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에게선 몇 주째 연락이 없다.
그동안 연희는 격주로 자취방을 다녀갔었던 것 같다.
왜 굳이 격주로 다녀갔던 걸까?
처음으로 이런 의문을 가져본다는 게 우습다.
하긴 우리의 만남엔 빈구석들이 너무 많았다.
보통의 연인들이 겪게되는 사소한 경험의 많은 부분들도
우리는 나눠갖지 못했다.
처음으로 나는 연희가 남기고 간 앨범을 보고 있다.
그동안 그녀는 틈틈히 사진을 찍고
앨범을 만들었지만 난 별로 관심이 없었다.
아니, 그저 위험스럽고 어리석은 일 정도로 생각했었다.
사진에서 만큼은 그녀도 나도 한없이 행복해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그 길을 가지 않았다.
이제 나는 어렴풋이 알 것 같다.
그녀가 왜 이런 앨범을 만들었는지,
그리고 그녀가 내게 끝내 하지 못한 말이 무엇이었는지를.
영화『 결혼은, 미친 짓이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