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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화(哀話) 제7 화-

연화 |2004.01.19 23:36
조회 505 |추천 0


“살려주세요. 흑흑”

 

사내가 그녀에게 와락 달려들자 연화는 있는 힘껏 발악을 하였다.  만약 이 사내가 나를 범하게 된다면 혀를 깨물고 자결하리라. 한참을 발버둥 치던 연화는 거의 모든 힘을 소진한 듯 탈진해있었고 그 사내는 그제서야 흉물스럽게 웃으며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진작에 그렇게 가만히 있을것이지. 자 그럼 시작해볼까”

 

그때였다. 사내가 자신의 바지춤을 내리려는 찰나 자신의 목언저리에서 서늘하고 차가운 기운이 닿는 것이 느껴졌다.  사내는 불길한 느낌을 감지하고 곧바로 무언가 싶어 옆으로 돌아보니 긴검이 자신의 목을 겨누고 있는 것이였다.

 

“뭐야 이건.”

 

소스라치게 놀란 사내가 뒤로 엉덩방아를 찍으며  그 쪽을 바라보니 한 젊은 검객이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순심을 껴안으려던 사내도 순간 멈추고 그자를 바라보았다.

 

“이런 짐승같은것들.. 어디 할짓이 없어 사내자식들이 여인을 범하려 하느냐. 내 오늘 너희놈들을 가만

 

두지 않을터”

 

온통 검은색 천으로 둘러싼 그 검객은 자세를 고쳐잡고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뭐야 이건.. 퉤..애송이 그냥 지나가시지.”

 

한 사내가 위협적으로 말을 하였으나 검객은 요지부동이였고 잠시후 그둘은 서로 재빨리 눈짓을 교환하

더니 옆에서 무기가 될만한 것을 쥐고는 그 검객에게 달려들었다.

 

-홱-

 

하지만 사내들이 달려간 자리에는 이미 그 검객은 없었고 뒤를 돌아보았을때는  이미 자신들이 나가떨어지고 만 후였다.

 

“이 자식이.”

 

코에서 피가 흐르는걸 확인한 사내는 끓어오르는 분한 마음에 다시 한번 달려들었고 또다시 그 검객의 칼에 찔려 팔에 상처를 입고 말았다.

 

“그만 가는게 좋겠어. 보통 실력이 아니야”

 

칼에 찔린 사내는 아직까지도 분에 차있는지 씩씩거렸고 나머지 사내가 두려움에  억지로 그를 이끌고 도망가자고 재촉하였다.

그들은 오랫동안 검객을 노려보았는데 곧 한 사내가 뭐라고 소리치자 둘은 죽을힘을 다해 도망가였고 그 검객은 뒤따라가려고 그쪽으로 달리려 하였다.

 

“저기 쫓지 마시어요. 우리 애기씨 큰일나요.”

 

그는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는 듯이 두 여인을 올려다보았고 아직까지도 옷고름이 풀려있는걸 본후 뒤돌아 서며 말을 하였다.

 

“이렇게 야심한밤에 아무도 대동하지 않고 길을 가시다니...생각들이 있는것이요.없는것이요?”

 

그 검객은 조금 높은 어조로 그녀들을 훈계하자  순심이 얼른 일어나 연화의 옷고름을 매어주고는 자신들에 대해서 설명하였다.

 

“이쪽은  아랫마을 승하인대감의 하나밖에 없는 따님이시고 저는 애기씨를 모시는 몸종 순심이라 하옵

 

니다.  오늘 남사당패가 온다하여 몰래 마실갔다가 그만.....대감님이 이 일을 아시면 이녁 모가지는 날

 

라가고 우리 애기씨도 야단 맞을 것이요. 하여튼  너무나 감사하구만요”

 

그는 순심의 말을 가만히 듣고는  고개를 돌려 연화의 얼굴을 마주보았다.  두려움에 떨고있는 그녀의 얼굴이 달빛에 비쳐 고운 자태가 드러났는데 그 모습은 가히 아름다웠다. 순간 두사람의 눈빛이 마주치자 얼굴이 붉어진 검객은 급히 고개를 다른곳으로 돌려버렸고 앞서 한걸음 내딛었다.

 

“이쪽으로 오시오. 내가 마을까지 길을 앞장서리다.”

 

“에고 고맙구만요. 애기씨 어서 가시지요.”

 

순심은 아직까지 떨고있는 연화를 부축하고는 그 검객의 뒤를 따라갔다.  한참을 그렇게 내려간 그들은 곧 마을어귀의 입구를 발견하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전 이만..앞으로는 늦은밤 나가는건 삼가시오”

 

“고맙구만요. 너무나 고맙구만요.”

 

고마움을 느낀 순심이 바닥까지 허리를 굽히며  재차 인사를 하였다.

 

“저...저기..”

 

뒤돌아가던 검객은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소녀를 살려주신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도련님의 존함이라도 알고 싶으니 가르쳐 주십시오.”

