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
그 비밀 때문에. 누구에게도 말 못하는 그 비밀때문에.
외로우이 지낼 수 밖에 없는 나..
나는 남자를 좋아한다.
나와 성별이 같은 남자를 좋아하는 일은,
학창시절 때 부터 괴로운 일이었다.
여자를 좋아한다면, 고백이라도 해볼 터인데.
남자를 좋아하기 때문에 고백도 못하고 짝사랑만 해왔다.
그아이와 친해지고 싶어. 그아이는 무엇을 좋아할까.
그 아이가 웃는 모습이 좋아.
매일 웃겨주고 싶어. 그 아이가 웃을 때 난 가장 행복해...
그렇게 원하던 아이와 친해지고 나서도. 더 발전된 관계를 원했지만..
그러면 안되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당길 수 없으면... 차라리 밀어버리자.
내 옆에 있는 너가. 옆에 있기만 해도 너무나 괴로워서..
내가 가질 수 없는 너가 너무나 미워서...
이유 없는 짜증과 히스테리로... 번번히... 밀어내버렸다.
멍청하게도. 그 아이의 잘못은 전혀 없는데.ㅋ
학창시절 때부터 깨달았던거 같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가장 쉬운 일은.
포기. 밀쳐내버리는 것이란 걸.
군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나의 맞후임은 나보다 한살 위였고. 꽤나 엘리트코스를 밟은 친구였다.
배울 점도 많았고, 처세술도 뛰어나 선임들과도 후임들과도 간부들과도 잘 지냈다.
처음부터 그형을 좋아했던건 아니다.
처부가 달라 생활관에서밖에 만나지 못하였지만
군생활에서 가장 오래 볼 사이이기에 서로 잘 지내려 노력하였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아무에게나 설레버리고 좋아해버리면,
결국 힘든건 나라는걸 알고 있었기에. 그냥 친한 선후임. 친구사이로만 지내고 싶었다.
하지만 허망하게도... 노력만으론 안되었던 것일까..
형을 좋아하게 된건 봄이었다.
처음엔 그저 늦은 바까지 의미없는 우스갯소리하는게 참 즐거웠다.
너무나 힘든 이등병 일병의 일상속의 작은 힐링.
취침시간, 형과의 대화는 내게 그랬다.
커피같이 향기롭고 마시고 나면 힘이되는. 나의 까페인.
다음 날의 활력을 주었던 그 두근거림.
봄의 활력은 내게 그걸 사랑이라 착각하게 만들었다.
제식군기를 맞춰야 함에도 손잡고 가려고 내손을 더듬으며 장난치는 형이 좋았을까.
새벽에 수면등 아래, 내 잠꼬대에 깨버려 미안한 마음에 배시시 웃는 날
끌어안고 편히 잠드는 형의 모습 때문이었을까.
사랑은 그렇게 갑작스레 찾아왔다.
그렇게 형의 모습, 말투, 동작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게 되고.
혹시나. 정말... 혹시나 하는 마음. 조금이라도 날 좋아할지도 모른다는.
내 어이없는 상상력은 그렇게 날 빠져들게 만들었다.
짝사랑은 늘 아프다. 캠프파이어처럼 활활 타오르다 남는 건 그을음과 잿더미뿐.
남자를 좋아하는 건 늘 그래왔다. 늘... 느껴왔지만.. 익숙해지질 않는다.
'내이름은김삼순'에 나오는 삼순이의 대사중 아직도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다.
가슴이.. 딱딱해졌으면 좋겠다고. 나도.. 그렇다. 어떤 감정의 고통에도
가슴이 아프지 않으면 좋으련만... 늘 아프고 힘들다.
이미 내 생각과 마음과 감정에 굉장한 지분을 갖고 계시는
그 깡패주주새끼는. 봄날의 나의 고백을. 무참히. 거절하였다.
하. 그렇게 거절당하고도, 말도안돼라며 구질구질하게.
그럼 왜... 잘 때 날 그렇게 그윽하게 바라보았냐며.
부대안 까페에 놀러갈 때 왜 내손 꼭 잡고 걸으려고 했냐며.
왜 깍지 끼고 걸었냐고! 원망의 목소리로 물었다.
목 안에는 커다란 살구씨를 매단채.
진짜 구질구질하게 차였다.
그러고 3 4월 두달을 일과 운동 독서에만 매달려서 지낸 것같다.
