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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아 나 시한부야.

ㅇㅇ |2016.08.10 19:18
조회 104 |추천 0

일부러 엄마의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그저 파인애플을 맛있겠다는 듯 쳐다보는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엄마를 보고있진 않았지만 엄마는 계속 손을 눈가로 가져가고 있었다.

눈물을 훔치는 소리가 점점 커지자 난 견딜 수 없었다.

“엄마, 나 자판기에 좀 갔다올게."

그렇게 한마디를 던진 후, 도망치듯 병실에서 나왔다.


병원 복도를 걸었다.

길고 긴 복도는 끝이 간신히 보일 정도였다.

문득 이런 생각이 났다.

내가 병실에서 숨을 거둔다면

이 복도를 통해 영안실로 인도되겠지.


그리고 아마도 엄마는 내가 덮어쓴 흰 천을 걷어내고 내 얼굴을 매만질거야.

나의 장례식에선 시뻘개진 눈으로 조문객을 맞이하고.

사람들이 모두 떠난 새벽, 나의 영정사진을 품에 끌어안고 한참을 울겠지.

미안해 엄마.

속만 썩인 딸인데,

잘해준 것 하나 없는 철부지 딸인데,

이제 와서 86일이라는 시간밖에 남겨주지 못해서 미안해.

다음생엔 내가 엄마의 언니로 태어났으면 좋겠어.

엄마가 나에게 양보해준 것들.

모두 엄마한테 다시 되돌려줄게.

정말로 잘해줄게.

엄마......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벌써 복도의 끝에 다다랐다.

고개를 들어 내 앞을 막고 있는 입구를 바라보았다.

《영안실》

영안실 이라고 적힌 문구를 가만히 쳐다봤다.

하루에도 몇번씩 열고 닫힐 문이겠지만,

지금은 범접할 수 없는 기운을 뿜어냈다.

굳게 닫힌 문 너머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내가 죽으면 올 곳을 미리 보고 싶었지만

어두컴컴한 내부만 보일 뿐이었다.


발걸음을 돌렸다.

엘레베이터 앞에 서서 나를 들여다봤다.

하루종일 누워만 있다 보니 머리는 산발이고

피부는 창백했다.

다시 한 번 죽음이 내 앞에 현실로 다가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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