 

머리를 숙이며 감사의 인사를 건낸 연화가 그에게 묻자 잠시 그 검객은 머뭇거리는 듯 하더니

 

“저는....온 세상을 떠돌아다니는 자객이라 마땅한 이름이 없사옵니다. 그럼”

 

하고는  어딘론가 재빨리 뛰어가버렸고  그의 뒷모습을 쳐다보는 연화의 마음속에는 미묘한 감정이 일어 그녀를 설레게 하였다.    한참동안 그가 되돌아간 길쪽을 쳐다보던 그녀는 순심이 부르는 소리에 얼른 고개를 돌렸다.

 

“애기씨 그만 늦기 전에 가시지요. 이녁 간이 조마조마해 죽겠어요”

 

“음.. 그래..”

 

연화는 뭔가가 아쉬운 듯 한숨을 내쉬고는 발걸음을 되돌려  집으로 향하였다.



 

 

청운산 폭포수 사이를 두고 여러명이 사내들이 온몸에 비지땀을 흘리며 무술연마에 몰두 하고 있었다.   창을 든자도 있었고 검을 든 자도 있었는데 특이하게 무거운 철퇴(쇠몽둥이)를 가지고 연마하는 자가 있었다.


“이..얏..”

 

한 거한이 보통 성인의 팔길이 만큼한 철퇴를 한손에 들고는 바위에 내리치자 그것은 곧 산산조각이 나버렸고 주위의 청년들은 엄청난 힘에 놀라 하던행동들을 멈추고 그를 쳐다보았다.

 

“우와.. 대산형님.. 대단하신걸요.”

 

“크크큭.. 요즘 힘을 좀 아껴두었더니 말이야.  왜 제풍형님은  이번 일을 나에게 맡기지 않았는지 몰라.

 

에이..”

 

그는 영 못마땅하다는 투로 멀리서 청운을 가르치고 있는 제풍을 쳐다보고는 씁쓸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이번 백성당의 현무제가 그의 반대세력이자 지금의 어린왕 군자현의 외가댁 인 이시습본가를 습격하였을때 자신을 보내달라고 그리 사정하였지만 제풍은 들은척도 하지 않고 정현과 다른청년들을 보내었다. 평소 흥분잘하기로 소문난 대산이기 때문에 이번 일만큼 침착하고 재빠른 정현이 필요하였기 때문이였다.  이런 제풍의 생각을 모르는 대산은 그저 자신혼자 답답할 따름이였다.

곧 잠시간의 휴식시간을 가진다는 제풍의 호각소리가 들려오자 모두들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폭포수 아래의 강물쪽으로 냅다 달려갔다.  오랜시간 훈련하기엔 너무나 무더운 날씨였던 것이였다.


 

 

“운사형..헉헉..잠깐만 멈춰봐.”

 

한 왜소하고 선머슴같은 한 소녀가 곧 앞으로 걸어가던 누군가를 부르자 그가 돌아보았다.

 

“왜 그렇게 걸음이 빠른거야...에고 힘들다.”

 

“무슨일이지.”

 

얼굴에 아무표정이 없는 한 사내가 그녀를 쳐다보자 그녀는 잠시 어색한게 그를 웃으며 자신의 머리를

긁적였다.

 

“어.. 있잖아. 열흘뒤 다른사형들과 도성 시찰하러 갈때 내가..따라가면 안될까. 다른 사형들은 다 찬성

 

했고 운사형만 허락하면...”

 

“안된다.”

 

그는 단 한마디의 말을 내뱉고는 자신이 가던 길을 다시 가기 시작하였고 제자리에 서 그를 쳐다보는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이며 한숨을 쉬었다. 바보같은 운사형


 

 

청운은 잠시간의 휴식시간이 나자 다른사제들이 있는곳에 어울리지 않고 혼자 다른편 강건너 바위에 걸터앉았다. 7년이 흘렀건만 모두에게 자신의 존재는 여전히 낯설었고 제풍과 정현을 제외한 누구와도 진지한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그는 성장할동안 말은 삼갔고 오직 무예와 검술에만 집착하였는데 그에게는 이미 옛날 청운의 흔적을 찾아볼수 없었다. 이미 청운이란 이름은 불리지 않았고 그냥 자신이 운이라는 외자로 불리우길 원했기 때문에 모두들 운사제라고 불렀다.

생각에 잠겨있는 그에게 한차례 바람이 불었는데 긴머리가 바람에 날리어 외로움을 더하는 듯 하였다.

멀찌감치서 그를 쳐다보고 있는 수연은 한참동안 그의 모습을 지켜보더니 힘없이 발걸음을 되돌렸다.



 

“도대체 정현은 왜 오지 않았느냐”

 

모두들 걱정스러운 듯 4명의 청년들을 둘러보자 그들은 일제히 고개를 숙이며 말을 잊지 못하였다.

 

“마지막 소탕 이라 생각하고 기분좋게 자리를 뜨려했는데....그것이 그들의 함정인줄이야...”

