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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이야기

스푸트니크 |2016.08.07 21:31
조회 15,750 |추천 52

더위가 조금 누그러졌지만 그래도 덥습니다.

그리고 우리도 참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더운데 잘 지내셨는지 궁금합니다.

 

 

요 며칠 너무 더워서 이십분만 걸어도 이마에 땀이 맺힙니다. 이럴 때 조깅이라도 하면 티셔츠가 다 젖을 만큼 땀이 나고요. 그런데 신기하게 W는 땀이 별로 없어요. 운동하고나면 땀이 나는데, 평소엔 아무리 더워도 땀을 안 흘리더라고요.

 

여름에 W의 피부를 만지면 차가워요, 신기하게도. 그래서 시원합니다. 겨울엔 얼음장처럼 차갑고요. 수족냉증 뭐 그런건가 싶기도 하고, 저도 잘 모르지만. 저는 여름이나 겨울이나 피부가 뜨겁습니다. 겨울엔 여름만큼은 아니겠지만, 다른 사람들보다는 몸에 열이 많은 편이라 추위도 안 타고 감기도 잘 안 걸립니다. 겨울에도 제 몸은 좀 따뜻한 편이고요.

 

별로 안 궁금하시겠지만, 쓸 말이 없어서 그냥 아무 얘기나 적습니다.

 

 

저희가 대부분은 차로 이동하지만, 주차시설이 안 좋거나, 너무 막힐 것 같으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얼마전에 저희가 전시회를 보러 갔는데, 지하철 내려서 좀 걸어야 했어요. 걷다보니 또 이마에 땀이 나기 시작하더라고요. 보통은 제가 W 때문에 손수건을 가지고 다니는데, 그날은 안 들고 왔어요. 사실 가방에 물티슈는 있었는데 꺼내기 귀찮기도 했고.

 

 

W를 만나면서 제 짐이 좀 많아졌어요. 저는 원래 지갑도 안 들고 다니거든요. 폰이랑 카드, 차키 이렇게 세개만 들고 다녔었는데 W 만나면서 뭐 이것저것 챙길 게 많더라고요. 정작 W는 엄청 간소하게 다니고요.

 

그래서 저는 이 여름에도 백팩 메고 다닙니다. 그래서 더 더워요. 요즘 뭐 크로스백이나 천가방 같은 거 어린? 젊은? 남자들 많이 메고 다니던데, 제가 그런 작은 가방 메고 있으면 좀 웃겨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백팩 메고 다녀요. W의 모든 짐은 제 가방 안에 있고요.

 

 

그래서 전시회장 가는데 백팩까지 메고 걸으니까 등에서도 땀이 나기 시작하고, 정말 덥더라고요. 나란히 걷다가 W가, 너 이마에서 땀난다. 라고 말하더라고요. 제가 더 잘 알죠. 그치만 닦는 것도 귀찮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알아, 라고 말하곤 그냥 내버려뒀죠.

 

조금 더 걷다가 W가 절 잡더니 멈춰 세우더라고요. 왜, 하고 돌아보니까 W가 손으로 제 이마 땀을 닦아주더라고요. 더워서 둘 다 조금 지쳐있었는데, 손으로 제 이마에 땀을 닦아 주는 W 얼굴을 보자마자 기분이 좋아졌어요.

 

그리곤 W 손을 보니 제 땀으로 젖어 있길래 제 옷 가리키면서, 여기 닦아. 하니까 W가 웃으면서 됐어. 하곤 다시 앞장 서서 걷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억지로 W 손을 당겨서 제 옷에 손을 닦아 줬어요.

 

 

그게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이겠지만, W한테는 나름의 엄청난 친절이거든요. 솔직히 저도 제 땀이 찝찝한데, 남에게는 오죽할까요. 더럽게 느껴지죠 아무래도. 그런 행동 볼 때마다, 나한테 마음이 있긴 한가 보네. 하고 혼자 속으로 씨익 웃습니다 변태같이.

 

 

또 무슨 얘기 쓸까요.

 

저번에 같이 저녁 먹고 영화 보기로 한 적이 있는데, 저녁 먹다가 W가 저한테 물건을 건네주면서 W 손을 보게 됐어요. 손 끝이 붉길래 제가, 손 왜 이래? 하고 손을 자세히 보려고 하니까 W가 손을 치우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손 좀 봐. 하고 손을 내밀라는 제스처를 취했는데 W가, 됐어. 하면서 또 안 보여주더라고요.

