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줄 아는건 짝사랑 뿐임.
막상 연애를 시작하면 어색하고 어떤 말, 어떤 행동을 해야할 지 하나도 모르겠음. 감이 없음. 그냥 여자라는 존재를 대하는 방법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는 느낌임.
소개팅을 나가면, 머릿속이 하얘짐.
무슨말을 해야하긴 해서 어거지로 막 내 뱉긴 하는데... 내가 지금 무슨말을 하는건지 하나도 모르겠고, 이 말을 하는게 옳은건지 틀린건지 자꾸 따지게 되고 걱정하고... 매너있는 행동을 하고는 싶은데 할 줄은 모르고... 여자 자체가 어려우니까 항상 긴장속에서 점점 미쳐감;;
그러고나서 겨우 집에오면 무지 지쳐있음.
소개팅을 하면 보통 즐겁거나 설레거나 좋았던 기억으로 남아야 하는데...
나에게는 그 순간 순간들이 너무 힘든 시간으로 각인되어버림.
그 힘든 순간을 또 겪고 싶지 않으니까 그 여자를 또 만나는게 두려워짐.
만약 내가 그 여자를 맘에 들어한다면 그 두려움은 2배 3배가 됨;;;;
자연스레 연락을 안하게 되고 만남은 흐지부지 되고...
무한반복.
착한 남자와 센스없는 남자는 다른 개념이라는데, 나는 내가봐도 센스 없는 남자다.
뭔가 해주고 싶긴한데, 방법도 모르고 타이밍도 모르고 자연스럽지도 않고...
그래서 여자는 부담스러워하고 쉽게 질려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나와 만나는 여자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가진채로 산다.
나같은남자 만나게해서 미안하니까...
나는 남자답지 못하다.
매일은 아니더라도, 여자를 확 끌어당기는 남자스런 모습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게 하나도 없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인지는 몰라도,
난 딱히 남자로서의 매력이 없다.
잘생긴것도 아니고, 목소리가 좋은것도 아니고, 성격도 좋은것 같지도 않고, 쿨하지도 않고, 소심하기만 하고, 여자를 잘 리드하지도 못하고...
맨날 듣는 소리는 성실하다, 착하다, 순수하다... 맨날 이런 소리...
내 귀에는 나이 쳐먹고 바보같다, 찌질하다로 들린다.
솔직히 어렸을때 난 뚱뚱하고 오타쿠 기질에 연애는 당연히 못해본 전형적인 찐따 찌질이였다.
군대가기 전까지 연애 한번도 못해봤음...
꼴에 금사빠여서 호의와 호감을 구분할 줄도 몰랐다.
그래서 항상 누군가를 좋아했었음...
예쁜 일진녀가 나한테 500원만 빌려달라고 말만 걸어도 심장 떨리며 설렜었을 정도.
삥뜯는건줄도 모르고 병신...
이게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네;;
같이 교회다니던 동갑내기 여자애를 좋아한적이 있었다.
집주소를 물어보고 빼빼로 데이때 빼빼로 사들고 무작정 그 여자애가 사는 아파트로 가서 기다렸다.
그 여자애가 나타날때까지.
무려 6시간을 넘게...;;
심지어 내가 주소를 잘못알았을까봐 1층부터 끝층까지 전부 벨을 눌러가며 그 여자애집인지 아닌지 확인까지 했었음...
지금 생각해보면 나도 소름 돋는다 그 끈질김에;;;
찐따 새끼..
결국 나타나질 않아서 전화를 했는데...
사실 거기가 아니란다.
이번엔 제대로된 주소를 받고 가서 빼빼로를 건네주고 돌아서는데...
진짜 비참하더라....
그 여자애는 전부터 이미 내가 자기를 좋아한다는걸 느끼고 부담스러워 했나보다.
집주소까지 일부러 다르게 알려준걸 보면....
돌이켜보면 진짜 나는 썸은 커녕 누굴 좋아할 줄도 모르는 찐따중의 찐따였다. 인생을 살면서 내가 누굴 좋아한다는건 그 사람에게 민폐라고 생각했다. 그런 내 자신이 정말 싫었다. 이런 성격을 고치고 싶었다.
하지만 다 부질없는 짓이었다.
성격을 고친게 아니라 아닌 척 포장만 할 뿐이라는걸 깨달았다...
난 여전히 찐따였다.
남들앞에선 쿨한척, 찐따 아닌척, 겉모습만 멋있고 멀쩡한척, 연기하며 살 뿐이었다.
난 항상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항상 민폐만 끼치며 혼자 사랑하고 혼자 이별한다.
정말 다시는 누구를 좋아하고 싶지 않다.
나도 힘들고 상대방도 힘들어한다.
이 힘든 짝사랑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왔지만...
미용학원을 다니다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버렸다.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나혼자 시작하고 나혼자 끝냄...
그 여자애는 나때문에 엄청 불편했겠지.
티 안낸다고 했는데 티가 많이 났다보다.
날 엄청 불편해하는게 느껴져서 너무 미안했다.
또 민폐를 끼친 것 같아서, 죄를 지은 느낌이다.
그 여자애는 미용을 배우러 왔을뿐인데 괜히 나때문에 불편함이 생겨버린건 아닌가...하는 미안함이 너무 컸다.
그래서 결국 짝사랑은 끝이났다.
얼마지나지 않아서 미용학원의 다른반 여자애한테 고백을 받고 연애를 시작했다.
성격도 좋고 매력있게 생긴 그녀.
금사빠인 나는 바로 사랑에 빠져버렸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사귄지 3일째 되는날, 이별 통보를 장문의 카톡으로 받게 되었다.
