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만에 나타나 가업을 잇겠다는 오빠에 대해 글을 썼던사람입니다
호밀빵
|2017.01.07 00:06
조회 109,350 |추천 402
낮부터 틈틈히 보고는 있었는데 정신이없어 자기전에 생각나 들어왔습니다.
정말 많은분들의 격려와 충고에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어떤물건을 만드는지 궁금해 하시는분들이 많네요
공방이라 표현했지만 제가 다루는 물품은 가구도아니고, 공예도 아니에요.
가구하시는 분들이나 공예하시는 분들이 저희 손님이니까 그 물건에 들어가는 부속이라 생각하시면 될것같습니다.
기술자체가 옛날부터 손에서 손을 거쳐배우는거라 국내에서도 만드시는 분들이 많지않아요.
오빠와 저 둘이서 같이 하면 어떻겠냐 하셨는데 사실 저도 지금까지 그렇게 생각하고있었어요.
하지만 내 일이다 생각하며 살다 뒷전으로 밀려난다니 제 자존심이 허락을 못하는것같아요.
그저 어제글을 올린 이유는 너무나 속상하고 제10년을 혈육에게 강탈당한다는 생각이 너무 컸기때문인것 같습니다.
속상해 올린 이 글에 따듯한 격려와 애정어린 충고들 너무 감사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여태 제가 살면서 스친 사람들보다 곱절이나 많은분들의 관심이 무섭기도 하네요.
모든 분들께서 남겨주신 글들이 제가 듣고싶었던 말씀들이었습니다.
나는 잘못이없다. 가족이 나쁘다. 넌 그래도 잘 해 나갈것이다.
한번도 뵌적없는 분들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니 정말 제가 큰 사람이 된것같고 마음의 짐 또한 덜어진것 같습니다.
오늘 제가 일터에나갔다 말하면 또 많은 분들께서 바보라 하시겠죠.
어제 새벽에 글을 남기고 잠 한숨 못잔 채 일하러 갔습니다. 오히려 일을 안하고 있으니 그 새 손이 두꺼워질까 무서웠나봐요.
오늘은 더운물 앞에서 일하다 문득 눈물이 나기도하고 너털웃음이 나오기도하다가 잿물에 눈물떨어졌음 어쩌지 염도가 올라가나하는 생각부터 드는걸보니 전 이 일을 포기할 수 없나봅니다.
오늘 제가 일하는 모습을 보고는 아버지는 아무 말씀 없으셨습니다. 오히려 절 쳐다보지도 못하셨던것 같아요.
항상 나는 가족의 자랑이라 생각하며 자라왔는데, 요즘의 나는 입안에 돋힌 가시가 된것 같습니다.
어서 제 마음과 생각이 정리가 되어 아버지의 입에서 아물고 싶습니다.
많은 분 들께서 말씀하셨던 제가 1대인 제 공방은 아무래도 어려울것 같습니다.
돈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따로 월급을 받거나 한건 아니지만 엄마가 제 이름으로 모아두는 통장이 있어요. 가끔식 얼마 모였다 보여주시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워낙 판이 좁고 공방 이름만 보고 가져가는 물건인데다 한국보다는 외국에서 더 원하고 정말 제대로하려면 나라에서 공방자체를 인정해주어야 한다고 합니다.
공방장보다는 공방이 더 유명한 시스템이라고 들었어요.
또 가뜩이나 현대기술로 만든 물건들 사이에서 적은수요와 적은공급판으로 연명하고있어 다른분들의 눈살이 찌푸려지시겠지요.
제물건을 사고싶다는 분들, 투자하고싶다는 분들도 계셨지만 다시 가공하지 않는 이상 요즘 시대에 크게 쓸데가 없을것 같아요.
물건 또한 미리 선주문을 받은 뒤 한정 된 수량만을 생산합니다.
저도 다 때려치고 제 살길찾아떠난다 선언하고 싶지만 이 공방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싶지 않아요.
미우나 고우나 이 오랜 공방의 10년은 제 땀도 배어있으니까요.
그래도 오늘 일끝내고 집에서 저녁을 먹는데 고요한 밥상에서 2년은 못하고 가장 바쁜 시기인 3월까지는 도와드리겠다 그것보다 더 바라시면 제 손을 잘라버리겠다고 으름장 놨습니다.
아버지나 오빠나 별말없이 너 하고싶은데로 하라하고 왠지 저만 혼자 호들갑 떤 꼴이 된것같아요.
엄마는 저녁먹고 제방에 슬쩍들어오셔서 너하고싶은거하라고 손잡아주고 가시고, 타지에 있는 남동생은 전화와서 저보다 더 성내며 당장 자기한테 오랍니다.
음..이제라도 저 하고싶은데로 살라고 해주신 분들도 계시 잖아요?
공방일 마무리하고 날이 따듯해지면 여행가고싶어요.
외국으로요. 일본에가서 산골이라 제대로 못보던 벚꽃도보고싶고, 보라카이 같은데가서 비키니도 입어보고싶네요. 친구들이랑 삼삼오오 모여서 예쁜옷 입고 화장도하고 사진도 많이 찍고싶어요. 그렇게 같이 놀 친구는 없지만 어디든 가면 친구도 사귈수 있겠죠?
가업을 잇는다는 꿈 이전에 제 장래희망들이 뭐였는지 생각도 안나네요 엄청 어릴때 연예인될거라고 했던 기억만나요.
막연히 저희 물건을 가져다 가공하시는 분들을 보고 고운손이다 했었는데 이것도 관심인가요?
큰 세상으로 나간다는게 너무 무서웠는데 여러분 덕분에 갑자기 3월이 기다려지네요. 하고싶은 것 투성입니다.
여러분들의 얼굴은 모르지만 모두 정말 예쁘고, 멋지실것같아요
이제 가업이니 뭐니 족쇠였나하는 생각도 듭니다.
나중에 다시 여러분들께 제 소식을 전하는 날이 온다면놀기만하는 철없는 모습보다는 더 당당해진 제 앞날의 꿈을 가져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항상 여러분들께 좋은 일만 있기를 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베플ㄷㄷㄷ|2017.01.07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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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어쨌든 가족이니 독하게못하겠단 말씀이시죠? 뭐 어쩌겠어요 본인이 알아서하실문제고 이거저거배우고 여행도 다니게 돈이나 두둑히 달라하세요 엄마가 모은돈그거는 그대로모으고 따로요. 그동안 내가 버린시간이얼만데 그거도못해주냐 하세요 아 그리고 제일중요한거 이건 80퍼이상 그럴꺼라고 보는데요 아마 1.2년 안돼서 님오빠 또 도망갈수도있어요 그땐 정말 모른척 하시길 바랍니다
- 베플ㅋㅋㅋ|2017.01.07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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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니 깨닫게 된건데요... 하고 싶다고 다 할 수 없고 하기 싫다고 안하고 살 순 없더라구요. 가장 중요한건요 지금부터 님의 인생을 살 수 있는 시기가 열린거에요. 오빠가 가업을 잘 이을지 말지는 이제 님이 결정할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다면 주저하지 말고 훌훌 털어버리세요. 한가지 천기를 누설하자면... 님보다 못할겁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