 

W는 참 사람 피말리게 하는 스타일인 것 같아요. 어쨌거나 그래서 제가 또 억지로 W의 손을 잡아 당겨서 손을 봤는데 손 끝마다 피가 맺혀 있더라고요. 손이 왜 이러냐고 물어보니까 별 거 아니라고 하는데, 별 거 아닌 게 아닌 것 같더라고요.

 

 

식사 다 하고 영화관가서 발권하고 둘 다 화장실에 갔어요. 저도 W만큼은 아니지만 남자치곤 손을 자주 씻는 편이거든요. 제가 손 씻고 페이퍼타올로 물기를 닦아낼때까지 W가 손을 씻고 있더라고요. 아니 그 때부터 손에 거품칠을 시작하길래 전 손 다 씻고 가만히 W를 보고 있었어요.

 

거품칠을 하고 또 거품칠을 씻어내고도 한참을 손을 더 씻길래 제가, 그만 씻어 이제. 하고 말했죠. 어, 하고 대답을 하면서도 계속 손을 씻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씻고있는 W의 손을 잡아서 빼냈어요. 약간 안내켜하면서도 가만 있더라고요.

 

제가 페이퍼타올로 W 손에 물기를 닦아주려고 하니까, 내가 할게. 하고는  저한테서 떨어지길래 저도 더 귀찮게하진 않았죠.

 

 

다음 날 제가 약국 가서 손에 피가 나는데 왜 그런거냐 물어보니까 손을 봐야 알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결벽증이 좀 있어서 손을 지나치게 자주 씻는다고 말씀 드리니, 연고를 하나 주시더라고요. 연고 사서 W를 주긴 줬는데, 열심히 안 바르더라고요. 냄새가 싫다고.

 

 

그러고나서 며칠 뒤엔가.

제가 회사 동기 팔을 잡은 적이 있어요. 부딪힐 뻔 하면서 잡아 주다가.

그 때 그 동기가, 아! 하고 아픈 소리를 내길래, 내가 너무 세게 잡았냐고 물으니까 손에 뭘 쥐고  있냐고 하더라고요. 제가 손 펴보이면서 아무것도 없는데? 라고 하니까, 근데 왜 이렇게 따갑냐면서 제 손을 보더니 손이 왜 이렇냐고 하더라고요.

 

딥스를 할 때 장갑을 끼고 해야 하는데, 전 장갑이 좀 갑갑하게 느껴져서 맨손으로 했더니 손이 엄청 거칠어요. 굳은 살도 심하게 박혀있고. 그래서 제 손이 따가웠던 거 같더라고요. 그러면서 핸드크림이라도 바르라고 하길래, 제가 그냥 알겠다, 라고 대답하곤 말았거든요.

 

 

근데 다음 날 동기가 핸드크림을 여러개 보여주면서 하나 고르라고 하더라고요. 홍콩 여행 갔을 때 사온 건데 하나 가지라고. 차이가 있냐고 하니까 향이 다 다르다고 하는데, 전 차이를 크게 못 느껴서 아무거나 주는 대로 가졌죠. 이거 바르면 굳은 살이 없어지냐고 물었는데, 굳은 살은 안 없어져도 지금보단 손이 덜 거칠어질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핸드크림이 손에 피 나는 사람한테도 좋냐, 물으니까 손에 피가 왜 나냐고 하길래 손 많이 씻어서 그런거 같다고 대답했죠. 그러니까, 손 씻고 나면 필수적으로 발라야한다면서 핸드크림 안 바르면 손에서 피가 더 날거라고 엄청 겁을 줘가면서 말하더라고요. 그래서 알겠다, 했더니 저 보고 손에 피나냐고 묻길래 제 얘기 아니라고 했더니, 그럼 여자친구? 하길래, 뭐 비슷해. 하고 대답했죠. 동기가 그럼 여자친구도 주라고 핸드크림을 하나 더 주길래 고맙다며 받아왔죠.

 

다음 날인가 며칠 뒤엔가 W 만나서 핸드크림을 주긴 줬는데.. 바르겠다고는 하는데 안 바르는 것 같습니다. 연고에 비하면 향도 훨씬 괜찮은 것 같은데.

 

 

 

그리고 이건 어제 일입니다.

 

어제 저희가 밖에서 만나기로 해서 제가 카페에서 W를 기다리고 있었죠. 이삼십 분 정도 뒤에 W가 와서 제 앞에 앉는데, 제 앞에 앉자마자 제 눈이 자동적으로 W 손에 가더라고요. 역시나 카페 오기 전에 손을 씻고 왔더라고요.

