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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언니가 임신한채로 자살했어요

레몬 |2017.03.18 21:42
조회 292,587 |추천 671
안녕하세요 판 눈팅만 가끔 하던 사람인데 이 얘기를 도대체 어디다 해야될지 모르겠어서차라리 아는 사람도 이제는 저밖에 없겠다 익명의 힘을 빌리려고 글을 씁니다
아는 언니는 올해 스물 다섯이고 저랑은 두살차이에요 언니랑은 햇수로 7년을 알고 지냈어요 처음에는 영화랑 드라마 팬질하면서 친해졌는데 나이차이도 별로 안느껴질정도로 서로 코드도 잘맞고 성격도 잘맞고 하다못해 입맛까지 비슷해서 같이 어울리다보니까 절친이 된것같아요서로 힘든일 있거나 할때는 들어주고 조언해줄수 있으면 해주고 도와줄수 있을땐 도와주고그러면서 지금까지 왔던것 같아요
언니는 가정사도 별로 안좋고 남들한테 뒷통수도 많이 맞고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남들한테 별로 정을 안주려고 노력하는 타입이었는데작년에 사귀던 남자가 있었어요 제가 알기로는 재작년인지 아니면 재재작년인지아무튼 그때 언니가 좋아한다고 저한테 말하던 사람이었는데 그냥 잘 안되고 끝인가 했는데작년 여름? 쯤에 말하기를 예전에 말했던 그사람이랑 사귄다고 하더라구요
처음에는 뭐 그냥 그러려니 했어요 그냥 그렇구나 언니가 좋아하는 사람이랑 만나는구나근데 장거리라길래 별로 탐탁치는 않았는데 그 남자가 잘해주니까 내려가고 올라오는 시간도 안아깝다고 그 시간까지 행복하다고 그래서 그냥 그런가보다 했어요 저렇게까지 좋아하는데 내가 뭐라고 할 자격이 있나 싶기도 했고
근데 그렇게 연락 잘되고 행복한거 티내던 사람이 어느날부터 연락이 안되서 무슨일 있나? 생각하던 차에 다시 연락이 와서는 헤어졌대요 그래서 그냥 연락이 안됐던거라고 자기 기분이 너무 안좋았다 누굴 만나고 싶지 않았다 이러길래그냥 그때도 그럴수 있지 맛있는거 먹자 더 좋아해주는 남자 만날거야 이러고 넘어갔어요아니 정확히는 넘어가려고 했어요 언니가 유산했다는 얘기를 듣기 전까지는
구구절절 적기도 싫고 제 3자인 제가 봐도 그 남자가 너무 쓰레기여서 거의 한달은 잘헤어졌다 그런새끼는 거시기를 뜯어버려야된다 원래도 언니가 아까웠다 그리고 언니가 너무 손해보는 연애였다 그새끼 한번도 안올라온거봐라 이러면서 옆에서 부러 오바해서 웃게해주려고 하고 좀 풀어주려고 하고그런데도 그새끼 생각난다고 울때는 화도 냈어요 아니 그런 분리수거도 안될새끼가 뭐가 좋냐고자해한거 보고 억지로 정신과 데려가고 일부러 주말에 불러내서 햇빛쬐고 그랬어요
근데 이번 겨울에- 그러니까 방학때 언니가 이제 좀 회복하고 이제 좀 괜찮아진것 같았는데언니가 그러는거에요. 그냥 자기가 걔를 다시 한번 만나서 뭔가 말을 해야할것같다고자기가 이제 괜찮아지고 있는건 맞는것 같은데, 속에 담아놓은 말이 너무 많아서 언제 터질지 모를것 같다고 한번이라도 만나서 얘기를 하고 싶대요그때 말렸어야 됐는데 언니가 그렇게 말 못한게 억울하고 답답하고 계속 후회될것 같으면 마음 가는대로 하라고 했어요 그러는게 더 나을 것 같아서
그리고 언니가 내려갔다와서 얼마전까지는 괜찮게 지냈어요언니는 이제 다 잊은것 같아보였고 진짜로 다 괜찮아진것 같았어요저는 일부러 그 얘기를 안하려고 했는데 언니는 가끔 절 만나면 웃으면서 야 이제 걔 생각도 잘 안나 이러길래 진짜 다 괜찮아졌다고 생각했어요 시간이 약이구나 진짜 시간이 모든걸 해결해주는구나 이제 그 일은 걱정 안해도 되겠지, 하고
근데 개강하던 주 금요일에 언니를 만났는데 언니가 임신했다는 얘기를 했어요그 남자가 하도 자기를 안만나고 싶다고 널 보면 잠잘 생각밖엔 안들것같다, 이러길래홧김에 그럼 내가 너랑 자주면 그때는 날 만나서 내 얘기를 들어줄거냐고 했었대요처음에 언니는 그냥 그 남자가 자기랑 진짜 만나기 싫어서 그런 얘기를 한 줄 알았는데그 사람은 그게 진심이었나봐요