그형은 3월말인가에 1년동안 파병을 가버려 나완 1년간 떨어져 있었다.
돌아온 뒤엔 서먹서먹하게 4달정도 지내다 전역했고.
차라리 형이. 잘생기기라도 했으면. 얼굴값하네. 신포도일꺼야. 위로라도 할텐데.
진짜 염소같이 못생긴게. 꼴값하고있고... 썩어비틀어진포도 주제에.. 뺴액!!!!
..
면대면으로 고백한건 아니었고
편지로 고백했다. 내맘이 이러하니 나와 사귀어줘! 하는 고백도 아니었다. 그냥.
파병갈 그 친구에게... 털어놓는... 어차피 1년뒤에나 볼터이니...
두려웠다. 그 친구와 4개월 정도의 추억을. 군대에서는 못할 얘기도 없다고.
서로의 전 애인 얘기들. 가정사. 울며 웃었던 그 추억들을.
감히 내가.. 내 감정에 못 이겨 그것들을 더럽히는게 아닐지.
정말.. 정말로 두려웠지만.
내 맘 속에 이 큰 감정을. 털어내지 않곤.
형과 함꼐했던 군생활보다 형 없이 지낼 군생활이 너무 많이 남았단게 두려워서.
내 맘을 담기엔 너무나 작은 종이에 앞뒤로 빽빽이 적어 말해버렸는지도 모른다.
토해낸 내 감정이. 작은 종이에 담았음에도 버거웠을까. 더러웠을까.
너는 읽지 않은 거로 하겠다고 해버렸고. 나의 그 마음이.
너무나 아까워... 세절기에 부수어져 쓰레기통으로 갈 나의 감정들이 너무나 아까워..
읽지않은 거로 할거면 도로 내놓으라며 뻇어버렸다.
알고 있을까. 아직도 편지를 갖고 있는 날.
더러웠을까. 그동안의 나와의 추억이.
몸서리 치게 싫을까. 나라는 존재가.
역겨웠을까. 내 그러한 감정들이.
난 그냥 사람대 사람으로. 너가 좋았을 뿐인데.
내 이런 감정이 네겐 폭행이었을까.
내 마음을 받아달란 것도.
내 마음을 간직하란 것도.
다 아니고.
그냥. 그렇다는 거였는데.
2년만에 다시 읽어본 편지 내용중 가장 내 맘을 다시금 아프게 한 건.
어떻게 들릴지.. 어떻게 보일지.. 무섭다. 그동안의 시간들이 끔찍한 기억들로 바뀔까 두렵다. 너가 날
역겹게 바라볼까 무섭지만. 어째서인지 그냥 말하고 싶다. 너가 좋다고. 네가 카페 가자고 조를 때 괜히
안가겠다고 튕겨보니 시무룩해하는 걸 보고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네가 카페 가는 길에 내 손을 잡고,
깍지를 꼈을 떄 얼마나 신이 났는지. 내 입에 묻은 크림을 네 손으로 닦아주려할 때 얼마나 설렜는지. 어
쩌면 너도 날. 어쩌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날 좋아하는 기적이 내게도 일어난 게 아닐까. 안 그러면 날
그렇게 안아줄리 없어. 안 그러면 날 보며 그렇게 해맑게 웃을리 없어. 안 그러면 날 그렇게 그윽히 바라볼
리 없어.. 안 그러면... 하. 다 콩깍지. 그렇게 들떠있다가도 네가 여사친 얘기할때면 다시 정신을 차리지.
아. 난 이친구한테 그냥 선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구나. 그 첫 여자친구한테 우리는 무슨 관계냐고
물어 보겠다 했을때 내가 '답은 이미 알고 있잖아. 이 멍청아. 왜 그런 멍청한 질문을 해?' 하며 무시했잖아.
그거 사실 내가 나한테 한 말이야. 나도 너한테 묻고 싶었거든. 우리는 무슨 관계냐고.
넌 날 이해할 수 있을까. 너의 작은 몸짓, 아무 의미없는 농담으로 던진 한 마디 말에도. 난 수많은 의미를
부여했다. 진짜 넌 아무 의미 없이 한 건데. 난 그것에도 들뜨고 기쁘고 행복하고.
등의 내용이었다.
병신같네..
그 이후 게이가 아닌. 일반남자(이하 일반)는 다시는 좋아하지 않겠다고 내 자신에게 맹세했다.