 

손에 뭐 발랐어? 하고 물으니, 안 발라도 돼. 라더군요. 안 발랐을 줄 알았어요. 말했다시피 W는 굉장히 간소하게 다니거든요, 가방도 없이. 핸드크림을 들고 다닐 리가 없죠. 그래서 제가 가방에서 핸드크림을 꺼내서 제 손에 짜서 W 손에 발라주려고 W 손을 끌어 당겼는데.. 참. 제가 너무 무심했던 거죠.

 

 

제가 W 손에 핸드크림을 발라주자마자 양 옆에서 시선이 느껴지더라고요. 물론 대놓고 보진 않으시고 힐끔힐끔 보셨지만 저에겐 따갑게 느껴질 만큼 시선이 적나라하더라고요. 이건 완전히 제 실수죠. 남자가 남자 손에 핸드크림을 발라주고 있으니 다른 사람이 보기엔 그게 얼마나 웃기겠어요.

 

 

제가 최근에 집에 있을 때 자주 W 손에 핸드크림을 발라줬고, W도 처음엔 귀찮아하다가 나중엔 그냥 내버려뒀거든요. 그게 저희에겐 익숙해져서 순간 밖이란 걸 망각한거죠.

 

저도 느꼈고 W도 느꼈지만, 그 상황에서 갑자기 그만두는게 더 의식하는 것 같아서 아무렇지 않은 척 발라줬어요.  다 발라주고나서 좀 있으니 옆에서 힐끔거리는 시선이 거두어지길래 제가, 미안. 하고 사과했죠. 남들이 쳐다보는 거 싫어하는 걸 뻔히 알면서 오히려 더 시선받게 해버린 것 같아서. W가 웃더니, 좋은데 난. 하고 말하길래 그 한마디에 또 바보같이 웃었죠. 좋더라고요. 

 

 

땀 얘기랑 손 얘기만 한 것 같은데 두 시간을 적었습니다. 사실 백스페이스 잘못 누르는 바람에 한 번 날렸고요. 허무해서 그만 쓰려다가, 오늘 아니면 또 언제 시간이 날지 몰라서 적습니다.

 

가을이 오려면 한참 남은 것 같은데 오늘이 입추네요. 빨리 가을이 오고, 또 겨울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머지 않아 오겠습니다, 이 여름이 가기 전에. 그 때까지 무탈하시길.  

 

 

지난 글의 댓글을 지금 다시 봤습니다. 휴가는 9월에 가기로 했습니다. 지금 너무 덥고 어딜 가든 사람이 많을 것 같아서요.

 

괌이나 발리나 세부나 푸켓 생각중입니다. 휴양 겸 해양레포츠 하기엔 좋을 것 같아서요. 아직 알아보는 중이라 자세히는 모르지만 좋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요. 게다가 W랑 저, 둘 다 안 가본 곳을 가려니 짧은 기간에 다녀올 만한 곳도 마땅치 않고.

 

어쨌든 휴가 가기 전에 다시 글을 적게 될테니 그 때까지 더 알아보고 결정나면 말씀해드릴게요. 괜찮은 휴양지 있으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추천수52
반대수7
베플010|2016.08.07 23:46
이분들이 몇 달전 봤던 그분들이 맞는지 세번 읽었습니다. 아..마지막에 휴가 같이 간다는 얘기에 내가 꿈속에서 글을 읽었나 싶기도 했어요 이런 걸 기적이라고 합니까?
베플미음|2016.08.07 21:56
결벽증 있으신 분들은 주변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주로 독신이신 분들이 많은거같던데..사랑하는 사람한테는 예외인가보네요? 결벽증이 없는 저도 남의 땀 닦아주는건 쉬운게아닌데.. 스푸트니크님 애인분이 많이 사랑하시나 봅니다. 아 ㅋㅋ 그리고 꿋꿋하게 핸드크림은 다 발라주시니 오히려 더 좋은결과를 얻었네요ㅎ 애인분 남의 시선 받는게 싫은거보다 스푸트니트님께 애정을 받는게 훨씬 좋았나봅니다ㅎㅎㅎ
베플다키타니|2016.08.07 22:02
업뎃 된거 보고 환성을 질렀어요. 판에서 가장 기다리는 글이에요. 저는 W님 반만큼도 결벽증이 없는데 그래도 남의 땀은 못 닦아줘요. 단언컨대 마음이 있긴 있는 정도가 아니라 아주 많이 좋아하시는 겁니다! W님은 언제부터 스푸트니크님을 좋아하게 된 걸까요? 그리고 어떤 점이 끌렸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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