전남친을 못 잊겠단다...
그 카톡을 보고 집에서 정말 펑펑 울었다.
그 여자애가 밉고 화가나서 운게 아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해가 됐다.
고작 3일 사귄 여자에게 내 마음을 다 줘버린 쉬운남자, 금사빠인 내 자신이 너무 싫었고,
그 여자를 미워하지 않고 충분히 그럴 수 있다며 이해를 해버린 내 자신이 진짜 한심하고 병신같았다.
내가 얼마나 별로였고 매력이 없었으면 전남친한테 돌아갈 생각을 했을까 하는 마음에 오히려 나를 자책했고, 이런 내 자신이 정말 싫었다.
이번엔 정말 예쁘고 좋은 연애를 할 수 있을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눈꼽만큼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
믿음이 컸던만큼 허망함과 절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다가왔다.
이러한 이유들과 지금까지 연애하면서 받았던 상처들, 짝사랑하면서 했던 맘고생들이 한꺼번에 생각나면서, 눈물이 계속 났다. 정말 서럽게 펑펑 울었다.
고작 이런일로 힘들어하고 우는 내 자신이 찐따 같아서 싫었지만, 그래도 계속 울었다.
머리로는 고작 이런일이 울 일이냐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 마음은 그게 아니었다.
정말로 마음이 찢어지게 아팠다.
진심을 다해 울었다.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을 미워하고 싶었지만 그런 생각이 하나도 들지 않았다. 그 여자들은 잘못이 없다는걸 알기 때문이다.
다 내잘못이니까. 내가 좀 더 잘났고 멋지고 매력있는 남자였다면, 그 여자들이 나에게 상처를 줬을까?
아니 그 전에, 그 여자들은 나에게 상처를 주려고 생각하긴 했을까?
아닐것이다.
그냥 내가 별로였기 때문에 나를 거절하고, 나를 찼을 것이다.
좋지도 않은 사람과 같이 있고 싶은 여자가 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나같아도 싫겠다.
그냥 나 혼자 북치고 장구쳤을것이다.
거의 나 혼자 사랑하고 혼자 이별했었으니까...
그래서 미워하는 감정이 없다.
이번에 3일만에 차이면서 나는 또 어김없이 이런 소릴 들었다.
너가 착해서 그래.
순수해서 그래.
세상에 여자는 많아.
분명 언젠가 너의 인연이 나타날거야.
진짜 진심 지겹다 이제 이런 이야기들.
위로가 하나도 되지 않는다.
물론 나쁜뜻으로 한 말이 아니란건 나도 안다.
그냥 반복되는 저런 말들이, 이젠 식상하다는거다.
세상에 여자가 많고 적은게 문제가 아니다.
그냥 내가 문제다.
이번에 고백을 받자마자 그 여자에게 내 마음을 다 줘버린게 문제였고,
지금까지 살면서 받은 상처들과 슬픔을 꾹꾹 눌러가며 참아오다가, 이번 일로 인해서 한번에 빵 터져버린게 문제였다...
이제 겨우 28년 살았는데, 앞으로 살면서 이런 상처들을 더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더 울었다.
걱정도 되고 무섭기도 했고 서러웠다.
정말 이제 다시는 누구를 좋아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면서 울었다.
전남친한테 다시 돌아가버린 그 여자.
곧 있으면 미용 실기 시험이다.
괜히 나때문에 신경쓰이게 하고싶지 않았다.
그냥 친한 오빠동생 사이로 돌아가자는 그 여자애의 말에, 난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번 일로 사이가 어색해지고, 서로 눈치보면서 학원을 다닌다면, 분명 그 여자애는 시험 준비에 집중을 못할 것이다.
그 여자애와 같은반 사람들에게는 내가 잘못해서 헤어진걸로 말해뒀다.
사실대로 말하면 그 여자애 백퍼 욕먹는다.
그럼 시험 준비하는데 지장이 클 것 같았다.
난 괜찮다.
어차피 상처받는거 익숙해져서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참을 수 있는 정도다.
나 하나 희생하면 모두가 편해진다.
나 하나 희생하면 모든게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다.
이번에도 쿨한척, 찐따 아닌척을 했지만...
미용학원 그 여자애와, 나에게 본의아니게 상처준 여자들과, 나는 안다.
내가 찌질하다는 걸...
그래서 여자들을 더 무서워 하는 것 같다.
나의 찌질한 모습을 들킬까봐.
이미 알고 있을까봐.
이런 이야기를 쓰고 있는 행동 자체도 찌질하다는걸 잘 안다.
하지만 진짜 방법이 없다.
이런 말을 할 사람이 없다.
관종이 아니다.
관심받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이렇게라도 해야 그나마 스트레스가 조금은 풀릴 것 같아서 글을 쓴다.
그냥 이게 내 방식이다.
오늘도 학원을 가서 잠시 짝사랑했던 여자와는 남남처럼, 아무 대화없이 서로 유령취급하면서 지낼것이고, 날 버리고 전남친에게 돌아가버린 여자애와는 웃으면서 지낼것이다.
내가 이렇게 하는 것이 그 여자애들이 원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나보고 남보다는 나부터 챙기라고 한다.
근데 그게 잘 안된다.
상대방에게 불편함과 상처를 주고싶진 않다.
차라리 내가 감당하는게 낫다...
어쩌다가 나는 이렇게 자존감이 바닥까지 곤두박질 치게 된걸까..?
이유를 모르겠다.
그냥 어느순간 나는 이렇게 되어 있었다.
오늘도 난 쿨한척, 찐따가 아닌척 연기하면서 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