다시는 착각하지 않으리. 다시는 이런 아픔 겪지 않으리.
근데.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는 유명한 말이 있지 않은가?
전역하고나서 반년도 지나지 않아 또다시 일반을 좋아하게 되었다.
감정컨트롤에 관한책을 많이 읽어서 그런가.
짜증이나 화라는 감정은 참기가 쉬운데. 좋아하는 감정은 왜 지울수 없는 건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는 건지.
학자금이 많이 남아있던 난 전역하자마자 일자리를 구할 수 밖에 없었고
어찌어찌 좋은 곳에서 일하게 되었다.
일에도 익숙해지고 직원들과도 많이 친해졋을 때쯤
막내형이 들어왔다. 키도 크고 맑은 눈이 참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내가 다른 형들과 장난치며 일하는 모습이 마음에들었는지.
며칠 지나지 않아 우린 빠르게 친해졌다.
밥도 같이 먹자고 조르고. 먹여주려고 장난치고.
귀엽다고 안고. 쉬고 와서는 보고 싶었다고 한참을 안았다가 풀어주고.
귀엽다고 머리쓰다듬고. 볼에다가 막 뽀뽀하고.
남다른 애정공세에 당황스러웠던 난. 곧바로. 거리를 두려고 하였지만.
맘 속으론.. 어쩌면. 어쩌면... 정말.. 혹시나... 싶었다.
저사람은 왜날 이토록 안으려고 할까. 왜쓸데없이 사귀자 결혼하자는 장난을 칠까.
진지함이란게 1%는 있는걸까싶으면서도...
진짜 나 좋아하는거 아닐까. 저렇게 멋진 사람이... 나 정말 좋아하나..?
하며.
맞아. 나 존내 귀여운거 나도 아는데. 이렇게 귀여운 날 안 좋아할수 있긴 한가?
나 좋아하는거 맞나봐!!!
하는 정신착란도 일으키며.
착각속에 빠져서 하루하루 그 형을 보려 일하러 다녔다.
하지만 알고 있었다. 정말 좋아하면.
핸드폰 번호 받아서 카톡하며 상대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걸.
한달이 지나도록 그렇게 지내면서도 일할 떄 외에 연락하려하지 않았다.
번호도 묻지 않는걸 보며 희망은 없다고.
다시금 깨달으려 했지만. 결국 번호를 받아내었다.
어떻게든 답장을 받아야지.
장난식으로 첫 카톡을 보냈다.
씹혔다.
ㅎ;
두번쨰 카톡을 보냈다.
ㅎ;
씹혔다;
시무룩하게 며칠지나 우연한척 카톡얘기를 꺼내니
자다가 못봤다고 삐진거 아니지하며 자상하게 날 위로해주는 형을 보고.
쉬는날.. 참다참다 세번째 카톡을 보냈다.
이번엔 안지 말라함에도 꽉 껴안아 멍들어버린 내 콧등을 주제삼아
아프다고 카톡을 보냈다.
씹힐수가 없지;ㅎㅎ;
ㅎ..씹혔다.
이쯤되니 정신을 차렸다.
아ㅡ. 나란 새끼는.
나란 새끼느느ㅡㅡㅡㅡ!!!!!!!!!!!!!!!!!!!
내주제에 무슨...
날 좋아할리 없지..ㅋ...
내가 뭐라고..
낮아진 자존감은 날 정신없이 할퀴었고. 우울하게 만들었다.
상처받은 마음에 소금을 뿌리는 격으로 그형은
다음날 쓸데없는 카톡보내지말라고 장난반 진담반으로
직원들 앞에서 창피를 주었고. 별 신경 안쓰는 직원들과는 달리.
너무나 큰 상처를 받고 말았다. 사실 그자리에서 엉엉 울뻔 했다.
난 쓸데 없는 카톡이나 보내는 할일없는 애구나.
너같은 애랑 쓸데 없는 카톡할 시간 없어 난.
너나한테 아무것도 아니야.ㅋ.
하는 말과 다름 없음에.
정신차리고. 선을 그었다.
일적인거 외에 장난은 받아주지도 않았고
더이상의 우정어린 스킨십같은건 없었다.
처음엔 어리둥절해서 왜그러냐고 화난거 있으면 말로하라고
짜증내다시피 두어번 달래려고 하던 형도 포기했는지
그 뒤엔 장난도 안 치고 일적인거로만 말을 걸었다.