솔직하게 말하면 언니가 미쳤다고 생각했어요 언니가 거기까지만 말해줬고 자세한 얘기를 안해줘서 그런건지, 아니면 그냥 그 상황 자체도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그냥 언니한테 진짜 미친것같다고 그렇게 얘기했어요 그새끼는 사람도 아니고 언니도 진짜 미친것같다고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거냐고 어떻게 하고 싶냐고언니가 그냥 울길래 저도 할말이 없어서.. 아니 도대체 뭐라고 무슨말을 해야될지 모르겠어서 그냥 어떻게든 될거라고 아무것도 안되면 지우면 되잖아 뭐 이런식으로 말했던것 같아요

그리고 언니가 이번주에 자살했어요유서까지 써놓고 가서 별 조치도 없이 그냥 장례 진행된것 같아요정확한 내막은 몰라도 바로 장례절차 밟은거 보면 그런것 같아요제 생각엔 언니가 왜 자살했는지 정확하게 아는사람도 저밖에 없는것 같아요아니 진짜 이유는 언니만 알겠지만 제 생각엔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이유밖에 없는것 같거든요
근데 오늘 납골당까지 갔다왔거든요. 근데 이제 제가 미칠것 같은거에요언니가 왜 죽었는지 솔직히 언니 심정이 완벽하게 이해되는것도 아니고 제가 마지막으로 만났을때 더 좋은 해결책을 내놨으면 안죽었을것 같고 도대체 그 신발새끼는 누구길래 이렇게 누가 자살하게 만들어놔야했나싶고솔직히 언니 부모님들도 이 얘기 하나도 모를것같은데 이걸 말해야되나 싶다가도 아니 굳이 또 이 얘기를 꺼내서 암만 사이 안좋은 부모였대도 부모 가슴에 못질해야되나 싶고당장 나는 내일 모레부터 다시 학교 나가고, 수업듣고, 그래야하는데 과연 이런 얘기를 나만 아는 채로 평소처럼 살수 있을까 걱정되고 머리아프고
그냥 제가 뭘 어떻게 해야되는지 모르겠어요아무것도 모른척 아무일도 없었던척하고 그냥 원래 내 인생에 없던 사람인것처럼 지우고 살아야되는건지 아니면 이 얘기를 알아야 될것 같은 사람들한테 말을 해줘야 되는건가 싶기도 하고그냥 내일 세상이 무너져내렸으면 좋겠어요 언니의 세상이 무너져내렸듯이
추천수671
반대수27
베플제가보기엔|2017.03.18 23:26
그 언니가 나쁜 남자랑 연애를 한 이유, 헤어지고 지나치게 힘들어한 이유, 그 남자를 다시 만나기 위해 잠자리를 한 이유, 그리고 세상을 등진 이유는 이 언니가 맘에 상처가 많기 때문입니다. 쓰니가 말한 것처럼 '가정사도 별로 안좋고 남들한테 뒷통수도 많이 맞고그래서' 일거라고 생각합니다.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외롭게 자란 사람은 사람에게 쉽게 마음을 줍니다. 그 대상은 나쁜 사람인 경우가 많고요. 언니의 부모님에게 말을 하느냐 마느냐 문제는 쓰니가 고민할 일 아닙니다. 말하고 싶었다면 언니가 직접 말했을 일입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건데, 언니의 자살은 쓰니가 죄책감 가질 일 아닙니다. 쓰니가 도울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오래 전부터 형성되어 왔던 언니의 성격, 자존감을 쓰니가 어떻게 바꾸겠습니까. 전문가가 개입하고 언니도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가능할 일을… 쓰니는 위로도 하고, 정신과도 보내고, 화도내면서 언니의 곁을 지켰습니다. 쓰니는 결코 언니의 손을 놓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죄책감 가지지 마십시오. 오로지 애도만 하세요.
베플ㅇㅇ|2017.03.18 23:01
글쓴이도참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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