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도 왜 헤어졌는지 모를 땐 너의 욕을 하다가
자초지종을 다 듣고 난 뒤에는 내 욕을 하더라.
내가 쓰레기라고.
그리고 "넌 남자친구 좋아한 적 있기나 해?"라는 질문을 꼭 한번 씩 들었어.
그럴 때 나는 천연덕스럽게 웃으며 "좋아했지."라고 답했지.
"그런 사람 치고는 너무 멀쩡해보여, 헤어지고 힘들어하기는 커녕
넌 평소와 다를 게 전혀 없잖아."
너의 말대로 나는 이기적이야.
내 생각만 하고, 나 하고싶은 말만 해.
나한테 그렇게 듣고싶어했던 진정성 있는 사과도 사실은 잘 모르겠어.
정말 미안하기보다는 우선 니가 원하니까, 상황이 끝나질 않으니까.
넌 모든 것을 다 알고있더라.
우리 관계에 있어서 갑과 을이 있는 거 같다고 했어.
내가 갑, 너는 을.
그런 생각, 상대방을 더 많이 좋아하는 사람들이 하는 생각이란 걸 나는 알아.
그래서 니가 그것 때문에 힘들다고 이야기하는데도, 나는 우스웠어.
분명 이별을 말한 것은 너지만 차인기분이 들 거 라고 하더라.
니가 나한테 "너 정말 잔인하다"라고 얘기 할 정도였으니까.
너와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하면서,
잡아주길 바라는 것 처럼 보였어.
"나 솔직히 말해서 오늘 너한테 이렇게 이야기하는 거 다 후회할 거 같아.
헤어지자고 한 것도 후회할 거 같아. 분명."
그렇게 말하면서도 너는 내가 너무 힘들다고 이야기 하고,
마음에 대한 확신들도 닳아 없어진 기분이고, 더 이상은 없는 사람처럼 이야기 했어.
그래, 그래도 마음은 다 정해져 있구나.
무슨 얘기를 해도 어차피 결말은 바뀌지 않을텐데, 하고 자리를 털고 일어나자 너는
"가게?" 라고 물었어.
당연히 가야지. 헤어진건데.
난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나, 안좋게 기억해줬으면 좋겠어." 라고 말했어.
너는 "그건 내가 알아서 할게"라고 대답했고, 난 "그냥 안좋게 기억해 줘."라고 한 뒤
뒤 한 번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골목을 빠져나갔어.
니가 잠시 나를 따라오다 멈칫, 하는 발소리를 마지막으로 그렇게 헤어졌다.
헤어지고도 왜인지 니가 다시 연락해올 거 같고, 니가 정말힘들 것 같아.
니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고, 좋아했는 지 아니까.
나는 서로 맞춰나가고싶었지만 너는 많이 맞춰본 것 같은데 안된 거 같아, 라고 단칼에 쳐냈고
그건 너 혼자만의 생각과 혼자만의 고통이었겠지.
내가 아예 힘들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너만큼은 아닌 것 같아.
친구들이 나에게 너를 좋아했던 적은 있냐, 라는 질문까지 한다면 말 다했겠지.
술먹고도 손에 꼭 쥐고 있던 핸드폰에 니 번호를 누른 적이 없었으니까.
연락을 할지 말지에 대한 고민조차 하지 않고 웃고 즐거워했으니까.
나도 그냥 그만큼만 너를 사랑한거고, 너도 그만큼만 나를 사랑한거야.
날 아직도 좋아하지만 너의 감정표현의 수단으로 이별의 말을 내뱉었던 거라면,
니가 내뱉은 말들에 힘들어하라고 난 그 이별을 받아들인거야.
내가 힘들었던 순간에도 너에게 이별을 고하지 않은 것은
그만큼 관계를 소중히 여겼기 때문이고, 너는 그냥 너 힘들다며 관계를 놓아버린거야.
그래, 난 지금까지도 이렇게 생각해.
니가 힘들었던 것은 하나도 헤아리지 않으면서 결과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어.
니가 선택한 이별이었으니까 행복했으면 좋겠다.
당분간은 행복하기 힘들겠지만.