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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러 못 봤는데 무슨 상품권???"

전망 |2004.01.17 20:53
조회 212 |추천 0

 

 

"몰러 못 봤는데 무슨 상품권???"

 

내일 모레면 우리 고유의 명절 설이다.

남편 회사에는 명절이나 특별한 날에 선물이 지급되는데 지난해 설에는 삼십만원

상당의 선물이 지급되었다. 선물은 일곱가지 종류 중에 하나를 선택 하는데 나는 필요한

물건은 제때 장만 하기 때문에 선택 사항 중 하나인 백화점 상품권으로 받아오라고 한다.

 

지난해 설에도 어김없이 상품권을 받고 그날 남편은 직장동료와 흔히 하는 말로 필름이

끊길 정도로 술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왔다.

남편이 술을 마시고 들어오는 날은 나는 술 냄새가 싫어 아이들 방에서 잠을 잔다.

 

그날도 아이들 방에서 잠을 자고 다음날 백화점에서 설 준비를 하기 위해 남편에게

회사에서 받은 상품권을 달라고 했더니 남편은 어디뒀는지 기억을 하지 못했다.

나는 그 상품권을 남편이 누구에게 줬을 거라 생각하고 잊어버렸다.

 

지난해 봄 햇살 좋은 어느날..

나는 창문을 활짝 열고 겨우내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대청소를 했다.

집안 구석구석을 샅샅이.. 그날 남편 양말을 보관하는 서랍을 정리하다 그 속에 예쁜

봉투가 살짝 보여 무엇인가 꺼내봤더니 지난 설에 남편 회사에서 받은 상품권이 들어

있는 것이 아닌가..

 

다음날 당장 백화점에 가서 미끄마끄 자켓 하나를 웃돈 얹어 사 입었다.

그 며칠후 남편 직장동료댁에 부부동반 모임이 있어 그 옷을 입고 나섰더니

남편은 "당신 옷 샀어.. 예쁜데.." 

나의 대답 "안 샀어.. 결혼전 직장 다닐 때 입던 옷인데..당신 못 봤어.."

벌써 10년째 하는 거짓말인데 남편은 알고 속는지 모르고 속는지..

 

나는 필요없이 돈 쓰는 것을 싫어하지만 딱 두가지는 좋아한다.

옷 사 입는 것.. 맛있는 밥 사 먹는 것..

내가 살아가는 유일한 즐거움이라 그것은 정말 아깝지 않다.

 

그런데 요 며칠전 남편이 "아~ 생각났다. 그때 상품권 서랍속에 넣어 놨는데.."

라며 문제의 서랍에서 상품권을 찾는 것이 아닌가..

나는 술을 마시지 않기 때문에 필름이 끊어지는 것도 모르지만 끊어진 필름이

이어졌다는 소리는 아직 한번도 들어보지를 못했다.

 

남편이 일년전에 술 마시고 끊어진 필름이 지금 이어진 것일까..

그날 남편이 내게 "당신 여기 상품권 못 봤어.."

나는 당연히 "몰러 못 봤는데 무슨 상품권???"

Placido Domingo-Perhaps Love (With John Den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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