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부를 필요가 없어서 안 부르는 것 같아요.
딱히 불만도 없고, 제 이름을 불러줬으면 하고 생각해본 적도 없지만.
자는 척하며 들었던, 제 이름을 부르는 W의 목소리는 기분 좋더라고요. 깨 있을 때 이렇게 불러주지, 싶을 만큼.
나즈막하게 이름을 부르곤 제가 반응이 없자 나가더라고요. 씻으러 가는 거겠지, 생각했는데 금방 돌아와선 다시 제 옆에 걸터앉더라고요. 그리곤 물기가 남아있는 손으로 제 얼굴을 만지길래, 역시 손 씻고 왔네. 하고 생각했죠.
좀 벗어난 얘기지만, W의 그런 모습들이 귀엽기도 하고 좀 지나치다 싶기도 합니다.
한번은, 둘이서 밖에서 산책하고 있다가 벤치에 앉아서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절 보더니, 눈 밑에 뭐가 붙었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손으로 대충 털었는데 안 떨어졌는지 W가, 아직 있어. 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좀 떼 줘. 라고 했죠. 떼달라는데도 안 떼주고 어딘지 손으로 가리키기만 하길래 제가, 더럽냐. 물었죠. W가, 내 손이 더러워. 라고 하더라고요.
안 더러워요. 그렇게 씻어대는데 더러울 리가 없죠. 그런데 손 씻은 지 한 시간이 넘어가면 못 견디더라고요.
어쨌든.
그렇게 제 옆에 걸터 앉아서 제 얼굴을 슬쩍 만지다가 자냐고 묻더라고요. 끝까지 자는 척 할 셈이었는데, W의 자냐는 질문에 더이상 자는 척을 못 하겠더라고요. 그래서 눈을 떴죠. W 얼굴을 보니까 그냥 웃음이 나오더라고요. 제가 웃으니까 W도 희미하게 미소 짓더라고요.
W 목을 끌어당겨서 키스하려는데 W가 절 밀더라고요. 그리곤, 씻고 올게. 라고 하길래 제가, 지금까지 기다렸는데 또 기다려야 하냐. 라고 했죠. 그렇게 말하면서 W를 당겨서 제 옆에 눕혔죠.
W 입에 키스를 하고 옷을 벗기려는데 W가 다시 또 제 손을 잡고는 절 저지하더라고요. 씻고 올게. 라고 말하면서. 제가, 싫어. 라고 말하고 약간 반강제적으로 W의 목덜미에 입을 맞췄는데 포기한건지 더이상 저지안하더라고요. 원래라면 W가 극구 뿌리쳤을텐데 그 날은 가만있더라고요.
걱정할 일도 아니었지만, 걱정하시는 분들도 간혹 있는 것 같아서 그 날 이야기 마무리하려고 이렇게 글을 적습니다. 그리고 과거 이야기는 어쩌다보니 안 적게 됐네요. 사실 지난 이야기는 우울한 이야기뿐이라서 그다지 보고 싶어하지 않으실 거라고 생각한 것도 있고. 그렇지만 기회 보고 적어 볼게요. 달가운 내용은 아닐테지만.
잘 마무리되었다고, 저희는 여전히 잘 지낸다고 말씀드리려고요. 더 적고 싶지만 시간이 너무 늦어서 이제 자야 할 것 같습니다.
또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