 

한 사내가 깊은 한숨을 쉬며 뒷말을 잊지 못하였다.  이미 그뿐이 아니라 나머지 청년들도 많은 상처를 입어 곳곳에 칼자국이 나있었지만 이미 침노인에게 치료를 받은터라 출혈은 멎어 있었다.

 

“그들중 붉은갑주를 걸친자가 있었는데 검을 휘두르는 솜씨가 장난이 아닙니다. 여태까지 그런녀석은

 

처음입니다. 정현사제가 그 자와 대결하였는데 밀리는 듯 하였습니다.”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는거냐.  정현이 얼마나 뛰어난데...”

 

그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대산이 큰소리로 소리치자 그들은 움찔하였다.

 

“정현..그놈 돌아올것입니다.”

 

“아무쪼록 아무일도 없기를 바랄 수밖에”.

 

제풍이 걱정스레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말을 하고는 이미 두 눈가가 시뻘개진 수연의 어깨를 다독거려 주었다.  하나밖에 없는 자신의 핏줄인 오라버니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불안해진 수연은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였는데 막상 그들의 말을 듣고나자마자 그 불안감은 더 해지기만 하였다.


-덜컹-


“스승님 스승님”

 

갑자기 문을 열고 누군가가 뛰쳐 들어왔는데 금방이라도 숨이 끊어질 듯이 모두를 쳐다보며 말을 내뱉었다.

 

“헉헉..왔습니다. 헉헉...”

 

“이녀석 무슨소리야. 뭐가 왔다는거야. 정현이라도 돌아왔다는건가.”

 

“네..네...정현사형이 돌아왔습니다.”

 

모두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고는 곧 들어오는 정현의 모습에 안도감의 한숨을 내쉬고 그를 맞아주었다.


“그래. 이시습의 본가는 어떻게 되었느냐. ”

 

“현무제는 보기보다 영악한 놈이였습니다.  이미 많은 병사를 곳곳에 포진해놓은체 우리를 기다리고 있

 

었는 듯 하였습니다. 일단 우리는 이대감이 거처할만한 사랑으로 먼저 가보았는데 아무것도 없더군요.

 

이대감은 이미 피신한 몸이었고 그들이 노리건 이대감이 아니라 우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흠.. 그랬군. 우리가 그놈에게는 눈에 가시였겠지.”

 

대산이 코웃음을 치고는 빈정대듯 말하였다.

 

“근데 못보던 자가 있었습니다.  그 자는 검 놀리는게 아주 숙련되었고 움직임은 바람처럼 재빠른 듯 하

 

였습니다.  그자는 예전 성왕께서 비밀리에 보관해 두었다는 본국검법(本國劍法)의 모든자세를 취하였

 

는데 검을 가지고 자유자재로 몸을 날리더이다.

 

“음..그자에 대해서 한번 알아보아야 겠구나. 일단 수고하였느니라. 오늘은 그만 쉬게나.”

 

“네 스승님.”

 

 

 

 

정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피곤한 몸을 이끌고 문밖으로 나왔다. 아침 한나절동안 비춰되었던 뜨거운 햇빛으로 인하여 아직까지 밤공기는 후덥지끈하였다.

그는 목욕이나 할까 싶어 계곡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는데 누군가와 얼굴을 마주하게 되었다.

 

“어 운이구나.”

 

그는 마치 친동생을 부르듯 청운을 기쁘게 맞아주었고 그런 청운도 그를 보자마자 인사부터 하였다.

 

“많이 힘드셨다고 들었습니다.”

 

“이번일은 많이 벅차더군.  오랜만에 힘든 상대를 만났어.”

 

“다른사람의 말로는 본국검법을 배운자라고 하던데.”

 

“글 쎄.. 아직 확실한건 모르겠어. 그냥 그렇게 보인다는것뿐... 그건 그렇고 나중에 내방으로 찾아와서

 

한잔 하도록 하지. 타는 갈증에 금방이라도 넘어갈 것 같으니까.”

 

청운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의 방으로 향했고 정현또한 계곡으로 향하였다.


 

가슴까지 잠긴 차가운 강물에 정현은 더운기운이 싹 가시는걸 느끼고는 그는 핏자국으로 얼룩진 자신의 몸을 씻어내렸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 가슴이 진정되지 않는거지.  단 한번의 만남이였어. 두 번다시 만나는 일은 없단 말

 

이다.“

 

정현은 계속해서 떠오르던 한 여인의 모습 때문에 마음이 혼란스러웠고 잊으려하면 할수록 또렷한 그녀

의 얼굴이 나타났다.

 

‘후훗,, 나에게 여자라...’

 

그는  갑자기 큰 소리로 웃음을 터트리고는  차가운 물속으로 헤엄치기 시작하였다.

 

제 7편에 계속~~

 

@사형이라고 부르는 것이 보이는데  자신보다 높은 사람을 부르는말이구요

사제란 자신보다 낮은 사람을 부르는 말입니다. 유념해서 읽으세여..그리고 곧있음 설날이 다가오네요

우리님들 새해 복 많이 많이 받으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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