눈도 쳐다보기 싫었던 난 그형과 한달동안 대화는 커녕 눈도 안 마주쳤던 것 같다.
그러기를 거의 한달가까이, 어느날.
형은 내가 작게 대답한걸 무시했다고 느꼈는지 버럭 화내고
퇴근뒤에 얘기좀 하자고 한 적이 있었다.
사람간의 예의가 있다. 아닌 건 아닌거다. 일적인 건 서로 대화를 나눠가며 해야지
그렇게 무시하는게 맞냐고. 화난게 있으면 말로 하라고 몇번 얘기한적 있지 않냐고
자기도 좋은 환경속에서 잘 배운 한 사람으로 너의 행동은 옳지 않다고.
내가 잘못한게 있으면. 나의 어떤 행동때문에 너가 기분이 나빳다면 미안하다고.
너가 말했으면 고쳤을 거라고. 얘기해줬으면 좋았겠다고.
왜 화난 건지 얘기좀 해줄순 없냐고.
그리고 난 잘 지냈으면 좋겠다는 의미해서 한 이러한 내 사과가
아직 받을 준비 안된 네겐 힘들 수 있다고. 내일부터 웃으며 볼 순 없어도
내맘이 이런것인줄은 알아달라고.
형말 틀린거 없고. 다 맞는 말이에요.
나도 애 아니고 내가 화난게 있으면 얘기해서 풀려고 하지
꿍해 있고 삐져있고 그런 성격 아니에요.
근데. 제 판단으로, 얘기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되서
얘기 안 한거에요. 어차피 얼마안있어 형 관두는데 말할 필요 없다고 느껴서.
대략 이런 대화를 나눴다.
내가 어떻게 얘기를해요?
사실 형을 좋아하는데, 형의 과도한 스킨십에
어쩌면 날 좋아한다는 착각을 해버려서.
너무나 부푼 마음으로 카톡을 했는데.
형이 무시해서.. 그래서 너무 아픈 마음이..
형을 향한 분노로 바뀌어버린거에요.
형이 사과할 것도. 미안할 것도 없어요. 정말로...
내 어이없는 상상력과 착각이.
내가 더러운 게이새끼란게.
문제인거에요.
그냥 그것 뿐이에요.
사실 미안한건 나에요.
우린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을 텐데.
형이 조금만. 그런 장난을 덜쳤어도.
내가 혹시나하는 마음 안들게 했어도.
그랬다면 좋았을텐데.
왜 내가 여자친구 있다고 장난 쳤을때.
실망한 눈빛으로 놀라며 사진보여달라고 했을까
아직도 그 눈빛이 선한데.
조카 나란 새끼는 착각쟁인가봐요...
이정도면 병수준..ㅋㅋ....
내 인생이 100살까지라 쳤을때
0.5%도 안되는 날들을 지내온 그들이..
아직도 조금은 그리운 건 왜일까.
내가 게이라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게이는 더럽고 역겨운 존재가 아니다.
생각보다 주위에 가까이 있고.
당신의 형, 오빠, 동생, 친구 중에 하나다.
그들은 주위에서 '더러운 게이새끼. ___. 호모새끼' 같은
아픈 말들을 들으면서도 마치 본인은 아닌양. '맞아. 더러운 새끼들.'
누워서 침뱉기식으로 동조하고 있을지 모른다.
함부로 말하지마라.
그들은 누구에게도 말 못하고 혼자만의 비밀로 간직하며
혼자만 아파하고 있을지 모른다. 마치 나처럼..
가장 가까운 가족. 부모형제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자길 더러워할까봐. 역겨워할까봐. 내아들이 게이라니.
나를 낳은건 바로 당신인데...
바로 1분전까지만 해도 웃고 떠들던 내 정말 단짝 친구가.
단지 그냥 내가 남자를 좋아한다는 이유 만으로
경멸의 시선으로 쳐다볼까봐. 누구에게도.. 암말도 못한다..
그냥 저아이는 계피를 좋아하는구나.
난 싫은데. 하지만 저아이의 취향이니까. 욕할건 없지
하듯이
저 앤 남자를 좋아하는구나.
ㅇㅇ 그럴수 있지.
할 순 없을까.
나... 안 더러운데... 똑같은 사람인데.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